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나몰라’ 배만 불리는 대학들 천태만상

학생은 배 쫄쫄 학교는 배 불뚝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최근 4년간 전국 사립대 적립금 규모가 1조원 증가했다. 문제는 많은 대학들이 교육여건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지나치게 많은 적립금을 쌓아둔다는 것이다. 학문을 추구해야 할 대학이 돈에 눈이 멀어 점차 기업화 되고 있는 불편한 현실이다.

 
사립대의 과도한 적립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회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지만 당국은 이를 규제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대안 마련은커녕 수수방관하고 있다. 2013년 기준 4년제 사립대 156곳의 적립금 총액은 9조979억원을 넘어섰다. 머지않아 10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 기업?
돈독 올랐다
 
최근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 적립금은 갈수록 늘어 4년 만에 1조1090억원 증가했다. 이월·적립금은 다음해로 이월시키는 ‘이월금’과 특정사업 등을 위해 적립하는 ‘적립금’을 말한다. 대학 운영에 있어 이월금 발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월금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것은 예산편성이 비합리적이거나 사업 예측에 오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적립금 또한 대학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일정 정도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교육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과도하게 적립금을 축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난달 29일 대학교육연구소가 2013년 기준 156개 사립대와 154개 학교법인의 교비회계와 법인일반회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립대 적립금은 ▲7조797억원(2009년) ▲7조6677억원(2010년) ▲7조9463억원(2011년) ▲8조153억원(2012년) ▲8조1888억원(2013년)으로 매년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학교법인 적립금은 392억원 늘어 2013년 8816억원으로 조사됐다.
 
적립금은 적립 목적에 따라 연구·건축·장학·퇴직·기타 적립금으로 구분된다. 2013년 적립금을 내역별로 보면 대학은 건축적립금이 46.0%(3조 769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타적립금 27.0%(2조 2117억원), 장학적립금 17.0%(1조 3934억원), 연구적립금 9.1%(7446억원), 퇴직적립금 0.8%(694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법인은 기타적립금이 87.8%(7740억원)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다음으로 건축적립금 9.2%(813억원) 순이었다.
 
 
2009년 대비 2013년 적립금 증감 현황을 보면 대학의 경우 증가한 곳이 93교(61.6%)로 3곳 중 2곳에 달했다. 감소한 대학이 48교(31.8%), 동결 대학이 10곳(6.6%)으로 나타났다. 법인의 경우는 절반(75개 법인, 50.3%) 가량 법인에서 동결됐고 43개 법인(28.9%)에서 증가, 31개 법인(20.8%)에서 감소했다.
 
사립대 적립금 1조 돌파…복지는 ‘낙제점’
교육 여건 개선보다 몸집불리기에 눈멀어 
 
2009년 대비 2013년 대학별 적립금 증액 현황을 보면, 가장 많이 증가한 대학은 홍익대로 2009년 4858억원에서 2013년 6642억원으로 1784억원 늘었다. 이어 이화여대 1588억원, 성균관대 1291억원, 연세대 1205억원, 수원대 792억원, 고려대 791억원, 청주대 74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2013년 사립대가 보유한 총 이월·적립금 현황을 보면, 이화여대가 844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세대 6917억원, 홍익대 6687억원, 수원대 4582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대학이 보유한 적립금은 총 4조3055억원으로 전체 사립대가 보유한 적립금의 41.2%에 달했다.
 

이처럼 많은 사립대들이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 6일 ‘2015 대학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 소속 관계자들은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의 부당한 적립금 쌓기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자기 배만 불리는 대학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쌓여 가는 곳간
비어 가는 지갑
 
연석회의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법원이 수원대 등록금 환불 판결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다시금 자신들의 존재 의의와 역할을 자각하고 부당한 적립금 축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 역시 제도 마련을 통해 대학의 적립금 규제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연석회의 참여 단체 중 부당 적립금 쌓기 중단을 촉구하는 연세대, 이화여대 등 10개 대학 총학생회와 반값등록금 국민운동본부,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수원대에 대한 판결을 대학의 공공성과 학생의 교육권을 인정한 것이라 해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학생들은 “향후 연석회의를 진행해 적립금이 많은 대학들이 모여 집단 소송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대 등록금 환불 파문이 일부 대학이 아니라 전국 사립대로 점차 확산될 조짐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부장판사 송경근)는 채모씨 등 수원대 학생 50명이 학교법인, 이사장, 총장을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수원대가 원고 중 2013년 이전에 입학한 46명에게 각각 30만∼90만원씩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매년 느는 ‘총알’…어디에 쓰려고?
총액 1위=이화여대·증액 1위=홍익대
 
