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맨’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의 세가지 악수

툭하면 구설…하는 일마다 꼬이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철강업계 불황 속에서 세아그룹이 생존을 위해 사업 강화에 한창이다. 포스코특수강을 품고 정상화에 돌입했으며 올해 전체 수출량을 지난해 대비 약 20% 증가시킬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대외적인 평가일 뿐이다. 통신업에 무리한 투자를 했다가 자회사를 입양 보냈고, 1조1000억원에 이르는 포스코특수강 인수자금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 우려도 일고 있다.

세아그룹이 통신업 자회사인 드림라인을 포기하기로 했다.

지난 14일 세아그룹는 공시를 통해 드림라인이 자회사에서 탈퇴했다고 공시했다. 세아홀딩스의 드림라인 지분은 기존 45.4%에서 12.8%로 줄었다. 세아홀딩스의 자회사인 해덕기업의 지분율도 9%에서 2.5%로, 이순형 회장의 지분도 0.11%에서 0.03%로 감소했다.

드림라인의 최대주주은 사모투자펀드(PEF)인 이큐파트너스로 변경됐다. 이큐파트너스는 지난해 12월23일 드림라인 보통주 600만주를 인수하면서 지분 71.8%를 확보했다.

철강, 통신 투자
결과 예상대로…

드림라인은 1997년 설립된 통신업체로 주요 사업부문은 전용회선 및 초고속인터넷 사업, 인터넷전화 사업, 공용화기지국 사업, 무선플랫폼 사업 등이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 유통사업, 통신장비 사업, 부동산임대업 등 부가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세아그룹은 2004년 드림라인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당시 업계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인터넷망 시장은 경쟁포화 상태가 진행돼 수익성이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 거기에 철강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세아그룹이 전혀 다른 업종에 대한 무리한 투자를 한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그러나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세아그룹은 드림라인에 전폭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세아홀딩스는 당시 전환사채(CB) 인수와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드림라인에 530억원을 출자했고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해덕기업도 160억원을 투입해 드림라인 지분 12.38%를 확보하는 등 자금을 쏟아 부었다. 자금 지원에 힘 입은 드림라인은 편입 직후 흑자로 전환했다. 그와 동시에 업계에서는 이순형 회장의 결단이 결국 옳았다는 시선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쁨도 잠시, 드림라인은 2008년부터 다시 적자전환, 이후 그룹의 지원이 없으면 살아 남기 힘든 상태로 전락했다. 세아그룹의 지원은 멈추지 않았다. 2011년 드림라인은 세아그룹 계열사와 475억원 규모 장기공급 체약을 체결했고, 세아네트웍스와 전산장비 유지보수 등 십여차례 계약도 맺었다. 2012년에는 세아홀딩스로부터 300억원에 이르는 자금 수혈을 받기도 했다. 2013년에도 세아홀딩스가 드림라인에 빌려준 165억원 규모의 자금대여금 만기를 연장해줬고, 세아네트웍스는 두 차례에 걸쳐 209억원을 대출해 주는 등 자금지원은 계속됐다.

하지만 실적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지난 2013년 12월29일 워크아웃에 돌입했다가 이큐파트너스에 인수됐다. 드림라인의 자본총계는 -373억원이다.

고집하던 드림라인 결국 계열분리 정리
통신 굴욕…처음부터 무리한 투자 지적

드림라인이 사모펀드회사에 인수됨에 따라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대적인 인적·물적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2의 씨엔엠 사태가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씨엔엠은 최대주주가 투자전문회사인 맥쿼리로 변경되면서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하려다 노조원들의 강력한 반발을 산 바 있다. 씨엔엠 노조원들은 광고탑 고공농성을 하고 청와대까지 향해 절규를 이어갔고 결국 구조조정은 철회됐다. 드림라인의 직원 수는 100여명 정도다.


세아그룹은 통신 계열사를 입양 보낸 대신 대형 철강회사를 품에 안았다. 세아그룹은 포스코특수강을 1조1000억원가량에 인수했다. 포스코는 보유했던 포스코특수강 지분 72%를 순차적으로 넘기기로 했으며 나머지 재무적투자자(FI) 및 우리사주가 보유한 지분 28%도 매각될 예정이다.

포스코는 당분간 나머지 지분 20%는 보유할 계획이다. 양사 간 협력과 포스코특수강의 안착을 위해서다. 매각 가격은 높아질 수 있다. 포스코가 지분을 보유하는 동안 포스코특수강의 수익성이 개선되면 추가로 성과를 공유하는 조건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20%의 지분도 세아그룹에서 전량 매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주주로는 페로유한회사 12%, 오딘 제5차유한회사 12%가 있다.

시장에서는 세아그룹이 과연 1조원 이상이 드는 투자 대비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세아그룹은 FI 유치와 자체자금으로 인수 대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별도기준 세아베스틸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841억원으로 근 3년새 가장 많은 수준이지만 인수자금에 턱없이 부족하다.

