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회사원 몰리는 ‘수면방’ 가보니…

자꾸 없어지는 과장님 따라가니 ‘허걱’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대낮에 잠을 잘 수 있는 이른바 ‘수면방’이 등장해 화제다. 수면방은 업무에 지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이나 낮 시간에 꿀잠을 잘 수 있는 공간으로, 기존의 휴게텔이나 사우나에 비해 밝고 깨끗한 데다, 이용요금도 부담이 없어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숨겨진 아지트를 소개한다.

 
최근 사무실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직장인들에게 유료로 낮잠 장소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만성피로에 젖어 있는 직장인들의 탈출구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아지트로 자리 잡았다. 

잠자는 카페?
 
지난 6일 ‘수면방’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카페를 찾았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지만 카페 안에는 해먹(hammock·기둥이나 나무 사이 같은 곳에 달아 매어 침상으로 쓰는 그물)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얼핏 보면 일반 카페와 비슷하지만, 테이블 대신 알록달록한 해먹이 자리하고 있어 이채로웠다.
 
기자는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뒤 창가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외투를 벗었다. 낮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행동 하나 하나에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수면방 내부는 훈훈한 상태였다. 적당한 습도와 향기가 더해져 아늑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해먹은 보기와 달리 편안했다. 몸을 눕히자 심신의 피로가 풀리는 듯 했다. 이 카페의 이용료는 1시간에 5000원. 영국과 스페인에서 직접 수입한 커피와 홍차, 향긋한 차도 포함된 가격이다. 여기에 다양한 종류의 잡지와 책도 마음껏 볼 수 있어 ‘힐링’ 장소로 제격이다. 인근에 모 대기업 사옥이 자리하고 있어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수면방을 찾은 직장인 김모(32)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쯤은 점심을 먹지 않고 바로 이곳을 찾는다. 김씨는 “항상 잠이 부족한데, 해먹에서 1시간 누워있다 사무실로 복귀하면 좀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자 대부분은 김씨와 같은 직장인이지만, 대학생 등 일반인도 적지 않다. 대학생 오모(28)씨는 가끔 해먹을 떠올린다. 한번 맛 들린 이후 그 매력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오씨는 “누워서 이용하는 카페라고 생각한다”며 “일반 카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기 때문에, 여유로운 사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면방은 단돈 5000원으로 1시간 동안 마음 편히 잠자고, 지정한 시간에 잠을 깨워주는 알람서비스를 받고, 일어나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휴식공간의 등장은 우리에게 여유가 필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극도의 피로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점심밥 대신 낮잠 선택하는 직장인들
1시간 5000원…해먹에 누워 ‘드르렁’
 
전문가들에 따르면 30분에서 1시간 동안 낮잠을 자면 ‘코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어든다. 때문에 스트레스 감소와 마음 안정 효과가 나타나 일의 집중도와 능률이 올라간다고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1일부터 ‘쪽잠제도’를 도입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야근자나 건강이 좋지 않은 직원 등이 이 제도를 이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서울시의 쪽잠제도는 점심시간 이후인 1시부터 6시 사이에 쉬고 싶은 직원이 부서장에게 신청해 허가받은 후 30분에서 1시간 동안 공식적인 휴식을 취하는 제도다.
 
낮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은 서울시청 신청사와 서소문별관에 설치된 직원 휴식공간이다. 부서장들은 특별한 사유 없이 직원들의 낮잠 신청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용률은 시행 초기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좋은 제도를 두고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홈페이지 회원 2470명을 대상으로 수면과 숙면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하기 위해 실시한 ‘숙면 및 수면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 많은 응답자들이 자신의 수면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평소 본인의 숙면·수면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시나요’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0.73%인 759명만 만족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만 본인의 수면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수면시간 부족과 수면의 질인 숙면을 취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수면시간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수면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57.85%인 1429명이었다. 본인의 평균 수면시간에 대해 묻는 질문에 5∼6시간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932명으로 가장 많았던 반면, 적당한 수면 시간에 대한 질문에는 7∼8시간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1301명으로 가장 많아 수면의 양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면의 질에 대한 부분에서는 수면시간보다 숙면 여부가 중요했다. ‘수면시간 부족’을 꼽은 응답은 20.21%에 그친 데 반해, 잠에 쉽게 들지 못하고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으며, 자다가 자꾸 깨거나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등 숙면과 관련된 응답은 전체 응답의 76.61%에 달했다. 

수면시장 확대
 
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면장애 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08년 22만8000명에서 2012년 35만7000명으로 최근 5년 동안 약 60% 가량 늘어났다. 이처럼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급증하면서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웰슬리핑(well-sleeping)’ 수면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초창기에는 주로 이불, 베개, 침대 등 침구류에 집중되어 발전해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각종 생활용품, 화장품, IT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IT업계의 경우 스마트 워치나 손목밴드, 수면 유도등, 수면안경, 수면안대 등을 내놓고 있다. 침구류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뇌파에 영향을 주는 골전도 숙면 베개, 스피커를 통해 숙면을 돕는 음악 베개 등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숙면시장이 ‘보조’에서 ‘치료’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khlee@ilyosisa.co.kr>
 

‘잠이 보약’ 숙면 10계명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라
▲잠자리에 소음을 없애고, 온도와 조명을 안락하게 하라
▲낮잠은 15분 이내로 제한하라

▲40분 동안 땀이 날 정도의 낮 운동은 수면에 도움이 된다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 알코올 그리고 니코틴은 피하라
▲잠자기 전 과도한 식사를 피하고 적당한 수분을 섭취하라
▲수면제의 일상적 사용을 피하라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피하고 이완하는 법을 배워라
▲잠자리는 수면과 부부생활을 위해서만 사용하라

▲잠자리에 들어 20분 이내 잠이 오지 않는다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이완하고 있다가 피곤한 느낌이 들 때 다시 잠자리에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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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