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 전당대회 흔들기 막전막후

"설사 지더라도 곱게는 못 끝낸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차기 총선의 공천을 좌지우지할 당대표를 선출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친노와 비노 간 계파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비노는 다양한 방법으로 전당대회 흔들기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정치연합 내부의 분위기는 이래저래 뒤숭숭하기만 하다.

"전당대회가 진흙탕 싸움으로 치러지는 것은 늘상 있었던 일이지만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당대회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전당대회 이후 딴생각을 먹은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의원이 이긴다고 해도 제대로 당을 통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겨도 찝찝
관심없는 비노

차기 총선의 공천을 좌지우지할 당 대표를 선출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간의 계파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비노는 다양한 방법으로 전당대회 흔들기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새정치연합의 창업주인 안철수 의원은 지난 7일 열린 전당대회 예비경선 투표에 불참해 논란을 일으켰다. 안 의원은 같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가있었다. 안 의원 측은 “예전부터 자주 CES를 방문했고 공교롭게 일정이 겹쳤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전당대회 보이콧 등 정치적 복선을 깔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남들은 하는지도 몰라" 재 뿌리기
전당대회 전후로 대거 탈당 준비?


실제로 새정치연합의 창업주이자 공동대표까지 지냈던 안 의원이 전당대회 예비경선에 불참한 것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예비경선 결과에 따라 당이 나아갈 방향은 크게 엇갈릴 수 있고 예비경선 선거인단은 당고문, 국회의원, 시도지사 및 시장 등 불과 378명의 중앙위원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한 표의 가치도 매우 큰 편이다. 때문에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외교나 국제 업무가 아닌 이상 중앙위원들은 전당대회 투표권을 빠짐없이 행사하는 게 관행이었다.

안 의원은 이미 측근들을 각종 당직에서 철수시키면서 한 차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전당대회 예비경선에 불참한다면 이 같은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때에도 문 의원과 단일화한 뒤 대선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미국으로 떠나 구설에 올랐었다.

딴생각 품었나?
뒤숭숭한 전대

물론 CES는 세계 가전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행사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을 감수하고 참여할 만한 행사였는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이번 행사에 참석한 정치인은 안 의원이 유일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이 이 같은 논란을 예상 못했을 리가 없다. 어떤 정치적 복선을 깔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전직 당대표로서 정말 무책임한 행동이고 정치적 감각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귀국 후 이 같은 논란이 일자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가 열리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며 이번 전당대회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안 의원의 측근들도 외곽에서 전당대회를 흔들고 있다. 강연재 변호사 등 안 의원의 측근들은 지난 13일 대선 당시 문재인 의원과의 단일화 과정을 부정적으로 회고한 <안철수는 왜?>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 내용에 따르면 안 의원은 대선이 끝난 후 “2012년 대선 때로 돌아가면 문재인 의원과 단일화하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문 의원은 당선되지도 못할 거면서 왜 끝까지 후보를 고집했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윤석규 전 새정치추진위 전략기획팀장, 정기남 한국정치리더십센터 소장 등 일부 안 의원의 측근들은 외곽에서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야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안 의원 측은 자신의 뜻과는 관련이 없는 측근들의 돌발행동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전당대회를 앞둔 미묘한 시기라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자숙기간은 끝났다”며 “현안에 목소리를 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참여하지도 않은 안 의원이 하필 전당대회를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전당대회에 쏠리는 시선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며 “결혼식장에서는 신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하객들이 흰 옷을 입는 것을 피하는 것처럼 전당대회 기간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안 의원은 오히려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고 있다. 밖에서는 전당대회 흔들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의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전당대회 컷오프가 치러진 직후인 지난 11일 아예 탈당을 결행해 전당대회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국민모임 신당 합류를 선언했다.

당내에서는 “전당대회가 이제 막 시작됐는데 이런 시기에 탈당을 선언한 것은 의도적인 재 뿌리기”라며 “그래도 과거 몸 담았던 정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탈당설이 나도는 천정배 전 의원은 지난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의 탈당여부에 대해 “전당대회가 끝나면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계획”이라면서 “당이 절망적이라면 과연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바른 자세인가에 대해 심각한 고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탈당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정치적으로 중량감 있는 두 사람이 각각 탈당하거나 탈당 결행을 저울질하면서 이미 전당대회의 결과 자체보다는 전당대회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 의원과 당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박지원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의 공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전당대회를 흠집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당대표 경선 과정의 핵심쟁점인 당권-대권 분리론과 대선패배책임론에 대해 일축하자 박 의원이 ‘문재인 편들기’라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직접 문 위원장에게 전화해 항의한데 이어 다음 날엔 캠프를 통해 공식적으로 항의 논평까지 냈다. 박 의원 측은 “문 위원장이 중립 의무를 위배했다”면서 “문 위원장은 지난해 비대위 출범 직후 친노 진영이 주장한 모바일투표 도입을 주장하는 등 우연인지, 치밀하게 조정된 것인지 모르지만 문재인 의원과 항상 뜻이 일치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성 의문
계파갈등 부각

이처럼 비노 진영에선 문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가 결정되기 전부터 이번 전당대회의 중립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분출됐었다. 비노계로 분류되는 김영환 의원은 “문희상 비대위 체제하에서 문재인 의원이 전면 부상하는 ‘문-문 투톱체제’”라며 “하나마나한 전당대회를 뭐하러 하나? 차라리 문재인 의원을 합의 추대하는 게 낫겠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전당대회의 공정성에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전당대회를 흔들려는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상당수 비노계 의원들은 이번 전당대회를 그저 멀리서 관망하고 있는 모양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차기 총선이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왔고 차기 공천권이 달린 선거인데 너무 분위기가 차분해 이상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가 계파갈등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당내에서 치러지는 일체의 선거에서 국회의원이나 당직자들의 특정후보 지지를 금지하는 혁신안을 의결했기 때문에 전당대회 분위기가 뜨지 않는 것뿐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지만 정동영 전 장관의 탈당과 맞물려 현재 새정치연합 내부의 분위기는 무척 뒤숭숭하다.


공정성 의문 품고 불복 가능성도
결국엔 차기 공천 밥그릇 싸움?

그렇다면 왜 비노계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전당대회 흔들기에 나선 것일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의원과의 정면대결에서 비노계가 승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질 때는 지더라도 곱게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문 의원을 흔들고 계파갈등을 부각시킬수록 문 의원의 입장에선 탕평 공천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차기 대권을 생각한다면 당권을 잡더라도 친노만 챙기는 일방적인 공천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엔 계파간 지분 확보 싸움의 일환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재 당내 비노 대권주자들 사이에서는 문 의원이 당대표인 새정치연합에서 과연 자신이 대권후보가 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하는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번 전당대회를 흔들어서 문 의원이 당대표가 되더라도 정통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도록 깎아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전당대회 이후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비노 진영이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재보선 코앞
버틸 수 있을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변화와 혁신을 기대했는데 전당대회가 계파별 지분 챙기기 전쟁터로 변질되고 있는 모양새”라며 “이대로는 누가 승리하든 상처뿐인 영광이고 전당대회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4월 재보선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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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