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공정언론특위 '언론 길들이기' 논란 내막

차라리 '보수언론견제특위'라고 하지 그랬어!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분명한 언론 탄압” VS “오죽하면 이러겠나?” 지난해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 공정언론대책특위(이하 공정언론특위)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확산되고 있다. 4월 재보선을 앞두고 공정언론특위가 언론 보도에 대한 항의전화나 방통위 심의 요청 등의 활동을 부쩍 늘린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공정언론특위의 활동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얼마나 (편파보도가) 심하면 이런 특위까지 만들었겠느냐?”

새정치민주연합 공정언론대책특위(이하 공정언론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경민 의원의 하소연이다. 새정치연합은 지난해 1월 공정언론특위를 출범시켰다. 신경민 위원장은 해당 특위를 출범시킨 이유에 대해 “종편 방송을 보면 특정 의원을 타깃 삼아 며칠씩 십자포화를 퍼붓는다”며 “우리 당의 정책에 대해 악의적으로 낙인찍기 방송을 하고 검증되지 않은 패널을 초청해 근거 없고 품위 없는 대담을 진행하는 종편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편파보도?
편파심의?

현재 공정언론특위에는 신 위원장을 필두로 김관영, 박범계, 박수현, 박혜자, 유은혜, 유승희, 윤관석, 이상민, 임수경, 최민희, 최원식 의원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언론특위는 출범 당시부터 심각한 논란에 휩싸였었다. 새정치연합이 언론사별로 담당 국회의원을 정하고 담당 국회의원들은 해당 언론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면서 항의전화나 항의방문, 방통위 심의 요청 등의 방법으로 언론 보도에 대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을 이용한 언론사에 대한 실력행사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이른바 ‘의원 언론담당제’에 대해 “마치 당원 1명이 주민 5가구를 감시하는 북한의 ‘5호 담당제’를 연상케 한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공정언론특위의 활동은 문서, 항의전화, 항의방문, 법적 대응 등 갖가지 방법을 통해 언론인에 대해 공포감을 조성하려는 지극히 반민주적인 발상”이라며 “북한 독재정권이 해온 언론탄압 수단을 그대로 베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을 일으켰던 의원 언론담당제는 아직까지 폐지되지는 않았지만 논란 이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은 공정언론특위의 활동이 언론 길들이기가 아닌 소통강화를 위한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종편 출범 이후 언론 상황은 야당 무시, 더 나아가서는 언론의 야당탄압이라고까지 부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야당의 주장도 언론이 제대로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는 정당한 활동”이라고 항변했다.


언론의 야당탄압?
야당의 언론탄압?

실제로 종편 출범 이후 새정치연합에 대한 언론 환경이 악화됐다는 것은 보수진영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 종편 방송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정신감정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고, 또 다른 방송은 안철수 의원에 대해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패널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참사를 비판하는 야권을 향해 “좌파가 반대하니까 잘된 인사”라는 황당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제작진이 생방송 도중 ‘새정치,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라는 원색적인 자막을 내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종편 채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도를 넘은 칭찬을 자주했다. 한 사회자는 “박 대통령은 김연아 선수와 비슷한 점이 많다. 강직하고 침착하고 무결점이라는 점이 닮았다”고 했고, 심지어 어떤 종편 채널은 박 대통령을 예수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출연자는 “예수께서도 비유가 아니면 말씀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비유 표현을 자주 쓰셔서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언론특위가 종편모니터단원들을 선발해 한 달간 모니터를 실시한 결과도 참담했다. 한 모니터단원은 “종편이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정도일 줄 몰랐다. 이렇게 방송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니터링 기간 내내 종편에서는 야권에 대한 근거 없는 폄훼가 이어졌고,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도를 넘은 칭찬이 봇물을 이뤘다는 설명이다.

방통위 제소 남발, 찍힐까 조마조마
공정언론특위? 보수언론견제특위?

방송 제작자들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패널들의 돌발발언이 자주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패널 배치의 편향성도 문제다. 공정언론특위가 지난해 종편 채널에 출연한 패널들의 성향을 분류해 봤더니 여권성향의 패널은 80%가 넘었고 중립성향의 패널은 11%, 야권성향의 패널은 고작 4.9%에 머물렀다.

