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친노-비노 전면전' 치닫는 내막

"친노 돕느니 차라리 새누리 돕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친노 배제가 통합인가? 문재인 대표는 할 만큼 했는데 왜 자꾸 시비를 거는 건지 저의가 의심스럽다." 전당대회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계파의 ㄱ자도 나오지 않게 하겠다던 문재인 대표의 공언은 이미 허언이 돼버린 지 오래다. 친노와 비노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8전당대회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행보는 한동안 큰 호평을 받았다.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해 중도 외연을 크게 넓혔고, 가장 큰 관심사였던 당직 인선도 무난하게 끝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신임 사무총장에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양승조 의원을 임명하고, 정책위의장에는 정세균계의 강기정 의원을 임명하면서 계파 안배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아울러 지명직 최고위원에도 비노계로 분류되는 추미애 의원과 이용득 전 최고위원을 지명했다. 취임 당시 “계파의 ㄱ자도 나오지 않게 하겠다”던 문 대표의 공언이 나름대로 잘 실천된 것이다.

계파 청산?
계파 대립!

이에 힘입어 문 대표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했다. 하지만 문 대표가 취임한 지 불과 19일 만에 다시 계파 간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문 대표가 친노계인 김경협 의원을 수석사무부총장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김한길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주승용 수석최고위원은 “그동안 수석사무부총장은 수석최고위원이 추천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문 대표가 관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친노인사를 임명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주 최고위원은 이에 항의하며 한동안 당무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반대를 위한 반대나 비판을 위한 비판까지 들어줄 이유는 없다”며 임명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비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김경협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중립을 지켜야 할 선관위원임에도 알게 모르게 문 대표의 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왔던 인물”이라며 “그런 인물을 당 실무를 총괄하고 차기 총선 공천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무부총장 자리에 앉힌다는 것은 결국 친노가 다 해먹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친노계는 이같은 비노진영의 문제제기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사무부총장은 공천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니다. 사무처의 결정권자는 결국 사무총장이 아닌가? 이미 사무총장에 비노계 인사를 앉혀놨는데 사무부총장 한 명을 친노계 인사로 임명했다고 이렇게 반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비노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석사무부총장에 김경협 의원을 임명한 데 이어 조직사무부총장에도 친노계인 한병도 전 의원을 임명하려고 했다.

친노 챙기기
비노 반발

그런데 이에 대한 비노계의 반발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문 대표도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한병도 카드를 철회하고 조직사무부총장 자리에 김한길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관영 의원을 임명한 것이다.

문 대표가 한발 물러서자 문 대표의 당직 인선에 반발해 당무를 거부해 온 주승용 최고위원도 일단 전북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당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 대표가 계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해 온 노력들은 이번 사건으로 완전히 묻혀버렸다.
 

비노계는 문 대표의 자업자득이라는 반응이다. 탕평인사를 하겠다더니 측근들을 공천의 핵심 실무자로 임명하려한 문 대표가 스스로 오해와 분란을 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친노계의 생각은 다르다. 한 친노인사는 “친노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탕평이고 통합인가? 이는 분명한 역차별이다. 문 대표는 지금까지 탕평인사를 위해 정말 많이 양보했는데 겨우 사무부총장 자리 하나로 이렇게 몰아세우는 게 말이 되나? 차, 포를 다 떼 준 것이나 다름없는데 왜 자꾸 시비를 거는 건지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도 격앙된 목소리로 “문 대표는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으로 당내 분란이 일어나면 자꾸 양보하며 넘어가려고 하는데 언제까지 당하기만 할 건가? (비노계의) 부당한 요구를 더 이상 들어 줄 필요가 없다”며 “그 사람들(비노계)은 차라리 집권을 못하더라도 우리(친노)가 집권하는 것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의 양보로 당내 갈등이 봉합되긴 했지만 문 대표의 양보가 거듭되면서 친노계의 불만도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친노 배제가 통합? 불만 폭발
탕평 약속 어디로? 비노도 불만

이번 사건은 현재 새정치연합 내 비노계와 친노계가 얼마나 서로를 불신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일단 봉합되기는 했지만 새정치연합 내에서 언제든지 계파 갈등이 다시 표면화 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게다가 당장 내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어서 앞으로 공천권을 둘러싼 친노와 비노 간의 계파 갈등이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에게 석패한 이후 침묵을 지키던 박지원 의원도 할 말은 하겠다며 최근 문 대표를 겨냥한 작심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박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 지도부가 4월 재보선을 전략공천 없이 경선으로만 치르기로 한 것에 대해 “전략공천의 잡음을 두려워해 ‘이기는 선거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문 대표의 당직 인선에도 문제가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박 의원은 당 지도부가 재보선에서 1석만 차지해도 이기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그건 패배다”라며 돌직구를 던졌다.

비노계에서는 만약 친노계와 비노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박 의원이 비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 대표를 거의 이길 뻔했다”며 “전당대회 이후 박 의원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호남에서 박 의원의 영향력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모두가 실감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에서 호남의 뿌리 깊은 반노 감정이 적나라하게 표출된 만큼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노계가 조금이라도 소외당하면 당장 호남이 들썩이기 시작할 텐데 여전히 호남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박 의원이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면 그 파괴력은 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뜨는 박지원
문재인 위협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4·29재보선은 친노계와 비노계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다.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광주 서구을 등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단 3곳에서 치러지는 초미니 재보선이지만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정치권에서는 비노계가 내심 새정치연합이 이번 재보선에서 참패하길 바라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재보선에서 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이 승리하게 되면 당장 내년 총선에서 비노계가 설 자리는 없다.

반면 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이 재보선에서 패한다면 비노계를 중심으로 한 야권 정계개편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친노계와 비노계가 이번 재보선의 승리 기준을 각각 다르게 잡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친노계는 이번 재보선의 승리 기준을 1석 이상으로 낮춰 잡고 있는 반면 비노계는 세 곳 모두 야권 강세 지역인 만큼 전승을 거둬야 진정한 승리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끌어안으려는 문, 멀어지려는 비노
괜한 트집 잡기? 신당 준비하나?

특히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광주 서구을 선거 결과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초 새정치연합은 광주 서구을 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선거전략을 세웠지만 이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합류한 국민모임과 정의당이 이 지역에서 후보를 내기로 한데 이어 천정배 전 법무장관도 무소속으로 광주 서구을 출마를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천 전 장관은 새정치연합이 모든 재보선 후보들을 권리당원과 일반시민이 50%씩 참여하는 경선을 통해 뽑기로 결정하자 탈당을 선언했다.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패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천 전 장관도 광주 서구을 선거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그가 이번 선거에서 패할 경우 향후 정치권에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측이 엉뚱하게도 텃밭에서 총력전을 치르느라 정작 다른 두 곳의 선거전략이 모두 뒤엉켜버릴 가능성도 크다. 국민모임과 정의당, 천 전 장관은 재보선 과정에서 단일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주 패배
문재인 직격탄


일각에서는 재보선 과정에서 호남권 비노계 의원들이 야권단일후보를 물밑에서 도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싹트고 있다. 새정치연합 후보가 광주에서 패한다면 문 대표와 친노세력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단행한 공천 결과에 불만을 가진 호남권 후보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해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라북도의 경우 기초단체장 14명 중 절반인 7명이 무소속으로 당선됐고, 전라남도 역시 22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8곳을 무소속에 내줬다. 당시 무소속 후보들이 호남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호남 국회의원들이 물밑에서 무소속 후보들을 지원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4월 재보선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박지원 의원의 지지자들 사이에선 호남당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친노와 비노의 전면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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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