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판 '문재인 흔들기' 나선 비노계 노림수

'4전 전패' 위기…뒷짐 지고 구경하다 지면 책임 묻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4·29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코앞으로 다가온 재보선의 판세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대표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전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든다면 당장 당대표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당연히 대권의 꿈은 멀어지게 된다. 때문에 일각에선 비노계가 ‘문재인 흔들기 플랜’을 가동시킨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코앞으로 다가온 4·29재보궐선거의 판세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의 정면승부도 버거운 상황에서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과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각각 탈당 후 광주 서구을과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다.

두 사람은 새누리당보다 새정치연합을 겨냥해 연일 돌직구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내 비노계(비노무현계)는 재보선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 대표 혼자 아등바등 선거를 치루는 모습이다.

비노계의 외면
문재인의 굴욕

이번에 재보선이 치러지는 전체 4곳 중 인천 서구강화을을 제외한 3곳은 야권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당내에선 자칫 전패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대표지만 다가올 재보선에서 ‘전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든다면 당장 당대표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당연히 대권의 꿈은 멀어지게 된다. 때문에 일각에선 비노계가 이 같은 점을 노리고 ‘문재인 흔들기 플랜’을 가동시킨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 혼자 고군분투 동분서주
오랜만에 꽃놀이패 쥔 비노계?


우선 새정치연합이 이번 재보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호남표심을 움직일 수 있는 동교동계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동교동계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특히 동교동계 인사 60여명은 지난달 31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재보선 지원 여부에 대한 논의를 했는데, 선거 지원 여부를 자체 투표해본 결과 반대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후문이다.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필요할 때만 호남을 찾는 거냐”며 친노계(친노무현계)가 장악하고 있는 당 지도부를 향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와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박지원 의원 역시 재보선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표가 2주 전쯤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금 당장 내가 나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선거 때만 되면 호남에 손 내밀고, 끝나면 털어버리는 일이 반복되니 근본적으로 신뢰가 쌓이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친노진영에 대한 호남의 불편한 정서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느긋한 비노
다급한 친노

박 의원은 지난 2일 열린 원탁회의 역시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문 대표는 이날 전직 당대표급 인사들과 원탁회의를 열고 재보선 지원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참석 대상은 김한길, 안철수, 박영선, 이해찬, 문희상, 정세균 의원 등이다.

박 의원의 불참 선언에 대해 정치권에선 박 의원이 당지도부와 선 긋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박 의원 측은 오래 전부터 예정된 지방대 일정을 소화하는 것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날 원탁회의에는 김한길 전 대표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해 초반부터 김이 빠졌다는 평가다. 문 대표로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보선 승리를 위해서는 동교동계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동교동계가 재보선을 돕지 않는다면 재보선 전망은 크게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현재 광주 서구을은 물론이고 서울 관악을과 성남 중원까지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비율이 높은 지역으로 꼽히기 때문에 호남민심은 선거결과를 판가름할 중요한 캐스팅보트다. 서울 관악을은 ‘서울 안의 호남’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호남세가 강한 곳이다. 일부 선거캠프에서는 관악을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 중 호남 출신이 약 40%에 이른다는 통계도 내놨다.

이들은 지역에서 호남향우회를 조직하고 지금까지 각종 선거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관악을이 수도권역에서는 이례적으로 무려 27년간이나 야권의 텃밭이 된 데에는 이러한 내막이 있었다. 그런데 현재 호남권 인사들은 지금의 새정치연합이 호남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 


