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완구 한밤중 자진사퇴 진짜 이유

"핵심 측근들 잡도리 조짐에 백기 들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이완구 국무총리가 자진사퇴를 결심한 것은 지난 20일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이 총리는 전날까지도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기 때문에 자신이 국정을 챙겨야 한다며 자진사퇴설을 일축했었다. 이 총리는 왜 불과 하루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일까? 또 하필 한밤중 자진사퇴를 발표하게 된 것일까? 이 총리가 자진사퇴한 진짜 이유를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추적해봤다.

야당의 거센 사퇴 압박에도 꿈쩍하지 않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밤 깜짝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취임 63일 만의 일이다. 이전에도 총리후보자나 현직 총리들이 각종 사건에 휩싸여 자진사퇴를 한 적은 있었지만 이 총리의 사례처럼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전격적으로 사퇴 발표를 한 적은 없었다.

결백하다더니
물러난 이유?

이 총리는 불과 하루 전만 하더라도 자신이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결백을 주장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기 때문에 자신이 국정을 챙겨야 한다며 자진사퇴 요구를 일축했었다. 그랬던 그가 불과 하루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데에는 뭔가 숨겨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요시사>는 이와 관련한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익명을 요구한 ‘완사모(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한 관계자로부터 흥미로운 주장을 들을 수 있었다. 최측근의 구속이 이 총리가 자진사퇴를 결심하는 결정타가 됐다는 주장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 총리는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자신 때문에 주변사람이 고통 받는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며 “완사모 자문임원단 A회장이 최근 구속된 것에 대해 이 총리가 굉장히 마음 아파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목숨 걸겠다더니 물러난 60일 총리
범야권 해임건의안 압박 통했나?

검찰은 지난 16일 충남 아산 소재 시내버스업체 대표인 A회장을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그런데 검찰은 지난해 이미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나 지난 시점인 지난 9일 해당 업체를 압수 수색하고 며칠 후 A회장을 전격 구속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9일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한 날이다. 검찰은 A회장을 뒤늦게 구속한 이유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었다면 1년이나 사건을 방치하다 뒤늦게 A회장을 구속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A회장은 이 총리가 다른 일정이 있을 때 이 총리를 대신해 행사장에서 축사를 할 정도로 이 총리와 친분이 두터웠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해당 정치인을 대신해 축사를 하는 경우는 보통 부인이나 보좌관 등인데, 팬카페 자문위 회장이 축사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총리와 A회장이 각별한 사이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변 수사
총리 압박

실제로 A회장은 구속되기 전 굉장히 억울해 했고 자신에 대한 수사가 갑작스럽게 시작된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고 한다. A회장은 횡령 혐의에 대해 자신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일부 직원이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코앞으로 다가온 재보선 판세가 점점 불리해지고 있음에도 이 총리가 자진사퇴를 거부하자 이 총리를 압박하기 위해 A회장을 비롯한 이 총리 주변인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자신의 측근들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조짐을 보이자 이들이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이 총리가 결국 백기 투항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요시사>는 이에 대한 이 총리 측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으나 이 총리 측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 총리의 사퇴 이유로 이외에도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회자되고 있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지금까지 내놓은 해명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이 총리가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이 총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특별한 개인적 관계는 없다고 주장했으나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는 이 총리와 2013년 8월부터 23차례 만난 흔적이 남아 있었고, 최근 1년간 200차례가 넘는 통화기록도 나왔다.
 

