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통합진보당 이상규 전 의원

"북한 세습 반대하는 종북도 있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판결로 하루아침에 의원직을 잃게 된 통합진보당 이상규 전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다시 한 번 출사표를 던졌다.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이상규 전 의원은 그간 통진당과 자신을 괴롭혀 온 종북 논란들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지난해 12월19일 정확히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2주년이 되는 날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의 강제 해산이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통진당 이상규 전 의원은 이날 헌재의 결정으로 의원직을 잃고 국회를 떠나야 했다. 이후 한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이 전 의원은 지난달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지역구에 다시 한 번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보궐선거는 정당해산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인해 치러지는 만큼 그 정치적 의미가 매우 크다. 이 전 의원은 “만약 내가 당선되면 박근혜정권은 레임덕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이 전 의원을 만나 그간 통진당과 이 전 의원을 괴롭혀온 종북 논란들에 대해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봤다. 다음은 이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 헌재의 정당해산 판결로 의원직을 잃고 다시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하게 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 처음에는 뭐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거니까 어안이 벙벙하고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그 이후에 많은 주민들이 저를 격려하고 응원해주셨다. 자발적으로 사무실까지 찾아와 응원글을 남겨주시고 간 분들도 있었다. 그런 분들의 응원이 많은 힘이 됐다. 이번에 꼭 당선돼 박근혜정권의 부당함을 만천하에 알리고 싶다. 만약 제가 당선되면 박근혜정권은 레임덕을 겪게 될 것이다.

- 통진당을 계승하는 신당을 창당할 계획은 없나? 재보선에는 끝까지 무소속으로 나서게 되나?
▲ 현재는 전혀 계획이 없다. 박근혜정권 하에서는 어떤 형태로 우리가 재기를 모색하던 간에 쉽지 않을 것이다. 통진당 해산 심판 결정은 철저히 정치적인 재판이었다. 앞으로도 (우리가 합법적인 활동을 한다고 해도) 정치적 논리로 대응할 건데 (박근혜정권은) 어떻게든 우리가 정치를 못하게 할 거다.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는 새누리당 중진의원들조차도 말을 함부로 못한다고 하는데 우리당 이정희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발언까지 하지 않았나? 그런 이야기를 했으니 우리를 가만히 두겠나?

- 그렇다면 이번 선거는 옛 통진당 조직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혼자서 치르게 되나?
▲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저랑 개인적으로 인연을 맺었던 분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주시는 것은 있겠지만 조직적인 지원은 받지 못할 것 같다.


- 지역구 의원으로서 의원직을 잃기 전까지 지역에서 어떤 성과를 얻어냈나?
▲ 지역구에 있는 도림천이 원래는 해마다 범람을 해서 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제가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된 이후에는 한 번도 범람을 안했다. 도림천 범람을 막기 위해 빗물저류조를 짓기로 했었는데 여러 가지 문제로 추진이 안 되고 있었다.

그래서 저는 지난 총선이 끝난 후 정식으로 취임도 하기 전에 당선인 신분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찾아가 이 문제를 담판 지었다. 이후로는 도림천이 범람을 안 한다. 또 해마다 특별교부세 예산을 10억씩 가져와서 경로당 신축이나 리모델링, 어린이집, 청소년 회관, 복지사각지대 등에 사용했다.
 

- 헌재의 판결로 의원직을 잃고 곧바로 다시 출마했다. 헌재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인가?
▲ 당연하다. 헌재의 판결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곧바로 이어진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내용으로 잘 알 수 있다. (※ 대법원은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해 내란 선동과 관련해서는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내란 음모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RO의 실체와 내란음모 혐의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RO의 실체도 없고 내란음모도 없었다고 했다. 헌재는 증거조사조차 제대로 안 한 것이다. 실제로 헌재가 판결문을 발표한 이후 오류가 지적되자 이곳저곳을 수정하지 않았나? 헌정사상 초유의 일인 정당해산심판을 하면서 판결문을 ‘날림’으로 작성한 것이다. 재판관들은 한 단어 한 단어를 고심하면서 썼다고 했는데 다 거짓말이었다.

