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수사 후폭풍' 검찰이 놓친 네 가지

수사로 보여주고 기소로 말한다더니…"냄새 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연말 정국을 뒤흔들었던 '정윤회 문건 파문'에 대한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가 나왔다. 비선실세 의혹, 비선 간 권력암투는 사실무근이고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청와대 문건 유출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 한모·최모 경위 등 4인의 작품이라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동문서답 수사에 이은 기울어진 기소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 지난 5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유상범 3차장 검사가 '청와대 문건 유출' 관련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비선실세 의혹을 불러온 '정윤회 문건(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 동향)'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로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이 풍문을 과장해 소설을 쓴 것이다. 문건 유출은 박 전 행정관(구속 기소)과 조 전 비서관·한모 경위(불구속 기소), 최모 경위(사망)의 작품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지난 5일 '정윤회 문건 파문'에 대한 36일간의 수사 끝에 내놓은 중간 수사결과는 이렇게 요약된다. 그러나 검찰이 '가려운 곳은 긁지 못하고 엉뚱한 곳만 긁다 말았다'는 혹평이 많다. 수사부터 시작해 기소까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은 탓이다.

#의문 ①범행동기 불분명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범행동기가 불분명하다. 범인들이 검찰이 '허위'로 판단한 문건을 작성한 이유와 해당 문건을 포함한 수십 건의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박 전 행정관이 허위 문건을 작성한 이유를 박지만 EG회장을 이용해 정윤회씨와 문고리권력 3인방(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을 견제하고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검찰의 또 다른 수사결과에는 조 전 비서관이 정씨나 문고리권력 3인방을 견제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나 문고리권력 3인방, 박 회장은 국정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조 전 비서관이 이들을 견제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동문서답 수사에 이은 이중잣대 기소
범행동기부터 기소까지 의문점 수두룩

문건을 유출하게 된 동기도 설득력이 약하다. 검찰에 따르면 문건이 청와대 밖으로 나간 경로는 두 갈래다. 박 전 행정관이 상급자인 조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아 박 회장 측에 정윤회 문건을 포함한 17건의 문건을 건넸다는 것과 한·최 경위가 14건의 '유출 사고'를 일으켰다 것이다.

박 전 행정관이 지난해 2월 자신이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윤회 문건을 비롯해 자신이 작성했던 다량의 문건들을 개인 짐에 담아 정보분실 사무실에 둔 것을 정보분실 소속 한 경위가 당직을 서면서 문건들을 모두 복사해 기업체와 최 경위에게 건넸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특히 검찰은 정윤회 문건 파문의 계기가 된 언론의 보도에 대해 최 경위가 이 중 5건의 문건을 스마트폰 사진으로 찍은 뒤 카카오톡으로 '대서특필'을 부탁하며 <세계일보> 조모 기자에게 보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경위는 검찰 수사에서 정윤회 문건은 본 적이 없다는 진술을 한 바 있고, 최 경위는 '억울하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했다.

#의문 ②검찰 판단 근거 빈약


둘째, 문건이 허위라는 판단의 근거가 빈약하다.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것은 비선인사에 의한 국정농단과 비선 간 권력암투가 있었는지 여부다. 특히 정씨는 박 대통령 집권 이전부터 정치권에서 숨은 실세로 꾸준히 거론되며, 여당 내에서도 정씨의 영향력을 궁금해 했던터였다.

그런데 검찰은 <세계일보>를 통해 공개된 정윤회 문건에 적시된 모임 장소에서 정씨와 십상시의 회동이 없었고, 문건 작성자인 박 전 행정관이 정보원으로 지목한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과의 주장이 엇갈린다는 이유를 내세워 허위로 판단했다.

수사과정 자체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얘기를 들었다는 사람과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는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진위를 가리려는 노력이 미약했던 것이다. 모임에 참석했다고 기재된 인사들이 본인 명의·차명 휴대전화 등을 통해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를 확보하지 않은 채 스스로 제출한 휴대전화 통화내역만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마저도 검찰이 수사한 기간은 최근 1년에 그쳐 문건이 작성되기 전 기준으로 보면 2013년 12월 한 달치에 불과했다. 특히 정씨와 문고리권력 3인방이 '오래전에 절연했다'는 이들의 주장과 달리 통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검찰은 이 부분에 주목하지 않았다.
 

검찰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홍경식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건 작성과 유출에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해 한 차례 서면진술을 받고 말았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의문 ③중요 정황 애써 무시?

