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완구 한밤중 자진사퇴 진짜 이유

"핵심 측근들 잡도리 조짐에 백기 들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이완구 국무총리가 자진사퇴를 결심한 것은 지난 20일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이 총리는 전날까지도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기 때문에 자신이 국정을 챙겨야 한다며 자진사퇴설을 일축했었다. 이 총리는 왜 불과 하루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일까? 또 하필 한밤중 자진사퇴를 발표하게 된 것일까? 이 총리가 자진사퇴한 진짜 이유를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추적해봤다.

야당의 거센 사퇴 압박에도 꿈쩍하지 않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밤 깜짝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취임 63일 만의 일이다. 이전에도 총리후보자나 현직 총리들이 각종 사건에 휩싸여 자진사퇴를 한 적은 있었지만 이 총리의 사례처럼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전격적으로 사퇴 발표를 한 적은 없었다.

결백하다더니
물러난 이유?

이 총리는 불과 하루 전만 하더라도 자신이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결백을 주장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기 때문에 자신이 국정을 챙겨야 한다며 자진사퇴 요구를 일축했었다. 그랬던 그가 불과 하루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데에는 뭔가 숨겨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요시사>는 이와 관련한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익명을 요구한 ‘완사모(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한 관계자로부터 흥미로운 주장을 들을 수 있었다. 최측근의 구속이 이 총리가 자진사퇴를 결심하는 결정타가 됐다는 주장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 총리는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자신 때문에 주변사람이 고통 받는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며 “완사모 자문임원단 A회장이 최근 구속된 것에 대해 이 총리가 굉장히 마음 아파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목숨 걸겠다더니 물러난 60일 총리
범야권 해임건의안 압박 통했나?

검찰은 지난 16일 충남 아산 소재 시내버스업체 대표인 A회장을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그런데 검찰은 지난해 이미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나 지난 시점인 지난 9일 해당 업체를 압수 수색하고 며칠 후 A회장을 전격 구속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9일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한 날이다. 검찰은 A회장을 뒤늦게 구속한 이유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었다면 1년이나 사건을 방치하다 뒤늦게 A회장을 구속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A회장은 이 총리가 다른 일정이 있을 때 이 총리를 대신해 행사장에서 축사를 할 정도로 이 총리와 친분이 두터웠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해당 정치인을 대신해 축사를 하는 경우는 보통 부인이나 보좌관 등인데, 팬카페 자문위 회장이 축사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총리와 A회장이 각별한 사이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변 수사
총리 압박

실제로 A회장은 구속되기 전 굉장히 억울해 했고 자신에 대한 수사가 갑작스럽게 시작된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고 한다. A회장은 횡령 혐의에 대해 자신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일부 직원이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코앞으로 다가온 재보선 판세가 점점 불리해지고 있음에도 이 총리가 자진사퇴를 거부하자 이 총리를 압박하기 위해 A회장을 비롯한 이 총리 주변인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자신의 측근들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조짐을 보이자 이들이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이 총리가 결국 백기 투항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요시사>는 이에 대한 이 총리 측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으나 이 총리 측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 총리의 사퇴 이유로 이외에도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회자되고 있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지금까지 내놓은 해명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이 총리가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이 총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특별한 개인적 관계는 없다고 주장했으나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는 이 총리와 2013년 8월부터 23차례 만난 흔적이 남아 있었고, 최근 1년간 200차례가 넘는 통화기록도 나왔다.
 