- 지난 선거에서 야권연대를 통해 당선됐다. 이번에도 연대할 가능성이 있나?
▲ 제가 볼 때는 (제가 연대하자고 해도 야권에서 거부해서) 논의조차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내가 당선되면 박근혜정권 레임덕 올 것"
"양심 있다면 다른 야권후보는 사퇴해야"

- 연대 없이 끝까지 완주하면 야권 전체의 발목을 잡게 될 가능성이 있다.
▲ 오히려 저를 위해 다른 야권후보들이 모두 사퇴해야 한다.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등 모든 야권인사들이 헌재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하지 않았나? 특히 의원직 박탈은 법률적 근거도 없다고 지적하지 않았나? 제가 의원직 박탈 당한 것이 부당하다고 지적했으면 제가 당선될 수 있도록 후보를 안 내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그런 식으로 정치를 하면 안 된다.


- 이 후보가 재보선에 출마하게 되면 새누리당은 야권 전체를 싸잡아 종북 문제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것이 뻔하다. 이에 대한 대책은 있나?
▲ 지난 총선 때도 새누리당은 저를 ‘종북의 몸통’이라며 집중공세를 펼쳤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공세는 오히려 저의 인지도만 높여주는 꼴이 됐다. 관악을 지역은 고시공부를 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헌재 판결 때도 저를 만나시면 (통진당 해산 반대했던) 소수 의견이 맞다고 응원해 주셨다. 이번 재보선에서도 새누리당이 종북 공세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저를 도와주는 꼴이 될 것이다.

- 그래도 국민들은 최소한 국회의원이라면 철저한 안보관을 가지고 있기를 바란다.
▲ 저는 오래 전부터 북한 3대 세습을 반대하고, 북핵을 반대하고, 북한 인권도 보편적 인권의 시각으로 볼 때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입장을 여러 매체와 인터뷰 하면서 수십 번을 밝혔고 지금도 그런 입장은 변함이 없다. 그런 나를 종북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 그렇다면 왜 지난 2012년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서는 북한 인권이나 북핵, 3대 세습 등에 대한 질문에 “사상 검증에 응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나?
▲ 당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던 것은 토론 주제와 맞지 않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저에게 그걸 주제로 토론을 하자고 정중하게 제의한다면 얼마든지 응할 생각이 있지만 주제와 맞지도 않는 질문을 갑자기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 1980년대 주사파의 대부였던 김영환씨가 이 전 의원이 북한 돈으로 선거에 출마했었다고 폭로했다.
▲ 한 마디로 황당무계한 주장이다. 저를 시샘했던 모양이다. 김영환씨는 국정원 협력자다. 그의 주장대로 자신이 북한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면 김영환씨가 먼저 처벌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이석기 전 의원이 내란선동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국회의원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통진당의 반성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 이런 사건이 생기면 당연히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하는 게 도의상 맞다. 그런 부분에서 미흡했던 것은 저도 인정을 한다. 하지만 내란선동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녹취록과 실제 녹취파일의 내용이 다른 점이 너무 많았다.

예를 들어 ‘반전투쟁을 해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녹취록에는 ‘전쟁을 호소하고’라며 180도 내용을 바꿨다. 그리고 또 국정원은 이석기 전 의원이 “구체적으로 준비하자”고 발언한 내용을 “전쟁을 준비하자”로, “결정을 내보내자”는 발언을 “결전을 이루자”로 바꿨다가 뒤늦게 이를 대거 삭제하고 녹음파일 내용으로 수정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사실 관계부터 명확하게 하기위해 투쟁을 벌였던 것인데 국민들의 눈에는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데 제 식구 감싸기만 한 것으로 비춰진 것 같다. 당시 당 내부에서도 경위가 어떻게 되었건 이 사건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못했다. (※ 이에 대해 국정원은 수정된 녹취록은 전체 44건 중 4건에 불과하고, 수정된 부분은 전체 70시간 분량 중 극히 일부이며 전쟁 준비, 국가기간시설 파괴 모의 등과 같은 내용이 여러 차례 나오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관악을 주민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어찌됐든 의원직을 박탈 당하고 재보선을 치르게 된 것에 대해서는 관악을 주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릴 수밖에 없다. 저를 믿어주시고 지지해주신 분들을 위해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점은 너무나 죄송스럽다. 관악을 주민들께서 다시 한 번만 저에게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진상규명, 세월호 진상규명 등의 활동을 끝까지 잘 마무리해서 보다 깨끗하고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mi737@ilyosisa.co.kr>

  

<이상규 전 의원 프로필>

▲ 푸른공동체 교사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 국장
▲ 한명숙 서울시장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 제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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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