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은 통신업계의 살아있는 신화다. 삼성, LG 등 국내 재벌과 경쟁하며 휴대전화 시장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박 전 부회장은 소탈한 성격과 함께 ‘회장’이란 직함을 쓰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매출 10조원이 넘으면 회장이 되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팬택은 애플과 삼성이 독주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배를 마셨다.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회사는 두 차례 워크아웃을 맞았다.
박 전 부회장은 2013년 9월 “실적부진의 책임을 지겠다”라며 팬택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기업가로서의 삶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박 전 부회장은 자신의 개인회사인 팬택C&I를 통해 PNS네트웍스(화물 운송업체)와 TES글로벌(휴대폰부품 제조), 라츠(모바일 유통업체), 토스(인적자원 용역) 등을 소유했다.
이 가운데 PNS네트웍스는 팬택C&I가 지분 40%를, 박 전 부회장의 두 아들이 각각 지분 30%를 갖고 있는 가족기업이다. 연매출은 800억원대다. 업계는 PNS네트웍스를 박 전 부회장의 재기를 위한 발판으로 보고 있다.
워크아웃 팬택 매각 무산
이 와중에 개인사업 확장
실제로 PNS네트웍스는 국내 우량 현금수송업체인 발렉스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팬택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조금 더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지난달 PNS네트웍스는 발렉스코리아의 지분 80%를 사들였다. 발렉스코리아는 전국 4000여대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관리하는 회사다. 연매출은 400억원대다.
그런데 문제는 박 전 부회장의 분신과도 같은 팬택의 정상화가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매각이 세 차례 무산되면서 기업의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팬택의 부채는 9900억원에 달하며, 현재 가치는 1100억원대로 평가받고 있다.
이마저도 스마트폰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매물의 매력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때문에 팬택 직원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결의문을 발표하면서 고용승계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 전 부회장은 지난해 팬택C&I를 앞세워 스포츠토토 사업권 입찰에 뛰어들었다. 팬택을 다시 재건하기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재기를 향한 열의만큼은 분명했다.
그러나 다른 경영 여건이 좋지만은 않다. 당장 팬택C&I가 적자로 전환한 까닭에 다른 사업부문을 통해 수익을 내야하는 상황이다. 스포츠토토 사업권 인수도 실패했다. 결국 발렉스코리아 인수는 ‘코너’에 몰린 박 전 부회장이 던진 승부수와 다름없다. 관련 회사의 실적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angeli@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