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국회의원 후원금 내역 완전공개

"대가성 없는 후원금 몇이나 될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난해 국회의원들이 모은 후원금 내역이 공개됐다. 국회의원들이 지난 한 해 동안 모은 후원금 총액은 504억원이다. 1인당 평균 1억7000만원 가량이다. 이중 300만원을 초과한 고액기부도 3400여건이나 됐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익명의 고액기부다. 직업란에 자영업이나 회사원으로 적거나 아예 직업을 적지 않는 경우가 전체의 70%를 넘었다. 이들이 어떤 의도로 고액기부를 했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수상한 국회의원 후원금을 <일요시사>가 전수조사 해봤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지난 2013년 새누리당 공천희망자들로부터 고액의 정치 후원금을 받은 것이 논란이 됐다. 이들은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 출마했는데, 3명은 경선에서 탈락했지만 2명은 공천을 통과해 당선됐다. 이 총리는 그들이 자신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이처럼 국회의원에 대한 고액 후원금 문제는 입각할 때마다 논란이 되어 왔던 사안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거액의 정치후원금을 모금했다.

한 해 후원금
500억 넘겨

국회의원들이 지난 한해 동안 모은 후원금 총액은 504억원이나 됐다. 1인당 평균 1억7000만원 가량이다. 이중 300만원을 초과한 고액기부는 3400여건이다. 대가성이 없어도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하면 처벌하는 김영란법이 제정됐지만 정작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어온 정치후원금은 올해도 개선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는 선거가 있는 해로 평소보다 2배 많은 3억원의 후원금을 모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회의원 후원금을 통한 입법로비 의혹이 잇따라 터지면서 그나마 평균모금액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 발전을 위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지만 현재 우리나라 여건상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거액의 후원금을 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이 총리에게 고액 후원금을 냈던 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천과 관련해 (잘 보이려는) 그런 점도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후원금 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신원이 불분명한 이들의 고액기부다. 공개된 이름만으로는 이들이 어떤 의도로 해당 의원에게 고액기부를 한 것인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 연 300만원 이상의 고액을 후원하면서 직업을 불분명하게 적거나 주소·전화번호를 기재하지 않아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는 전체의 7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동아일렉콤 이건수 회장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게 500만원씩 후원하면서 직업란에 자영업자라고 적었다가 뒤늦게 언론에 포착됐다.

<일요시사>도 공개된 명단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이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한 사실을 단독으로 포착하기도 했다. 임 부사장은 직업란을 아예 비워두고 사실상 익명 기부를 했다. 이 의원 측은 임 부사장과 이 의원이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라 후원을 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불법·탈법의 온상
"이대로 방치해도 될까?"

현대종합금속 정몽석 회장은 새누리당 유일호, 나성린, 안홍준 의원에게 500만원씩을 후원했다. 정몽석 회장은 후원금을 내면서 직업란엔 ‘회사원’ ‘사업’ ‘기타’ 등 각각 다른 내용을 적어 넣었다. 현대해상화재보험 정몽윤 회장도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정몽윤 회장은 직업란에 ‘회장’이라고 적었다.

우석건설 박해상 회장은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 새정치연합 박수현 의원에게 월 40만원씩 11개월에 걸쳐 각각 440만원을 후원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의 최호식 회장은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 이종진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씩 후원했다.

윤재옥 의원은 곽국민 파크랜드 부회장에게도 500만원을 후원받았다. 현대상조 이봉상 대표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손석효 전 아가방 회장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에게 100만원 씩 5번 후원해 총 500만원을 냈다.


태영그룹 정문흠 회장은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정치후원금은 1년에 국회의원 1인당 500만원까지 총 2000만원을 낼 수 있다. 최대 국회의원 4명까지 후원이 가능한 것이다.

지난해 국회의원 고액후원자 명단에는 배우 견미리씨가 포함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견씨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견씨는 김 의원과 직접적인 인연이 없지만 남편인 이홍헌 전 파미셀 회장이 김 의원과 고향친구여서 남편 대신 후원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지역구 소속 지방의원이나 선거 출마예정자들에게 후원금을 받는 구태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국회의원은 지역 지방의원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묻지마 후원
전체 70%

우선 19대 국회 상반기 국회부의장을 지낸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은 모두 3명의 도의원으로부터 각각 500만원씩 총 1500만원을 후원받았다. 같은 당 김을동 의원과 심학봉 의원도 지방의원에게 500만원씩을 기부 받았고, 이장우 의원은 지역 시의원으로부터 매월 40만원씩 13차례에 걸쳐 52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박성호 의원 역시 지역 시의원으로부터 13차례에 걸쳐 모두 340만원을 모금했다.