재판부는 수원대가 2010∼2012년 착공이 불가능한 건물의 신축공사비를 예산으로 잡는 등 세출 예산을 과다하게 편성해 적립금과 이월금을 부당하게 운영한 점을 지적했다. 수원대는 건물 공사비에 사용할 돈이라는 명목 하에 907억원을 적립했다. 적립금 사용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은 수원대의 적립금은 2013년 2월 기준으로 무려 3244억원에 이른다. 교육부는 2011년부터 등록금으로 적립금을 쌓지 못하게 막았지만 건축비만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곳간에 쌓아둔 적립금에 비해 학생 투자는 형편없었다.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와 학생지원비는 각각 0.88%와 0.25%에 불과했다. 수도권 4년제 대학 평균이 2%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복지에 인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2010∼2011년에는 기준상 100%를 넘어야 하는 교육비 환원율이 70%에 그쳤다. 2011∼2012년 전임교원확보율도 기준 미달이다.
 
 
재판부는 “수원대의 시설·설비 등이 현저히 미비할 뿐 아니라 원고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당시의 기대와 예상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학생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할 만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학의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등록금 일부를 위자료로 인정했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로 인해 교육 투자에 인색한 사립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사 소송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수원대의 바통을 이어 받은 건 청주대다. 청주대는 3000억원대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형편없는 교육여건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청주대 총학생회는 청주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내기로 했다. 여기에 청주대가 2010∼2013년 동안 박물관에 전시할 유물 10점을 구입하는 데 총 13억4000만원의 교비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
제2의 수원대
 
청주대는 2010년 고려시대 청자흑백상감국화문병과 청자음각모란문주자를 구입하는데 총 2억9000만원을 들였다. 또 2011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유물을 구입하면서 2억5000만원을 사용한 것을 비롯해 2012년 4억9000만원, 2013년 3억1000만원을 투자했다. 청주대는 자체 감정위원회를 열거나 공고를 통해 적법한 절차를 밟아 유물을 매입,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청주대가 적립금을 활용하는 데 있어 우선순위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지난해부터는 청주대가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선정되면서 유물 구입 예산이 따로 책정되지는 않았다.
 
청주대 유물 매입 사실이 알려지자 청주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대학이 등록금 13억원으로 고가의 유물을 사들인 경위를 밝히기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자”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총학생회는 “황신모(현 총장) 교수가 보직교수와 부총장으로 일할 당시 유물을 사들이면서 펑펑 쓴 13억원은 학생 등록금을 2%가량 인하할 수 있는 금액”이라며 “유물구입 당시 학교 측이 감정위원회를 열었다고 하지만 유물감정과는 관련없는 교수가 위원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공신력을 보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의 1년 예산편성을 책임지는 등록금 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을 때 황 교수는 교육과는 무관한 김준철 박사 우상화 작업(150억원), 체육관 건립(500억원) 등을 추진한 인물”이라며 “황 교수의 문제점이 속속 밝혀지는 만큼 총장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유물 구입 논란을 파헤칠 진상조사위원회를 가동해 감정위원회의 자격, 구입 근거 등을 파헤쳐야 한다”며 “교육목적과는 거리가 먼 유물구입에 등록금이 사용됐으니 유물구입비(13억원)는 즉각 학생들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주대는 김윤배(현 학교법인 청석학원 이사) 전 총장 재임기간인 2010년 10월∼2013년 10월에 고려청자, 조선백자, 조선전기 금속활자본 등 13억4000만원 상당의 유물 10점을 외부에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지난 2009년 12월 사립대들이 과도하게 적립금을 쌓고 있다는 논란에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교비회계를 등록금회계와 기금회계로 구분하고 등록금회계에서는 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만 건축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에도 대학 적립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교육부는 2013년 목적이 불분명한 ‘기타적립금(전체 적립금 규모의 30%)’을 ‘특정적립금’으로 바꾸고 학생취업 장려기금 등으로 쓰게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2013년 말 국회에 제출했지만 1년이 넘도록 국회에 발목을 잡힌 채 표류하고 있다. 기타적립금에 목적만 추가하면 자유롭게 적립할 수 있어 과도한 적립금 문제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국 태도 어정쩡
팔짱 끼고 불구경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서울 및 수도권에 있는 대규모 대학들과 일부 지방대(수원대, 청주대 등) 적립금이 특히 높았다. 등록금이 동결되다 보니 대학들이 등록금에서 추가로 적립하기보다는 적립기금에서 나오는 이자 등을 다시 적립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기존에 적립금을 과도하게 쌓은 대학들의 경우 교육부가 행정조치 등을 통해 교육여건 개선과 등록금 인하 등에 우선 사용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등록금회계에서 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을 건축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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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