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멤버 나얼(본명 유나얼)이 개인전을 열었다. 2004년 이래 아홉 번째 개인전이다. 아름다운 멜로디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나얼은 전공인 미술에서 색다른 매력을 뽐냈다. 영감의 원천인 성경은 옛 기억으로 채색됐다. 고즈넉한 풍경이 묵직한 감정을 전달한다.
"전시를 할 때는 연예인이 아닌 작가로만 봐 주세요." 인기 남성보컬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멤버 나얼이 아홉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서울 종로구 효자로에 있는 진화랑은 '콜라주얼-나얼의 방'이라는 주제로 지난 4일부터 나얼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콜라주얼은 미술기법인 '콜라주'에 나얼의 이름인 '얼(Earl)'을 붙여 만든 단어다.
묵직한 감정 전달
나얼은 전시 초기부터 콜라주에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과거 인터뷰에서 그는 "콜라주에 쓰인 오브제는 버려진 것들이 많다"라며 "내가 왜 이런 버려지고 뜯겨진 오브제의 이미지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들의 조합에서 말할 수 없는 조형미를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번 개인전 역시 콜라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모아온 일상의 물건을 재조합해 드로잉을 곁들여 작품을 완성한 나얼이다. 나얼의 작업은 대개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편이다. 자신의 소장품을 스캔한 뒤 각각 크기를 조정해 배치하고, 프린트하는 일이 반복된다. 나얼은 "다양한 소재를 (한곳에) 모아놓고 어울리는 것끼리 조합한다"라고 설명했다.
대중은 그를 가수로 기억하지만 나얼의 회화는 단순한 취미의 영역을 넘은지 오래다. 나얼은 노래와 그림 가운데 그림 쪽에 더 애착을 드러냈다. 그에게 음악은 미술과 마찬가지로 그리움과 기억이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다. 나얼은 "음악의 경우 대중의 기호에 맞추는 경향이 있지만 미술은 대중의 반응에 따라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표현이 보다 깊어진다"라고 강조했다.
진화랑 '콜라주얼-나얼의 방'
그리움·기억 소재 48점 공개
나얼의 작업은 기억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영감의 원천을 성경에서 찾는다. 하지만 성경에 국한되지 않고 어릴 적부터 좋아한 흑인 음악과 상상 속 여러 풍경을 그림 속에 접목했다. 지난 2004년 서울 종로구 혜화동 고도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나얼은 거의 매년 작품을 발표했다.
신작에 포함된 이미지는 시간의 흔적이 녹아든 흑백사진이 주를 이뤘다. 외국의 아이, 결혼식 장면 등이 담겨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독일 출신 영화배우 매리언 미카엘의 사진도 있다. 나얼은 "신앙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라며 모든 이미지에 성경구절을 각주로 달았다. 요한복음 1장 29절을 읊기도 했다.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나얼이 화가가 된 데는 가족의 영향이 컸다. 어린 시절 화가로 활동한 이모와 고모를 보고 자란 탓에 자연스레 물감과 친해졌다. 나얼은 "유전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나얼의 그림은 '검은 피카소'로 유명한 장 미셸 바스키아와 '팝아트의 거장'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스스로도 선배 작가의 영향을 받았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나얼은 자신의 음악과 여러 선배 미술가의 작업이 그림에 제약을 주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오히려 작가가 아닌 연예인이라는 틀 안에서 자신의 작품을 평가하려는 시도에 대해 "속상할 때가 있다"라고 토로했다.
신앙 소재 많아
나얼은 이번 전시에 모두 48점의 작품을 내놨다. 복잡하고 미묘한 그리움의 감정을 녹인 '콜라주 포 인펀시(Collage for infancy)' 시리즈 12점, 자메이카 여행을 하며 그린 드로잉 12점, 윈도 시리즈 9점 등이다. 디지털프린트는 작품당 에디션을 37개로 한정했다. 나얼의 개인전은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나얼은?]
브라운아이즈의 보컬로 이름을 알린 나얼은 4인조 보컬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을 결성해 화제를 낳았다. 매 앨범마다 수준 높은 흑인음악을 선보이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올해 들어 브라운아이드소울은 싱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나얼이 '같은 시간 속의 너'를 발표했고, 3월에는 영준이 '니 생각뿐'을 냈다. 정엽과 성훈도 각각 싱글을 준비 중이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올해 말 정규음반을 발표할 계획이다.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