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면전문가 김영국 신구대 교수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면 이겨내지 못할 게 없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한민국은 최면 열풍으로 뜨거웠다. 당시 방영된 MBC <TV특종 놀라운 세상-스타의 전생 체험>이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너도나도 최면으로 전생 체험을 해보고 싶다는 반응이었다. 최면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 김영국 교수를 만나봤다.

 
3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레드썬을 기억할 것이다. 보물동굴에 들어가기 위해 외쳐야 했던 알리바바의 주문 열려라 참깨처럼 전생체험을 하려면 레드썬이라는 최면전문가 김영국 교수의 암호가 있어야만 했다. 10여년 동안 방송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우리의 기억에서 멀어졌던 김영국 교수를 오랜만에 만났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면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전생 주문 "레드썬"
 
-한창 인기를 끌다 왜 갑자기 방송에서 얼굴을 보기가 어려워졌나?
 
방송을 통해 연예인들의 전생체험이 화제를 낳으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러던 와중 학자로서의 회의감을 느꼈다. 방송인으로서 유명세를 떨치기보다는 최면전문가라는 자긍심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교수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늦은 나이 45살에 의학대학에 입학했고 학업에 열중하다보니 자연스레 방송 출연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는 레드썬아카데미의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직접 개발한 STAM 기법 관련 도서를 계속 출간하고 있다. 또한 대학교수로서 학생들에게 STAM 기법을 전수하고 있다.
 
- STAM 기법이라는 말이 낯선데?
 

방송에서는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전생 체험에만 주목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김영국하면 전생 체험 최면전문가로 오해한다. 하지만 본인은 전생 체험보다는 STAM 기법전문가라 할 수 있다. 최면과 관련된 모든 학문을 연구하지만 직접 개발한 STAM 기법이 주력 학문이라 볼 수 있다.
 
STAM은 자신감(Self confidence), 편안함(Tranquilness), 집중력(Absorption), 기억력(Memory)의 앞 글자를 모은 말이다. 행동·호흡·사고 패턴을 변화시킴으로써 주변 영향 요인들로부터 벗어나 4가지 요소를 회복하게 하는 종합적인 교정기법이다. 불면증, 우울증, 대인공포,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을 겪는 사람이나 중요한 시험을 앞둔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현대인들은 스트레스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스트레스의 비를 맞고 있으면서 우산을 쓰려 하지 않는다. STAM 기법은 스트레스로부터 안전하게 보호 받기 위해 우산을 씌워주는 역할을 한다. 자신감 결핍자를 예로 들자면 자신감 회복을 위해 자신감을 상실하게 만든 주변 요인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겪었을 수많은 실패와 좌절에 대한 기억을 줄이고 자신감이 충만했던 기억을 떠올림으로써 스트레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스스로 스트레스 치료를 할 방법은 없나?
 
가장 자신감이 충만했을 때를 상기시키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때의 마음가짐과 현재의 마음가짐을 비교해보라. 우울할 때 댄스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효과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영화 <명량>의 명대사를 빌어 표현하자면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는 방법만 안다면 이겨내지 못할 게 없다.
 
-지금도 전생에 관심들이 많다. ‘레드썬이라는 주문은 어떤 의미인가.
 

최근에는 상담보다는 학문 연구에 힘쓰기 때문에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종종 전생 체험 의뢰가 들어오곤 한다. 레드썬을 외쳐야만 최면에 빠지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더라. 하지만 레드썬은 최면가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주문이 아니다.
 
단순히 최면에 들어가는 하나의 암시문구일 뿐이다. 레드썬은 중학교 시절 내 별명이었다. 당시 알랑 드롱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레드 썬>이 한창 인기였다. 영화 속에서 알랑 드롱이 검은 스카프를 목에 착용했었는데, 목이 아파서 학교에 스카프를 차고 갔다가 레드 썬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별명을 최면 암시 문구로 차용한 것이다.

 
10여년 전 최면 열풍 일으킨 주인공
스트레스 잡는 STAM 기법 직접 개발
 
-KBS 등에서 유체이탈 실험을 성공한 적이 있는데?
 
KBS에서 유체이탈을 통해 최면이 행해지지 않는 방의 물체를 알아맞히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당시 유체이탈 실험자가 서술하기를 어린 아이가 머리부터 어깨까지 실핏줄이 가득 내려온 채 힘겹게 앉아 있다고 했다. 실제로는 머리가 긴 여자인형이었다. 인형을 어린아이로 본 것이다.
 
이 방송을 본 일본 니혼티비 <특명리서치>에서도 유체이탈을 조명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다른 방에 센서등과 온도계, 탁자 위에 공을 올려놓고 카메라를 장치했다. 유체이탈 실험 결과 센서등이 작동했으며 온도가 3나 떨어졌다. 실험자는 공이 축구공이었음을 맞혔으며, 움직여보라고 하자 축구공이 반 바퀴 정도 돌아갔다.
 
-1999년부터 범죄수사에 최면이 도입됐다. 범죄수사에 참여한 적이 있나?
 
많은 범죄수사에 관여했다. 일화 하나를 소개하겠다. 20여년 전 이태원의 한 모텔에서 여대생이 살해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살해된 모텔에는 방문객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수사가 난항을 겪자 최면수사를 의뢰해 왔다. 최면수사에는 카운터 직원이었던 한 아주머니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살해된 여대생과 모텔에 들어온 남성은 한 명으로 예상했으나 최면수사 결과 미군 세 명임을 알 수 있었다.
 
미군 복장을 한 두 명은 먼저 모텔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뒤늦게 해병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군복차림의 미군 한 명이 모텔을 나갔는데, 그의 바지 밑단 부분의 혈흔을 아주머니가 기억해냈다. 최면수사로 유력한 용의자의 몽타주를 그려 지명수배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후 수사 결과 소식은 듣지 못했다.
 
유체이탈 실험 성공
 
-최근 책을 출간했다. 내용은?
 
뉴욕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최면전문가 김희나와 함께 출간한 책이다. 그림으로 구성된 이 책은 그림을 보면 식욕이 줄어들며 운동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긴다. 그림최면에 의해 다이어트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향후 그림최면을 활용한 금연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김영국 프로필>

▲신구대학교 글로벌경영과 교수
▲레드썬아카데미 소장
▲STAM 전문가, 전생체험 전문가
▲<살빼는 만화최면> <전생여행 미래여행> <5단계 자기최면법>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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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