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차기 총선의 공천을 좌지우지할 당대표를 선출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친노와 비노 간 계파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비노는 다양한 방법으로 전당대회 흔들기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정치연합 내부의 분위기는 이래저래 뒤숭숭하기만 하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data/photos/201501/76549_19346_630.jpg)
"전당대회가 진흙탕 싸움으로 치러지는 것은 늘상 있었던 일이지만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당대회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전당대회 이후 딴생각을 먹은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의원이 이긴다고 해도 제대로 당을 통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겨도 찝찝
관심없는 비노
차기 총선의 공천을 좌지우지할 당 대표를 선출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간의 계파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비노는 다양한 방법으로 전당대회 흔들기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새정치연합의 창업주인 안철수 의원은 지난 7일 열린 전당대회 예비경선 투표에 불참해 논란을 일으켰다. 안 의원은 같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가있었다. 안 의원 측은 “예전부터 자주 CES를 방문했고 공교롭게 일정이 겹쳤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전당대회 보이콧 등 정치적 복선을 깔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남들은 하는지도 몰라" 재 뿌리기
전당대회 전후로 대거 탈당 준비?
실제로 새정치연합의 창업주이자 공동대표까지 지냈던 안 의원이 전당대회 예비경선에 불참한 것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예비경선 결과에 따라 당이 나아갈 방향은 크게 엇갈릴 수 있고 예비경선 선거인단은 당고문, 국회의원, 시도지사 및 시장 등 불과 378명의 중앙위원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한 표의 가치도 매우 큰 편이다. 때문에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외교나 국제 업무가 아닌 이상 중앙위원들은 전당대회 투표권을 빠짐없이 행사하는 게 관행이었다.
안 의원은 이미 측근들을 각종 당직에서 철수시키면서 한 차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전당대회 예비경선에 불참한다면 이 같은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때에도 문 의원과 단일화한 뒤 대선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미국으로 떠나 구설에 올랐었다.
딴생각 품었나?
뒤숭숭한 전대
물론 CES는 세계 가전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행사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을 감수하고 참여할 만한 행사였는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이번 행사에 참석한 정치인은 안 의원이 유일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이 이 같은 논란을 예상 못했을 리가 없다. 어떤 정치적 복선을 깔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전직 당대표로서 정말 무책임한 행동이고 정치적 감각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견발표하는 문재인 당대표 후보](/data/photos/201501/76549_19344_628.jpg)
안 의원은 귀국 후 이 같은 논란이 일자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가 열리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며 이번 전당대회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안 의원의 측근들도 외곽에서 전당대회를 흔들고 있다. 강연재 변호사 등 안 의원의 측근들은 지난 13일 대선 당시 문재인 의원과의 단일화 과정을 부정적으로 회고한 <안철수는 왜?>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 내용에 따르면 안 의원은 대선이 끝난 후 “2012년 대선 때로 돌아가면 문재인 의원과 단일화하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문 의원은 당선되지도 못할 거면서 왜 끝까지 후보를 고집했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윤석규 전 새정치추진위 전략기획팀장, 정기남 한국정치리더십센터 소장 등 일부 안 의원의 측근들은 외곽에서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야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안 의원 측은 자신의 뜻과는 관련이 없는 측근들의 돌발행동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전당대회를 앞둔 미묘한 시기라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자숙기간은 끝났다”며 “현안에 목소리를 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참여하지도 않은 안 의원이 하필 전당대회를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전당대회에 쏠리는 시선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며 “결혼식장에서는 신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하객들이 흰 옷을 입는 것을 피하는 것처럼 전당대회 기간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안 의원은 오히려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고 있다. 밖에서는 전당대회 흔들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의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전당대회 컷오프가 치러진 직후인 지난 11일 아예 탈당을 결행해 전당대회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국민모임 신당 합류를 선언했다.
당내에서는 “전당대회가 이제 막 시작됐는데 이런 시기에 탈당을 선언한 것은 의도적인 재 뿌리기”라며 “그래도 과거 몸 담았던 정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탈당설이 나도는 천정배 전 의원은 지난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의 탈당여부에 대해 “전당대회가 끝나면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계획”이라면서 “당이 절망적이라면 과연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바른 자세인가에 대해 심각한 고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탈당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정치적으로 중량감 있는 두 사람이 각각 탈당하거나 탈당 결행을 저울질하면서 이미 전당대회의 결과 자체보다는 전당대회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 의원과 당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박지원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의 공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전당대회를 흠집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당대표 경선 과정의 핵심쟁점인 당권-대권 분리론과 대선패배책임론에 대해 일축하자 박 의원이 ‘문재인 편들기’라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직접 문 위원장에게 전화해 항의한데 이어 다음 날엔 캠프를 통해 공식적으로 항의 논평까지 냈다. 박 의원 측은 “문 위원장이 중립 의무를 위배했다”면서 “문 위원장은 지난해 비대위 출범 직후 친노 진영이 주장한 모바일투표 도입을 주장하는 등 우연인지, 치밀하게 조정된 것인지 모르지만 문재인 의원과 항상 뜻이 일치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성 의문
계파갈등 부각
이처럼 비노 진영에선 문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가 결정되기 전부터 이번 전당대회의 중립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분출됐었다. 비노계로 분류되는 김영환 의원은 “문희상 비대위 체제하에서 문재인 의원이 전면 부상하는 ‘문-문 투톱체제’”라며 “하나마나한 전당대회를 뭐하러 하나? 차라리 문재인 의원을 합의 추대하는 게 낫겠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전당대회의 공정성에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전당대회를 흔들려는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상당수 비노계 의원들은 이번 전당대회를 그저 멀리서 관망하고 있는 모양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차기 총선이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왔고 차기 공천권이 달린 선거인데 너무 분위기가 차분해 이상하다”고 말했다.
![공정성 의문 품고 불복 가능성도
결국엔 차기 공천 밥그릇 싸움?](/data/photos/201501/76549_19345_629.jpg)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가 계파갈등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당내에서 치러지는 일체의 선거에서 국회의원이나 당직자들의 특정후보 지지를 금지하는 혁신안을 의결했기 때문에 전당대회 분위기가 뜨지 않는 것뿐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지만 정동영 전 장관의 탈당과 맞물려 현재 새정치연합 내부의 분위기는 무척 뒤숭숭하다.
공정성 의문 품고 불복 가능성도
결국엔 차기 공천 밥그릇 싸움?
그렇다면 왜 비노계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전당대회 흔들기에 나선 것일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의원과의 정면대결에서 비노계가 승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질 때는 지더라도 곱게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문 의원을 흔들고 계파갈등을 부각시킬수록 문 의원의 입장에선 탕평 공천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차기 대권을 생각한다면 당권을 잡더라도 친노만 챙기는 일방적인 공천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엔 계파간 지분 확보 싸움의 일환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재 당내 비노 대권주자들 사이에서는 문 의원이 당대표인 새정치연합에서 과연 자신이 대권후보가 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하는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번 전당대회를 흔들어서 문 의원이 당대표가 되더라도 정통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도록 깎아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전당대회 이후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비노 진영이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재보선 코앞
버틸 수 있을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변화와 혁신을 기대했는데 전당대회가 계파별 지분 챙기기 전쟁터로 변질되고 있는 모양새”라며 “이대로는 누가 승리하든 상처뿐인 영광이고 전당대회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4월 재보선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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