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연정 전도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권력은 나눌수록 커져, 연정은 도민 위한 것"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연정' 실험이 한국 정치에 신선한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남 지사가 처음 연정 구상을 밝혔을 때만 해도 부정적인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호평 일색이다. 남 지사가 찾아낸 '권력 공유'라는 제3지대가 한국 정치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연정 전도사'로 불리는 남 지사를 직접 만나봤다.


그동안 한국 정치는 철저한 승자독식구조였다. 선거에서 승리하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지만 졌을 경우엔 모든 것을 잃었다. 이런 구조다 보니 여야는 사사건건 치열하게 대립했고 정치는 마비되다시피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연정’이라는 파격적인 정치실험을 시작한 이유다. 여야 간 연정구성은 한국 정치사상 최초다.

남 지사는 연정 외에도 도지사 취임 후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차를 직접 운전해 출퇴근을 하는 등 신선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남 지사가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꾸린 것도 인수위원회가 아닌 혁신위원회였다. 현재 경기도에는 남 지사가 몰고 온 혁신바람으로 거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과연 남 지사 취임 후 1년 동안 경기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요시사>가 남경필 경기지사를 만나봤다. 다음은 남 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곧 취임 1주년을 맞게 됩니다. 소회가 어떠신지요?
▲ 국회의원은 비판하는 자리였는데 도지사는 비판을 받는 자리입니다. 경기도지사로서 1275만 도민의 민생을 챙겨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도민께서 가장 바라는 것은 정치권이 싸움 안하고 협력하면서 상생해 나가는 것입니다. 경기도는 새누리당 출신 도지사와 새정치민주연합 출신 부지사가 여·야 할 것 없이 한 지붕 아래에서 도정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연정을 통해 도민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도정을 운영하겠습니다.

-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남 지사께서는 ‘연정’이라는 파격적인 정치실험으로 취임 초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연정을 통해 지금까지 얻은 구체적인 성과는 무엇인지요?
▲ 경기도가 연정 첫걸음을 내딛으며 대한민국 정치사상 초유의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12월 야당의 추천을 받아 사회통합부지사를 임명하고 야당과 더불어 도정을 긴밀히 논의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연정 정책합의문을 발표하고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새로운 정치모델도 제시했습니다.

또 지난 4월3일과 4일, 시·군과 함께하는 ‘1박 2일 상생협력 토론회’를 개최해 지역갈등 해결과 예산 편성 등 도-시군 간 상생발전 정책 공조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여야를 떠나 광역자치단체 간 협력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20일 새정치연합 소속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만나 ‘경기도-강원도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해 양 도의 상생 발전을 위해 뜻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 일각에선 연정이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 연정은 도민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자 수단입니다. 연정을 해보니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치가 안정돼야 기업이 투자하고 지갑을 열게 되며 일자리와 복지도 탄탄해지는 선순환이 이뤄집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전국에서 새로 생긴 일자리의 73%가 경기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앞으로도 연정으로 서민경제를 챙기고 일자리를 창출하겠습니다.

연이은 혁신행보로 이목 집중
"혁신행보가 쇼? 지켜봐 달라"

- 경기도 연정의 첫 성과로 생활임금이 꼽힙니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선 생활임금에 대해 가뜩이나 재정상황이 열악한 지자체에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지자체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비판합니다.
▲ 생활임금은 주거비·식료품비·교통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높은 적정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임금체계입니다. 경기도 생활임금은 경기도와 도의회, 경영자와 노동자 등 각계각층의 양보와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연정의 산물입니다. 저는 오히려 생활임금으로 부작용이 발생하기보다는 수혜자 개인의 소득증대가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연정을 위해 앞으로도 야권이 요구하는 정책을 계속 받아들인다면 결과적으로 남 지사님을 지지해준 유권자들을 배신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 도지사는 도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여야의 당리당략을 떠나 추진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여야를 떠나 야권이 요구하는 정책도 도민을 위한 것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것입니다.

- 지난 3월 경기도를 남북으로 나누자는 ‘경기도 북부지역 분도 결의안’이 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 경기북부는 북한과 103㎞가 맞닿아 있는 통일한국의 코어(core)입니다. 70년 분단의 고리를 끊고 민족의 통합과 통일로 향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분열할 때가 아니라 힘을 합쳐야 할 때 입니다. 그래서 저는 투자를 확대해 경기북부를 명실상부한 통일 미래도시로 탈바꿈 시키겠습니다.
 

경기북부에 대한 투자는 곧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경기북부지역 활성화를 위해 ‘경기북부 10개년 발전계획’을 수립 중이며, SOC 부분 외에도 통일 미래도시를 대비한 총체적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시군별로 맞춤형 발전전략이 실행되도록 하겠습니다.

- 이미 과거에도 경기도가 북부지역 활성화를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취임 이후 저는 경기북부에 생색내기가 아니라 실질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5년은 대한민국 해방과 남북분단 70년인 의미 있는 해로, 집중적인 투자확대를 통해 경기북부를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경제실을 북부청으로 이전했고 경기연구원 북부연구센터를 지난 2월 개소해 운영 중이며 낙후된 문화기반 확충을 위해 경기문화재단 북부사무소도 개소했습니다.