한화갑, 한광옥, 김경재 등 동교동계 핵심인사들이 친노계와의 마찰 끝에 줄줄이 당을 떠났고, 당권을 쥐고 있는 문 대표는 영남 출신이다. 심지어 문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기간 영남지역을 방문해 자신을 영남대표라고 지칭하며 영남대표를 뽑아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이후 문 대표가 직접 나서 광주를 아시아의 문화전당으로 키우는 이른바 ‘아문법’까지 통과시켰지만 성난 호남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현재 친노계에 대해 호남이 가지고 있는 반감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새정치연합의 정태호 후보는 서울 출생에다 친노계 인사로 분류된다. 때문에 관악을에 거주하고 있는 호남 출신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가 힘든 상황이다. 반면 관악을에 출마한 국민모임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전북 출신으로 호남권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게다가 당내 경선에서 정태호 후보와 맞붙었던 김희철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의 앙금으로 인해 정태호 후보를 돕는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경선에서 정 후보와 김 후보 간의 차이는 불과 0.6%였다. 김 후보는 전북 출신으로 관악을 지역에서 강력한 호남조직을 갖추고 있다. 김 후보가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다면 정 후보는 그야말로 궁지에 몰리게 된다.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당내 동교동계의 지원이 절실하다.

성남 중원 역시 관악을과 상황이 비슷하다. 성남시호남향우회는 지난 1969년 처음으로 조직화를 시작해 향우회관을 건립하는 등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김태년 의원과 조성준, 김미희 전 의원 등이 모두 성남시호남향우회 출신이다. 성남 중원 선거 역시 호남권의 표심이 절대적이지만 성남시의 호남조직이 새정치연합을 위해 움직여 줄지는 의문이다.

현재 성남 중원의 판세는 새정치연합이 다소 불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남 중원이 야권세가 강한 곳이긴 하지만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가 이곳에서 17대, 18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조직기반을 탄탄하게 구축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신 후보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불과 654표차이로 낙선했다.

이럴 때만 호남?
돌아선 호남민심

당내 비노계 인사들 역시 재보선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비노계에선 문 대표가 당대표로서의 역할보다 대권주자로서 이미지 쌓기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이번 선거를 지원해봤자 문 대표의 대권플랜을 도와주는 격밖엔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만이다. 실제로 비노진영에선 문 대표가 지난달 영수회담 사전모임과 지난 2일 원탁회의를 소집한 것을 두고 “전직 대표급 인사들을 들러리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후문이다.

호남 소외론에 친노 난감
당내선 전패 위기감 고조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문 대표가 너무 잘나가기 때문에 비노계 대권주자들 사이에서는 이쯤에서 문 대표를 한번 흔들어야겠다는 정서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이번 재보선을 열심히 도와서 승리한다고 해도 모든 공은 문 대표와 친노계에 돌아갈 공산이 크다. 비노계로서는 재보선을 열심히 도울수록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문 대표의 차기 대선 지지율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재보선은 마치 문 대표 혼자 뛰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새누리당의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 이미 재보선 현장으로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선거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경기 성남 중원의 신상진 후보를 돕고 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오신환 관악을 후보를 돕고 있다.

신당 뜰까?
걱정되는 새정치

정치권에서는 동교동계를 포함한 비노계가 내심 새정치연합이 이번 재보선에서 참패하길 바라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재보선에서 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이 승리하게 되면 당장 내년 총선에서 비노계가 설 자리는 없다. 친노계와 비노계가 이번 재보선의 승리 기준을 각각 다르게 잡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친노계는 이번 재보선의 승리기준을 1석 이상으로 낮춰 잡고 있는 반면, 비노계는 인천강화을을 제외한 세 곳이 모두 야권 강세지역인 만큼 그 세 곳에서는 승리를 거둬야 진정한 승리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재보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친노가 이끄는 당으로는 다음 총선에서도 어렵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될 것”이라며 “비노계의 문 대표 흔들기가 본격화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체적인 움직임도 이미 시작됐다. 새정치연합의 중진인 박주선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남신당론에 대해 “만약 새정치연합이 광주 서구을에서 패한다면 신당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정치권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동교동계를 포함한 비노계로서는 이번 재보선을 통해 그야말로 꽃놀이패를 쥐게 된 격”이라며 “재보선 판세를 지켜보다 선거를 돕는 대가로 차기 총선 지분을 요구하거나, 심지어는 신당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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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