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는 야권 잠룡 '문재인 견제' 막전막후

독주하는 문재인 "지금 발목 잡아야 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신임 대표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문 대표는 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또 다시 최고치를 갱신하며 1위를 차지했다. 새정치연합의 지지율도 크게 올랐다. 이를 바라보는 다른 야권 잠룡들의 심경은 복잡 미묘하다. 당이 잘돼야 자신들의 대권행보에도 탄력이 붙겠지만, 너무 잘나가는 문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상 자신들은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무서운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JTBC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2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조사한 결과, 문 대표(28.5%)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문 대표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해 왔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14.9%)을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 따돌렸다.

대권 지형도 흔들
문재인 독주체제

문 대표의 약진과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8.2%)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0.5%)에게도 밀리며 4위로 추락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6.5%)과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4.2%)은 각각 5, 6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난 2·8 전당대회 이후 문 대표의 무서운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전체적인 대권 지형도가 크게 뒤틀리고 있는 것이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비록 경선 룰 변경 논란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받기는 했지만 첫 일정부터 중도층 끌어안기 광폭 행보로 무섭게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문 대표가 취임 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정치적 승부수였다. 지난 대선에서도 외연확장을 위해 두 전직 대통령 묘소에 참배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당시 문 대표는 지지층 이탈을 우려해 거부했다.

쾌속질주 문재인, 심기 불편한 야권 잠룡들
“어게인 2012 될라” 친노는 절대 못 믿어


이번 참배에 대해서도 정청래 최고위원 등이 ‘유대인이 히틀러를 참배한 격’이라고 비판 하는 등 반발이 있었지만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약 65%의 국민들은 문 대표의 묘역 참배를 잘한 일로 평가했다. 잘못한 일이라고 평가한 비율은 고작 12%에 그쳤다. 문 대표의 정치적 승부수가 먹혀들어간 셈이다.

문 대표는 또 취임 후 주요당직에 비노인사를 대거 기용하는 등 탕평인사를 실시하고, 야당지지성향이 다소 약했던 50대 이상을 겨냥해 연말정산 사태 등 연일 경제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정부여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문 대표는 취임 후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이라고 할 수도 있는 박원순 시장,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와 만났고, 앞으로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전 의원 등도 만나 조언을 구할 예정이다. 이 같은 광폭행보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어느새 새누리당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를 바라보는 다른 야권 잠룡들의 심경은 복잡 미묘하다. 당이 잘돼야 자신들의 대권행보에도 탄력이 붙겠지만, 너무 잘나가는 문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상 자신들은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흔들기
과연 성공할까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2·8전당대회 당시 문 대표의 경쟁자였던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당권도 갖고 대권도 갖고 꿩도 먹고 알도 먹고 국물까지 다 마시면 우리 당의 정세균·손학규·안철수·조경태 이런 분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이냐”라며 문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 당이 분당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당내에서 문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과 극이다. 친노진영에서는 취임 후 광폭행보로 지지율이 크게 오르자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비노진영에서는 여전히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비노진영에선 아직까지 문 대표의 행보를 잠잠히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지만 문 대표가 향후 조그만 실수라도 저지른다면 적극적으로 문 대표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친노계로 분류되는 김경협 의원의 사무부총장 임명을 둘러싸고 벌어진 당내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한길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주승용 최고위원은 그동안 수석사무부총장은 전당대회 득표율 1위를 차지한 최고위원이 추천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문 대표가 관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친노인사를 임명했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부총장은 사무처의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주 최고위원은 전날 비공개 최고위에도 불참했는데 김 사무부총장을 임명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성격이었다는 후문이다.