하지만 아무리 야권에 대한 언론 환경이 악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감정적인 대응은 곤란하다는 것이 언론계의 반응이다. 한 언론계 종사자는 “공정언론특위가 정말 공정한 언론 환경을 만들기 위한 특위라면 정치 편향적 보도를 하는 매체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면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도만 찾아내 문제 삼는 것은 공정언론특위가 아니라 차라리 ‘보수언론견제특위’가 솔직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언론계 관계자도 “새정치연합은 언론이 비판기사를 내면 반성하기보다는 무조건 음모가 있다, 배후세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문제”라며 “약간 망상에 사로잡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말 종편이 편파적이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윤창중 성추행 사건이나 정윤회 문건 파문 때 한 달 가까이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낸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공정언론특위가 공정성을 잃었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일례로 공정언론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최민희 의원은 야권에 비교적 우호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JTBC가 지난 해 ‘다이빙벨’과 관련한 인터뷰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방송심의 대상이 되자 방송심의를 중단하라는 압박공문을 방통위에 보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알파잠수기술공사의 이종인 대표는 해당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이빙벨을 이용하면 세월호 실종자들을 쉽게 수색할 수 있는데 정부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논란 끝에 세월호 수색현장에 다이빙벨이 투입됐지만 줄이 끊어지는 등 실패만 반복하다 철수했다.

결국 JTBC와 이종인 대표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아야만 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종인 대표와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등을 사기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새정치연합은 언론 담당 의원의 역할을 5가지 항목으로 분류했는데 그 중 ‘언론과 관계개선을 위한 유화적인 접촉 병행’이라는 항목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새정치연합이 결과적으로 ‘정언유착’을 시도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정언유착?
소통강화?

공정언론특위가 너무 자의적인 해석으로 언론사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례로 공정언론특위는 출범 직후 일부 언론이 새정치연합의 합당에 대해 야합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의 편파성을 보였다고 주장했는데, 언론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기사들까지 편파적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사실상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기사를 쓰라고 강요하는 행태”라며 “이는 언론탄압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매체 성격에 따라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비판을 할 수도 있고 칭찬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그런 기준이라면 지금 경남 무상급식 폐지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 진보매체들도 모두 편파적인 것이냐”고 되물었다.

공정언론특위는 출범 두 달 만에 방통위에 4건의 심의 요청을 한데 이어 위원회 논평 및 부대변인 논평 5건, 유선 항의 7건, 해당기관 이첩 5건을 실시했다. 공정언론특위가 이처럼 무차별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니 언론종사자들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항의전화가 언론소통 강화?
오죽하면 이러겠나? 동정론도


한 언론계 종사자는 “이전에는 보도에 불만이 있어도 보좌진들이 대신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는데 공정언론특위가 출범한 이후에는 국회의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항의를 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 같다”며 “아무래도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공정언론특위 측은 국회의원이 직접 항의전화를 거는 것은 특위가 정한 매뉴얼이 아니고 해당 의원의 개인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 역시 “종편 출범 이후 야권에 대한 언론 환경이 악화됐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언론 길들이기라는 오해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보수매체들뿐만 아니라 진보매체들 역시 정치 편향성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언론계의 현실”이라며 “새정치연합은 공당인 만큼 공정한 언론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입법을 하는 등 좀 더 큰 틀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 길들이기 중단
편파 방송부터 중단


공정언론특위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넘었지만 정작 공정언론환경 조성과 관련한 입법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언론특위 측은 “현재 편파보도에 대한 모니터링 및 항의 활동과 입법 준비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며 “조만간 관련 입법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은 현재 방송심의제도를 특정언론에 대한 길들이기 용도로 남발하고 있다”며 “현재 한 언론사당 최대 12명의 의원이 배정돼 해당 언론을 감시한다고 하는데, 언론사들이 새정치연합을 마음대로 비판할 수 있겠나? 새정치연합은 언론 길들이기를 중단하고 언론의 비판을 경청하고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를 먼저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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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