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2·8전대 후폭풍> 야권의 재구성 막전막후

또 그들만의 리그? "새누리보다 친노가 더 밉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당권경쟁에서 예상대로 문재인 의원이 박지원 의원을 꺾고 승리했다. 친노(친노무현)계의 좌장격인 문 대표가 당권을 거머쥐면서 당 안팎에선 비노계를 중심으로 분당 움직임이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미 당 외곽에선 전당대회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진보진영의 이합집산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8전당대회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 되고 있는 야권의 재구성 막전막후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이변은 없었다. 사실상 문재인-박지원 후보의 양강구도였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전당대회에서 친노(친노무현)계의 좌장격인 문재인 의원이 박지원 의원을 꺾고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날 문 대표는 총 득표율 45.30%로 박 의원(41.78%)을 3.52%차이로 따돌리고 신승을 거뒀다.

문재인 당선
소외된 비노

하지만 문 대표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문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내내 박 의원과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특히 선거 막판에는 박 의원이 경선 룰 변경 논란으로 전당대회 보이콧을 고려할 정도로 양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르기도 했다. 한 종편 토론회에 출연해서는 박 의원이 문 대표를 향해 ‘비열’하다고 했고, 문 대표는 ‘가장 저질의 토론’이라며 막말을 주고받았다.

심지어 이들은 야권진영에서 금기시 되는 색깔론까지 들먹이며 서로를 견제하기도 했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후를 걱정하는 인사들이 많았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 이후 비노진영의 분당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박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내가 당대표에 출마하겠다고 하니까 우리 당의 많은 분들이 절대 친노를 믿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출마하지 말고 신당을 창당하자고 내게 굉장히 권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사실상 반쪽짜리 당대표 "니들끼리 다 해라"
심상찮은 분당 조짐, 개혁드라이브에 힘?

선거 막판 경선 룰 변경 논란까지 겪은 만큼 비노계로서는 분당의 명분이 이미 충분하다. 반면 문 대표의 상황은 암울하다. 당권을 잡긴 했지만 양 진영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인 만큼 사실상 반쪽짜리 대표에 가깝다. 당연히 당내 개혁드라이브에도 좀처럼 힘이 실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표가 당권을 잡은 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을 크게 반등시키지 못한다면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노계는 물론이고 당 지지율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의 신당 참여 움직임이 본격화 될 수 있다.

한편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미 당 외곽에선 진보정당과 야권 신당들의 새판 짜기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당대회 과정에서 야권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왔던 문 대표가 당권을 쥐면서 진보정당 연대와 새정치연합의 대결은 필연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야권연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바 있다.

뭉치는 외곽
새정치에 도전장

문 대표는 “평소에 다른 정체성을 내세워 활동하는 정당들이 선거 때마다 연대하는 것은 정당정치에 맞지 않다”며 “특별한 정치상황 속에서 한두 번 할 수는 있겠지만 선거 때마다 논의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발하듯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4·29재보선에서 광주서을 지역에 새정치연합을 제외한 진보진영의 연대를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진보 재편 논의를 위해 조만간 정의당, 노동당,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 지도부는 공식 회동을 가질 계획이다. 이는 사실상 새정치연합에 대한 진보진영의 정식 도전장이다. 진보진영의 재편 논의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당장 두 달 앞으로 다가온 4·29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과 진보 연대세력의 정면승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진보 연대세력이 새정치연합과의 정면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야권 개편 논의는 봇물을 이루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사실 진보정당 간의 연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물밑에서 준비돼왔다. 지난해 통합진보당을 제외한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3당은 <위기의 진보정당,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내고 야권통합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진보정당들은 확고한 위치를 점유하지 못하고 야권연대를 통해 겨우 명맥만을 유지해가는 어정쩡한 위치에 있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치러진 선거에선 야권연대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선 오히려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결국 새정치연합과의 연대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된 상황에서 진보정당 간의 통합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진보진영의 마지막의 승부수인 셈이다.

특히 기존 진보정당들에 더해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이하 국민모임)이 진보정당 연대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진보정당 연대는 더욱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대선후보를 지낸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참여하면서 화제가 된 국민모임은 출범 당시부터 빅텐트 진보정당 창당을 목표로 했다.
 