그러나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은 것 아니냐”며 “역대 정치자금 수사를 보면 돈을 줬다는 사람이 직접 법정에 나가 진술을 해도 증거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가 수두룩했다. 고작 지금까지 나온 보도들 때문에 이 총리가 사퇴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모두 정황 증거들뿐인데 아직까지 총리가 사퇴를 결심할 만한 결정적 한방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해임건의안 제출 압박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총리가 자진사퇴하기 전 새정치연합은 22일 총리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고 24일 본회의를 열어 해임건의안을 표결에 부치겠다며 이 총리와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해임건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인 148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새정치연합(129명)과 정의당(5명) 의석을 모두 합해도 134명이기 때문에 야당 단독 통과는 불가능한 상황. 그러나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이 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의원들이 급속히 늘고 있었기 때문에 여권 내에서도 “해임건의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물론 해임건의안은 말 그대로 건의안일 뿐이다. 강제성은 없다. 대통령이 거부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여야 합의로 표결에 의해서 올라온 건의안을 대통령이 반대하는 것은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총리 해임건의안은 지금까지 몇차례 발의된 적은 있었지만 통과된 적은 없었다. 만약 건의안이 통과된다면 이 총리는 사상최초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총리라는 오점을 남기게 된다.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을 야당과 함께 통과시키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고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는 것도 여론의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이 총리의 사퇴에는 해임건의안 표결까지 가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지적이다.

자진사퇴 선언 당시 불과 8일 앞으로 다가왔던 4월 재보선도 이 총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희생양?
판세 흔들흔들

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야권의 분열로 새누리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던 판세는 성완종 파문이 불거진 이후 급격하게 요동쳤다. 최악의 경우에는 새누리당의 전패 가능성도 점쳐졌다. 특히 이 총리와 관련한 보도가 줄을 이으면서 새누리당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새누리당이 재보선에서 참패할 경우 자칫 이 총리를 임명한 박 대통령에게까지 책임론이 번질 수 있는 상황.

여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27일 귀국하는데 이틀 뒤 재보선이 치러진다. 재보선까지 이완구 얘기만 언론에서 나오면 선거를 망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을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에서도 이 부분을 대통령에게 어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 총리의 사퇴로 보수층의 표결집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재보선 때의 ‘문창극 효과’의 재현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문창극 총리후보자는 역사관 문제로 여론이 악화돼 7월 재보선을 한달여 앞두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런데 당시 문 후보자의 사퇴는 오히려 보수 및 여권 지지층의 역결집을 불러왔다. 지난해 7월 재보선은 세월호참사의 여파와 문창극 사태로 새누리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막상 선거를 치러보니 새누리당은 당시 선거에서 오히려 11대4로 대승을 거뒀다.

총리 사퇴 압박하려 주변 털었다?
거짓말 입증할 결정적 증거 포착설

이 총리를 사퇴시키면서 박 대통령이 이번 일과 선긋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총리가 자진사퇴한 만큼 새누리당이 재보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그 책임은 박 대통령보다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 대통령 귀국 전 사퇴 불가피론’으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압박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김무성 대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22일 “조간신문을 보니 이완구 총리 결단을 당에서 (청와대에) 전화했다고 하는 엉터리 기사들이 나오는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대표는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은 참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어려운 결정일 텐데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게 숙명임을 아는 만큼 민의를 수용한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뜻?
복귀 가능성은?


이 총리가 자진사퇴를 선택한 배경에 개혁 좌초를 우려한 박 대통령의 뜻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3년 차 과제로 제시한 4대 부문 개혁을 올해 안에 반드시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정혼란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총리의 사퇴를 미루다 여론의 악화로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하기라도 한다면 국정 주도권을 야당에 뺏길 수 있어 자칫 남은 임기 동안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식물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이 총리의 사의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경제 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이 이 총리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아직 확인된 사실은 없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완사모는 어떤 모임?   
이완구의 든든한 친위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완사모(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이완구 총리의 개인 팬클럽이다. 완사모에는 현재 약 1만5000명에 달하는 회원이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충남에 가장 회원이 많고 서울, 경기, 인천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등 해외에도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완사모가 유명세를 탄 것은 이완구 총리의 충남도지사 시절이다. 이 총리가 당시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도지사를 사퇴하겠다고 선언하자 완사모 회원들은 연일 충남도청에서 사퇴 반대 시위를 열었다. 이번에 구속 된 완사모 자문임원단 A회장은 수년 전부터 완사모 자문임원단이 주최하는 ‘송년의 밤’ 행사를 주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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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