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큰딸을 중앙대 교수로 채용시키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박 전 수석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중앙대 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한편 <일요시사>는 박 전 수석의 큰딸이 중앙대 교수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수상한 정황들을 단독으로 포착했다.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자신의 큰딸 A씨를 중앙대 교수로 부정 채용시켰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검찰이 사실 여부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수석은 자신의 모교인 중앙대 캠퍼스 통폐합 과정에 특혜를 준 혐의에 이어 중앙대 교수 임용과 대학원 입시에까지 개입한 단서가 포착되면서 검찰 수사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수상한 중앙대
지난달 27일 중앙대 안성캠퍼스에 대한 압수 수색에 나선 검찰은 대학원 입시자료와 교수 임용자료, 강의시간표까지 압수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수석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중앙대 총장을 지낸 인사다.
박 전 수석의 큰딸은 지난 2014년 당시 불과 33세의 나이로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정식 조교수로 임명됐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중앙대 캠퍼스 통폐합 등에 특혜를 주고 A씨를 중앙대 교수로 채용시켰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
중앙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보통 예술대에선 아무리 빨라도 40대는 돼야 교수에 임용될 수 있는데 30대 초반인 A씨가 정식 조교수로 임용되면서 당시 학내에서도 뒷말이 많았다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A씨의 특혜 채용과 관련한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A씨가 중앙대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수상한 정황들을 단독으로 포착했다. 우선 첫 번째로 포착된 수상한 정황은 당시 ‘번갯불에 콩 볶듯’ 급하게 진행된 채용과정이다.
중앙대는 지난 2014년 7월31일까지 지원자를 모집해 8월25일까지 서류전형, 면접심사 등을 진행하고 9월1일 A씨를 정식 조교수로 채용했다. 그런데 중앙대의 지난 2014년 2학기 학사일정을 살펴보면 수강신청이 8월12일부터 시작됐고 개강일은 9월1일이었다.
이에 대해 대학 관계자들은 “정상적인 수강신청이나 수업준비가 불가능한 이례적인 채용일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전직 교수는 “대개 개강하기 3~4개월 전에는 교수를 뽑아야 그 사람이 제대로 준비해서 강의를 할 수 있다”며 “갑작스럽게 결원이 생긴 것이 아니라면 이런 식의 채용은 매우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도 2학기 교수초빙 일정을 살펴보면 당시 중앙대는 5월부터 지원자를 모집해 6월에 서류전형과 면접심사 등의 모든 절차를 마무리 했다. A씨가 임용된 중앙대 전통예술학부에 결원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중앙대 전통예술학부는 음악예술전공학과와 연희예술전공학과로 나뉘어져 있는데 A씨가 재직하고 있는 음악예술전공학과는 연희예술전공학과보다 교수 수가 오히려 2명이나 더 많다.
또 중앙대는 작년 채용공고를 통해 A씨가 속한 전통예술학부뿐만 아니라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외국학연구소 등에서 전임교수를 각각 1명 씩 뽑겠다고 했는데 당시 중앙대가 채용한 전임교수는 A씨 한 명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대가 처음부터 A씨를 뽑기 위해 구색 맞추기식 채용공고를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결원도 없는데 쫓기듯 채용
결국 박범훈 딸만 뽑았다?
이외에도 <조선일보>는 1일자 보도를 통해 중앙대가 A씨를 채용하기 위해 맞춤형 채용조건을 내걸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일요시사>는 이 같은 내용을 <조선일보>가 보도하기 전에 이미 파악하고 중앙대 측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중앙대 측이 해명을 여러 차례 미루면서 보도가 늦어졌다.
본지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중앙대는 2014년도 2학기 초빙 공고를 내면서 전통예술학부 채용전공을 가야금으로 특정했는데, 이는 무척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이다. 공교롭게도 A씨는 가야금 전공자다. 한 대학 관계자는 “보통 전임교수가 자신의 주전공 외에도 여러 가지 과목을 가르쳐야 한다.
따라서 전임교수를 뽑을 때는 모집전공을 포괄적으로 정하는데 유독 이번 채용과정에서는 가야금으로 특정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A씨는 전공실기, 음악교과교육론, 창작기획제작실습 등의 다양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모집전공을 가야금으로 특정하면 경쟁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당시 중앙대에 재직하던 국악 교수 5명 중 1명이 이미 가야금 전공자여서 굳이 가야금 전공 교수를 추가로 채용할 이유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일요시사>는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중앙대 측의 해명을 듣고자 여러 차례 문의전화를 하고 질의서를 보내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중앙대 측은 내부논의 끝에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아무런 말씀도 드릴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해명도 거부
아울러 국내 대학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박 전 수석의 큰딸인 A씨뿐만 아니라 작은딸인 B씨 역시 용인대학교 국악과 교수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B씨가 지난 2013년 당시 불과 30세의 나이로 용인대 교수로 채용됐기 때문이다.
국내 모 대학 국악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두 딸의 채용과 관련해 박 전 수석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뜬소문이 돌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박 전 수석은 정말 두 딸의 교수채용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한 것일까? 아니면 MB계 인사에 대한 검찰의 무차별적인 사정일까? 검찰의 수사결과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 박범훈 전 수석은 누구?
대표적인 MB맨
검찰이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비리에 대해 전방위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박 전 수석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뜨겁다. 박 전 수석은 중앙대 음악과를 나온 국악가다. 박 전 수석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식 음악 총감독과 작곡 지휘를 맡기도 했다. 2005년부터는 6년간 중앙대 총장을 지냈다.
박 전 수석은 대표적인 MB맨이다. 총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07년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에 문화예술정책위원장으로 참여했다가 중앙대 학생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
그는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한 것은 선거 관여가 아니라 정책 자문 역할이고 총장 업무에 지장 없다”고 주장했지만 학내에서 사퇴 요구가 높아지자 결국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박 전 수석이 총장직에서 물러나자 이명박 대통령후보는 “박범훈 총장과 중앙대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중앙대 발전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수석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에는 취임준비위원장을 지냈고 이어 교육문화수석을 지냈다.
한편 박 전 수석은 중앙대 총장 재임 시절 여제자를 성희롱하는 발언을 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2009년 한나라당 의원모임 초청 강연회에서 자신의 여제자를 가리키며 “이렇게 생긴 토종이 애도 잘 낳고 살림도 잘한다” “감칠맛이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박 전 수석은 전교생에게 이메일을 보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