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수 자처한 박근혜 ‘이상한 행보’ 대해부

말로는 국민생각 행동은 홀로생각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정부의 행보에 국민들은 연신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4월16일 세월호 참사 1주년에 중남미 4개국에 대한 순방을 떠난 것은 물론, 청와대는 국가기밀에 해당되는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순방 직후 발표된 대국민 메시지 속에는 ‘성완종 사태’ 수사 방향을 지시하는 듯한 발언이 섞여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일련의 행보를 지켜보면 국민의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 변화 추이를 보면 레임덕이 가까워졌단 진단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4·29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둬 여전한 집권여당의 힘을 보여준데 반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주째 하락하고 있다.

이상한 나라
박근혜정부

수치상으로 보면 당과 대통령의 지지율 역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은 33.6%를 기록, 전주대비 1.7%포인트 하락하면서 리얼미터 주간조사 기준으로 19대 국회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 압승으로 새누리당은 다시 질주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반면 박근혜정부는 부침의 연속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분석에 따르면 ‘성완종 사태’로 인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3주째 하락하고 있다. 결국 4월 첫째 주만 해도 41.8%를 기록하던 지지율이 한 달 새 36.8%로 하락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5월이 끝나기 전 당과의 ‘지지율 역전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정치평론가들은 ‘레임덕’ 경종을 울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번 기회로 부산지역을 벗어나 전국구 잠룡으로 떠오름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성완종 스캔들로 인한 ‘데드덕’ 얘기가 나올 정도로 박근혜정부는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지지율 하락 시점을 보면 국민의 마음이 왜 돌아서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4월 들어서 꾸준히 하락하는 것은 결국 친박계 핵심이 연루된 성완종 사태, 그로 인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자진사퇴 여파가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반감이라기보다 측근에 대한 질타의 의미가 크다.

국민이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해 실망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4·16세월호 1주기’ 때 떠난 중남미 4개국 순방, 대통령의 건강상태 누설, 수사 방향을 직접 지시하는 듯한 사면 발언 등 이해하기 힘든 행보가 오히려 직접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 4월16일은 박 대통령의 이상한 행보가 잘 드러난 날이다. 전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 박 대통령은 중남미 4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앞서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이 공개되자 반발여론이 거세게 일어난 바 있다. 그러자 박근혜정부는 세월호 추모 일정을 국내에서 진행한 후 떠날 것이라 발표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반쪽짜리 추모였다. 당시 안산에 위치한 합동분향소에는 대대적인 추모식이 계획돼 있었다. 언론을 통해서는 유가족과 박 대통령 간 극적인 만남이 성사될 수 있다고 연일 보도됐다. 가족대책위원회 측에서도 “4월16일 만큼은 합동분향소로 오셨으면 좋겠다”라고 청와대에 계속적으로 참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진도 팽목항으로 향했고 유가족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안산의 추모식장 앞에는 혹시 모를 참석에 대비해 박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의자가 배치돼 있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분향소를 폐쇄하고 철수한 탓’에 박 대통령이 팽목항에서 유가족을 만날 수 없었다”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보도가 나갔지만 실상은 유가족들 대부분이 안산의 합동분향소에 있었다. 엇박자가 난 것이다.

개운치 않은
4개국 순방

개운치 않은 상황에서 4개국 순방길을 강행했지만 성과 또한 좋지 못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순방을 끝내고 귀국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중남미로 떠난 지난 10여일 동안 일본은 미국과 교류하며 우호관계를 적립했다. 외교전문가들는 ‘현안이 아시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남미로 떠난 박 대통령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떠나 있는 동안 미·일 관계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일본과 함께해 영광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8일에는 오마바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백악관 환영만찬에서 힘차게 건배를 나눴다. 앞서 아베 총리는 방미 전 인도네시아 반둥회의에 참석해 중국과 관계개선을 시도했다. 과거사문제는 고사하고 아시아 외교의 중심에서 대한민국은 벗어나 있었다.

국내에서도 외교력 부재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아시아 외교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외교행보가 너무 한가로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대미·대일 외교를 포함해서 우리 외교전략의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미·일·중·러의 균형 체제가 지각변동 수준으로 요동치고 있는데 우리 외교는 도무지 어디 갔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박근혜정부 갈지자 행보 ‘지지율은 뚝뚝’
세월호 잊고 떠났는데…외교력 부재 논란

귀국 후에는 국가기밀 누설 의혹에 시달렸다. 청와대 발표 내용 중 국가기밀에 해당되는 부분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귀국한 지난달 27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중남미 4개국에서 펼쳐진 순방 기간 박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심한 복통과 미열이 감지되는 등 몸이 편찮은 상태가 지속됐었다”며 박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언급했다.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서울 모처에서 몸 컨디션과 관련한 검진을 받았다”며 대통령의 행보가 ‘대서특필’됐다.

