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2·8전대 후폭풍> 야권의 재구성 막전막후

또 그들만의 리그? "새누리보다 친노가 더 밉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당권경쟁에서 예상대로 문재인 의원이 박지원 의원을 꺾고 승리했다. 친노(친노무현)계의 좌장격인 문 대표가 당권을 거머쥐면서 당 안팎에선 비노계를 중심으로 분당 움직임이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미 당 외곽에선 전당대회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진보진영의 이합집산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8전당대회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 되고 있는 야권의 재구성 막전막후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이변은 없었다. 사실상 문재인-박지원 후보의 양강구도였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전당대회에서 친노(친노무현)계의 좌장격인 문재인 의원이 박지원 의원을 꺾고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날 문 대표는 총 득표율 45.30%로 박 의원(41.78%)을 3.52%차이로 따돌리고 신승을 거뒀다.

문재인 당선
소외된 비노

하지만 문 대표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문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내내 박 의원과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특히 선거 막판에는 박 의원이 경선 룰 변경 논란으로 전당대회 보이콧을 고려할 정도로 양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르기도 했다. 한 종편 토론회에 출연해서는 박 의원이 문 대표를 향해 ‘비열’하다고 했고, 문 대표는 ‘가장 저질의 토론’이라며 막말을 주고받았다.

심지어 이들은 야권진영에서 금기시 되는 색깔론까지 들먹이며 서로를 견제하기도 했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후를 걱정하는 인사들이 많았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 이후 비노진영의 분당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박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내가 당대표에 출마하겠다고 하니까 우리 당의 많은 분들이 절대 친노를 믿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출마하지 말고 신당을 창당하자고 내게 굉장히 권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사실상 반쪽짜리 당대표 "니들끼리 다 해라"
심상찮은 분당 조짐, 개혁드라이브에 힘?

선거 막판 경선 룰 변경 논란까지 겪은 만큼 비노계로서는 분당의 명분이 이미 충분하다. 반면 문 대표의 상황은 암울하다. 당권을 잡긴 했지만 양 진영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인 만큼 사실상 반쪽짜리 대표에 가깝다. 당연히 당내 개혁드라이브에도 좀처럼 힘이 실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표가 당권을 잡은 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을 크게 반등시키지 못한다면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노계는 물론이고 당 지지율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의 신당 참여 움직임이 본격화 될 수 있다.

한편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미 당 외곽에선 진보정당과 야권 신당들의 새판 짜기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당대회 과정에서 야권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왔던 문 대표가 당권을 쥐면서 진보정당 연대와 새정치연합의 대결은 필연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야권연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바 있다.

뭉치는 외곽
새정치에 도전장

문 대표는 “평소에 다른 정체성을 내세워 활동하는 정당들이 선거 때마다 연대하는 것은 정당정치에 맞지 않다”며 “특별한 정치상황 속에서 한두 번 할 수는 있겠지만 선거 때마다 논의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발하듯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4·29재보선에서 광주서을 지역에 새정치연합을 제외한 진보진영의 연대를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진보 재편 논의를 위해 조만간 정의당, 노동당,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 지도부는 공식 회동을 가질 계획이다. 이는 사실상 새정치연합에 대한 진보진영의 정식 도전장이다. 진보진영의 재편 논의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당장 두 달 앞으로 다가온 4·29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과 진보 연대세력의 정면승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진보 연대세력이 새정치연합과의 정면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야권 개편 논의는 봇물을 이루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사실 진보정당 간의 연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물밑에서 준비돼왔다. 지난해 통합진보당을 제외한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3당은 <위기의 진보정당,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내고 야권통합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진보정당들은 확고한 위치를 점유하지 못하고 야권연대를 통해 겨우 명맥만을 유지해가는 어정쩡한 위치에 있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치러진 선거에선 야권연대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선 오히려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결국 새정치연합과의 연대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된 상황에서 진보정당 간의 통합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진보진영의 마지막의 승부수인 셈이다.

특히 기존 진보정당들에 더해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이하 국민모임)이 진보정당 연대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진보정당 연대는 더욱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대선후보를 지낸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참여하면서 화제가 된 국민모임은 출범 당시부터 빅텐트 진보정당 창당을 목표로 했다.
 