국민모임은 출범 직후부터 정의당·노동당·녹색당 등 기존 진보정당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새정치연합내 진보그룹, 노동정치세력, 시민사회 세력 등이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는 원탁회의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모임 김세균 공동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정의당과 별 차이점이 없는 신당을 만든 이유에 대해 “정의당은 새정치연합 내부의 진보파라든지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진보인사들을 통합해낼 능력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신당 창당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모임의 역할과 목표가 신당 창당 그 자체보다도 진보진영의 빅텐트 정당을 만드는 것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여기에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들도 외곽에서 무섭게 세력을 불려나가면서 야권 지형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안 의원의 측근인 새정치추진위원회 윤석규 전 전략기획팀장이 주도하고 있는 ‘신당 추진을 위한 원탁회의’는 최근 명칭을 ‘90% 서민을 위한 풀뿌리국민정당 추진모임’(이하 풀뿌리국민정당)으로 정하고 구체적인 창당 준비를 하고 있다.

풀뿌리국민정당에는 새정치추진위원회 출신 인사 등 70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수도권과 호남·영남권 등에서 지역별 행사를 열고 광역단위 임시모임 등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오는 3월에는 1000여명 정도가 참여하는 전국 활동가 대회도 열 계획이다.

진보 빅텐트
돌풍 일으킬까?

안 의원의 또 다른 측근들이 만든 네트워크 조직 ‘새울림’의 행보도 눈에 띈다.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었던 이계안 전 의원이 서울지부 대표를 맡고 있는 새울림은 아직까진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사실상의 신당 창당 준비 조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현재 새울림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 중 몇몇은 아직까지 새정치연합의 당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어 당 내부에서는 새울림의 행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새울림에는 벌써 100여명에 달하는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고 전국 조직화와 함께 앞으로 김부겸 전 의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오거돈 전 장관, 박영선 의원들을 강연 형식으로 초청해 스킨십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풀뿌리국민정당과 새울림은 모두 안 의원의 측근들이 만든 신당 준비 조직이지만 창당 시점이나 안 의원의 참여 여부 등을 놓고 이견차가 생겨 현재 따로 신당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념적 스펙트럼이나 양 조직 인사들 간 친분이 상당해 향후 얼마든지 연대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새정치 빼고 뭉치는 진보진영 "한판 붙어보자"
4월 재보선 지면 차기총선 제1야당 입지 흔들


이들은 국민모임이 주도하고 있는 진보진영 연대와는 다소 이념적으로 거리가 있지만 새정치연합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국민모임 김세균 공동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새정치연합을 “사라져야 할 정당”이라고 표현했고, 새울림에 참여하고 있는 강연재 전 부대변인은 문재인 대표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문 의원에 ‘환멸’을 느낀다”는 수위 높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이라는 가장 큰 공동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서로 뭉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기존 진보3당(정의당, 녹색당, 노동당)에 국민모임이 참여하고, 새정치연합 내 비노계와 진보세력, 안철수 측 국민정당과 새울림까지 참여하는 진보 빅텐트 정당이 출범하게 되면 내년 총선에선 제 1야당 자리를 놓고 새정치연합과 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야권은 완벽하게 재구성되게 된다.

야권의 재구성
곧 빅뱅 온다


물론 이들이 세력화에 결국 실패하고 새정치연합에 흡수될 가능성도 크다. 오는 4월 재보선에서 진보 빅텐트 정당과 새정치연합이 이전투구를 벌이다 정작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총 3석 중 2석 이상 차지하는 결과가 나오면 신당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는 외곽 신당보다는 새정치연합과의 연대에 무게중심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

어찌됐든 외곽에 흩어져 있는 세력이 하나로 뭉치게 되면 새정치연합과 연대를 하더라도 좀 더 당당하게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이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세를 불린 후 내년 총선을 앞두고 통합을 주장하면서 공천 지분을 요구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진보진영은 선거 때마다 그런 움직임을 보여왔다. 새정치연합은 외곽의 움직임에 신경 쓰기보단 자체적으로 개혁하고 좋은 정책들을 내놓으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8전당대회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 되고 있는 야권 재구성 움직임 속에서 새정치연합은 제1야당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을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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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