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만 2번' 성완종 인맥창고 충청포럼 해부

친노? 친이? 친박? 권력 좇아 오락가락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검찰의 대대적인 사정 칼날이 경남기업을 겨누면서 성완종 전 회장의 ‘충청포럼’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성 전 회장이 노무현정부에서 두 차례나 특별사면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또 이명박정부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충청포럼을 통한 인맥관리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충청포럼은 어떤 단체일까? <일요시사>가 성 전 회장의 충청포럼을 해부해봤다.

검찰의 대대적인 사정 칼날이 경남기업을 향하고 있다.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경남기업 성완종 전 회장은 이명박정부에서 해외 자원개발 명목으로 무려 460억원을 대출받아 이중 일부를 빼돌리고, 10여개의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비자금 수백억원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좀비 기업
각종 특혜

성 전 회장의 경남기업은 지난 1999년부터 3번이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과정을 거쳤지만 번번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 명단에서 제외돼 ‘좀비 기업’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그동안 각종 특혜를 누려왔다. 
특히 이명박정부 때 진행된 2차례 워크아웃 심사과정에선 다른 부실 건설사들은 대부분 법정관리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경남기업만큼은 채권단이 회생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지원을 결정해 당시 정·재계 인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채권단은 추가지원을 결정하면서도 이례적으로 경남기업의 내부 구조조정을 요구하지 않았다.

성 전 회장은 노무현정부 인사들과도 친분이 깊었다. 성 전 회장은 노무현정부에서 두 차례나 특별사면을 받은 이력이 있다. 성 전 회장은 2004년 자유민주연합에 불법 정치자금 16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바로 다음해인 2005년 5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집행유예 잔형이 면제된다.

충청포럼 못 들면 왕따?
충청권서 상당한 영향력


성 전 회장은 특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행담도 개발 비리에 연루돼 다시 기소된다. 당시 이 사건에는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 노무현정부 인사들이 대거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성 전 회장은 2007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또 다시 특별사면을 받았다.

경남기업이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건설업 침체 등 온갖 악재 속에서도 그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성 전 회장이 정권을 넘나들며 탄탄한 인맥을 구축해놓은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960년대 시공순위 30위권 안에 들었던 건설회사 중에 아직까지 30위권에 남아있는 업체는 경남기업을 포함해 단 3곳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경남기업은 위기를 겪을 때마다 경제적 논리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특혜를 받으며 고비를 넘겨왔다. 최근에는 한 언론보도를 통해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이자 당시 정권의 실세였던 이상득 전 의원이 직접 신한금융지주 고위관계자에게 연락해 경남기업을 워크아웃 대상에서 빼달라는 청탁을 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정권 실세와 연결
직접 청탁까지

이처럼 성 전 회장의 화려한 인맥이 화제가 되면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충청포럼’이다. 정치권에선 성 전 회장이 여야와 정권을 넘나들며 탄탄한 인맥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충청포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은 지난 2000년 충청도 출신 정·관계 인사와 언론인들로 구성된 충청포럼을 창립했다. 이후 충청포럼은 전국에 10개 지부와 100여개의 지회를 갖추고 있는 거대조직으로 발전했다. 현재 회원 수만 3500명에 달한다.

성 전 회장은 충청포럼을 통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상당한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은 실로 화려하다. 특히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충청포럼 창립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가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충청포럼 관련 행사에는 빠지지 않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성 전 회장은 지난해 새정치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이 주장한 ‘반기문 야당 대선후보 출마 타진설’의 주인공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반 총장의 친동생인 반기상씨는 경남기업 상임고문으로 벌써 횟수로 7년째 재직 중이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항마로 거론되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역시 충청포럼의 골수멤버다.