그러나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은 것 아니냐”며 “역대 정치자금 수사를 보면 돈을 줬다는 사람이 직접 법정에 나가 진술을 해도 증거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가 수두룩했다. 고작 지금까지 나온 보도들 때문에 이 총리가 사퇴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모두 정황 증거들뿐인데 아직까지 총리가 사퇴를 결심할 만한 결정적 한방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해임건의안 제출 압박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총리가 자진사퇴하기 전 새정치연합은 22일 총리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고 24일 본회의를 열어 해임건의안을 표결에 부치겠다며 이 총리와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해임건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인 148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새정치연합(129명)과 정의당(5명) 의석을 모두 합해도 134명이기 때문에 야당 단독 통과는 불가능한 상황. 그러나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이 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의원들이 급속히 늘고 있었기 때문에 여권 내에서도 “해임건의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물론 해임건의안은 말 그대로 건의안일 뿐이다. 강제성은 없다. 대통령이 거부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여야 합의로 표결에 의해서 올라온 건의안을 대통령이 반대하는 것은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총리 해임건의안은 지금까지 몇차례 발의된 적은 있었지만 통과된 적은 없었다. 만약 건의안이 통과된다면 이 총리는 사상최초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총리라는 오점을 남기게 된다.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을 야당과 함께 통과시키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고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는 것도 여론의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이 총리의 사퇴에는 해임건의안 표결까지 가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지적이다.

자진사퇴 선언 당시 불과 8일 앞으로 다가왔던 4월 재보선도 이 총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희생양?
판세 흔들흔들

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야권의 분열로 새누리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던 판세는 성완종 파문이 불거진 이후 급격하게 요동쳤다. 최악의 경우에는 새누리당의 전패 가능성도 점쳐졌다. 특히 이 총리와 관련한 보도가 줄을 이으면서 새누리당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새누리당이 재보선에서 참패할 경우 자칫 이 총리를 임명한 박 대통령에게까지 책임론이 번질 수 있는 상황.

여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27일 귀국하는데 이틀 뒤 재보선이 치러진다. 재보선까지 이완구 얘기만 언론에서 나오면 선거를 망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을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에서도 이 부분을 대통령에게 어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 총리의 사퇴로 보수층의 표결집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재보선 때의 ‘문창극 효과’의 재현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문창극 총리후보자는 역사관 문제로 여론이 악화돼 7월 재보선을 한달여 앞두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런데 당시 문 후보자의 사퇴는 오히려 보수 및 여권 지지층의 역결집을 불러왔다. 지난해 7월 재보선은 세월호참사의 여파와 문창극 사태로 새누리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막상 선거를 치러보니 새누리당은 당시 선거에서 오히려 11대4로 대승을 거뒀다.

총리 사퇴 압박하려 주변 털었다?
거짓말 입증할 결정적 증거 포착설

이 총리를 사퇴시키면서 박 대통령이 이번 일과 선긋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총리가 자진사퇴한 만큼 새누리당이 재보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그 책임은 박 대통령보다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 대통령 귀국 전 사퇴 불가피론’으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압박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김무성 대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22일 “조간신문을 보니 이완구 총리 결단을 당에서 (청와대에) 전화했다고 하는 엉터리 기사들이 나오는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대표는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은 참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어려운 결정일 텐데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게 숙명임을 아는 만큼 민의를 수용한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뜻?
복귀 가능성은?


이 총리가 자진사퇴를 선택한 배경에 개혁 좌초를 우려한 박 대통령의 뜻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3년 차 과제로 제시한 4대 부문 개혁을 올해 안에 반드시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정혼란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총리의 사퇴를 미루다 여론의 악화로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하기라도 한다면 국정 주도권을 야당에 뺏길 수 있어 자칫 남은 임기 동안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식물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이 총리의 사의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경제 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이 이 총리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아직 확인된 사실은 없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완사모는 어떤 모임?   
이완구의 든든한 친위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완사모(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이완구 총리의 개인 팬클럽이다. 완사모에는 현재 약 1만5000명에 달하는 회원이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충남에 가장 회원이 많고 서울, 경기, 인천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등 해외에도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완사모가 유명세를 탄 것은 이완구 총리의 충남도지사 시절이다. 이 총리가 당시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도지사를 사퇴하겠다고 선언하자 완사모 회원들은 연일 충남도청에서 사퇴 반대 시위를 열었다. 이번에 구속 된 완사모 자문임원단 A회장은 수년 전부터 완사모 자문임원단이 주최하는 ‘송년의 밤’ 행사를 주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