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맨’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의 세가지 악수

툭하면 구설…하는 일마다 꼬이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철강업계 불황 속에서 세아그룹이 생존을 위해 사업 강화에 한창이다. 포스코특수강을 품고 정상화에 돌입했으며 올해 전체 수출량을 지난해 대비 약 20% 증가시킬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대외적인 평가일 뿐이다. 통신업에 무리한 투자를 했다가 자회사를 입양 보냈고, 1조1000억원에 이르는 포스코특수강 인수자금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 우려도 일고 있다.

세아그룹이 통신업 자회사인 드림라인을 포기하기로 했다.

지난 14일 세아그룹는 공시를 통해 드림라인이 자회사에서 탈퇴했다고 공시했다. 세아홀딩스의 드림라인 지분은 기존 45.4%에서 12.8%로 줄었다. 세아홀딩스의 자회사인 해덕기업의 지분율도 9%에서 2.5%로, 이순형 회장의 지분도 0.11%에서 0.03%로 감소했다.

드림라인의 최대주주은 사모투자펀드(PEF)인 이큐파트너스로 변경됐다. 이큐파트너스는 지난해 12월23일 드림라인 보통주 600만주를 인수하면서 지분 71.8%를 확보했다.

철강, 통신 투자
결과 예상대로…

드림라인은 1997년 설립된 통신업체로 주요 사업부문은 전용회선 및 초고속인터넷 사업, 인터넷전화 사업, 공용화기지국 사업, 무선플랫폼 사업 등이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 유통사업, 통신장비 사업, 부동산임대업 등 부가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세아그룹은 2004년 드림라인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당시 업계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인터넷망 시장은 경쟁포화 상태가 진행돼 수익성이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 거기에 철강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세아그룹이 전혀 다른 업종에 대한 무리한 투자를 한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그러나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세아그룹은 드림라인에 전폭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세아홀딩스는 당시 전환사채(CB) 인수와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드림라인에 530억원을 출자했고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해덕기업도 160억원을 투입해 드림라인 지분 12.38%를 확보하는 등 자금을 쏟아 부었다. 자금 지원에 힘 입은 드림라인은 편입 직후 흑자로 전환했다. 그와 동시에 업계에서는 이순형 회장의 결단이 결국 옳았다는 시선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쁨도 잠시, 드림라인은 2008년부터 다시 적자전환, 이후 그룹의 지원이 없으면 살아 남기 힘든 상태로 전락했다. 세아그룹의 지원은 멈추지 않았다. 2011년 드림라인은 세아그룹 계열사와 475억원 규모 장기공급 체약을 체결했고, 세아네트웍스와 전산장비 유지보수 등 십여차례 계약도 맺었다. 2012년에는 세아홀딩스로부터 300억원에 이르는 자금 수혈을 받기도 했다. 2013년에도 세아홀딩스가 드림라인에 빌려준 165억원 규모의 자금대여금 만기를 연장해줬고, 세아네트웍스는 두 차례에 걸쳐 209억원을 대출해 주는 등 자금지원은 계속됐다.

하지만 실적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지난 2013년 12월29일 워크아웃에 돌입했다가 이큐파트너스에 인수됐다. 드림라인의 자본총계는 -373억원이다.

고집하던 드림라인 결국 계열분리 정리
통신 굴욕…처음부터 무리한 투자 지적

드림라인이 사모펀드회사에 인수됨에 따라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대적인 인적·물적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2의 씨엔엠 사태가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씨엔엠은 최대주주가 투자전문회사인 맥쿼리로 변경되면서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하려다 노조원들의 강력한 반발을 산 바 있다. 씨엔엠 노조원들은 광고탑 고공농성을 하고 청와대까지 향해 절규를 이어갔고 결국 구조조정은 철회됐다. 드림라인의 직원 수는 100여명 정도다.


세아그룹은 통신 계열사를 입양 보낸 대신 대형 철강회사를 품에 안았다. 세아그룹은 포스코특수강을 1조1000억원가량에 인수했다. 포스코는 보유했던 포스코특수강 지분 72%를 순차적으로 넘기기로 했으며 나머지 재무적투자자(FI) 및 우리사주가 보유한 지분 28%도 매각될 예정이다.

포스코는 당분간 나머지 지분 20%는 보유할 계획이다. 양사 간 협력과 포스코특수강의 안착을 위해서다. 매각 가격은 높아질 수 있다. 포스코가 지분을 보유하는 동안 포스코특수강의 수익성이 개선되면 추가로 성과를 공유하는 조건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20%의 지분도 세아그룹에서 전량 매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주주로는 페로유한회사 12%, 오딘 제5차유한회사 12%가 있다.

시장에서는 세아그룹이 과연 1조원 이상이 드는 투자 대비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세아그룹은 FI 유치와 자체자금으로 인수 대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별도기준 세아베스틸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841억원으로 근 3년새 가장 많은 수준이지만 인수자금에 턱없이 부족하다.

