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연정 전도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권력은 나눌수록 커져, 연정은 도민 위한 것"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연정' 실험이 한국 정치에 신선한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남 지사가 처음 연정 구상을 밝혔을 때만 해도 부정적인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호평 일색이다. 남 지사가 찾아낸 '권력 공유'라는 제3지대가 한국 정치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연정 전도사'로 불리는 남 지사를 직접 만나봤다.


그동안 한국 정치는 철저한 승자독식구조였다. 선거에서 승리하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지만 졌을 경우엔 모든 것을 잃었다. 이런 구조다 보니 여야는 사사건건 치열하게 대립했고 정치는 마비되다시피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연정’이라는 파격적인 정치실험을 시작한 이유다. 여야 간 연정구성은 한국 정치사상 최초다.

남 지사는 연정 외에도 도지사 취임 후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차를 직접 운전해 출퇴근을 하는 등 신선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남 지사가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꾸린 것도 인수위원회가 아닌 혁신위원회였다. 현재 경기도에는 남 지사가 몰고 온 혁신바람으로 거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과연 남 지사 취임 후 1년 동안 경기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요시사>가 남경필 경기지사를 만나봤다. 다음은 남 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곧 취임 1주년을 맞게 됩니다. 소회가 어떠신지요?
▲ 국회의원은 비판하는 자리였는데 도지사는 비판을 받는 자리입니다. 경기도지사로서 1275만 도민의 민생을 챙겨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도민께서 가장 바라는 것은 정치권이 싸움 안하고 협력하면서 상생해 나가는 것입니다. 경기도는 새누리당 출신 도지사와 새정치민주연합 출신 부지사가 여·야 할 것 없이 한 지붕 아래에서 도정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연정을 통해 도민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도정을 운영하겠습니다.

-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남 지사께서는 ‘연정’이라는 파격적인 정치실험으로 취임 초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연정을 통해 지금까지 얻은 구체적인 성과는 무엇인지요?
▲ 경기도가 연정 첫걸음을 내딛으며 대한민국 정치사상 초유의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12월 야당의 추천을 받아 사회통합부지사를 임명하고 야당과 더불어 도정을 긴밀히 논의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연정 정책합의문을 발표하고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새로운 정치모델도 제시했습니다.

또 지난 4월3일과 4일, 시·군과 함께하는 ‘1박 2일 상생협력 토론회’를 개최해 지역갈등 해결과 예산 편성 등 도-시군 간 상생발전 정책 공조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여야를 떠나 광역자치단체 간 협력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20일 새정치연합 소속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만나 ‘경기도-강원도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해 양 도의 상생 발전을 위해 뜻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 일각에선 연정이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 연정은 도민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자 수단입니다. 연정을 해보니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치가 안정돼야 기업이 투자하고 지갑을 열게 되며 일자리와 복지도 탄탄해지는 선순환이 이뤄집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전국에서 새로 생긴 일자리의 73%가 경기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앞으로도 연정으로 서민경제를 챙기고 일자리를 창출하겠습니다.

연이은 혁신행보로 이목 집중
"혁신행보가 쇼? 지켜봐 달라"

- 경기도 연정의 첫 성과로 생활임금이 꼽힙니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선 생활임금에 대해 가뜩이나 재정상황이 열악한 지자체에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지자체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비판합니다.
▲ 생활임금은 주거비·식료품비·교통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높은 적정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임금체계입니다. 경기도 생활임금은 경기도와 도의회, 경영자와 노동자 등 각계각층의 양보와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연정의 산물입니다. 저는 오히려 생활임금으로 부작용이 발생하기보다는 수혜자 개인의 소득증대가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연정을 위해 앞으로도 야권이 요구하는 정책을 계속 받아들인다면 결과적으로 남 지사님을 지지해준 유권자들을 배신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 도지사는 도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여야의 당리당략을 떠나 추진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여야를 떠나 야권이 요구하는 정책도 도민을 위한 것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것입니다.

- 지난 3월 경기도를 남북으로 나누자는 ‘경기도 북부지역 분도 결의안’이 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 경기북부는 북한과 103㎞가 맞닿아 있는 통일한국의 코어(core)입니다. 70년 분단의 고리를 끊고 민족의 통합과 통일로 향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분열할 때가 아니라 힘을 합쳐야 할 때 입니다. 그래서 저는 투자를 확대해 경기북부를 명실상부한 통일 미래도시로 탈바꿈 시키겠습니다.
 

경기북부에 대한 투자는 곧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경기북부지역 활성화를 위해 ‘경기북부 10개년 발전계획’을 수립 중이며, SOC 부분 외에도 통일 미래도시를 대비한 총체적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시군별로 맞춤형 발전전략이 실행되도록 하겠습니다.

- 이미 과거에도 경기도가 북부지역 활성화를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취임 이후 저는 경기북부에 생색내기가 아니라 실질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5년은 대한민국 해방과 남북분단 70년인 의미 있는 해로, 집중적인 투자확대를 통해 경기북부를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경제실을 북부청으로 이전했고 경기연구원 북부연구센터를 지난 2월 개소해 운영 중이며 낙후된 문화기반 확충을 위해 경기문화재단 북부사무소도 개소했습니다.

