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특별인터뷰>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

“반기문 총장은 70억 인류의 보물”

[일요시사 정치팀]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이름이 대선후보로서 연일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반 총장의 유명세를 타고 뜨려는 세력이 있는 것일까. 본인은 어떠한 의사도 밝히지 않는 가운데 주변에서 군불만 지피고 있는 상황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우스운 형국을 바로잡기 위해 정치계 원로가 나섰다. <일요시사>에서 만난 김영진(67) 전 농림부장관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정치권에 향해 진심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김영진 전 장관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평화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정계에 입문해 5선 국회의원, 농림부장관 등을 역임한 입지전적인 정치인이다. 그는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 농민운동을 하다 두 차례 옥고를 치르는 시련 속에서도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고 민생을 위해 노력해온 정치인이다. 

그는 LA지역에서 일어난 흑인사태 당시 미국으로 먼저 달려간 국회의원으로서 한·흑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무던히도 노력해 왔다. 또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등 국내 인권에 대해서도 기념비적인 역할을 해온 정치인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노벨평화상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다음은 김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 근래 LA지역의 한인사회 각계 인사들과 함께 ‘반기문-노벨평화상 수상 추천 및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습니까?
▲ 출발은 충격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사실상 지구촌 외교대통령으로서 정의·평화·인권을 위해 일하는 단 하나뿐인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1개월 전쯤부터 반기문 총장을 여·야가 서로 경쟁적으로 대통령후보로 영입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중요한 자리에 한국인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민족의 자산임에도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때마침 LA지역 행사 참석을 위해 가던 중 비행기 안에서 반기문 총장이 대한민국 청년들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도전과 성공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순간 반 총장이 왜 노벨평화상을 수상해야 되는지 6페이지에 걸쳐 기획안을 써 내려 갔습니다. 그리고 공항에 내린 저는 함께하는 LA지역 인사들과 발기모임을 창설하는가 하면 LA지역뿐 아니라 시카고, 애틀랜타 등으로 위원회활동을 확산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 전 장관께서 알고 계시는 반기문 총장은 어떤 사람인가요?
▲ 과거 노무현정부 때 저는 농림부장관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날 회의를 위해 의자에 앉아있는데 그때 저에게 명함을 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반기문 당시 외교안보수석이었습니다. 명함을 주고받은 후 그는 제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맞서 투쟁하는가 하면 제네바에서 농민문제 해결을 위해 삭발했던 사건들을 말하며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부드럽게 대하는 저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존경을 표했습니다.

그리곤 자신의 유년시절을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가난했으나 고등학교 1학년 때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영어우수자로 뽑혀 미국에 간 이야기, 그 곳에서 당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 ‘지구촌에서 가장 훌륭한 외교관이 되라’는 말을 들은 이야기 등등 그의 삶 속에는 도전과 믿음이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현재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기문 총장을 대권주자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정치권의 민낯이 드러났다 생각합니다. 당의 입장에서 누구를 영입한다 말할 수는 있지만 인류 70억을 대표하는 인물을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 봅니다. 이후 임기를 마치고 노벨평화상을 받고 나서 얘기해도 충분합니다. 지금 말하는 것은 2년의 임기가 남은 박 대통령에게도 예의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임기가 끝났을 때는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지금 저는 반 총장의 노벨평화상을 수상을 추진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단지 반 총장이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후에 그때도 여·야가 대안을 못 찾고 있다면 본인도 반 총장이 최선이라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지금 당이 반 총장을 데려가려는 것은 70억 인구에 대한 배신이며 그분의 명예와 가치를 훼손하는 짓이라 생각합니다.

반기문 총장 노벨평화상 추진위 결성
당 영입은 인류 70억에 대한 배신

- 개인적인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한·흑 갈등 해결을 위해 지난 16년 동안 노력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간 힘든 점도 많았을 것으로 사료되는데요.
▲ ‘LA 흑인폭동사태’ 당시 미국을 찾은 저는 피해를 입은 일부 한인으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 있습니다. 그들은 미국 정부에 항의를 하고 보상금을 받아내야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진단이 잘못되면 처방이 틀릴 수밖에 없듯이 가시적인 문제만 볼 것이 아니라 서로의 교감과 관계 계선에 힘써야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서로가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했습니다. 의원도 장관도 아닐 때가 있었지만 그래도 저는 LA로 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목소리가 바뀌어 내 진정성을 알아주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마틴 루터 킹의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문을 듣고 많은 감명을 받았는데 그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 해외활동뿐만 아니라 국내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노력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서울역에 있는 노숙인들을 위한 센터인 ‘해 돋는 마을’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찌르는 가식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처음을 되돌아보면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노숙인들은 청량리에 많았는데 그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서울역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철도청장의 허가가 필요했습니다.

결국 직접 찾아갔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냈습니다. 민원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하루는 술에 취한 노숙인이 3000천원을 달라고 저를 협박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돈을 주면 술을 사마실 것이 자명했기에 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목사님과 함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 고심한 끝에 함께 상담도 하고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힘을 주는 쪽을 택했습니다.

- 최근 문재인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새로운 당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5선을 지낸 정계 원로로서 문 대표에게 덕담과 조언을 해주신다면?
▲ 정치권에서 멀어져 있는 동안 오히려 시민들로부터 많은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제1야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표 체제가 이런 현장을 잘 진단하고 처방해서 올곧게 이끌어 주길 바랍니다.


야당에게는 여당을 비판하고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엄격한 도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과 대통령 선거에서는 문자 그대로 새로 집을 짓는다는 심정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 향후 정계에 복귀할 의사가 있으신지요?
▲ 지금까지 국회의원을 지낸 광주 서구을이 4월 재보선 지역구로 정해진 후 많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지정되는데 노력했으니 마땅히 공천 받아 나가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 상태에서 제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전당대회 후에 야권이 거듭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나 자신을 지켜오며 이 자리에 올라온 사람으로서 옳은 결정을 할 것입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설을 맞이하여 독자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개인적으로 <일요시사>를 구독하는 독자로서 <일요시사>가 중산층 이하의 국민의 삶을 잘 대변하는 것은 물론 정의·인권·평화에 대해 소중히 여기는 정론집필지로서의 모습을 보여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제도권에서 나와 있는 3년 동안의 모습을 인터뷰를 통해 진솔하게 보여준 것 같습니다. 설을 맞이하여 산업전선에서 힘써주시는 국민들과 국방과 치안을 위해 현장에서 근무하는 형제들, 지금 힘들어 하는 사람 모두에게 주께서 주신 평화와 건강이 넘쳐나길 기원합니다.

 

대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김영진 전 장관 프로필>

▲ 평화민주당 창당발기인 
▲ 제13·14·15·16·18대 국회의원
▲ 농림부장관
▲ 세계한인교류협력기구 상임대표
▲ 민주당 중앙당 부대표 
▲ 민주희망쇄신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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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