통상적으로 국가원수의 건강을 소문내지 않는 것이 관례다. 국가기밀에 해당되는 부분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외교나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절대 안정’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대중에게 공개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틀 후인 29일 청와대는 대통령의 건강상태와 관련해 “생각보다 피로누적이 심해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다”고 또 한 번 밝힌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청와대의 저의가 궁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사례를 들어봤을 때에도 이러한 청와대의 발표는 이례적이라는 표현을 넘어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 중 건강에 대해 브리핑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설령 브리핑을 하더라도 회복된 후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공식발표를 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건강 적신호?

박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수사 방향을 지시하는 듯한 메시지를 남겨 구설수에 올랐다. 건강상의 이유로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대독한 대국민 메시지 속에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에 대한 언급이 포함돼 있어 ‘수사 방향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메시지 안에는 전 정권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박 대통령은 “금품 의혹 등이 과거부터 어떻게 만연해 오고 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서 새로운 정치개혁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그동안 만연됐던 지연·학연·인맥 등의 정치문화 풍토를 새로운 정치문화로 바꾸고 켜켜이 쌓여온 부패구조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두 차례의 사면이 이뤄졌던 노무현정권 뿐만 아니라 이명박정권 등 과거정권까지 모두 수사해야 된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에서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대통령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여당의 편을 듦으로써 선거 중립을 위반했다”면서 “대통령 자신이 몸통이고 수혜자인 최고 측근 실세들의 불법 정치·경선·대선자금 수수에 대해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국민 메시지에 대한 새누리당의 반응은 우호적이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에서 “대통령의 담화문은 성완종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에 대해 느끼는 대통령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여러 의혹에 대해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며, 부패정치를 뿌리 뽑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 건강 실시간 생중계, 기밀 아냐?
역대 정권 향하는 검날, 수사 방향 지시?


그러나 비박계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진정성있는 사과를 원해왔다. 김 대표는 당시 재보선 후보를 지지하러 간 자리에서 “어떤 형태로든 (성완종 파문과 관련한) 대통령 사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유 원내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국민 분노가 무섭다”며 “국민은 이 문제에 관한 대통령의 정직한 목소리를 듣기를 원한다. 대통령께서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진솔한 말씀을 직접 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마음은 한결같았지만 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감’으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당내 불만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번 대국민 메시지가 검찰 수사에 영향을 끼쳤다는 측면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전 정권’과 ‘정치문화’를 언급했다. 이에 정계전문가들은 전 정권에 대한 ‘사정 드라이브’를 지시한 것이나 진배없다고 보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수사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며 한탄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 발표가 있을 때마다 야권에서는 ‘유체이탈 화법’을 지적한다. 박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마치 자신의 일이 아닌 양 말한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 정청래 의원은 “사안이 이런데도 본인은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유체이탈 화법의 진수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역대정권 모두
수사방향 지시?

4·29재보선은 새누리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승리가 확정된 후 결과에 대해 “박근혜정부 3년 차, 경제살리기에 더욱 매진하라는 격려의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또한 국민을 괴롭히는 정치공세를 지양하고 국민의 삶을 얼어붙게 하는 투쟁정치를 멈추라는 뼈아픈 질책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재보선 결과에 대한 논평을 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이번 국민의 선택은 정쟁에서 벗어나 경제를 살리고 정치개혁을 이루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문 대표가 자살골을 넣음으로써 다시 찾은 국정동력이 ‘박근혜호’를 순항하게 만들 것이란 분석이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와중에 과연 그들의 주장처럼 정권 3년 차가 순탄하게 흘러갈지, 국민의 눈과 귀가 지켜보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완종 불똥 튄 재계

‘성완종 사태’의 불똥이 엄한 곳으로 튀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 직후 가진 대국민 메시지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특별사면에 대해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밝혀 사면을 기대하고 있던 재벌들 입장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이는 경제인 특별사면은 어렵다는 내용으로 해석이 가능해 논란이 되고 있다.

담화문 배경에 대해 정가에서는 일련의 기업 관련 비리가 여론을 악화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 ‘방산비리’ ‘포스코 사건’ 등 대형수사가 잇따라 진행되면서 재벌총수와 대기업에 대한 여론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사 기대했건만 박근혜 “철저조사”에 아뿔싸

의도치 않은 여파에 재계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최태원 SK회장 입장에서는 직격탄을 맞은 것과 같다.
2013년 1월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최 회장은 2년3개월 넘게 복역 중이다. 이미 가석방 요건을 채운 그는 재벌 총수로서 역대 최장기 복역기록을 매일 경신하고 있다. SK그룹 내부에서는 광복절 특사를 기대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는 2014년 말 성탄절·설 특사가 유력한 인물로 꼽혔으나 2014년 12월 소위 ‘땅콩 회항’ 사건이 터짐으로 인해 반재벌 정서가 급속도로 확산돼 무산된 적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건강 악화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이재현 CJ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재판이 진행 중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도 이번 박 대통령의 발언이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한 차례 특사를 단행했는데 생계형에 국한됐을 정도로 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에 인색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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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