새누리당 윤상현, 김태원 의원과 새정치연합 한명숙, 이목희, 안규백, 임내현 의원은 정당인 혹은 정치인으로 직업이 표시된 인사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측근인 윤장현 광주시장으로부터 500만원을 모금했다. 


안철수 의원은 올해 공개된 모금 내역보다 지난해 공개된 모금내역이 더 눈길을 끈다. 안 의원은 지난 2013년 총 6명에게 300만원을 초과한 고액기부를 받았는데 안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한 전형준 전 화순군수는 지난해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후 그 해 9월 한 원룸에서 자살을 했다.

또 안 의원에게 400만원을 후원한 이석형 전 함평군수는 전남지사 경선에 나섰다가 낙선했고, 유영선 정책네트워크내일 실행위원도 500만원을 후원한 후 순창군수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역시 안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던 유재신 전 광주시의원은 당초 구청장선거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합당으로 출마를 포기한 후 현재 광주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을 맡고 있다.

박표진 전 교육감도 안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한 후 광주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안 의원에 대한 고액후원자 6명 중 무려 5명이 선거 출마예정자였던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자신이 속한 상임위와 연관된 기업이나 이익단체로부터 고액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국회 환노위에 소속되어 있는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은 전국항운노동조합위원장으로부터 500만원을 후원받았고, 국토교통위에 소속되어 있는 김희국 의원도 건설사인 대원토건대표에게 330만원을 기부 받았다. 

무직자나 주부가 고액의 기부를 하는 수상한 정황도 다수 포착됐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유철, 김진태 의원과 새정치연합 박지원, 이개호 의원은 무직자들로부터 각각 500만원씩을 후원받았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가정주부가 고액 후원금을 낸 사례는 37명이나 됐다. 이들은 대부분 최고액인 500만원을 후원금으로 냈다.

무직자도
500만원 기부

국회의원들끼리 후원금을 내는 일명 ‘품앗이’ 관행도 여전했다.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같은 당 나경원 의원, 김영우 의원에게 500만원씩 후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서용교 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했다. 새정치연합 한명숙 의원은 문재인 대표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이런 품앗이 관행은 이른 바 ‘돌려막기’로 변질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올해 후원금 모금액 달성에 실패한 A의원이 모금을 끝낸 B의원에게 추가 후원금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해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어차피 모금액을 초과 달성해 더 이상 추가 후원금을 받을 수 없었던 B의원 입장에선 A의원에게 채권을 받는 셈이 된다. 후원자 입장에서도 A의원과 B의원 모두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을 수 있으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후원자 명단에 정치인 바글
공천 위한 억지성 기부?

개중에는 자신의 보좌진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은 자신의 보좌진으로부터 총 4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본지가 확인해본 결과 후원금을 낸 보좌진은 지역사무실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지역사무실 운영이 어려워져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았고, 모은 후원금을 자신의 이름으로 낸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김 의원이 선관위에 신고한 재산은 10억원이 넘었다. 지역사무실 운영이 어렵다고 해서 봉급쟁이에 불과한 직원들로부터 수백만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받은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배우 송일국씨의 어머니이기도 한 김 의원은 송씨의 매니저를 국회 인턴으로 거짓등록하고 세금으로 월급을 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보좌진 삥뜯기?
뻔뻔한 의원님들

새정치연합 신계륜 의원도 자신의 비서로부터 350만원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이에 대해 신 의원 측은 “회계담당 여직원의 실수로 후원금에 오류가 발생해 본인이 후원금 형태로 변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노동자는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 단순 실수로 손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배상을 하게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신 의원 측은 “의원님이 배상을 강요한 것은 아니고 문제가 생기니까 직원이 자발적으로 배상을 한 것이다. 의원님은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아셨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질적으로 정치후원금은 대가성이 포함돼 있다. 김영란법이 통과됐는데 정치후원금 제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게다가 이번에 통과된 김영란법에 정치후원금이 빠져 있어 앞으로 로비를 하려는 사람들의 수요가 모두 정치후원금으로 집중될 가능성도 크다. 중앙선관위가 후원금을 일괄적으로 모금해서 의정활동 실적에 따라 후원금을 배분한다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 후원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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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