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친노-비노 전면전' 치닫는 내막

"친노 돕느니 차라리 새누리 돕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친노 배제가 통합인가? 문재인 대표는 할 만큼 했는데 왜 자꾸 시비를 거는 건지 저의가 의심스럽다." 전당대회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계파의 ㄱ자도 나오지 않게 하겠다던 문재인 대표의 공언은 이미 허언이 돼버린 지 오래다. 친노와 비노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8전당대회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행보는 한동안 큰 호평을 받았다.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해 중도 외연을 크게 넓혔고, 가장 큰 관심사였던 당직 인선도 무난하게 끝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신임 사무총장에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양승조 의원을 임명하고, 정책위의장에는 정세균계의 강기정 의원을 임명하면서 계파 안배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아울러 지명직 최고위원에도 비노계로 분류되는 추미애 의원과 이용득 전 최고위원을 지명했다. 취임 당시 “계파의 ㄱ자도 나오지 않게 하겠다”던 문 대표의 공언이 나름대로 잘 실천된 것이다.

계파 청산?
계파 대립!

이에 힘입어 문 대표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했다. 하지만 문 대표가 취임한 지 불과 19일 만에 다시 계파 간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문 대표가 친노계인 김경협 의원을 수석사무부총장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김한길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주승용 수석최고위원은 “그동안 수석사무부총장은 수석최고위원이 추천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문 대표가 관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친노인사를 임명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주 최고위원은 이에 항의하며 한동안 당무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반대를 위한 반대나 비판을 위한 비판까지 들어줄 이유는 없다”며 임명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비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김경협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중립을 지켜야 할 선관위원임에도 알게 모르게 문 대표의 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왔던 인물”이라며 “그런 인물을 당 실무를 총괄하고 차기 총선 공천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무부총장 자리에 앉힌다는 것은 결국 친노가 다 해먹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친노계는 이같은 비노진영의 문제제기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사무부총장은 공천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니다. 사무처의 결정권자는 결국 사무총장이 아닌가? 이미 사무총장에 비노계 인사를 앉혀놨는데 사무부총장 한 명을 친노계 인사로 임명했다고 이렇게 반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비노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석사무부총장에 김경협 의원을 임명한 데 이어 조직사무부총장에도 친노계인 한병도 전 의원을 임명하려고 했다.

친노 챙기기
비노 반발

그런데 이에 대한 비노계의 반발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문 대표도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한병도 카드를 철회하고 조직사무부총장 자리에 김한길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관영 의원을 임명한 것이다.

문 대표가 한발 물러서자 문 대표의 당직 인선에 반발해 당무를 거부해 온 주승용 최고위원도 일단 전북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당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 대표가 계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해 온 노력들은 이번 사건으로 완전히 묻혀버렸다.
 

비노계는 문 대표의 자업자득이라는 반응이다. 탕평인사를 하겠다더니 측근들을 공천의 핵심 실무자로 임명하려한 문 대표가 스스로 오해와 분란을 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친노계의 생각은 다르다. 한 친노인사는 “친노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탕평이고 통합인가? 이는 분명한 역차별이다. 문 대표는 지금까지 탕평인사를 위해 정말 많이 양보했는데 겨우 사무부총장 자리 하나로 이렇게 몰아세우는 게 말이 되나? 차, 포를 다 떼 준 것이나 다름없는데 왜 자꾸 시비를 거는 건지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도 격앙된 목소리로 “문 대표는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으로 당내 분란이 일어나면 자꾸 양보하며 넘어가려고 하는데 언제까지 당하기만 할 건가? (비노계의) 부당한 요구를 더 이상 들어 줄 필요가 없다”며 “그 사람들(비노계)은 차라리 집권을 못하더라도 우리(친노)가 집권하는 것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의 양보로 당내 갈등이 봉합되긴 했지만 문 대표의 양보가 거듭되면서 친노계의 불만도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친노 배제가 통합? 불만 폭발
탕평 약속 어디로? 비노도 불만

이번 사건은 현재 새정치연합 내 비노계와 친노계가 얼마나 서로를 불신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일단 봉합되기는 했지만 새정치연합 내에서 언제든지 계파 갈등이 다시 표면화 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게다가 당장 내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어서 앞으로 공천권을 둘러싼 친노와 비노 간의 계파 갈등이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에게 석패한 이후 침묵을 지키던 박지원 의원도 할 말은 하겠다며 최근 문 대표를 겨냥한 작심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박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 지도부가 4월 재보선을 전략공천 없이 경선으로만 치르기로 한 것에 대해 “전략공천의 잡음을 두려워해 ‘이기는 선거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문 대표의 당직 인선에도 문제가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박 의원은 당 지도부가 재보선에서 1석만 차지해도 이기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그건 패배다”라며 돌직구를 던졌다.

비노계에서는 만약 친노계와 비노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박 의원이 비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 대표를 거의 이길 뻔했다”며 “전당대회 이후 박 의원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호남에서 박 의원의 영향력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모두가 실감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에서 호남의 뿌리 깊은 반노 감정이 적나라하게 표출된 만큼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노계가 조금이라도 소외당하면 당장 호남이 들썩이기 시작할 텐데 여전히 호남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박 의원이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면 그 파괴력은 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뜨는 박지원
문재인 위협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4·29재보선은 친노계와 비노계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다.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광주 서구을 등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단 3곳에서 치러지는 초미니 재보선이지만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정치권에서는 비노계가 내심 새정치연합이 이번 재보선에서 참패하길 바라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재보선에서 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이 승리하게 되면 당장 내년 총선에서 비노계가 설 자리는 없다.

반면 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이 재보선에서 패한다면 비노계를 중심으로 한 야권 정계개편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친노계와 비노계가 이번 재보선의 승리 기준을 각각 다르게 잡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친노계는 이번 재보선의 승리 기준을 1석 이상으로 낮춰 잡고 있는 반면 비노계는 세 곳 모두 야권 강세 지역인 만큼 전승을 거둬야 진정한 승리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끌어안으려는 문, 멀어지려는 비노
괜한 트집 잡기? 신당 준비하나?

특히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광주 서구을 선거 결과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초 새정치연합은 광주 서구을 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선거전략을 세웠지만 이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합류한 국민모임과 정의당이 이 지역에서 후보를 내기로 한데 이어 천정배 전 법무장관도 무소속으로 광주 서구을 출마를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천 전 장관은 새정치연합이 모든 재보선 후보들을 권리당원과 일반시민이 50%씩 참여하는 경선을 통해 뽑기로 결정하자 탈당을 선언했다.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패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천 전 장관도 광주 서구을 선거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그가 이번 선거에서 패할 경우 향후 정치권에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측이 엉뚱하게도 텃밭에서 총력전을 치르느라 정작 다른 두 곳의 선거전략이 모두 뒤엉켜버릴 가능성도 크다. 국민모임과 정의당, 천 전 장관은 재보선 과정에서 단일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주 패배
문재인 직격탄


일각에서는 재보선 과정에서 호남권 비노계 의원들이 야권단일후보를 물밑에서 도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싹트고 있다. 새정치연합 후보가 광주에서 패한다면 문 대표와 친노세력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단행한 공천 결과에 불만을 가진 호남권 후보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해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라북도의 경우 기초단체장 14명 중 절반인 7명이 무소속으로 당선됐고, 전라남도 역시 22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8곳을 무소속에 내줬다. 당시 무소속 후보들이 호남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호남 국회의원들이 물밑에서 무소속 후보들을 지원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4월 재보선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박지원 의원의 지지자들 사이에선 호남당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친노와 비노의 전면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