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경산 발바리 징역 18년 선고 내막

17명 성폭행…원심+3년 3월 철창행

지난해 경산 일대 여성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경산 발바리’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높은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단기간 동안 경산 일대 중소도시를 돌며 17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경산 발바리’는 원심 선고 14년 6월의 징역은 너무 과하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대구고등법원은 오히려 처벌 수위가 약하다며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의 판결문을 바탕으로 ‘경산 발바리’ 사건을 재구성했다. 
 
경산 일대 원룸 돌며 강간·강제추행·강도
누범기간 중 범행, 원심보다 높은 징역 선고


대구고등법원 형사1부(임성근 부장판사)는 지난 5월20일 경산 일대 원룸 등을 돌며 여성 17명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장모(29)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4년 6월의 원심을 깨고 3년 3월을 추가,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발바리 법칙 = 연쇄 성폭행

경북 영천시에 거주하는 장씨는 농사를 업으로 삼고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다만 색다른 여가시간(?)을 즐긴다는 점은 다른 남성들과 확연히 달랐다.

장씨가 보통 사람들과 다른 무언가에 심취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5월17일 오전 8시께 장씨는 경산시 조영동에 위치한 모 원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원룸 내부를 기웃거리던 장씨는 현관문이 열린 집을 발견했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집에 침입했다.

당시 장씨가 침입한 집에는 노모(21·여)씨가 잠들어 있었고, 노씨가 잠든 것을 확인한 장시는 노씨의 지갑에서 현금 3만원을 꺼내 절취했다. 돈만 훔치고 나가려던 장씨를 붙잡은 것은 잠들어 있는 노씨의 얼굴.

순간 욕정을 일으킨 장씨는 노씨의 얼굴에 이불을 뒤집어 씌우고 양손으로 목을 조르며 욕설과 함께 “조용히 해라. 소리 지르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잠결에 외간남자의 습격을 받은 노씨는 “악” 소리 한번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장씨에게 유린당했다.

이 사건 이후 장씨는 같은 해 12월 특수강도미수죄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이듬해 4월8일 형이 확정되어 안동교도소에서 형을 집행했다. 철창신세를 져서일까, 한동안 잠잠했던 ‘발바리의 본능’은 2008년 12월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첫 번째 범행과 마찬가지로 경산 시내 원룸을 돌며 현관문이 열려있는 정모(20·여)씨의 집에 침입, 정씨의 지갑에서 현금 5만원을 꺼낸 뒤 인기척에 잠에서 깬 정씨를 폭행한 뒤 성추행 했다.

장씨의 다음 범행은 더욱 대담해졌다. 원룸 앞에서 대상자를 물색하다가 혼자 걸어 들어가는 박모(28·여)씨를 발견한 뒤, 박씨가 현관문을 여는 순간 뒤에서 입을 막고 집안으로 끌고 들어간 것.

폭언과 거친 행동으로 박씨를 협박한 장씨는 여세를 몰아 자신의 욕정을 채웠고, 피해자의 지갑에서 현금 1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후에도 장씨의 성폭행 릴레이는 계속됐다. 약 9개월 동안 17명의 여성을 성폭행 했고, 성폭행이 여의치 않으면 금품이라도 절취했다. 범행이 거듭될수록 장씨의 범죄 수준은 대담해졌다.

범행 초기에는 빗 등을 칼로 속여 여성들을 협박했지만 급기야 실제 칼 등의 흉기를 들이대며 공포심을 조성해 여성들이 반항하지 못하도록 한 것.
또 관광지인 포항을 찾아 민박과 펜션 등을 돌며 두 명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결국 경찰에 붙잡혀 법의 심판대 위에 선 장씨는 지난해 12월11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4년 6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장씨는 “형이 너무 과하다”며 항소했고, 지난 5월 20일 대구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됐다.

이날 대구고법 재판부는 “피고인은 여자 혼자 사는 원룸 등에 침입해 절도, 강간, 강제추행, 강도 등의 범죄를 단기간 내에 반복적으로 저질렀다. 특히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만도 17명에 이른다”면서 피고인을 사회에서 장기간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더구나 피고인은 특정강력범죄인 특수강도미수죄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도 그 누범기간 중 특정강력범죄인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죄 등을 다시 저질렀다”면서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양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기보다 오히려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 “죄질 나빠 중형”

이날 재판부는 장씨에게 원심보다 3년 3월을 더한 징역 18개월을 선고하고, 7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한 원심파기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장씨는 차가운 감옥에서 18년을 지내야 하고 사회에 나온 이후 7년간 성범죄자라는 낙인인 ‘전자발찌’를 착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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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