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후 지금까지 사용한 공관 리모델링 및 물품구매 비용이 1억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측은 시정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지출이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소중한 혈세를 낭비한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요시사>가 박 시장이 취임 후 사용한 공관 리모델링 및 물품구매 상세내역을 단독으로 공개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른바 황제공관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8일 은평뉴타운아파트에서 가회동 소재 단독주택으로 공관을 이전했다. 해당 공관은 지하1층, 지상 2층 규모로 전세가가 2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시장은 해당 공관으로 입주하면서 리모델링 비용만 약 80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28억 고가 전세
서울시 측은 시정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지출이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소중한 혈세를 낭비한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는 “자치단체장의 관사는 안전행정부가 4년 전에 이미 폐지를 권고한 사항”이라며 “서울시의 관사 확장 이전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성명까지 냈다. 실제로 남경필 경기도지사나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은 기존의 공관을 시민 문화생활 공간으로 되돌리고 자비로 마련한 자택에서 출퇴근을 하며 도정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측은 “당시 안전행정부는 기초자치단체장은 관사를 폐지하도록 권고했지만 광역자치단체장은 관사 유지를 기본으로 하라고 공문을 내려보냈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성명을 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공관 리모델링 및 물품 구매 비용으로 1억원이 넘는 돈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시장은 지난 2011년 재보선에서 당선 된 이후 혜화동 공관에 입주하면서 롤스크린(손잡이를 잡아당기면 롤에 원단이 감기면서 올라가는 차광제품) 및 커튼 제작 설치비용으로 417만원을 사용했다.
해당 롤스크린과 커튼은 제작 설치했기 때문에 공관을 이전하면서 그냥 두고 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음날에는 비서실 책상 및 도어를 제작 설치하면서 103만원을 사용했다. 이듬해에는 벽걸이에어컨 및 냉장고도 구매했다. 이때 사용된 금액은 335만원이다.
지난 2013년 혜화동 공관에서 은평뉴타운아파트 공관으로 이전 한 뒤에는 77만원짜리 회의실 테이블보와 35만원짜리 테이블러너(테이블 중앙을 가로지르도록 까는 천)를 구매하기도 했다. 회의실 테이블을 꾸미는 데만 100만원이 넘는 돈을 사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해당 회의테이블은 폭이 1.8m고 길이가 6.5m에 달하며 한 번에 20명 정도가 함께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크기”라며 “크기가 크다보니 테이블보와 테이블러너의 가격도 비쌌을 뿐이지 사치스런 제품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서울시는 은평구 공관으로의 이전을 단 3개월 남긴 시점에 혜화동 공관 내에 있는 실외 수목들에 이름표를 제작해 달겠다며 43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서울시 측은 “당시 혜화동 공관에서 시민 초청 행사를 앞두고 있어 시민들이 실외 수목들의 이름을 궁금해할까봐 이름표를 제작했다”고 해명했다.
회의테이블 꾸미는 데만 100만원 사용
공관 리모델링 및 물품 구매 1억 넘어
이외에도 박 시장은 은평구 공관으로 이주하면서 베란다장과 수납장 경비실 블라인드 및 거울을 설치하는데 495만원을 사용했고, 봄이 다가오자 접이식 차양막을 제작 설치하는데 또 244만원을 썼다.
특히 여름을 앞두고는 경비실과 각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하느라 1246만원을 지출했다. 박 시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지만 아들은 결혼 후 미국에서 지내고 있고, 딸은 스위스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래서 당초 박 시장 부부만 거주하고 있는 공관에 각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한 것은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종종 시장님 자녀분들이 공관에 와서 같이 지내기 때문에 빈방에도 모두 에어컨을 설치했다”며 “또 빈방 중 하나는 회의실로 사용하고 있고 누구라고 말씀해드리기는 어렵지만 자녀 두 분 중 한 분은 현재 공관에서 거주하고 계신다”고 밝혔다. 서울시 측은 두 자녀 중 누가 공관에 거주하고 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2013년 9월에는 시장공관 이전을 불과 3달여 남기고 은평구 공관에 가정용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도 보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당시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하는 것이 시책사업이었기 때문에 설치했다. 곧 다시 철거해 새로운 공관에 이전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시책사업의 실적을 채우기 위해 곧 이사할 전셋집에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하고 고작 3개월 만에 다시 철거하는 행정력 낭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서울시 측은 “태양광발전설비는 나사 몇 개만 풀면 누구나 쉽게 탈부착 할 수 있을 정도로 설치가 간단해 행정력 낭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렇게 채 2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박 시장이 혜화동 공관과 은평구 공관에 거주하면서 리모델링 및 물품 구매비로 사용한 금액은 모두 합쳐서 3129만원이나 됐다. 이외에도 박 시장이 그동안 지나치게 큰 공관만을 고집하면서 난방비, 수도세, 전기세 등 관리비 명목으로 빠져나간 돈만 해도 다달이 150만원 가량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게다가 박 시장은 지난 8일 은평뉴타운 공관에서 가회동 소재 단독주택으로 공관을 이전했다. 가회동 공관은 대지 660㎡, 연면적 405.4㎡, 지하 1층(주차장), 지상 2층 규모의 청기와가 얹혀 있는 양옥집으로 방 5개, 회의실 1개, 화장실 4개다.
시는 지난달 5일 주인과 2년 전세 28억원 조건에 임차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는 해당 공관을 수리하면서 정원 손질, 화장실 신설, 정원 평탄화 작업, CCTV 설치 등으로 무려 80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 건물에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2년 계약 후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나가라고 한다고 해도 서울시는 할 말이 없다.
서울시에는 2년 전세계약 종료 후 해당 공관을 아예 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협의가 오고 간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자기 돈이라고 생각하면 어차피 이사할 전셋집에 박 시장처럼 마구잡이로 리모델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는 서울 시민들의 혈세를 마구잡이로 사용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만찬정치 계속?
또 서울시 측은 이렇게 큰 공관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외국손님 접대 등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지금까지 공관에서 치러진 77회의 외부인사 접대 중 외국대사 초청은 단 2회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그동안 공관에서 치러진 행사에서 무차별적으로 손님들에게 식사를 제공해 선거법 위반 논란을 겪었는데 비싼 전세금을 내고 가회동 공관을 고집하고 있는 이유가 결국 차기 대권을 겨냥한 만찬정치를 계속하기 위함이 아니겠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는 전세라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반 시민들은 1~2억의 전세자금 대출이자를 갚는 데에도 허리가 휘는 실정”이라며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공관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자택에서 거주하는 것이 추세인데 유독 박 시장만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려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