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맨’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의 세가지 악수

툭하면 구설…하는 일마다 꼬이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철강업계 불황 속에서 세아그룹이 생존을 위해 사업 강화에 한창이다. 포스코특수강을 품고 정상화에 돌입했으며 올해 전체 수출량을 지난해 대비 약 20% 증가시킬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대외적인 평가일 뿐이다. 통신업에 무리한 투자를 했다가 자회사를 입양 보냈고, 1조1000억원에 이르는 포스코특수강 인수자금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 우려도 일고 있다.

세아그룹이 통신업 자회사인 드림라인을 포기하기로 했다.

지난 14일 세아그룹는 공시를 통해 드림라인이 자회사에서 탈퇴했다고 공시했다. 세아홀딩스의 드림라인 지분은 기존 45.4%에서 12.8%로 줄었다. 세아홀딩스의 자회사인 해덕기업의 지분율도 9%에서 2.5%로, 이순형 회장의 지분도 0.11%에서 0.03%로 감소했다.

드림라인의 최대주주은 사모투자펀드(PEF)인 이큐파트너스로 변경됐다. 이큐파트너스는 지난해 12월23일 드림라인 보통주 600만주를 인수하면서 지분 71.8%를 확보했다.

철강, 통신 투자
결과 예상대로…

드림라인은 1997년 설립된 통신업체로 주요 사업부문은 전용회선 및 초고속인터넷 사업, 인터넷전화 사업, 공용화기지국 사업, 무선플랫폼 사업 등이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 유통사업, 통신장비 사업, 부동산임대업 등 부가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세아그룹은 2004년 드림라인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당시 업계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인터넷망 시장은 경쟁포화 상태가 진행돼 수익성이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 거기에 철강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세아그룹이 전혀 다른 업종에 대한 무리한 투자를 한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그러나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세아그룹은 드림라인에 전폭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세아홀딩스는 당시 전환사채(CB) 인수와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드림라인에 530억원을 출자했고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해덕기업도 160억원을 투입해 드림라인 지분 12.38%를 확보하는 등 자금을 쏟아 부었다. 자금 지원에 힘 입은 드림라인은 편입 직후 흑자로 전환했다. 그와 동시에 업계에서는 이순형 회장의 결단이 결국 옳았다는 시선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쁨도 잠시, 드림라인은 2008년부터 다시 적자전환, 이후 그룹의 지원이 없으면 살아 남기 힘든 상태로 전락했다. 세아그룹의 지원은 멈추지 않았다. 2011년 드림라인은 세아그룹 계열사와 475억원 규모 장기공급 체약을 체결했고, 세아네트웍스와 전산장비 유지보수 등 십여차례 계약도 맺었다. 2012년에는 세아홀딩스로부터 300억원에 이르는 자금 수혈을 받기도 했다. 2013년에도 세아홀딩스가 드림라인에 빌려준 165억원 규모의 자금대여금 만기를 연장해줬고, 세아네트웍스는 두 차례에 걸쳐 209억원을 대출해 주는 등 자금지원은 계속됐다.

하지만 실적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지난 2013년 12월29일 워크아웃에 돌입했다가 이큐파트너스에 인수됐다. 드림라인의 자본총계는 -373억원이다.

고집하던 드림라인 결국 계열분리 정리
통신 굴욕…처음부터 무리한 투자 지적

드림라인이 사모펀드회사에 인수됨에 따라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대적인 인적·물적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2의 씨엔엠 사태가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씨엔엠은 최대주주가 투자전문회사인 맥쿼리로 변경되면서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하려다 노조원들의 강력한 반발을 산 바 있다. 씨엔엠 노조원들은 광고탑 고공농성을 하고 청와대까지 향해 절규를 이어갔고 결국 구조조정은 철회됐다. 드림라인의 직원 수는 100여명 정도다.


세아그룹은 통신 계열사를 입양 보낸 대신 대형 철강회사를 품에 안았다. 세아그룹은 포스코특수강을 1조1000억원가량에 인수했다. 포스코는 보유했던 포스코특수강 지분 72%를 순차적으로 넘기기로 했으며 나머지 재무적투자자(FI) 및 우리사주가 보유한 지분 28%도 매각될 예정이다.

포스코는 당분간 나머지 지분 20%는 보유할 계획이다. 양사 간 협력과 포스코특수강의 안착을 위해서다. 매각 가격은 높아질 수 있다. 포스코가 지분을 보유하는 동안 포스코특수강의 수익성이 개선되면 추가로 성과를 공유하는 조건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20%의 지분도 세아그룹에서 전량 매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주주로는 페로유한회사 12%, 오딘 제5차유한회사 12%가 있다.

시장에서는 세아그룹이 과연 1조원 이상이 드는 투자 대비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세아그룹은 FI 유치와 자체자금으로 인수 대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별도기준 세아베스틸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841억원으로 근 3년새 가장 많은 수준이지만 인수자금에 턱없이 부족하다.