비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김경협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중립을 지켜야 할 선관위원임에도 알게 모르게 문 대표의 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왔던 인물”이라며 “그동안 문 대표의 탕평인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그런 인물을 당 실무를 총괄하고 차기 총선 공천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무부총장 자리에 앉힌다는 것은 결국 친노가 다 해먹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친노계는 이 같은 비노진영의 문제제기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또 다른 인사는 “사무부총장은 공천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니다. 사무처의 결정권자는 결국 사무총장이 아닌가? 이미 사무총장에 손학규 전 고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양승조 의원을 앉혀놨는데 사무부총장 한 명을 친노계로 임명했다고 이렇게 반발하는 것은 문재인 흔들기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비노계에서는 친노인사가 한 명이라도 당직에 임명되면 큰일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데 진정한 탕평이라면 양쪽이 균형 있게 임명돼야 하는 것 아닌가? 비노계의 갑질로 오히려 친노계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 대표의 브레이크 없는 독주에 이미 야권 잠룡들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채 2년도 남지 않은 차기 대선 경선에서 힘 한 번 못써보고 문 대표에게 대권후보 자리를 넘겨줘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를 지냈던 박영선 의원과 함께 좌담회를 열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좌담회였지만 비노계로 분류되는 전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 행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문 대표에게 대항하기 위해 정치적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한길 전 대표와 문병호, 김관영, 김영환 의원 등 비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했던 손학규 전 고문도 문 대표의 통합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당초 문 대표는 호남을 방문해 손 전 고문과 만남을 갖고 오찬을 함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은 막판에 마음을 바꿔 “정계를 은퇴한 마당에 자칫 정치에 다시 관여하는 모습으로 비칠 것 같다”며 문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손 전 고문이 문 대표와의 만남에 응했다가 자칫 문 대표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야권잠룡 꿈틀
문재인 흔들

박원순 서울시장도 문 대표를 의식한 듯 적극적인 외연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나 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했고, 같은 날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와 만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지역과 여야, 진영을 넘어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 전당대회 기간에는 문 대표의 경쟁자였던 박지원, 이인영 의원과 만남을 가지면서 우회적으로 문 대표를 견제하기도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정치권에서 캐스팅보트로 통하는 충청지역의 세 규합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안 지사는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충청지역 시도지사와 의원들 간 연석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처럼 차기 대선이 다가올수록 다른 야권 잠룡들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문재인 흔들기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월 재보선은 문 대표의 운명을 결정 지을 중요한 분수령이다. 4월29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올해 치러지는 유일한 선거인데다 박근혜정부 3년 차에 대한 평가의 의미가 있어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선거다.

“이대로 둘 순 없다” 견제구 준비 중?
4월 재보선, 차기주자 운명 가를 분수령


게다가 문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대표가 돼야 이기는 정당이 될 수 있다며 여론몰이를 했었다. 재보선이 치러지는 세 곳 모두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당선됐던 야당 우세지역인 만큼 단 한 곳이라도 패한다면 문 대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이번 재보선에서 패하면 문 대표로는 향후 총선과 대선이 힘들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서울 관악을의 정태호 지역위원장, 성남 중원의 김창호 후보는 대표적인 친노인사이기 때문에 문 대표가 이들을 공천할 경우 당내 잡음이 커질 우려가 있다.

만약 이들이 공천되면 비노진영에서는 문 대표가 겉으로는 탕평인사를 부르짖고 있지만 결국 내년 총선에서도 친노인사만 챙길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돼 자칫하면 당 일각에서 꿈틀대고 있는 분당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권 잠룡들이 무소속 후보 등을 물밑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재보선에 훼방을 놓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재보선 훼방까지?
분당 가능성도


실제로 지난해 7·30재보선 당시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가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 선거에서 이례적으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게 패했는데, 이정현 후보가 예산폭탄론 등으로 민심을 잘 파고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이정현 후보 측을 도운 결과라는 분석도 있었다. 7·30재보선 참패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의 공천에 반발한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호남에선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기도 했다. 당시와 같은 상황이 이번 재보선에서도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야권 잠룡들은 문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신들이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이나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당을 박차고 나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으로 원내에서 30~40석 정도만 차지하면 충분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과연 야권 잠룡들은 문 대표의 독주를 막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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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