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4·29 전패 충격> '문재인 축출론' 막전막후

이기는 정당? "갈라서든지 당대표 내놓든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줘도 못 먹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4·29재보선에서 충격적인 전패를 당했다. 재보선이 실시된 4곳 중 3곳이 전통적인 야당의 텃밭인데다 성완종 게이트라는 호재까지 등에 업고 치룬 선거라 충격과 파장이 더 크다. 당장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문재인 대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갈라서든지 당 대표를 내놓든지, 이대로는 대선은 고사하고 당장 내년 총선에서도 참패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4·29재보선에서 충격적인 전패를 당했다. 안방인 광주 서구을은 무소속에 내줬고, 수도권 텃밭인 서울 관악을은 27년 만에 새누리당에 뺏겼다.

재보선 전패
흔들리는 문재인

새정치연합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전패를 예상했기 때문인지 공식 개표상황실조차 운영하지 않았다. 양승조 사무총장실에 차린 비공식 상황실에는 TV 한 대와 상황판으로 쓸 화이트보드 하나만 초라하게 놓여 있었다. 개표가 진행될수록 상황실에서는 무거운 침묵만 흘렀고 그나마 서울 관악을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패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도 들렸다. 

문재인 대표는 선거 기간 내내 강행군을 이어가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 재보선이 실시된 4곳 중 3곳은 전통적인 야당의 텃밭이다. 게다가 선거를 앞두고 성완종 게이트라는 초대형 호재까지 등에 업었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절대로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졌다’며 문 대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오죽하면 정치권에서는 비노(비노무현)진영이 본격적으로 문 대표 끌어내리기 플랜을 가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초보의 민낯 드러낸 선거
문재인으로는 총·대선 다 놓쳐


실제로 선거가 끝난 후 비노진영 일각에선 문 대표의 향후 거취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경우는 취임 4개월 만에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 자리를 내려놨다. 그러나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이제 당대표로 취임한지 3개월 정도 됐는데 벌써부터 사퇴여부 등 거취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 대표도 선거 다음 날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저희가 부족했다. 특히 제가 부족했다”면서 “박근혜정부의 경제 실패, 인사 실패, 부정부패에 대해 분노하는 국민의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참으로 송구스럽다”고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지만 거취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친노(친노무현)진영에서는 선거 참패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친노진영에서는 선거 패배의 원인을 문 대표의 역량 부족보다는 ‘야권 분열’에서 찾음으로써 책임론에서 비켜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노로 분류되는 김성주 의원은 재보선 참패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진보가 둘로 나뉘면 승리는 영원히 보수의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각개약진으로 보수지지 40%를 넘을 수 있다는 것은 오만한 기대였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노진영에선 문 대표가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비노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진보가 분열된 것도 어떻게 보면 문 대표의 리더십 부족 때문 아닌가?”라며 “이번 재보선의 패배는 이전 재보선 패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성완종 게이트라는 호재를 등에 업고도 텃밭에서 진 것이다. 문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탈당을 막지 못한 것을 두고 문 대표의 정치력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책임론 분출
대표직 위태


게다가 이번 선거를 야권의 분열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서울 관악을을 제외하고는 새누리당 후보가 모두 과반수이상 득표를 했기 때문이다. 야권이 연대했다고 해도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야권의 분열 때문에 패배했다면 광주에서의 패배를 설명할 길이 없다.