셋째, 드러난 중요한 정황도 애써 무시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인사 개입 의혹은 정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유력한 정황이다. 이와 관련,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이 언론을 통해 "박 대통령이 2013년 8월 수첩을 꺼내 국장과 과장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뜻만 밝힌 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해야 할 수도 있는 사안인 만큼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강조 또는 무시…핵심쟁점 판단 근거 미약
'찌라시'라더니…허위공문서 혐의는 미적용

넷째, 검찰의 기소에 이중잣대가 적용됐다는 지적이다. 검찰 수사로 기소된 이는 총 3명뿐이다. 그나마 구속기소는 공무상 비밀누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용서류 은닉, 무고 등 4가지 혐의가 적용된 박 전 행정관 한 명뿐이다. 조 전 비서관(공무상 비밀누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한 경위(공무상 비밀누설)는 불구속 기소됐다.

나라 전체를 뒤흔든 사안에 대한 수사치고는 결과가 초라하다. 무엇보다 이들의 주요 혐의가 공무상 비밀누설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기록물을 받아 본 박 회장은 기소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중잣대가 적용됐다.
 

검찰은 17건의 대통령기록물이 박 전 행정관을 통해 박 회장에게 전달됐고, 이 가운데 10건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특히 12건은 김 비서실장과 홍 전 수석의 사전 동의를 거쳐 전달됐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이들은 기소는커녕 제대로 된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


#의문 ④박지만 면죄부 기울어진 잣대

또 한가지 예의주시할 대목은 검찰이 문건 내용을 '찌라시'라고 규정하면서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찌라시를 대통령기록물로 판단한 대목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결과에서 허위문건이란 표현을 썼다"며 "그렇다면 조응천·박관천에게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적용하고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은 제외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검찰은 수사로 보여주고 기소로 말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박 대통령이 수사 초기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이고, 찌라시에 나온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발언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이것이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따른 중간 수사결과라는 비판과 함께 특검, 국정조사 등 2차 수사 및 조사 요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정부 위기탈출 '전가의 보도'
모든 국정 혼란은 '개인 일탈' 탓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정윤회 문건 파문'에 대한 입장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비비서관과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의 '개인적 일탈로 인한 국정 혼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이러한 인식구조는 낯설지 않다. 정권의 위기 때마다 '개인 일탈론'을 전가의 보도로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박근혜정권는 지난 2년 정권이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어김없이 구원투수로 개인 일탈론을 꺼내들었다.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청와대 행정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관련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그랬다.

