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4·29 전패 충격> '문재인 축출론' 막전막후

이기는 정당? "갈라서든지 당대표 내놓든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줘도 못 먹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4·29재보선에서 충격적인 전패를 당했다. 재보선이 실시된 4곳 중 3곳이 전통적인 야당의 텃밭인데다 성완종 게이트라는 호재까지 등에 업고 치룬 선거라 충격과 파장이 더 크다. 당장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문재인 대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갈라서든지 당 대표를 내놓든지, 이대로는 대선은 고사하고 당장 내년 총선에서도 참패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4·29재보선에서 충격적인 전패를 당했다. 안방인 광주 서구을은 무소속에 내줬고, 수도권 텃밭인 서울 관악을은 27년 만에 새누리당에 뺏겼다.

재보선 전패
흔들리는 문재인

새정치연합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전패를 예상했기 때문인지 공식 개표상황실조차 운영하지 않았다. 양승조 사무총장실에 차린 비공식 상황실에는 TV 한 대와 상황판으로 쓸 화이트보드 하나만 초라하게 놓여 있었다. 개표가 진행될수록 상황실에서는 무거운 침묵만 흘렀고 그나마 서울 관악을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패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도 들렸다. 

문재인 대표는 선거 기간 내내 강행군을 이어가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 재보선이 실시된 4곳 중 3곳은 전통적인 야당의 텃밭이다. 게다가 선거를 앞두고 성완종 게이트라는 초대형 호재까지 등에 업었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절대로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졌다’며 문 대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오죽하면 정치권에서는 비노(비노무현)진영이 본격적으로 문 대표 끌어내리기 플랜을 가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초보의 민낯 드러낸 선거
문재인으로는 총·대선 다 놓쳐


실제로 선거가 끝난 후 비노진영 일각에선 문 대표의 향후 거취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경우는 취임 4개월 만에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 자리를 내려놨다. 그러나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이제 당대표로 취임한지 3개월 정도 됐는데 벌써부터 사퇴여부 등 거취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 대표도 선거 다음 날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저희가 부족했다. 특히 제가 부족했다”면서 “박근혜정부의 경제 실패, 인사 실패, 부정부패에 대해 분노하는 국민의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참으로 송구스럽다”고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지만 거취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친노(친노무현)진영에서는 선거 참패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친노진영에서는 선거 패배의 원인을 문 대표의 역량 부족보다는 ‘야권 분열’에서 찾음으로써 책임론에서 비켜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노로 분류되는 김성주 의원은 재보선 참패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진보가 둘로 나뉘면 승리는 영원히 보수의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각개약진으로 보수지지 40%를 넘을 수 있다는 것은 오만한 기대였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노진영에선 문 대표가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비노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진보가 분열된 것도 어떻게 보면 문 대표의 리더십 부족 때문 아닌가?”라며 “이번 재보선의 패배는 이전 재보선 패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성완종 게이트라는 호재를 등에 업고도 텃밭에서 진 것이다. 문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탈당을 막지 못한 것을 두고 문 대표의 정치력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책임론 분출
대표직 위태


게다가 이번 선거를 야권의 분열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서울 관악을을 제외하고는 새누리당 후보가 모두 과반수이상 득표를 했기 때문이다. 야권이 연대했다고 해도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야권의 분열 때문에 패배했다면 광주에서의 패배를 설명할 길이 없다.