한때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충청포럼 회원이다. 충청포럼에서 활동하고 있는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은 성 전 회장이 대법원으로부터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자 “충청포럼이 ‘대한민국포럼’이었으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충청권이 그동안 영·호남 패권주의 하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바람에 충청권 인사인 성 전 회장이 정치적 피해를 입은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현재 충청포럼에는 새누리당 홍문표, 이명수 의원, 고흥길 전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 등이 참여하고 있고, 야당 인사로는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과 권선택 대전 광역시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충청포럼에는 각 부처 차관급 이상 인사만 1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오죽하면 충청권에서는 “충청권 출신 유력인사 중 왕따가 아닌 이상 충청포럼과 직간접으로 인연이 없는 인사는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때문에 성 전 회장은 그동안 충청포럼이 자신의 사조직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상당히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성 전 회장은 충청포럼이 정치적 사조직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몇 년 전에는 중앙사무실을 아예 없애버리고 각 지부별로 모임이 운영될 수 있도록 운영방식을 변경하기도 했다. 또 성 전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충청포럼이 장학사업을 비롯해 문화사업에 힘을 쏟는 비정치적 모임이라는 사실을 알리려 힘을 쏟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청포럼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거둬지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충청권 출신인 서청원 의원의 경우 경남기업 윤승모 전 부사장을 참모로 두고 있고, 역시 충청권 출신 인사인 이완구 국무총리는 총리 취임 과정이나 과거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등에서 성 전 회장과 충청포럼으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이 총리의 사정선언 이후 첫 번째 대상이 경남기업이 되자 정치권에서는 ‘권력의 바람막이에 기대 사업을 하던 성 전 회장이 결국 역풍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무엇보다 충청 출신 언론인들이 충청 포럼을 통해 충청 출신 정치인들과 친분을 쌓아가면서 그들만의 카르텔(※동일 업종의 기업들이 이윤의 증대를 노리고 자유경쟁을 피하기 위한 협정을 맺는 것)을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충청 카르텔
충청 대망론

성 전 회장은 충청포럼을 만든 이유에 대해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 중 재향인, 출향인을 포함해 충청도인은 1000만명 정도나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충청도 사람들은 개인기량은 뛰어난데 결속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포럼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충청포럼은 1년에 3~4회 정도 정기포럼을 개최하는데 주제는 다양하다. 충청포럼은 종종 외국 원수나 해외 유명한 석학을 초청해 특별강연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JP부터 박근혜정부까지
정권 바뀌어도 승승장구


또 성 전 회장은 충청포럼 이전에 300억을 출자해 ‘서산장학재단’을 만들어 매년 초중고 학생들에게 20억원이 넘는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쌓은 인맥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서산장학재단이 지금까지 장학금을 지급한 학생 수는 2만명이 넘고 매년 개최하는 가을 음악회에는 5000여명이 넘게 참석한다.

일각에선 충청포럼이 물밑에서 충청권 출신 대통령 만들기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충청권 인사들은 충청권의 인구가 이미 호남을 추월한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충청권 출신 대통령이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심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 충남 아산 출신의 윤보선 대통령이 있지만 4·19혁명으로 이승만의 자유당정권이 붕괴된 이후 내각책임제하에서 선출됐고 재임기간도 2년이 채 안됐다.) 실제로 충청권 출신으로 유력 대권주자로 분류됐던 인물들은 과거 모두 직간접적으로 충청포럼과 관계를 맺었었다.

승승장구는 잠시
역풍 맞았다

성 전 회장이 노무현정부를 거쳐 이명박정부에서도 정권 핵심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충청포럼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지금까지는 성 전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당선자 인수위에 참여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상득 전 의원,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 등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충청권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어느 날 갑자기 인수위에 들어간 것 같지만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이 알게 모르게 이명박 후보를 적극 도왔다”며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면서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한 전력이 있었고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회창 후보가 출마해 충청권 민심 잡기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은 성 전 회장을 통해 충청권 민심을 되돌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성 전 회장은 충청포럼이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사조직이 아니라고 하지만 (충청포럼이) 충청권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며 “충청권에서 출마를 준비하거나 대권을 준비하는 거물급 정치인들은 내심 성 전 회장과 친분을 맺기를 바랐다. 충청권 인구가 크게 늘고 각종 선거 때마다 충청권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면서 성 전 회장과 다리를 놓으려는 사람은 더 많아졌다”고 언급했다. 어찌됐든 충청포럼이 성 회장의 인맥을 넓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완종 전 회장은?
100만원으로 매출 2조 건설사 일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충남 서산시 해미면 홍천리에서 태어났으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무작정 상경해 신문배달, 약배달 등으로 모은 종자돈 100만원으로 매출 2조원의 대형 건설사를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30대 중반이었던 1985년에 대전·충남 시공능력순위 3위업체인 대아건설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건설업계에 뛰어든 그는 19년만인 지난 2004년 전국 규모의 건설사인 경남기업을 인수·합병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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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