정권과 관련된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범죄를 특정인 몇 명의 '일탈'로 몰아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 일탈도 이정도로 되풀이된다면 이제는 조직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이상 개인 일탈론이 정권의 위기 탈출구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여권 일각에서도 청와대의 안일한 인식에 대한 비판과 함께 청와대 쇄신론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개인 일탈로 비선개입 의혹을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겠지만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설사 검찰 수사결과를 받아들인다 해도 대통령의 친동생이 깊숙이 연루된 볼썽사나운 권력 암투가 벌어진 사실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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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권행 급행열차 티켓을 거머쥔 채 돌아왔다. 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야말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 대표가 반격의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에 얽매인 지 3년 만이다. 웃음을 띤 채 법원서 나온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는 국력을 낭비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살아서 돌아왔다 지난 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서 무죄를 선고했다.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모두 뒤엎은 것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이던 2021년 TV 프로그램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이다. 재판부는 두 가지 모두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이 교유관계를 부인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주관적 인식에 대해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교유행위를 부인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서 유죄가 인정됐던 ‘골프 발언’에 대해서도 TV 프로그램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일부며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고 무죄로 봤다. 특히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사진으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원본 일부를 떼어냈기 때문에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용도변경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가 협박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핵심은 국토부가 법률에 의거해 변경 요청을 했고 성남시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것”이라며 “(발언의)일부가 독자성을 가지고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발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선거권 박탈형 1심 몽땅 뒤집혀 무죄 선고에 한시름 놓은 민주당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검찰은 “항소심 법원 판단은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도 괴리된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으로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곧바로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해당 사건의 최종 판결은 대법원서 가려지게 됐다. 이 대표의 선고가 예정된 26일 이전부터 민주당은 초긴장 상태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의 운명이 걸려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향후 모든 방향이 결정되는 하루일 것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60일 이내 선거를 치를 경우 하나의 작은 변수도 나비효과처럼 커질 수 있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무죄가 선고된 후에는 “차기 대통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완벽한 서사”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이 대표가 밝은 얼굴로 법정서 걸어 나오자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 앞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사법 리스크를 겨냥해 ‘이재명 흔들기’에 나섰던 대권 잠룡들의 목소리는 당분간 사그라들 전망이다. 후보 교체론을 주장해 왔던 비명(비 이재명)계 잠룡 역시 입을 모아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 “사필귀정” 등의 메시지를 냈다. 이 대표 대세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지만 탄핵 정국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총구를 밖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뒤통수 얼얼 여당 대혼란 국민의힘은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1심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왔기 때문에 2심 역시 최소한 벌금 100만원을 예상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재판부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전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고 직후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이 부분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고 대법원서 신속하게 6·3·3 원칙(1심은 6개월, 2·3심은 3개월 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최대 리스크였던 범죄자 프레임이 상당 부분 걷어지자 보수 잠룡들은 저마다 말을 얹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거짓은 죄, 진실은 선이 정의”라는 글을 게시했다. 오 시장은 “대선주자가 선거서 중대한 거짓말을 했는데 죄가 아니라면 그 사회는 바로 설 수 없다”며 “대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재명이 억지 무죄가 된 것은 사법부의 하나회 덕분”이라며 “사법부 조차 진영 논리로 재판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지만 사법부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하겠나. 오히려 잘됐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차기 대선을 각종 범죄로 기소된 사람과 하는 게 우리로서는 더 편하다”고 비꼬았다. 대세론 굳히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2심 결과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정치의 큰 흐름이 사법부의 판단에 흔들리는 정치의 사법화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의 골프 사진을 최초로 제시한 개혁신당 이기인 최고위원은 “졸지에 사진 조작범이 됐다”며 “옆 사람에게 자세하게 보여주려고 화면을 확대하면 사진 조작범이 되나? CCTV 화면 확대해서 제출하면 조작 증거이니 무효라는 말이냐? 무죄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꾸며낸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상고심서 잘 다퉈주길 바란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고비를 넘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운명을 쥔 헌재를 최대한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차기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죄를 선고받은 이 대표는 곧장 안동을 찾아 대형 산불로 터를 잃은 이재민을 위로했다. 지난 26일 이 대표는 법원서 곧바로 국회로 이동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산불 피해가 커지자 이를 뒤로 미루고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은 이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다. 앞서 이 대표는 무죄 선고 이후 취재진 앞에 서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서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또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아니면 우리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겠나”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안동을 찾은 데 이어 27일에는 화재로 소실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를 찾아 “고운사를 포함해 피해 입은 지역이나 시설 예산 걱정을 하지 않도록 국회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헬기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당분간 통하지 않을 ‘범죄 프레임’ 여권 잠룡 집중포격에도 꼿꼿하게 이 대표가 민생을 살피는 동안 나머지 민주당 의원이 장외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2심 결과가 나왔으니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는 이상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고궁박물관 앞 민주당 천막 당사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서 “헌법재판소는 해야 할 일을 즉시 하라”며 다시 한번 압박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로 12·3 내란발발 115일째, 탄핵소추안 가결 104일째, 탄핵 심판 변론종결 31일째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며 “선고가 늦어지면 늦어지는 이유라도 밝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헌법 수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방기하는 사이 온갖 흉흉한 소문과 억측이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다”며 “헌재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회의도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역시 “선입 선출에 따른 파면 선고라는 상식의 시간은 지났고, 오늘 오전까지도 선고기일 공지를 안 하면 명예의 시간도 넘어간다”며 “검찰의 억지 기소에 따른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이후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지연하느냐는 불명예스러운 물음에 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자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 전략이 반쪽짜리가 되면서 탄핵 정국 돌파구가 막혔다. 2심 무죄 판결이 대법원서 뒤집히길 바라며 상고심이 오는 6월26일까지 나와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남은 건 헌재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4개의 재판을 더 받는 만큼 아직 ‘완전히’ 족쇄를 풀지 못했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미 날개를 단 이 대표의 존재감만 키워줄 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란 게 야권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시름 놓은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대권주자 1위를 굳힐 일만 남았다. 중도층을 포섭하는 동시에 비호감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이에 맞춰 이 대표의 목소리도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 튀기는 3월이 마무리되면서 조기 대선의 운명을 가를 헌재에 모든 시선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