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권키 쥔 '백소회' 실체해부

대권플랜 가동? 반 총장 결심만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반기문 대망론’이 새해에도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작 본인은 차기 대선 출마설에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연초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은 압도적인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그런데 반기문 대망론이 뜨면서 일반 국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백소회(총무 임덕규)’라는 단체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백소회는 어떤 단체이고 왜 지금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백소회의 실체를 해부해봤다.

‘반기문 대망론’이 새해부터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서울신문>과 에이스리서치가 지난달 26~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기문 UN사무총장은 무려 38.7%p의 지지를 얻어 2, 3위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9.8%p)과 박원순 서울시장(7.4%p)을 크게 앞질렀다.

반 총장은 국내에서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될 때마다 손사래를 치며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반 총장을 향한 이 같은 국민적 지지도 때문에 반기문 대망론은 정치권에서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깊은 애향심
충청 대망론

한편 반기문 대망론과 함께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는 단체가 바로 ‘백소회(총무 임덕규)’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백소회는 지난 1992년 임덕규 총무가 주도해 만든 단체다. 백소회에는 회장 없이 총무만 두고 있는데 총무가 사실상 회장 역할을 하고 있다. 임덕규 총무는 백소회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총무직을 맡아오고 있다.

백소회는 ‘백제의 미소’ ‘100번 웃자’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충청권 사람들이 모여 후배를 돕고 지역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모임이다. 현재 백소회에는 전현직 장·차관, 국회의원, 법조인, 금융인 등 충청권 출신의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송인준 전 헌법재판관 등은 직접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나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서청원 의원 등 충청권 출신 유력 정치인들도 모두 백소회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국내 조직 없다고? 물밑 조직 탄탄
반 총장은 완전무결점 대권후보

안철수 캠프 출신으로 정치권에서는 ‘킹메이커’로 통하는 윤여준 전 장관도 백소회 소속이다. 강 전 의장은 충청권 최초의 국회의장으로 당선된 이후 백소회 회원 수십명을 초청해 만찬을 가지기도 했다. 그 위세가 실로 대단하다.

충청 연고 기업인 한화는 백소회의 든든한 후원자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 루비홀에서 열린 백소회의 송년회를 후원하기도 했다. 특히 백소회는 ‘충청권 사람들이 모여 후배를 돕고 지역발전을 도모하자’는 창립 취지처럼 모임 때마다 충청권 인재 육성에 주력하자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반 총장 역시 충북 음성 출신으로 충청권 인사다. 실제로 한 백소회 회원에 따르면 “모임 때마다 회원들 사이에서 반 총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백소회 지도부급 인사들은 회원들이 입방정을 떨어 아직 사무총장 임기 중인 반 총장에 누가 될까 입단속을 하는 분위기지만 아마 반 총장이 다음 대통령이 되길 누구보다 바라는 것은 그들 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탄탄
무결점 후보

하지만 반 총장이 단지 충청권 출신 인사이기 때문에 백소회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백소회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반 총장과 임덕규 총무와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 총무는 “한 달에 평균 2~3회 (반 총장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안부를 묻고 국내 중요소식도 전한다. 지난해 반 총장이 서울을 방문해 국내 외국대사들과 가진 포럼에서는 저를 지칭하며 ‘한국에서 대사직을 잘 수행하려면 임덕규 회장과 친하게 지내라’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언급을 하기도 했다”며 반 총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 총무는 반기문 대망론이 정치권에 불거지자 “저는 일부 정치권에서 전하는 반 총장의 최측근은 아니다”라며 반 총장과 선을 긋고 있다.

사실 임 총무는 반 총장을 UN사무총장으로 만드는 데에 지대한 공을 세웠던 인물이다. 임 총무와 반 총장은 지난 1972년 각각 한국·인도 친선협회 간사와 인도대사관 3등 사무관으로 처음 만난 이후 같은 충청권 출신 인사라는 공통점 때문에 지금까지도 매우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임 총무는 반 총장이 UN사무총장에 선출되는 과정에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벤치마킹한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만들어 직접 회장을 맡아 반 총장의 선거운동을 돕기도 했다.