국민모임은 출범 직후부터 정의당·노동당·녹색당 등 기존 진보정당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새정치연합내 진보그룹, 노동정치세력, 시민사회 세력 등이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는 원탁회의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모임 김세균 공동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정의당과 별 차이점이 없는 신당을 만든 이유에 대해 “정의당은 새정치연합 내부의 진보파라든지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진보인사들을 통합해낼 능력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신당 창당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모임의 역할과 목표가 신당 창당 그 자체보다도 진보진영의 빅텐트 정당을 만드는 것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여기에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들도 외곽에서 무섭게 세력을 불려나가면서 야권 지형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안 의원의 측근인 새정치추진위원회 윤석규 전 전략기획팀장이 주도하고 있는 ‘신당 추진을 위한 원탁회의’는 최근 명칭을 ‘90% 서민을 위한 풀뿌리국민정당 추진모임’(이하 풀뿌리국민정당)으로 정하고 구체적인 창당 준비를 하고 있다.

풀뿌리국민정당에는 새정치추진위원회 출신 인사 등 70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수도권과 호남·영남권 등에서 지역별 행사를 열고 광역단위 임시모임 등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오는 3월에는 1000여명 정도가 참여하는 전국 활동가 대회도 열 계획이다.

진보 빅텐트
돌풍 일으킬까?

안 의원의 또 다른 측근들이 만든 네트워크 조직 ‘새울림’의 행보도 눈에 띈다.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었던 이계안 전 의원이 서울지부 대표를 맡고 있는 새울림은 아직까진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사실상의 신당 창당 준비 조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현재 새울림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 중 몇몇은 아직까지 새정치연합의 당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어 당 내부에서는 새울림의 행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새울림에는 벌써 100여명에 달하는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고 전국 조직화와 함께 앞으로 김부겸 전 의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오거돈 전 장관, 박영선 의원들을 강연 형식으로 초청해 스킨십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풀뿌리국민정당과 새울림은 모두 안 의원의 측근들이 만든 신당 준비 조직이지만 창당 시점이나 안 의원의 참여 여부 등을 놓고 이견차가 생겨 현재 따로 신당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념적 스펙트럼이나 양 조직 인사들 간 친분이 상당해 향후 얼마든지 연대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새정치 빼고 뭉치는 진보진영 "한판 붙어보자"
4월 재보선 지면 차기총선 제1야당 입지 흔들


이들은 국민모임이 주도하고 있는 진보진영 연대와는 다소 이념적으로 거리가 있지만 새정치연합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국민모임 김세균 공동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새정치연합을 “사라져야 할 정당”이라고 표현했고, 새울림에 참여하고 있는 강연재 전 부대변인은 문재인 대표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문 의원에 ‘환멸’을 느낀다”는 수위 높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이라는 가장 큰 공동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서로 뭉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기존 진보3당(정의당, 녹색당, 노동당)에 국민모임이 참여하고, 새정치연합 내 비노계와 진보세력, 안철수 측 국민정당과 새울림까지 참여하는 진보 빅텐트 정당이 출범하게 되면 내년 총선에선 제 1야당 자리를 놓고 새정치연합과 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야권은 완벽하게 재구성되게 된다.

야권의 재구성
곧 빅뱅 온다


물론 이들이 세력화에 결국 실패하고 새정치연합에 흡수될 가능성도 크다. 오는 4월 재보선에서 진보 빅텐트 정당과 새정치연합이 이전투구를 벌이다 정작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총 3석 중 2석 이상 차지하는 결과가 나오면 신당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는 외곽 신당보다는 새정치연합과의 연대에 무게중심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

어찌됐든 외곽에 흩어져 있는 세력이 하나로 뭉치게 되면 새정치연합과 연대를 하더라도 좀 더 당당하게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이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세를 불린 후 내년 총선을 앞두고 통합을 주장하면서 공천 지분을 요구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진보진영은 선거 때마다 그런 움직임을 보여왔다. 새정치연합은 외곽의 움직임에 신경 쓰기보단 자체적으로 개혁하고 좋은 정책들을 내놓으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8전당대회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 되고 있는 야권 재구성 움직임 속에서 새정치연합은 제1야당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을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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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