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드리운 박지만의 '수상한 그림자'

조응천은 왜 박지만에 줄 섰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난 연말 정국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문’에 대해 검찰이 모두 허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유독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민간인 신분인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그룹 회장이 청와대 문건을 지속적으로 전달받아왔다는 사실이다. 박 회장은 그동안 청와대 주변에서 어떤 일을 꾸몄던 것일까? 박 회장의 수상한 그림자를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박지만 EG회장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문’에 대해 수사해온 검찰이 지난 5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이 내린 결론은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의혹이 ‘허위’라는 것이다. 검찰은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불리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나 청와대 비서진을 지칭하는 ‘십상시’의 실체는 없다고 결론 냈다. 또 검찰은 박지만 EG 회장에 대한 미행설도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지만 봐주기
검찰의 코미디

반면 검찰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박관천 경정과 공모해 정윤회 문건 등 청와대에서 생산·보관된 대통령기록물을 무단 유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경정을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공용서류은닉, 무고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조응천 전 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런데 검찰의 이번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선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박 경정이 조 전 비서관 등의 지시에 따라 민간인 신분인 박 회장에게 청와대 문건을 총 17건이나 넘긴 사실이다. 이 가운데 공무상비밀에 해당하는 문건은 모두 10건으로 여기에는 민간기업 3곳과 관련된 첩보문건 4건이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박 경정으로부터 지난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수시로 문건을 건네받거나 동향보고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민간인 신분인 박 회장이 현직 청와대 관계자들로부터 청와대 문건을 건네받아 보관해온 행위는 형법상 공용서류은닉죄에 해당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자신의 미행설을 지인으로부터 듣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화해 사실을 확인했던 것도 수사결과 드러났다.


관리자가 관리대상에게 비선 보고
청와대 내부 사정 밝은데 왜?

취임 초부터 친인척 비리근절에 강한 자신감을 보여왔던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동생인 박 회장에 대해 “청와대에 얼씬도 못 하게 하고 있다”고 말해왔지만 이번 검찰 수사결과를 보면 박 회장이 청와대 주변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특히 박 회장에게 문건을 건네라고 지시한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서 원래는 박 회장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어야 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런 조 전 비서관이 오히려 청와대 내부문건을 수차례 박 회장에게 보고 하는 등 비선역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청와대의 친인척 관리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당시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박 회장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문건들은 내용이 심상치 않은 것들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피보다 진한 물
박지만 완패

문건에는 무역업체 대표인 기업인 P씨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약점을 잡은 뒤 청탁에 불응 시 녹음파일을 이용해 협박한다는 내용, L씨가 공천 및 공사수주 알선 명목으로 다수의 관계자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거나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기관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다는 내용, O씨가 부인 명의로 토지취득, 차명주식 취득 등 탈세의혹이 있고 공사수주 대가로 개발회사 회장에게 수억원을 건네거나 조세포탈로 수십억원을 추징당한 전력이 있다는 내용, 레저업체 모 대표가 다수의 여성과 사실혼 관계이고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과 동거하는 등 성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 모 호텔 회장이 환각제를 복용한 상태에서 집무실에서 여직원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이 밖에도 ‘정윤회를 만나려면 현금 7억원 정도 들고 가야 한다’ ‘중국인 재력가 S씨가 서향희 변호사와 친분을 과시하고 다닌다’ ‘누군가 서 변호사와 친분을 이용해 채용되려 한다’는 등 박지만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와 관련된 보고도 담겨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해당 문건의 신빙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그저 정보보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 풍설을 부풀려 꾸며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박 회장에게 보고된 청와대 문건에는 민간기업 관련 첩보와 불륜 등 사생활 관련 내용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청와대에 의한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검찰은 박 회장이 유출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고 소극적으로 보고를 받기만 했다는 박 회장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박 회장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한편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보고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문고리 3인방을 견제하기 위해 박 회장을 끌어들여 자작극을 벌인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결국 박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청와대 내부의 권력암투에 개입한 것이 된다. 박 대통령이 물리적으로는 박 회장을 청와대에 얼씬도 못 하게 했었는지는 몰라도 사실 박 회장은 멀리서도 청와대에 ‘수상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박근혜정부는 동생들(박지만, 박근령)만 사고 안 치면 성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 대통령에 두 동생은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었다. 친박(친박근혜)계에서는 박 대통령의 임기 동안 동생들이 해외라도 나가주면 좋겠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왔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두 동생에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무척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두 동생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박지만 라인’ 인사들이 낙하산을 타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박 회장에게 문건을 전달했던 조 전 비서관 역시 정치권에서는 박지만 라인으로 분류한다. 두 사람 모두 개인적인 친분관계는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조 전 비서관은 검사시절 박 회장을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한 인연이 있다.

어찌 보면 악연임에도 박 회장은 당시 조 전 비서관의 강직한 성품에 반해 이후에도 계속 인연을 맺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박 회장과 육사 동기인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백기승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박지만 라인으로 분류되지만 박근혜정부가 출범한지 불과 1년여 만에 박지만 라인으로 분류된 인사들은 대거 옷을 벗거나 한직으로 물러났다. 따라서 실제로 정윤회씨와 박 회장이 청와대 주변에서 권력암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박 회장은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한 측근에게 “피보다 진한 물도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인사 문제만 놓고 본다면 박 회장은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확실히 완패한 모양새다.

박지만 라인
정윤회 라인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사정에 밝은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수시로 정보를 넘기며 줄을 대려 했던 것만 봐도 박 회장이 그동안 청와대 안팎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대통령의 친인척이기 때문에 조 전 비서관이 그런 무모한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 동생들의 상황 인식 역시 박 대통령의 기대와는 매우 다르다. 박 대통령의 또 다른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박지만 회장이 국정개입을 했다고 해도) 개인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주변에서 걱정하는 것들을 대통령께 전달할 수도 있고 좋은 분이 있으면 천거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친누나가 대통령인데 ‘나는 사고 칠까 봐 아무 것도 안하고 내 사업만 할 거야’ 이런다면 오히려 그게 정상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박 회장의 생각 역시 박 이사장과 대동소이할 것이란 지적이다.

박지만 라인 수상한 퇴진 재조명
정말 청와대에 얼씬 못했을까?

일각에선 박 회장이 청와대와 거리를 두려 해도 박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가 박 회장의 국정개입을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서 변호사는 법조계에 들어오자마자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대학시절부터 성공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것으로 동기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었다. 그런 서 변호사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박 회장의 국정개입을 적극 부추겼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서 변호사는 박 회장과 결혼 후 각종 기업의 감사, 사외이사, 고문 등을 맡으면서 ‘박근혜 후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인물이다.


친인척 비리
결국 재발?

정치권에서는 심지어 ‘만사올통(모든 일이 올케를 통하면 이루어진다)’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였다. 일부 친박계에서도 박 회장보다 서 변호사가 더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계했었다. 실제로 청와대에서 유출된 후 <세계일보>가 지난해 5월8일 입수한 총 128쪽 분량의 문건들에는 서 변호사와 관련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박 회장이 청와대 주변에 얼씬도 못 하게 했다고 자부하지만 결국 검찰 수사결과를 보면 박 회장이 대통령도 모르게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이라며 “역대 정부가 모두 친인척 비리로 레임덕을 겪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친인척 관리 방식을 크게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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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