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권키 쥔 '백소회' 실체해부

대권플랜 가동? 반 총장 결심만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반기문 대망론’이 새해에도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작 본인은 차기 대선 출마설에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연초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은 압도적인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그런데 반기문 대망론이 뜨면서 일반 국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백소회(총무 임덕규)’라는 단체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백소회는 어떤 단체이고 왜 지금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백소회의 실체를 해부해봤다.

‘반기문 대망론’이 새해부터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서울신문>과 에이스리서치가 지난달 26~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기문 UN사무총장은 무려 38.7%p의 지지를 얻어 2, 3위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9.8%p)과 박원순 서울시장(7.4%p)을 크게 앞질렀다.

반 총장은 국내에서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될 때마다 손사래를 치며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반 총장을 향한 이 같은 국민적 지지도 때문에 반기문 대망론은 정치권에서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깊은 애향심
충청 대망론

한편 반기문 대망론과 함께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는 단체가 바로 ‘백소회(총무 임덕규)’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백소회는 지난 1992년 임덕규 총무가 주도해 만든 단체다. 백소회에는 회장 없이 총무만 두고 있는데 총무가 사실상 회장 역할을 하고 있다. 임덕규 총무는 백소회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총무직을 맡아오고 있다.

백소회는 ‘백제의 미소’ ‘100번 웃자’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충청권 사람들이 모여 후배를 돕고 지역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모임이다. 현재 백소회에는 전현직 장·차관, 국회의원, 법조인, 금융인 등 충청권 출신의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송인준 전 헌법재판관 등은 직접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나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서청원 의원 등 충청권 출신 유력 정치인들도 모두 백소회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국내 조직 없다고? 물밑 조직 탄탄
반 총장은 완전무결점 대권후보

안철수 캠프 출신으로 정치권에서는 ‘킹메이커’로 통하는 윤여준 전 장관도 백소회 소속이다. 강 전 의장은 충청권 최초의 국회의장으로 당선된 이후 백소회 회원 수십명을 초청해 만찬을 가지기도 했다. 그 위세가 실로 대단하다.

충청 연고 기업인 한화는 백소회의 든든한 후원자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 루비홀에서 열린 백소회의 송년회를 후원하기도 했다. 특히 백소회는 ‘충청권 사람들이 모여 후배를 돕고 지역발전을 도모하자’는 창립 취지처럼 모임 때마다 충청권 인재 육성에 주력하자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반 총장 역시 충북 음성 출신으로 충청권 인사다. 실제로 한 백소회 회원에 따르면 “모임 때마다 회원들 사이에서 반 총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백소회 지도부급 인사들은 회원들이 입방정을 떨어 아직 사무총장 임기 중인 반 총장에 누가 될까 입단속을 하는 분위기지만 아마 반 총장이 다음 대통령이 되길 누구보다 바라는 것은 그들 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탄탄
무결점 후보

하지만 반 총장이 단지 충청권 출신 인사이기 때문에 백소회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백소회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반 총장과 임덕규 총무와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 총무는 “한 달에 평균 2~3회 (반 총장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안부를 묻고 국내 중요소식도 전한다. 지난해 반 총장이 서울을 방문해 국내 외국대사들과 가진 포럼에서는 저를 지칭하며 ‘한국에서 대사직을 잘 수행하려면 임덕규 회장과 친하게 지내라’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언급을 하기도 했다”며 반 총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 총무는 반기문 대망론이 정치권에 불거지자 “저는 일부 정치권에서 전하는 반 총장의 최측근은 아니다”라며 반 총장과 선을 긋고 있다.

사실 임 총무는 반 총장을 UN사무총장으로 만드는 데에 지대한 공을 세웠던 인물이다. 임 총무와 반 총장은 지난 1972년 각각 한국·인도 친선협회 간사와 인도대사관 3등 사무관으로 처음 만난 이후 같은 충청권 출신 인사라는 공통점 때문에 지금까지도 매우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임 총무는 반 총장이 UN사무총장에 선출되는 과정에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벤치마킹한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만들어 직접 회장을 맡아 반 총장의 선거운동을 돕기도 했다.

