막나가는 땡중들 ‘천태만상’

돈·욕정에 눈멀어 살인·사기… “도로아미타불 돈세음보살”


부처님을 방패삼아 살인·사기를 일삼는 스님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범죄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스님들이 술을 마시고 유흥업소 여 종업원을 성폭행하려 하는가 하면 그 뜻을 이루지 못하자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유기하는 등 범죄의 정도가 극악무도하기 짝이 없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스님은 내연관계의 여인을 ‘섹스 동영상’으로 협박하기도 했고, 돈에 눈이 멀어 10년 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동거녀를 허위 고소한 스님도 존재한다. 스님들의 덕목인 ‘무소유’ 정신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일요시사>는 돈과 욕정에 눈이 멀어 막나가는 땡중들의 천태만상을 취재했다. 


술집 여종업원 성폭행 미수 토막살해 암매장
10년 함께 산 동거녀 재산 노리고 허위 고소
욕정 앞에 무너진 스님 여신도 성추행은 옵션


풀 한포기도 소중히 여기는 스님들과 범죄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스님들이 성추행, 사기, 살인 등 여러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전남 여수에서는 한 스님이 유흥업소 여 종업원을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유기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도시가 발칵 뒤집혔다.

무서운 스님,
성폭행 미수 토막살해

전남 여수경찰서는 지난 5월30일 유흥주점 여 종업원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여수시 모 사찰 스님 조모(42)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씨에 의해 희생된 여성은 주모(45·여)씨로 주씨는 여수시 한 유흥주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조씨와 주씨가 만난 것은 지난달 25일 새벽.
새벽 3시가 다 되어 유흥주점에 들어선 조씨는 4시간 동안 주씨와 술잔을 기울였다.

동년배에 나이가 비슷한 두 사람은 의외로 이야기가 잘 통했고, 술이 얼큰하게 취한 조씨는 주씨에게 “내 거처로 가자”며 유흥업소를 빠져나와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사찰로 향했다. 주씨 역시 술기운에 의해 조씨를 따라 나섰지만 그것이 바로 비극의 시작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신의 방으로 주씨를 안내한 조씨는 오전 9시께 악마로 돌변했다. 성폭행을 목적으로 주씨에게 달려든 것.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놀란 주씨는 힘껏 조씨를 뿌리치며 성폭행을 완강히 거부했고, 목청을 높여 비명을 질렀다. 주씨의 비명에 당황한 조씨는 사찰의 다른 승려 혹은 사찰을 찾은 일반인이 이 소리를 듣고 자신의 범행을 알게 될까 두려워 흉기로 주씨의 목을 두 차례 찔렀다. 조씨가 휘두른 흉기에 주씨의 소리는 잦아들었고, 주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조씨도 적지 않게 당황했지만 냉정을 되찾으려 애썼다.

오전 시간, 그것도 사찰 안에서 살인을 저지른 조씨는 시신 처리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낮 시간을 피해 시신을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조씨는 주씨의 시신을 자신의 방에 그대로 뒀다가 밤 9시가 되자 시신을 토막 낸 뒤 두 번에 걸쳐 사찰 인근 야산에 암매장 했다. 또 범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핏자국이 묻은 침대 매트리스와 주씨의 소지품을 태우는 치밀함도 보였다.

한편, 주씨와 며칠째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하던 가족들은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고, 여수경찰서는 29일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과정에서 “주씨가 실종 직전까지 같이 술을 마신 사람이 불교 지식에 해박해 승려 같았다”는 참고인 진술을 확보한 경찰이 주씨의 휴대전화 발신지를 분석해 조씨의 사찰을 찾아냈다. 결국 조씨는 경찰의 추궁에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주씨의 사체 유기 장소도 털어놨다.

‘성관계 동영상’으로
내연녀 협박

경찰 관계자는 “20여년 전 출가해 사찰에서 주지 스님과 생활해 오던 조씨는 출가 전 사귀었던 애인의 변심으로 ‘여성 증오심’을 갖게 된 것 같다”면서 “이와 관련 이번 사건 이외에 추가 범행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지금까지 조씨의 행적을 파헤치는 등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4월에는 ‘성관계 동영상’으로 내연관계였던 여성을 협박한 스님이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그녀가 문제의 스님을 만난 것은 지난 2001년 12월 의료기기 체험행사 홍보 강연에서였다. 당시 스님은 출가하지 않은 상태로 자신이 개발한 의료기기를 홍보해줄 명사를 찾던 중 유명인이었던 이 여성을 소개받았다. 그는 이 여성에게 자신을 한의사 유윤석(가명인 것으로 드러남)이라고 소개하고, “서울 고려대 부근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으니 한번 오라”는 말을 남겼다.