북동부 지역의 ‘경제특화발전’을 위해 4년간 2000억원, 경기북부 5대 핵심도로망 조기 개통을 위해 2018년까지 또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또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국폴리텍 대학 경기북부캠퍼스를 파주에 건립 중으로 2018년 개교 예정이고, 섬유산업 특화를 위한 K-디자인 빌리지를 조성해 나갈 예정입니다.

- 선거 기간 경기도에 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하셨습니다. 취임 후 1년간 얼마나 성과를 달성하셨는지요?
▲ 매월 도지사 주재로 일자리 회의를 열어 일자리 창출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모든 예산투입 사업보고는 일자리 창출 예상효과도 함께 기재하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작년 한 해에만 경기도에서 23만8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전국 일자리 증가치의 44%에 해당합니다. 저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재임 중 다른 어떠한 성과보다도 일자리를 챙긴 도지사로 기억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을 도정 최우선 목표로 추진 중입니다.

- 향후 일자리 창출 로드맵은 무엇입니까?
▲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기도가 대한민국 경제를 선도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수한 두뇌들이 경기도에 모일 수 있도록 지식기반산업과 IT, BT, 콘텐츠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관련 기업 유치에도 힘을 쏟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가 중요합니다.


기업과 구직자 간 니즈가 어긋나 비어있는 일자리 수는 도내 16만개에 달합니다. 안산 시화공단을 시작으로 도내 기업의 미스매치 현황을 조사 중입니다. 임금·기숙사·교통편의 등 양측 요구사항 간의 격차를 단계적으로 줄인다면 일자리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될 것입니다.

-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청년 일자리만큼 노인 일자리도 중요합니다. 경기도의 노인 일자리 창출 대책은 무엇입니까?
▲ 우리나라 총인구는 2030년까지 완만히 증가하는 반면, 생산가능 인구는 2017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입니다. 경제 분야 정년연장 등 노인 인력 역할 증대가 꼭 필요합니다. 2015년 경기도의 노인일자리 창출 목표는 4만명으로 공공형 일자리 3만8000명, 민간일자리 2000명을 만들 계획입니다.

정부지원 공공형 일자리는 예산 문제로 참여 조건과 인원에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이후 일할 수 있는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령자 친화기업이나 노인 고용효과가 큰 지역특화사업 등을 육성하려고 합니다.

 

- 경기도민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출퇴근’입니다. 광역버스난 해소를 위해 남 지사께서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계신지요?

▲ 경기도는 굿모닝버스 사업의 일환으로 주요 거점만 정차하는 광역버스(8110번)를 운행함으로써 배차 간격을 5분 이내로 단축시켜 성남~서울 구간 이용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또 2층버스 9대를 구입계약하고 오는 9월 운행을 목표로 현재 안전대책을 수립 중입니다. 향후 운행성과를 모니터링한 후, 단계별로 확대 도입할 계획입니다.

연정, 한국 정치의 대안 될까?
"대권보단 도민 챙기기가 우선"

- 세월호 참사 후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남 지사께서는 안전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지요?
▲ 경기도는 현장 위주 정책으로 안전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재난안전본부의 도지사 직속 편제를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지난 4월7일자 상위 법령 개정으로 전국 최초 도지사 직속 재난안전본부를 설치하고 재난 컨트롤 타워를 일원화했습니다.

경기도는 모든 재난안전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재난안전총괄조정회의를 매분기 개최해 실전훈련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소방관 4000명을 연차적으로 증원하고, 화재가 나더라도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지역에 450억원을 들여 옥외 소화전 1만3000개를 확대 설치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도민 안전에 무한책임을 갖고 유사 시 발생할 지도 모르는 안전사고 예방과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경기도에서는 지속적으로 수도권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현상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수도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좀 더 양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경기도는 약동하는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성장 동력으로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견인차가 되어야 합니다. 수도권 규제 합리화는 그 토대가 될 것이며 지금이 바로 적기입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철폐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수도권 규제 내부의 불합리한 면을 고치자는 것입니다. 역차별 사례 위주로 규제 합리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일례로 경기 북부는 군사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상수도보호구역 등 이중삼중의 중첩된 규제로 낙후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지역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면들을 고치자는 것입니다.

- 남 지사께서는 손사래를 치시지만 언론에서는 여전히 지사님을 유력한 대권주자로 분류합니다. 대권도전 계획은 정말 없으십니까?
▲ 대통령은 국민과 시대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대권을 생각하기엔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경기도를 혁신하고 1275만 도민의 삶이 나아지도록 하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자리를 좇기보다 현재의 위치에서 해야 할 가치를 추구하는 일에 몰두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은?
▲ 관심 있게 지켜봐주신 도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연정 첫발을 내딛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경기도가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한다’는 생각으로 경기도를 혁신하고, 경기도에 사는 것이 도민들께 자부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찾아오는 경기도,    아이 보육과 교육 때문에 일부러 이사 오는 경기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경기도를 만들겠습니다. 대담/정리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남경필 경기도지사 프로필]

▲ <경인일보> 기자
▲ 제15~19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
▲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 한나라당 최고위원
▲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
▲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