북동부 지역의 ‘경제특화발전’을 위해 4년간 2000억원, 경기북부 5대 핵심도로망 조기 개통을 위해 2018년까지 또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또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국폴리텍 대학 경기북부캠퍼스를 파주에 건립 중으로 2018년 개교 예정이고, 섬유산업 특화를 위한 K-디자인 빌리지를 조성해 나갈 예정입니다.

- 선거 기간 경기도에 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하셨습니다. 취임 후 1년간 얼마나 성과를 달성하셨는지요?
▲ 매월 도지사 주재로 일자리 회의를 열어 일자리 창출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모든 예산투입 사업보고는 일자리 창출 예상효과도 함께 기재하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작년 한 해에만 경기도에서 23만8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전국 일자리 증가치의 44%에 해당합니다. 저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재임 중 다른 어떠한 성과보다도 일자리를 챙긴 도지사로 기억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을 도정 최우선 목표로 추진 중입니다.

- 향후 일자리 창출 로드맵은 무엇입니까?
▲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기도가 대한민국 경제를 선도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수한 두뇌들이 경기도에 모일 수 있도록 지식기반산업과 IT, BT, 콘텐츠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관련 기업 유치에도 힘을 쏟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가 중요합니다.


기업과 구직자 간 니즈가 어긋나 비어있는 일자리 수는 도내 16만개에 달합니다. 안산 시화공단을 시작으로 도내 기업의 미스매치 현황을 조사 중입니다. 임금·기숙사·교통편의 등 양측 요구사항 간의 격차를 단계적으로 줄인다면 일자리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될 것입니다.

-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청년 일자리만큼 노인 일자리도 중요합니다. 경기도의 노인 일자리 창출 대책은 무엇입니까?
▲ 우리나라 총인구는 2030년까지 완만히 증가하는 반면, 생산가능 인구는 2017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입니다. 경제 분야 정년연장 등 노인 인력 역할 증대가 꼭 필요합니다. 2015년 경기도의 노인일자리 창출 목표는 4만명으로 공공형 일자리 3만8000명, 민간일자리 2000명을 만들 계획입니다.

정부지원 공공형 일자리는 예산 문제로 참여 조건과 인원에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이후 일할 수 있는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령자 친화기업이나 노인 고용효과가 큰 지역특화사업 등을 육성하려고 합니다.

 

- 경기도민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출퇴근’입니다. 광역버스난 해소를 위해 남 지사께서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계신지요?

▲ 경기도는 굿모닝버스 사업의 일환으로 주요 거점만 정차하는 광역버스(8110번)를 운행함으로써 배차 간격을 5분 이내로 단축시켜 성남~서울 구간 이용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또 2층버스 9대를 구입계약하고 오는 9월 운행을 목표로 현재 안전대책을 수립 중입니다. 향후 운행성과를 모니터링한 후, 단계별로 확대 도입할 계획입니다.

연정, 한국 정치의 대안 될까?
"대권보단 도민 챙기기가 우선"

- 세월호 참사 후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남 지사께서는 안전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지요?
▲ 경기도는 현장 위주 정책으로 안전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재난안전본부의 도지사 직속 편제를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지난 4월7일자 상위 법령 개정으로 전국 최초 도지사 직속 재난안전본부를 설치하고 재난 컨트롤 타워를 일원화했습니다.

경기도는 모든 재난안전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재난안전총괄조정회의를 매분기 개최해 실전훈련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소방관 4000명을 연차적으로 증원하고, 화재가 나더라도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지역에 450억원을 들여 옥외 소화전 1만3000개를 확대 설치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도민 안전에 무한책임을 갖고 유사 시 발생할 지도 모르는 안전사고 예방과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경기도에서는 지속적으로 수도권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현상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수도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좀 더 양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경기도는 약동하는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성장 동력으로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견인차가 되어야 합니다. 수도권 규제 합리화는 그 토대가 될 것이며 지금이 바로 적기입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철폐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수도권 규제 내부의 불합리한 면을 고치자는 것입니다. 역차별 사례 위주로 규제 합리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일례로 경기 북부는 군사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상수도보호구역 등 이중삼중의 중첩된 규제로 낙후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지역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면들을 고치자는 것입니다.

- 남 지사께서는 손사래를 치시지만 언론에서는 여전히 지사님을 유력한 대권주자로 분류합니다. 대권도전 계획은 정말 없으십니까?
▲ 대통령은 국민과 시대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대권을 생각하기엔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경기도를 혁신하고 1275만 도민의 삶이 나아지도록 하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자리를 좇기보다 현재의 위치에서 해야 할 가치를 추구하는 일에 몰두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은?
▲ 관심 있게 지켜봐주신 도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연정 첫발을 내딛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경기도가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한다’는 생각으로 경기도를 혁신하고, 경기도에 사는 것이 도민들께 자부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찾아오는 경기도,    아이 보육과 교육 때문에 일부러 이사 오는 경기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경기도를 만들겠습니다. 대담/정리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남경필 경기도지사 프로필]

▲ <경인일보> 기자
▲ 제15~19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
▲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 한나라당 최고위원
▲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
▲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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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