임 총무는 지난 2005년 반사모를 결성한 이후 반 총장의 선거운동을 하면서 외국 대사들을 만나 인사를 할 때면 한국말로 ‘반사모!’를 복창시킬 정도로 반사모 활동에 열성적이었다. 외교잡지 월간 <디플로머시>의 발행인이기도 한 임 총무는 30년 넘게 외교잡지를 발간하면서 구축한 전 세계 인적네트워크도 반 총장의 당선을 위해 모두 가동시켰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던지 임 회장은 반 총장의 당선을 확인한 후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사무총장에 당선된 바로 다음 날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임 회장을 직접 문병하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정치권이 백소회에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백소회가 반 총장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히든카드이기 때문이다. 대선후보로서 반 총장의 최대 약점은 국내에 별다른 조직이 없다는 점이다. 반 총장이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선거는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막상 선거가 시작되면 하부 조직의 역량에 따라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물론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이니 만큼 반 총장 주변에 수많은 인사들이 순식간에 모여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짧은 기간 어중이떠중이 모여든 인사들로는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조직력을 기대할 수 없고, 대선캠프를 운영하면서 상당한 잡음에 시달릴 위험성이 농후하다.

임 총무는 UN사무총장 선거 당시 뛰어난 조직관리능력과 정치력으로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던 인물이다. 임 총무가 백소회를 통해 갈고 닦아놓은 국내조직을 잘 활용만 한다면 반 총장의 대권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반 총장이 만약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후 대권플랜을 가동시킨다면 임 총무와 백소회는 반기문 대권플랜의 가장 중요한 퍼즐 조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백소회 움직일까?
새로 조직 만들까?

하지만 백소회가 반 총장의 대선조직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한 정치인 출신 백소회 회원은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고 해도 반 총장의 최측근인 임 총무나 백소회 회원 몇몇이 반 총장을 돕기는 하겠지만 백소회 전체가 반 총장의 대선조직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백소회에는 여당 성향을 가진 분들도 있고 야당 성향을 가진 분들도 있다. 나도 선거 때 백소회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진 못했다. 내가 보기엔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고 해서 백소회 전체가 반 총장의 대선조직화되기는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고위 공무원 출신의 한 백소회 회원은 “백소회의 회장격인 임 총무가 나서는데 어떻게 백소회가 안 나설 수 있겠나? 오히려 야당 성향 인사 몇몇을 빼곤 대부분의 백소회 회원들이 반 총장을 돕고 나설 것”이라며 “백소회에 여야 인사들이 골고루 참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당 보수성향이 더 강한 것은 분명하다. 백소회 회원 대부분이 반 총장에 대해 매우 큰 호감을 가지고 있다.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만 한다면 분명 백소회 회원 전체가 대동단결해 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 출마설 나올 때마다 거부반응
애향심 깊어 충청이 부르면 출마?

또 백소회에는 강창희 전 국회의장,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서청원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최근 친박계는 반 총장을 차기 대권 주자로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친박 핵심인사들이 백소회 모임을 통해 반 총장의 최측근인 임 총무와 자연스럽게 만나면서 백소회가 반 총장의 영입 논의 창구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여러모로 백소회는 반기문 대권플랜의 중요한 퍼즐 조각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반 총장의 권력의지. 반 총장은 대권 출마설이 불거질 때마다 자신은 국내정치에 관심 없다며 선을 그어왔다. 그런 점에서 임 총무는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키맨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충청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충청 홀대론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충청 홀대론 극복
반 총장에게 달려


충청권 인사들은 충청권의 인구가 이미 호남을 추월한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충청권 출신 대통령이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심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충남 아산 출신의 윤보선 대통령이 있지만 4·19혁명으로 이승만의 자유당정권이 붕괴된 이후 내각책임제하에서 선출됐고 재임기간도 2년이 채 안됐다.)

임 총무가 이끌고 있는 백소회도 이런 충청인들의 콤플렉스가 어느 정도 반영된 단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면 충청권 관련 행사에 반드시 참석할 정도로 충청권에 대한 애향심이 깊은 반 총장에게 임 총무가 충청 홀대론을 앞세워 설득하면 먹혀들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

과연 반 총장은 충청권 최초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백소회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반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16년 이후에는 그 실체가 확실히 드러날 전망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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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