광주 서구을 선거는 당초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으나 무소속 천정배 당선인이 무려 52%의 지지를 받았고, 반면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는 당 지도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고도 채 30%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 그야말로 참패였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친노진영이 이번 선거의 패배원인을 그런 식으로 해석해 책임론을 회피하려고 한다면 당내에서 엄청난 저항이 있을 것이다. 문 대표와 친노진영은 지금 통렬하게 반성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비노진영에서는 이번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당 공천경선 방식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비노계 후보의 선거를 도왔던 한 인사는 “친노가 주도하는 경선방식은 본선에서 100전 100패다. 국민참여라는 게 허울은 좋지만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역투표 현상을 막을 대책이 없다. 경선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에선 정말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정치연합의 불투명한 경선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례로 서울 관악을 경선에 참여했던 김희철 전 의원은 부정경선 의혹을 제기하며 자당 후보인 정태호 후보를 끝까지 돕지 않았다. 이는 새정치연합이 27년 만에 텃밭인 관악을을 빼앗긴 주요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김 전 의원 측의 주장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은 당시 한국리서치와 코리아리서치에서 동시에 실시한 여론조사를 활용해 경선을 치렀는데 양쪽 여론조사기관 간 조사 결과가 15%나 차이가 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동일지역, 동일시간에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15%나 차이가 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김 전 의원 측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당은 별다른 이유도 없이 해명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김 전 의원은 이를 ‘친노세력의 횡포’라고 규정하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경선이 끝나면 패자도 함께 힘을 모아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경선 때마다 잡음이 생기고 조직이 둘로 분열되고 마는 친노 방식의 경선으로는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연전연패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비노진영에서는 문 대표가 선거 하루 전날 박근혜 대통령을 성완종 게이트의 몸통이라고 지적한 것도 오히려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왔다며 문 대표의 정치력 부재를 지적했다. 문 대표는 선거 전날 박 대통령이 성완종 게이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 그친 담화를 발표하자 “대통령 자신이 몸통이고 또 자신이 수혜자”라며 “(최고 측근 실세들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에 관해서 분명하게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는 오히려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왔다. 보수층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인천 강화의 투표율이 다른 지역보다 유독 높았던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참배를 하는가하면 세월호는 제2의 광주학살이라고 지칭하는 등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어느 층을 타깃으로 할 것인지 정확하게 입장을 정리해야한다. 이곳저곳 다 찔러보는 방식으로는 결코 다음 선거에서도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권주자 1위?
착시현상일 뿐

당내에서는 이외에도 문 대표의 선거전략 부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이미 박근혜정부 들어 새정치연합은 재보선 전패라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번 선거에서도 달라진 전략이 아무 것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재보선이 여당의 무덤이라는 공식은 박근혜정부 들어 완전히 깨졌다. 지금까지 4번 치러진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은 전패했다. 노무현정부 당시 여당이 야당에게 전패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안 없는 반대는 더 이상 유권자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야당의 선거 전략은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부터 끝까지 ‘정권 심판’이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이 역으로 심판을 당한 꼴이다. 뜬구름만 잡는 듯한 공허한 정권 심판론은 이제 버리고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호재 등에 업고 텃밭서도 참패
피할 수 없는 '문재인 책임론'


이 관계자는 또 “보수는 소리 없이 강하다. 보수는 표로 심판한다는 공식이 이번 선거에서도 맞아떨어졌다”며 “주위에서 와글와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진보의 요구가 국민 전체의 요구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세월호 문제만 하더라도 주변에 직접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 막상 여론조사를 해보면 세월호 문제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이 과반수가 넘는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대표의 정치적 실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성완종 게이트의 반사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하고 여론을 유리하게 이끄는 데 실패한 점이 특히 뼈아프다. 당내에서는 문 대표가 이완구 전 총리 해임건의안 카드를 너무 빨리 꺼내 결과적으로 호재를 조기에 소멸시켰고, 성완종 사면 특혜 논란이 불거졌을 때 미숙하게 대응해 새누리당의 물타기 전략에 그대로 말려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가 선거기조를 ‘경제정당론’에서 ‘정권심판론’으로 급선회한 것도 섣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재보선에서 정치경력이 일천한 문 대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호남신당론 탄력
버림받은 문재인

이번 선거를 계기로 비노진영에선 ‘호남신당론’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천정배 당선인의 승리로 호남신당론의 가능성이 충분히 입증됐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광주 서구을에서 승리한 천 당선인은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때는 이번에 제가 했던 것처럼 광주전역에서 새정치연합과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들을 잘 모아 함께 출마할 생각”이라며 이미 호남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 대표의 대권주자 입지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일단 당내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외면 받은 것이 치명타다. 비노진영에선 당장 높은 지지율만을 이유로 정치적으로 미숙한 문 대표를 대권주자 반열에 올려놓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비노진영의 문재인 끌어내리기 플랜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모양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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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