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vs 이명박 '사생결단 대리전' 막전막후

산 권력과 죽은 권력 “누가 더 센가 보자”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각각 친박계와 친이계라는 대리인들을 내세워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과 죽은 권력 간 싸움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 죽은 권력 측의 예상 밖 선전(?)으로 묘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그 막전막후를 들여다봤다.

최근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친이명박)계의 잇단 계파회동이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당사자들은 "일상적 모임으로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 개헌 논의 등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 한둘이 아닌 까닭이다.

수상한 계파회동
세력 대결 돌입?

우선 친이계는 지난해 연말부터 릴레이 회동을 갖고 있다. 지난달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전·현직 친이계 의원 30여명이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송년회 겸 대선승리 7주년 파티를 연 것을 시작으로, 지난 1일에는 친이계 인사 50여명이 새해 인사차 이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해 아직 세가 건재함을 과시했다.

오는 15일에도 친이계 전·현직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 소속 인사들이 대규모 신년회를 가질 예정이다. 회동에서는 야권이 이명박정부의 범정부적 사업이었던 자원외교에 얽힌 각종 의혹을 밝히기 위해 요구한 국정조사를 수용한 원내 지도부에 대한 성토와 함께 대응책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친이계 인사들은 잦은 회동이 "계파 모임이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친박계가 회동을 통해 세력을 과시하며 본격적 움직임에 나선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친박계 중진의원 7명이 지난달 19일 박근혜 대통령과 비밀회동을 가진 이후 친박계는 그간의 정중동 행보를 깨고 친이계와 김무성 대표를 향해 거침없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에는 친박계 의원들 40여명이 송년모임을 갖고 개헌 논의와 김 대표의 당 운영 방식 등에 대한 대대적 공세에 나서기도 했다.

친박·비박계 대리전 점입가경
잇단 계파회동으로 세력 과시

친박·친이계 충돌의 핵심 뇌관은 '개헌론'이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정치개혁특위 구성에 합의한 가운데 친이계 측은 "정개특위의 핵심은 개헌"이라고 외치고 있는 반면, 친박계 측은 "개헌보다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친이계 좌장격 인사인 이재오 의원은 "국회 운영위에 헌법개정특위 법률안이 발의돼 있는데, 청와대와 여당(친박계가)이 반대한다고 이를 처리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국회는 의사처리 원칙에 따라 개헌특위 구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 친박계 의원은 "올해는 당장 공무원연금 개혁과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할 때다"라며 "정국의 블랙홀이 될 개헌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봐야 한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정윤회 파문
쇄신론 충돌

양측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에 대한 수습책을 놓고도 충돌하고 있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외 2인의 '개인적 일탈'로 마무리된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후 청와대와 친박계는 "이제는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때"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친이계 인사들은 공개적으로 인적쇄신을 포함한 청와대 쇄신론을 주장하며 반기(?)를 들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찌라시 수준의 문건이 청와대에서 유출됐고, 연말에 정국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며 "그 부분에 대한 최소한 도의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청와대 인적쇄신론을 주장했다.
 

특히 이 의원은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취재진의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고려해볼 수 있다"며 "(검찰·청와대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으니, 특검을 못 받는다면 야당이 '아무것도 아닌데 왜 특검을 못 받느냐' 할 것이다. 야당의 특검 주장을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친이계 정병국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청와대 내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청와대가 만든 문건이고 이런 문건이 밖으로 유출됐다는 팩트가 있는 게 아니겠나"라며 "누군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청와대에서 책임을 지고 인적쇄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는 정윤회 문건 파문은 검찰 수사로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친박계 핵심의원은 "특검은 또 다른 정쟁을 야기할 뿐"이라며 "검찰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 인적쇄신론에 대해서도 "느슨해진 청와대 공직기강을 다잡으면 된다"고 일축했다.

