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는 야권 잠룡 '문재인 견제' 막전막후

독주하는 문재인 "지금 발목 잡아야 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신임 대표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문 대표는 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또 다시 최고치를 갱신하며 1위를 차지했다. 새정치연합의 지지율도 크게 올랐다. 이를 바라보는 다른 야권 잠룡들의 심경은 복잡 미묘하다. 당이 잘돼야 자신들의 대권행보에도 탄력이 붙겠지만, 너무 잘나가는 문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상 자신들은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무서운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JTBC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2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조사한 결과, 문 대표(28.5%)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문 대표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해 왔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14.9%)을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 따돌렸다.

대권 지형도 흔들
문재인 독주체제

문 대표의 약진과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8.2%)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0.5%)에게도 밀리며 4위로 추락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6.5%)과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4.2%)은 각각 5, 6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난 2·8 전당대회 이후 문 대표의 무서운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전체적인 대권 지형도가 크게 뒤틀리고 있는 것이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비록 경선 룰 변경 논란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받기는 했지만 첫 일정부터 중도층 끌어안기 광폭 행보로 무섭게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문 대표가 취임 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정치적 승부수였다. 지난 대선에서도 외연확장을 위해 두 전직 대통령 묘소에 참배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당시 문 대표는 지지층 이탈을 우려해 거부했다.

쾌속질주 문재인, 심기 불편한 야권 잠룡들
“어게인 2012 될라” 친노는 절대 못 믿어


이번 참배에 대해서도 정청래 최고위원 등이 ‘유대인이 히틀러를 참배한 격’이라고 비판 하는 등 반발이 있었지만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약 65%의 국민들은 문 대표의 묘역 참배를 잘한 일로 평가했다. 잘못한 일이라고 평가한 비율은 고작 12%에 그쳤다. 문 대표의 정치적 승부수가 먹혀들어간 셈이다.

문 대표는 또 취임 후 주요당직에 비노인사를 대거 기용하는 등 탕평인사를 실시하고, 야당지지성향이 다소 약했던 50대 이상을 겨냥해 연말정산 사태 등 연일 경제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정부여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문 대표는 취임 후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이라고 할 수도 있는 박원순 시장,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와 만났고, 앞으로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전 의원 등도 만나 조언을 구할 예정이다. 이 같은 광폭행보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어느새 새누리당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를 바라보는 다른 야권 잠룡들의 심경은 복잡 미묘하다. 당이 잘돼야 자신들의 대권행보에도 탄력이 붙겠지만, 너무 잘나가는 문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상 자신들은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흔들기
과연 성공할까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2·8전당대회 당시 문 대표의 경쟁자였던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당권도 갖고 대권도 갖고 꿩도 먹고 알도 먹고 국물까지 다 마시면 우리 당의 정세균·손학규·안철수·조경태 이런 분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이냐”라며 문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 당이 분당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당내에서 문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과 극이다. 친노진영에서는 취임 후 광폭행보로 지지율이 크게 오르자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비노진영에서는 여전히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비노진영에선 아직까지 문 대표의 행보를 잠잠히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지만 문 대표가 향후 조그만 실수라도 저지른다면 적극적으로 문 대표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친노계로 분류되는 김경협 의원의 사무부총장 임명을 둘러싸고 벌어진 당내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한길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주승용 최고위원은 그동안 수석사무부총장은 전당대회 득표율 1위를 차지한 최고위원이 추천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문 대표가 관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친노인사를 임명했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부총장은 사무처의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주 최고위원은 전날 비공개 최고위에도 불참했는데 김 사무부총장을 임명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성격이었다는 후문이다.