끝없이 퍼줬지만
사업 정상화 실패

일단 급한 자금은 포스코의 포스코특수강 지분 52.3%에 해당하는 5672억원이다. 세아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세아그룹은 인수자금 대부분을 외부에서 차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아홀딩스의 같은 기간 기준 현금성자산은 1억원에 불과하다. 세아제강이 1200억원에 이르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아제강이 정작 자금지원에 나설 경우 우회지원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세아베스틸이 보유한 현금 841억원을 모두 투입하더라도 4831억원이 부족하다. 이 금액을 외부에서 조달할 경우 세아베스틸의 부채비율은 8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나머지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 시점이 돌아올 경우, 부채비율은 100%까지 급상승할 수 있다. '승자의 저주'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포스코특수강 인수 소식이 들려온 직후 세아베스틸의 신용등급 조정 검토에 돌입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세아베스틸의 무보증사태와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하향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인수자금
어디서 끌어올까?

세아 오너일가는 "자신있다"는 반응이다. 이태성 세아베스틸 전무는 지난 12일 '2015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포스코특수강 인수를 통한 안정화 작업부터 시너지 창출가지 2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선 조직 안정화 작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성 전무는 또 "포스코특수강은 지난 몇 년간 힘들어졌지만 향후 실적 개선 여지가 충분한 좋은 회사"라며 "증설 등 시설투자를 진행하면서 정상화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도 "포스코특수강 인수로 인한 결실을 가능한 빨리 보여줄 것"이라며 "1년 내에는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세아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명목으로 오너일가의 지배력이나 보유주식 가치 강화를 실현하고 있다는 업계의 지적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감 자체를 줄이기보다 오너일가 지분 매각을 통해 지분율을 낮춰 규제를 회피하고 있는 것.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1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 금지규정이 적용되는 기업 208개(총수일가 보유 지분 비상장사 20%, 상장사 30% 이상)를 발표했다. 


세아그룹에서는 지주회사인 세아홀딩스를 비롯, 세아제강, 해덕스틸, 해덕기업, 세대스틸, 세아BNK, 세아네트웍스, 세아ICT 등 총 8개 계열사가 포함됐다. 이중 해덕스틸과 해덕기업은 실질적인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정거래법 세부규정에 따르면 내무거래 비중과 규모가 각각 12%, 200억원 미만인 계열사는 금지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세대스틸과 세아ICT의 경우에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각각 53.33%와 23.15%로 12%가 넘지만 내부거래가 없어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철강공룡 1조 인수 "승자의 저주 우려"
내부거래 회사들 처분 '오너일가 대박'

세아 오너일가는 규제대상 계열사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세아홀딩스에 매각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 차단에 나섰다.

이태성 전무와 고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의 미망인인 박의숙 세아홀딩스 부회장은 지난 2013년 9월 가지고 있던 세아네트웍스 주식 35만8933주(25.24%)를 세아홀딩스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세아네트웍스 지분 100%는 세아홀딩스 소유가 됐다. 이태성 전무와 박의숙 부회장은 매각을 통해 각각 81억원, 69억원씩 총 150억원을 확보했다.

이 전 회장 작고 전 세아네트웍스 지분구조는 이 전 회장 12.53%, 박 부회장 8.12%, 이태성 전무 4.58%였고 나머지 74.77%의 지분은 세아홀딩스가 보유하고 있었다. 이 전 회장 작고 후 그의 지분은 이태성 전무와 박 부회장에게 모두 증여됐다.

1992년 6월 설립된 세아네트웍스는 전기통신 설비업체로 그간 계열사와의 거래로 성장해 왔다. 오너일가 지분 매각 전인 2012년 세아네트웍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액 1430억원의 약 35%를 차지했다. 2011년에는 50%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분매각 후 내부거래 비율은 급격히 감소했다. 2013년 세아네트웍스가 계열사와 올린 매출은 13%에 불과하다.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 박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던 해덕스틸은 지난 2013년 10월 세아로지스에 피흡수됐다. 이를 통해 1대 주주인 이태성 전무(39.18%)는 75억원을, 2대 주주인 이주성 전무(34.50%)는 66억원을 확보하는 등 오너일가는 192억원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이 전 회장과 이 회장 지분 상속이 이뤄지기 전 두 사람의 지분은 1.16%에 불과했다.

문제는 가장 높은 비율의 내부거래를 자랑하고 있는 비엔케이프레스토다. 비엔케이프레스토는 세아비앤케이의 새로운 상호다. 비엔케이프레스토의 최대주주은 지분 57.52%를 보유한 세아네트웍스다. 나머지 지분 42.48%는 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여전히 높은 일감
비엔케이프레스토

비엔케이프레스토는 지난 2013년 94억원의 매출 중 54억원가량을 드림라인과 세아네트웍스와의 거래에서 올렸다. 내부거래 비율은 57%에 육박한다. 드림라인은 통신망 운용 및 유지보수 등을 2013년 한해에만 17차례 비엔케이프레스토에 맡겼다.

오너 개인 지분의 잇따른 매각에 대해 세아그룹은 "각 계열사의 전문성 강화와 그룹 전체의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지배구조 정리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