그녀는 곧 한의원에 들렀고 두 사람은 내연의 관계로 발전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그녀는 “당시 남편과 섹스리스 상태여서 외로움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몇 년간 연인관계를 지속하던 두 사람 사이에 돈이 오가기 시작했다. 2002년 초 스님은 그녀에게 3000만원을 비롯해 몇 차례 돈을 빌려가더니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2002년 10월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난 스님은 승복을 입고 있었다. “돈을 갚지 못해 사죄하는 마음으로 출가했다”면서 자신의 이름은 ‘00스님’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둘의 관계는 지속됐고 그녀는 다시 사찰부지 매입비와 운영비 명목으로 모두 8억원을 줬지만 돌려받지 못했고, 2007년 말 스님을 사기로 고소했다. 

사회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그녀는 스님과의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고, 2008년 2월 스님이 사찰 토지 소유권과 건물을 넘겨주는 화해 약정서와 화해 조서를 만들어 주면서 사건은 종결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내 스님이 “돈을 빌린 것이 아니라 연인관계인 그녀가 그냥 준 것”이라고 태도를 바꾸면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9년 12월 해당 여성에게 서울의 모 신문사 기자가 전화를 걸어온 것. 그녀와 만난 해당 신문사 보도본부장은 “스님과 왜 사건 합의를 하지 않느냐”면서 “딸이 시집갈 때가 됐을 텐데 좋을 거 없다. 당신이 찍은 섹스 비디오테이프를 다 갖고 있다”고 협박했다. 급기야 지난 3월에는 이 언론사가 그녀의 실명과 함께 ‘성관계 동영상’을 거론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충북경찰청은 지난 4월26일 ‘00스님’ 유씨를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하고, 5월14일 유씨와 공모해 피해여성을 협박한 언론사 대표, 보도본부장 등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 결과 유씨는 그녀에게 빌린 8억원을 갚지 못해 고소당한 뒤 채무 변제용으로 10억원 상당의 사찰부지와 건물을 넘겨 준 뒤 이를 다시 돌려받기 위해 이들과 짜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무소유의 진리를 가장 가까이서 느끼고 행동에 옮겨야 할 스님이 돈에 눈 멀어 10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동거녀를 사기로 허위고소해 무고죄로 검찰에 구속기소된 사건도 있다.

돈 때문에 허위고소
무소유 진리는 어디로

부산에서 개인사찰을 운영하고 있는 주지 스님 박모(64)씨는 지난 1999년 신도였던 이모(52·여)씨를 알게 됐다. 당시 박씨는 이씨에게 “액운이 씌여 있다”면서 “이를 쫓기 위해서는 성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꼬리쳤고, 이씨는 주지스님이었던 박씨의 말을 믿고 이에 응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이씨의 남편 귀에 흘러들어가는 바람에 이씨는 남편과 이혼했다. 이후 박씨는 이씨와 동거생활을 시작, 이들의 동거는 10년간 이어졌지만 남은 남이었다.

지난해 12월 경 자신 소유의 공장을 15억원에 처분한 박씨는 이씨가 이 사실을 알고 돈을 요구할 것을 우려, 돈을 혼자 차지할 욕심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행동에 옮겼다. 지난 1월12일 박씨는 지금까지 이씨에게 생활비로 지급해온 1억2천여 만원을 각종 차용금으로 둔갑시킨 뒤, “신용카드 대금과 식당인수금 등 1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간 뒤 갚지 않고 있다”면서 이씨를 경찰에 허위 고소했다.

돌변한 박씨의 태도에 이씨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경찰은 박씨의 주장대로 이씨의 사기 혐의를 인정했고,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하지만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면서 박씨는 꼬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씨가 돈을 갚지 않았다는 박씨의 주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꾸준히 돈을 빌려준 점을 수상히 여긴 검찰이 보강수사에 들어가자 돌연 고소를 취소한 것.

박씨의 태도 변화에 의문을 품은 검찰은 끈질긴 조사 끝에 박씨에게 자백을 받아냈고, 재산을 나눠주지 않으려 10년 동안 동거한 여성을 허위로 고소한 박씨는 결국 지난 5월10일 대구지검 서부지청에 무고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엄정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밝혀냈다”면서 “앞으로도 엄정 수사를 통해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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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