끝없이 퍼줬지만
사업 정상화 실패

일단 급한 자금은 포스코의 포스코특수강 지분 52.3%에 해당하는 5672억원이다. 세아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세아그룹은 인수자금 대부분을 외부에서 차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아홀딩스의 같은 기간 기준 현금성자산은 1억원에 불과하다. 세아제강이 1200억원에 이르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아제강이 정작 자금지원에 나설 경우 우회지원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세아베스틸이 보유한 현금 841억원을 모두 투입하더라도 4831억원이 부족하다. 이 금액을 외부에서 조달할 경우 세아베스틸의 부채비율은 8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나머지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 시점이 돌아올 경우, 부채비율은 100%까지 급상승할 수 있다. '승자의 저주'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포스코특수강 인수 소식이 들려온 직후 세아베스틸의 신용등급 조정 검토에 돌입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세아베스틸의 무보증사태와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하향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인수자금
어디서 끌어올까?

세아 오너일가는 "자신있다"는 반응이다. 이태성 세아베스틸 전무는 지난 12일 '2015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포스코특수강 인수를 통한 안정화 작업부터 시너지 창출가지 2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선 조직 안정화 작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성 전무는 또 "포스코특수강은 지난 몇 년간 힘들어졌지만 향후 실적 개선 여지가 충분한 좋은 회사"라며 "증설 등 시설투자를 진행하면서 정상화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도 "포스코특수강 인수로 인한 결실을 가능한 빨리 보여줄 것"이라며 "1년 내에는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세아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명목으로 오너일가의 지배력이나 보유주식 가치 강화를 실현하고 있다는 업계의 지적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감 자체를 줄이기보다 오너일가 지분 매각을 통해 지분율을 낮춰 규제를 회피하고 있는 것.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1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 금지규정이 적용되는 기업 208개(총수일가 보유 지분 비상장사 20%, 상장사 30% 이상)를 발표했다. 


세아그룹에서는 지주회사인 세아홀딩스를 비롯, 세아제강, 해덕스틸, 해덕기업, 세대스틸, 세아BNK, 세아네트웍스, 세아ICT 등 총 8개 계열사가 포함됐다. 이중 해덕스틸과 해덕기업은 실질적인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정거래법 세부규정에 따르면 내무거래 비중과 규모가 각각 12%, 200억원 미만인 계열사는 금지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세대스틸과 세아ICT의 경우에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각각 53.33%와 23.15%로 12%가 넘지만 내부거래가 없어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철강공룡 1조 인수 "승자의 저주 우려"
내부거래 회사들 처분 '오너일가 대박'

세아 오너일가는 규제대상 계열사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세아홀딩스에 매각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 차단에 나섰다.

이태성 전무와 고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의 미망인인 박의숙 세아홀딩스 부회장은 지난 2013년 9월 가지고 있던 세아네트웍스 주식 35만8933주(25.24%)를 세아홀딩스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세아네트웍스 지분 100%는 세아홀딩스 소유가 됐다. 이태성 전무와 박의숙 부회장은 매각을 통해 각각 81억원, 69억원씩 총 150억원을 확보했다.

이 전 회장 작고 전 세아네트웍스 지분구조는 이 전 회장 12.53%, 박 부회장 8.12%, 이태성 전무 4.58%였고 나머지 74.77%의 지분은 세아홀딩스가 보유하고 있었다. 이 전 회장 작고 후 그의 지분은 이태성 전무와 박 부회장에게 모두 증여됐다.

1992년 6월 설립된 세아네트웍스는 전기통신 설비업체로 그간 계열사와의 거래로 성장해 왔다. 오너일가 지분 매각 전인 2012년 세아네트웍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액 1430억원의 약 35%를 차지했다. 2011년에는 50%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분매각 후 내부거래 비율은 급격히 감소했다. 2013년 세아네트웍스가 계열사와 올린 매출은 13%에 불과하다.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 박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던 해덕스틸은 지난 2013년 10월 세아로지스에 피흡수됐다. 이를 통해 1대 주주인 이태성 전무(39.18%)는 75억원을, 2대 주주인 이주성 전무(34.50%)는 66억원을 확보하는 등 오너일가는 192억원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이 전 회장과 이 회장 지분 상속이 이뤄지기 전 두 사람의 지분은 1.16%에 불과했다.

문제는 가장 높은 비율의 내부거래를 자랑하고 있는 비엔케이프레스토다. 비엔케이프레스토는 세아비앤케이의 새로운 상호다. 비엔케이프레스토의 최대주주은 지분 57.52%를 보유한 세아네트웍스다. 나머지 지분 42.48%는 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여전히 높은 일감
비엔케이프레스토

비엔케이프레스토는 지난 2013년 94억원의 매출 중 54억원가량을 드림라인과 세아네트웍스와의 거래에서 올렸다. 내부거래 비율은 57%에 육박한다. 드림라인은 통신망 운용 및 유지보수 등을 2013년 한해에만 17차례 비엔케이프레스토에 맡겼다.

오너 개인 지분의 잇따른 매각에 대해 세아그룹은 "각 계열사의 전문성 강화와 그룹 전체의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지배구조 정리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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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