'친박 대 친무'
당 인사안 격돌

친박계는 친이계와 함께 비박(비박근혜)계의 한 축을 이루는 친무(친김무성)계와도 부딪치고 있다. 친박계 좌장격 인사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친무계 수장 김무성 대표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과 공석인 6개 지역 당협위원장 선정 방식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서 최고위원이 지난달 22일 박 이사장을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하려는 김 대표의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박세일 임명안'은 해를 넘겨 아직까지 승인이 보류된 상태다. 이와 관련, 정병국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친박계가) 반대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박 이사장에 대한 호불호를 개개인은 얘기할 수 있지만 (친박계가) 집단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본인들의 이해관계를 위한 의도가 있는 반대"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서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계 인사들은 '박세일 불가론'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세일 임명안'이 최고위원회 추인만 남겨 놓은 상황에서 친박계나 김 대표 측 모두 입장을 번복하기 쉽지 않은 만큼 박 이사장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개특위발 '개헌 불씨' 핵심 뇌관
당 인사, 공천개혁 등 놓고도 격돌

하지만 박 이사장은 자진 사퇴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박 이사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그의 임명 여부에 따라 친박계와 김 대표 중 한쪽은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중구, 성북 갑 등 6개 공석 지역에 대한 당협위원장 선정을 놓고도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김 대표가 지난달 말 "100% 여론조사로 선정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친박계 측이 소통 문제를 제기하며 "당협위원장 선정 문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의 후 결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연장선에서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라는 공천개혁안을 놓고도 양측이 충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 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혁신 차원에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서 최고위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오픈프라이머리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명박 때리기
박근혜 승부수?

이처럼 살아있는 권력의 대리인인 친박계와 죽은 권력의 대리인 격인 비박계가 팽팽히 맞서는 특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원적 배경은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당권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치러진 전대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등에 업은 친박계는 비박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김무성 대표에게 사실상 완패하며 당 장악에 실패했다. 비박계가 힘을 받을 계기가 일찌감치 마련됐던 셈이다.