임 총무는 지난 2005년 반사모를 결성한 이후 반 총장의 선거운동을 하면서 외국 대사들을 만나 인사를 할 때면 한국말로 ‘반사모!’를 복창시킬 정도로 반사모 활동에 열성적이었다. 외교잡지 월간 <디플로머시>의 발행인이기도 한 임 총무는 30년 넘게 외교잡지를 발간하면서 구축한 전 세계 인적네트워크도 반 총장의 당선을 위해 모두 가동시켰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던지 임 회장은 반 총장의 당선을 확인한 후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사무총장에 당선된 바로 다음 날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임 회장을 직접 문병하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정치권이 백소회에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백소회가 반 총장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히든카드이기 때문이다. 대선후보로서 반 총장의 최대 약점은 국내에 별다른 조직이 없다는 점이다. 반 총장이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선거는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막상 선거가 시작되면 하부 조직의 역량에 따라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물론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이니 만큼 반 총장 주변에 수많은 인사들이 순식간에 모여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짧은 기간 어중이떠중이 모여든 인사들로는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조직력을 기대할 수 없고, 대선캠프를 운영하면서 상당한 잡음에 시달릴 위험성이 농후하다.

임 총무는 UN사무총장 선거 당시 뛰어난 조직관리능력과 정치력으로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던 인물이다. 임 총무가 백소회를 통해 갈고 닦아놓은 국내조직을 잘 활용만 한다면 반 총장의 대권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반 총장이 만약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후 대권플랜을 가동시킨다면 임 총무와 백소회는 반기문 대권플랜의 가장 중요한 퍼즐 조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백소회 움직일까?
새로 조직 만들까?

하지만 백소회가 반 총장의 대선조직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한 정치인 출신 백소회 회원은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고 해도 반 총장의 최측근인 임 총무나 백소회 회원 몇몇이 반 총장을 돕기는 하겠지만 백소회 전체가 반 총장의 대선조직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백소회에는 여당 성향을 가진 분들도 있고 야당 성향을 가진 분들도 있다. 나도 선거 때 백소회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진 못했다. 내가 보기엔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고 해서 백소회 전체가 반 총장의 대선조직화되기는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고위 공무원 출신의 한 백소회 회원은 “백소회의 회장격인 임 총무가 나서는데 어떻게 백소회가 안 나설 수 있겠나? 오히려 야당 성향 인사 몇몇을 빼곤 대부분의 백소회 회원들이 반 총장을 돕고 나설 것”이라며 “백소회에 여야 인사들이 골고루 참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당 보수성향이 더 강한 것은 분명하다. 백소회 회원 대부분이 반 총장에 대해 매우 큰 호감을 가지고 있다.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만 한다면 분명 백소회 회원 전체가 대동단결해 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 출마설 나올 때마다 거부반응
애향심 깊어 충청이 부르면 출마?

또 백소회에는 강창희 전 국회의장,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서청원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최근 친박계는 반 총장을 차기 대권 주자로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친박 핵심인사들이 백소회 모임을 통해 반 총장의 최측근인 임 총무와 자연스럽게 만나면서 백소회가 반 총장의 영입 논의 창구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여러모로 백소회는 반기문 대권플랜의 중요한 퍼즐 조각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반 총장의 권력의지. 반 총장은 대권 출마설이 불거질 때마다 자신은 국내정치에 관심 없다며 선을 그어왔다. 그런 점에서 임 총무는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키맨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충청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충청 홀대론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충청 홀대론 극복
반 총장에게 달려


충청권 인사들은 충청권의 인구가 이미 호남을 추월한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충청권 출신 대통령이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심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충남 아산 출신의 윤보선 대통령이 있지만 4·19혁명으로 이승만의 자유당정권이 붕괴된 이후 내각책임제하에서 선출됐고 재임기간도 2년이 채 안됐다.)

임 총무가 이끌고 있는 백소회도 이런 충청인들의 콤플렉스가 어느 정도 반영된 단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면 충청권 관련 행사에 반드시 참석할 정도로 충청권에 대한 애향심이 깊은 반 총장에게 임 총무가 충청 홀대론을 앞세워 설득하면 먹혀들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

과연 반 총장은 충청권 최초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백소회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반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16년 이후에는 그 실체가 확실히 드러날 전망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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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