광주 서구을 선거는 당초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으나 무소속 천정배 당선인이 무려 52%의 지지를 받았고, 반면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는 당 지도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고도 채 30%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 그야말로 참패였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친노진영이 이번 선거의 패배원인을 그런 식으로 해석해 책임론을 회피하려고 한다면 당내에서 엄청난 저항이 있을 것이다. 문 대표와 친노진영은 지금 통렬하게 반성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비노진영에서는 이번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당 공천경선 방식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비노계 후보의 선거를 도왔던 한 인사는 “친노가 주도하는 경선방식은 본선에서 100전 100패다. 국민참여라는 게 허울은 좋지만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역투표 현상을 막을 대책이 없다. 경선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에선 정말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정치연합의 불투명한 경선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례로 서울 관악을 경선에 참여했던 김희철 전 의원은 부정경선 의혹을 제기하며 자당 후보인 정태호 후보를 끝까지 돕지 않았다. 이는 새정치연합이 27년 만에 텃밭인 관악을을 빼앗긴 주요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김 전 의원 측의 주장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은 당시 한국리서치와 코리아리서치에서 동시에 실시한 여론조사를 활용해 경선을 치렀는데 양쪽 여론조사기관 간 조사 결과가 15%나 차이가 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동일지역, 동일시간에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15%나 차이가 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김 전 의원 측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당은 별다른 이유도 없이 해명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김 전 의원은 이를 ‘친노세력의 횡포’라고 규정하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경선이 끝나면 패자도 함께 힘을 모아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경선 때마다 잡음이 생기고 조직이 둘로 분열되고 마는 친노 방식의 경선으로는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연전연패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비노진영에서는 문 대표가 선거 하루 전날 박근혜 대통령을 성완종 게이트의 몸통이라고 지적한 것도 오히려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왔다며 문 대표의 정치력 부재를 지적했다. 문 대표는 선거 전날 박 대통령이 성완종 게이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 그친 담화를 발표하자 “대통령 자신이 몸통이고 또 자신이 수혜자”라며 “(최고 측근 실세들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에 관해서 분명하게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는 오히려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왔다. 보수층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인천 강화의 투표율이 다른 지역보다 유독 높았던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참배를 하는가하면 세월호는 제2의 광주학살이라고 지칭하는 등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어느 층을 타깃으로 할 것인지 정확하게 입장을 정리해야한다. 이곳저곳 다 찔러보는 방식으로는 결코 다음 선거에서도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권주자 1위?
착시현상일 뿐

당내에서는 이외에도 문 대표의 선거전략 부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이미 박근혜정부 들어 새정치연합은 재보선 전패라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번 선거에서도 달라진 전략이 아무 것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재보선이 여당의 무덤이라는 공식은 박근혜정부 들어 완전히 깨졌다. 지금까지 4번 치러진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은 전패했다. 노무현정부 당시 여당이 야당에게 전패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안 없는 반대는 더 이상 유권자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야당의 선거 전략은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부터 끝까지 ‘정권 심판’이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이 역으로 심판을 당한 꼴이다. 뜬구름만 잡는 듯한 공허한 정권 심판론은 이제 버리고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호재 등에 업고 텃밭서도 참패
피할 수 없는 '문재인 책임론'


이 관계자는 또 “보수는 소리 없이 강하다. 보수는 표로 심판한다는 공식이 이번 선거에서도 맞아떨어졌다”며 “주위에서 와글와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진보의 요구가 국민 전체의 요구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세월호 문제만 하더라도 주변에 직접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 막상 여론조사를 해보면 세월호 문제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이 과반수가 넘는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대표의 정치적 실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성완종 게이트의 반사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하고 여론을 유리하게 이끄는 데 실패한 점이 특히 뼈아프다. 당내에서는 문 대표가 이완구 전 총리 해임건의안 카드를 너무 빨리 꺼내 결과적으로 호재를 조기에 소멸시켰고, 성완종 사면 특혜 논란이 불거졌을 때 미숙하게 대응해 새누리당의 물타기 전략에 그대로 말려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가 선거기조를 ‘경제정당론’에서 ‘정권심판론’으로 급선회한 것도 섣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재보선에서 정치경력이 일천한 문 대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호남신당론 탄력
버림받은 문재인

이번 선거를 계기로 비노진영에선 ‘호남신당론’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천정배 당선인의 승리로 호남신당론의 가능성이 충분히 입증됐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광주 서구을에서 승리한 천 당선인은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때는 이번에 제가 했던 것처럼 광주전역에서 새정치연합과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들을 잘 모아 함께 출마할 생각”이라며 이미 호남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 대표의 대권주자 입지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일단 당내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외면 받은 것이 치명타다. 비노진영에선 당장 높은 지지율만을 이유로 정치적으로 미숙한 문 대표를 대권주자 반열에 올려놓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비노진영의 문재인 끌어내리기 플랜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모양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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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