끝없이 퍼줬지만
사업 정상화 실패

일단 급한 자금은 포스코의 포스코특수강 지분 52.3%에 해당하는 5672억원이다. 세아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세아그룹은 인수자금 대부분을 외부에서 차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아홀딩스의 같은 기간 기준 현금성자산은 1억원에 불과하다. 세아제강이 1200억원에 이르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아제강이 정작 자금지원에 나설 경우 우회지원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세아베스틸이 보유한 현금 841억원을 모두 투입하더라도 4831억원이 부족하다. 이 금액을 외부에서 조달할 경우 세아베스틸의 부채비율은 8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나머지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 시점이 돌아올 경우, 부채비율은 100%까지 급상승할 수 있다. '승자의 저주'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포스코특수강 인수 소식이 들려온 직후 세아베스틸의 신용등급 조정 검토에 돌입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세아베스틸의 무보증사태와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하향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인수자금
어디서 끌어올까?

세아 오너일가는 "자신있다"는 반응이다. 이태성 세아베스틸 전무는 지난 12일 '2015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포스코특수강 인수를 통한 안정화 작업부터 시너지 창출가지 2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선 조직 안정화 작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성 전무는 또 "포스코특수강은 지난 몇 년간 힘들어졌지만 향후 실적 개선 여지가 충분한 좋은 회사"라며 "증설 등 시설투자를 진행하면서 정상화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도 "포스코특수강 인수로 인한 결실을 가능한 빨리 보여줄 것"이라며 "1년 내에는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세아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명목으로 오너일가의 지배력이나 보유주식 가치 강화를 실현하고 있다는 업계의 지적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감 자체를 줄이기보다 오너일가 지분 매각을 통해 지분율을 낮춰 규제를 회피하고 있는 것.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1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 금지규정이 적용되는 기업 208개(총수일가 보유 지분 비상장사 20%, 상장사 30% 이상)를 발표했다. 


세아그룹에서는 지주회사인 세아홀딩스를 비롯, 세아제강, 해덕스틸, 해덕기업, 세대스틸, 세아BNK, 세아네트웍스, 세아ICT 등 총 8개 계열사가 포함됐다. 이중 해덕스틸과 해덕기업은 실질적인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정거래법 세부규정에 따르면 내무거래 비중과 규모가 각각 12%, 200억원 미만인 계열사는 금지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세대스틸과 세아ICT의 경우에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각각 53.33%와 23.15%로 12%가 넘지만 내부거래가 없어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철강공룡 1조 인수 "승자의 저주 우려"
내부거래 회사들 처분 '오너일가 대박'

세아 오너일가는 규제대상 계열사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세아홀딩스에 매각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 차단에 나섰다.

이태성 전무와 고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의 미망인인 박의숙 세아홀딩스 부회장은 지난 2013년 9월 가지고 있던 세아네트웍스 주식 35만8933주(25.24%)를 세아홀딩스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세아네트웍스 지분 100%는 세아홀딩스 소유가 됐다. 이태성 전무와 박의숙 부회장은 매각을 통해 각각 81억원, 69억원씩 총 150억원을 확보했다.

이 전 회장 작고 전 세아네트웍스 지분구조는 이 전 회장 12.53%, 박 부회장 8.12%, 이태성 전무 4.58%였고 나머지 74.77%의 지분은 세아홀딩스가 보유하고 있었다. 이 전 회장 작고 후 그의 지분은 이태성 전무와 박 부회장에게 모두 증여됐다.

1992년 6월 설립된 세아네트웍스는 전기통신 설비업체로 그간 계열사와의 거래로 성장해 왔다. 오너일가 지분 매각 전인 2012년 세아네트웍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액 1430억원의 약 35%를 차지했다. 2011년에는 50%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분매각 후 내부거래 비율은 급격히 감소했다. 2013년 세아네트웍스가 계열사와 올린 매출은 13%에 불과하다.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 박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던 해덕스틸은 지난 2013년 10월 세아로지스에 피흡수됐다. 이를 통해 1대 주주인 이태성 전무(39.18%)는 75억원을, 2대 주주인 이주성 전무(34.50%)는 66억원을 확보하는 등 오너일가는 192억원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이 전 회장과 이 회장 지분 상속이 이뤄지기 전 두 사람의 지분은 1.16%에 불과했다.

문제는 가장 높은 비율의 내부거래를 자랑하고 있는 비엔케이프레스토다. 비엔케이프레스토는 세아비앤케이의 새로운 상호다. 비엔케이프레스토의 최대주주은 지분 57.52%를 보유한 세아네트웍스다. 나머지 지분 42.48%는 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여전히 높은 일감
비엔케이프레스토

비엔케이프레스토는 지난 2013년 94억원의 매출 중 54억원가량을 드림라인과 세아네트웍스와의 거래에서 올렸다. 내부거래 비율은 57%에 육박한다. 드림라인은 통신망 운용 및 유지보수 등을 2013년 한해에만 17차례 비엔케이프레스토에 맡겼다.

오너 개인 지분의 잇따른 매각에 대해 세아그룹은 "각 계열사의 전문성 강화와 그룹 전체의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지배구조 정리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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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