비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김경협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중립을 지켜야 할 선관위원임에도 알게 모르게 문 대표의 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왔던 인물”이라며 “그동안 문 대표의 탕평인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그런 인물을 당 실무를 총괄하고 차기 총선 공천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무부총장 자리에 앉힌다는 것은 결국 친노가 다 해먹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친노계는 이 같은 비노진영의 문제제기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또 다른 인사는 “사무부총장은 공천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니다. 사무처의 결정권자는 결국 사무총장이 아닌가? 이미 사무총장에 손학규 전 고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양승조 의원을 앉혀놨는데 사무부총장 한 명을 친노계로 임명했다고 이렇게 반발하는 것은 문재인 흔들기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비노계에서는 친노인사가 한 명이라도 당직에 임명되면 큰일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데 진정한 탕평이라면 양쪽이 균형 있게 임명돼야 하는 것 아닌가? 비노계의 갑질로 오히려 친노계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 대표의 브레이크 없는 독주에 이미 야권 잠룡들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채 2년도 남지 않은 차기 대선 경선에서 힘 한 번 못써보고 문 대표에게 대권후보 자리를 넘겨줘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를 지냈던 박영선 의원과 함께 좌담회를 열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좌담회였지만 비노계로 분류되는 전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 행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문 대표에게 대항하기 위해 정치적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한길 전 대표와 문병호, 김관영, 김영환 의원 등 비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했던 손학규 전 고문도 문 대표의 통합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당초 문 대표는 호남을 방문해 손 전 고문과 만남을 갖고 오찬을 함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은 막판에 마음을 바꿔 “정계를 은퇴한 마당에 자칫 정치에 다시 관여하는 모습으로 비칠 것 같다”며 문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손 전 고문이 문 대표와의 만남에 응했다가 자칫 문 대표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야권잠룡 꿈틀
문재인 흔들

박원순 서울시장도 문 대표를 의식한 듯 적극적인 외연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나 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했고, 같은 날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와 만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지역과 여야, 진영을 넘어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 전당대회 기간에는 문 대표의 경쟁자였던 박지원, 이인영 의원과 만남을 가지면서 우회적으로 문 대표를 견제하기도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정치권에서 캐스팅보트로 통하는 충청지역의 세 규합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안 지사는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충청지역 시도지사와 의원들 간 연석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처럼 차기 대선이 다가올수록 다른 야권 잠룡들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문재인 흔들기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월 재보선은 문 대표의 운명을 결정 지을 중요한 분수령이다. 4월29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올해 치러지는 유일한 선거인데다 박근혜정부 3년 차에 대한 평가의 의미가 있어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선거다.

“이대로 둘 순 없다” 견제구 준비 중?
4월 재보선, 차기주자 운명 가를 분수령


게다가 문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대표가 돼야 이기는 정당이 될 수 있다며 여론몰이를 했었다. 재보선이 치러지는 세 곳 모두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당선됐던 야당 우세지역인 만큼 단 한 곳이라도 패한다면 문 대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이번 재보선에서 패하면 문 대표로는 향후 총선과 대선이 힘들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서울 관악을의 정태호 지역위원장, 성남 중원의 김창호 후보는 대표적인 친노인사이기 때문에 문 대표가 이들을 공천할 경우 당내 잡음이 커질 우려가 있다.

만약 이들이 공천되면 비노진영에서는 문 대표가 겉으로는 탕평인사를 부르짖고 있지만 결국 내년 총선에서도 친노인사만 챙길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돼 자칫하면 당 일각에서 꿈틀대고 있는 분당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권 잠룡들이 무소속 후보 등을 물밑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재보선에 훼방을 놓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재보선 훼방까지?
분당 가능성도


실제로 지난해 7·30재보선 당시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가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 선거에서 이례적으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게 패했는데, 이정현 후보가 예산폭탄론 등으로 민심을 잘 파고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이정현 후보 측을 도운 결과라는 분석도 있었다. 7·30재보선 참패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의 공천에 반발한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호남에선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기도 했다. 당시와 같은 상황이 이번 재보선에서도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야권 잠룡들은 문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신들이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이나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당을 박차고 나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으로 원내에서 30~40석 정도만 차지하면 충분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과연 야권 잠룡들은 문 대표의 독주를 막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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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