일부에서는 인사 참사, 세월호 참사, 정윤회 문건 파문 등 여러 악재를 겪으며 위기에 빠진 박 대통령 측과 재임시절 활동에 대한 갖은 구설에 휩싸인 이 전 대통령 측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최근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에 기고한 '2015년 정치전망'에서 역대 정부의 집권 3년 차를 비교하며 박 대통령의 집권 3년 차 정치적 승부수로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이명박 때리기'를 꼽은 바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측의 반격이 만만찮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승부수가 통할지는 의문이다. 김 교수도 "민심 이반을 막고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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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권행 급행열차 티켓을 거머쥔 채 돌아왔다. 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야말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 대표가 반격의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에 얽매인 지 3년 만이다. 웃음을 띤 채 법원서 나온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는 국력을 낭비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살아서 돌아왔다 지난 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서 무죄를 선고했다.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모두 뒤엎은 것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이던 2021년 TV 프로그램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이다. 재판부는 두 가지 모두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이 교유관계를 부인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주관적 인식에 대해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교유행위를 부인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서 유죄가 인정됐던 ‘골프 발언’에 대해서도 TV 프로그램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일부며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고 무죄로 봤다. 특히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사진으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원본 일부를 떼어냈기 때문에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용도변경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가 협박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핵심은 국토부가 법률에 의거해 변경 요청을 했고 성남시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것”이라며 “(발언의)일부가 독자성을 가지고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발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선거권 박탈형 1심 몽땅 뒤집혀 무죄 선고에 한시름 놓은 민주당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검찰은 “항소심 법원 판단은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도 괴리된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으로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곧바로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해당 사건의 최종 판결은 대법원서 가려지게 됐다. 이 대표의 선고가 예정된 26일 이전부터 민주당은 초긴장 상태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의 운명이 걸려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향후 모든 방향이 결정되는 하루일 것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60일 이내 선거를 치를 경우 하나의 작은 변수도 나비효과처럼 커질 수 있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무죄가 선고된 후에는 “차기 대통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완벽한 서사”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이 대표가 밝은 얼굴로 법정서 걸어 나오자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 앞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사법 리스크를 겨냥해 ‘이재명 흔들기’에 나섰던 대권 잠룡들의 목소리는 당분간 사그라들 전망이다. 후보 교체론을 주장해 왔던 비명(비 이재명)계 잠룡 역시 입을 모아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 “사필귀정” 등의 메시지를 냈다. 이 대표 대세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지만 탄핵 정국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총구를 밖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뒤통수 얼얼 여당 대혼란 국민의힘은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1심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왔기 때문에 2심 역시 최소한 벌금 100만원을 예상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재판부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전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고 직후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이 부분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고 대법원서 신속하게 6·3·3 원칙(1심은 6개월, 2·3심은 3개월 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최대 리스크였던 범죄자 프레임이 상당 부분 걷어지자 보수 잠룡들은 저마다 말을 얹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거짓은 죄, 진실은 선이 정의”라는 글을 게시했다. 오 시장은 “대선주자가 선거서 중대한 거짓말을 했는데 죄가 아니라면 그 사회는 바로 설 수 없다”며 “대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재명이 억지 무죄가 된 것은 사법부의 하나회 덕분”이라며 “사법부 조차 진영 논리로 재판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지만 사법부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하겠나. 오히려 잘됐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차기 대선을 각종 범죄로 기소된 사람과 하는 게 우리로서는 더 편하다”고 비꼬았다. 대세론 굳히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2심 결과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정치의 큰 흐름이 사법부의 판단에 흔들리는 정치의 사법화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의 골프 사진을 최초로 제시한 개혁신당 이기인 최고위원은 “졸지에 사진 조작범이 됐다”며 “옆 사람에게 자세하게 보여주려고 화면을 확대하면 사진 조작범이 되나? CCTV 화면 확대해서 제출하면 조작 증거이니 무효라는 말이냐? 무죄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꾸며낸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상고심서 잘 다퉈주길 바란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고비를 넘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운명을 쥔 헌재를 최대한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차기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죄를 선고받은 이 대표는 곧장 안동을 찾아 대형 산불로 터를 잃은 이재민을 위로했다. 지난 26일 이 대표는 법원서 곧바로 국회로 이동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산불 피해가 커지자 이를 뒤로 미루고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은 이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다. 앞서 이 대표는 무죄 선고 이후 취재진 앞에 서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서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또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아니면 우리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겠나”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안동을 찾은 데 이어 27일에는 화재로 소실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를 찾아 “고운사를 포함해 피해 입은 지역이나 시설 예산 걱정을 하지 않도록 국회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헬기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당분간 통하지 않을 ‘범죄 프레임’ 여권 잠룡 집중포격에도 꼿꼿하게 이 대표가 민생을 살피는 동안 나머지 민주당 의원이 장외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2심 결과가 나왔으니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는 이상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고궁박물관 앞 민주당 천막 당사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서 “헌법재판소는 해야 할 일을 즉시 하라”며 다시 한번 압박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로 12·3 내란발발 115일째, 탄핵소추안 가결 104일째, 탄핵 심판 변론종결 31일째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며 “선고가 늦어지면 늦어지는 이유라도 밝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헌법 수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방기하는 사이 온갖 흉흉한 소문과 억측이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다”며 “헌재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회의도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역시 “선입 선출에 따른 파면 선고라는 상식의 시간은 지났고, 오늘 오전까지도 선고기일 공지를 안 하면 명예의 시간도 넘어간다”며 “검찰의 억지 기소에 따른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이후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지연하느냐는 불명예스러운 물음에 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자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 전략이 반쪽짜리가 되면서 탄핵 정국 돌파구가 막혔다. 2심 무죄 판결이 대법원서 뒤집히길 바라며 상고심이 오는 6월26일까지 나와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남은 건 헌재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4개의 재판을 더 받는 만큼 아직 ‘완전히’ 족쇄를 풀지 못했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미 날개를 단 이 대표의 존재감만 키워줄 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란 게 야권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시름 놓은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대권주자 1위를 굳힐 일만 남았다. 중도층을 포섭하는 동시에 비호감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이에 맞춰 이 대표의 목소리도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 튀기는 3월이 마무리되면서 조기 대선의 운명을 가를 헌재에 모든 시선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