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계 '문재인 고사 연합작전' 막전막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독주 막아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내년 2월 치러질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유력 당권주자 중 친노계의 문재인 의원이 단연 선두로 치고나가면서 계파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노계 내부에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문 의원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비노계가 가동시킨 ‘문재인 죽이기 플랜’은 무엇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관심이 벌써부터 내년 2월 치러질 전당대회로 쏠리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의 승자는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쥐락펴락할 강력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차기 전당대회의 승패는 더 나아가 차기 대권경쟁과도 직결되어 있다. 새정치연합 내 모든 의원들의 시선이 차기 전당대회로 쏠리고 있는 이유다. 때문에 벌써부터 지역 조직에서는 차기 당 대표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눈치 보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후문이다.

계파 해체 가능?
믿을 사람 없다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는 계파갈등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당 내에서 치러지는 일체의 선거에서 국회의원이나 당직자들의 특정 후보 지지를 금지하는 혁신안을 의결했지만 과연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유력 당권주자 중 친노계의 문재인 의원이 단연 선두로 치고나가면서 계파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문 의원이 당권을 잡고나면 비노계에 대한 공천학살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문 의원이 계파해체 선언을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비노계에서 문 의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노계가 당권을 잡으면 기껏해야 (비노계에서)상징적인 인물을 몇 명 배려(공천)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선거인단 데이터 분실 '의도적 삭제?'
김부겸, 당선보단 영남표 분산 포석?

실제로 그동안의 사례를 살펴보면 계파해체 약속이 제대로 지켜졌던 적은 없었다. 가장 최근에도 안철수 세력과 민주당이 합당하면서 5:5정신을 약속했지만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안철수 의원 측 인사는 철저히 배제됐다. 때문에 비노계 내부에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문 의원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선 지난 15일 새정치연합 경선참여선거인단 시민명부 자료가 분실된 것이 비노계의 작전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분실된 자료는 무려 36만명 분이다. 시민선거인단은 지난 2012년 전당대회와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 모집됐으며 친노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당 시민선거인단 명부가 사용된 선거에서 친노계는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비노계에게는 그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명단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친노계에서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해당 명부를 폐기한 정황이 짙다며 검찰 수사까지 의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당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명부가 담긴 CD를 분실한 것 같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여전히 석연치가 않다. 아무리 당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당직자들이 정신이 없었다지만 무려 36만명 분의 개인정보가 담겨있는 경선참여인단 시민명부를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하고 분실했다는 사실은 쉽게 믿기지가 않는다.

문재인 막아라
뭉치는 비노


문 의원의 대항마로 거론되던 김부겸 전 의원의 당권 도전을 주변에서 부추긴 것도 비노의 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 의원과 함께 새정치연합 당권주자 빅3로 평가되는 박지원, 정세균 의원은 호남 출신이다. 문 의원은 유일한 영남 출신으로 전당대회에서 영남의 몰표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이 문 의원을 이기기 위해서는 영남표의 분산이 필요하다. 김 전 의원은 내리 3선을 했던 자신의 텃밭인 군포를 떠나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며 대구에서 출마해 새누리당 후보와 접전을 벌였던 인물이다.

김 전 의원이 당권에 도전한다면 영남표는 크게 분산될 것이 자명했다. 김 전 의원이 출마해 영남표를 분산시키고 박-정 연대가 성사되는 것은 비노계 최상의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사실 김 전 의원은 출마한다고 해도 승리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김 전 의원의 출마를 종용한 것은 처음부터 문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비노계의 계략은 아니었는지 친노계는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김 전 의원은 당권 도전을 사실상 포기했다. 김 전 의원은 이른바 빅3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현재로선 빅3의 전당대회 불출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남에서 문 의원을 견제할 카드는 아직 남아있다. 문 의원의 영원한 앙숙이자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한 조경태 의원이다. 조 의원은 지난 18일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주변에선 당선 가능성이 낮다며 최고위원 도전을 권유했지만 조 의원은 당권 도전 고집을 끝까지 꺾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조 의원이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당권 도전을 고집한 것은 영남에서 문 의원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의원과 조 의원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다. 조 의원은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도 ‘문재인 저격수’를 자처하며 출마했었다.

이후 당 최고위원이 된 이후에는 틈만 나면 친노세력과 문 의원을 비판하며 날을 세워왔다. 김 전 의원에 비해 조 의원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새정치연합 소속으로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한 조 의원의 저력과 그동안 영남에서 닦아놓은 조직력을 무시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비노계 의원들이 우후죽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것도 궁극적으로 문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정치연합의 차기 당권 경쟁은 필연적으로 ‘친노 대 비노’ ‘문재인 대 반문재인’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후보 개개인의 인지도나 지지율 등을 따져보면 현재 새정치연합 당권주자 중에서 문 의원과 대등하게 경쟁할 만한 후보는 사실상 없다. 이에 따라 문 의원을 제외한 다른 주자들끼리 교통정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재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는 당 내에서 치러지는 일체의 선거에서 국회의원이 특정 후보 지지를 금지하는 혁신안을 의결했기 때문에 비노 유력인사들이 미리 출마선언을 한 후 사퇴하는 과정에서 다른 비노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는 편법적인 방식으로 문 의원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빅3 후보를 제외하고도 비노계에서 당권 도전이 유력시 되는 인사는 김영환, 박주선, 조경태, 김동철, 박영선, 추미애, 이인영 의원 등이 있다. 이중 박영선 의원은 최근 문 의원을 만나 전당대회 불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진흙탕 싸움
다음 선거 어쩌나

반면 친노계는 교통정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정세균 의원은 범친노계로 분류되기 때문에 문 의원과의 단일화가 예상됐었다. 당권주자 빅3 중 2명이 힘을 합친다면 차기 전당대회는 해보나 마나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회동을 통해 교통정리를 시도했으나 불발된 상황이다. 두 사람의 입장차가 너무 컸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정 의원이 오히려 박지원 의원과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만약 정 의원과 박 의원이 연대한다면 당권 경쟁 과정에서 비노계는 이합집산을 하며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지만 문 의원 측은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별다른 이벤트가 없어 다소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비노계에서 분출되고 있는 분당론도 결과적으로는 문 의원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다. 새정치연합 내에서 분당 가능성을 처음 거론해 화제가 됐던 정대철 상임고문은 최근 “문 의원이 전대에 나오면 당 대표가 되는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정작 당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고문은 이 같은 발언을 하면서 “(문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며 또 한 번 분당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노계 우후죽순 전당대회 출마 선언
"대권후보가 당권 잡으면 당 망한다"

친노진영에선 이런 움직임이 협박정치의 일환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당 내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비노 중진들이 줄이어 전남 강진에서 칩거하고 있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찾아가는가 하면, 안철수·김한길 두 상임고문은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간곡한 요청에도 비대위 참여를 거절하고 외곽에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도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당대회 룰이 너무 일방적으로 문 의원에게 유리해지면) 전당대회 보이콧하고 신당창당에 더 신경을 써야 된다는 내부 의견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의원을 제외한 당권주자들이 끈질기게 주장해온 당권-대권 분리론도 비노계가 문 의원을 공략하는 주요 논리다. 박지원 의원은 당권-대권 분리론에 대해 “대권후보가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당권을 잡았을 때 다른 대권후보가 가만히 있겠는가? 여당에서도 집중 공격할 것”이라며 당권·대권 분리론을 거듭 주장했다.


고심하는 문
해결책 안보여

상황이 이쯤 되자 문 의원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가 점차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전당대회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당 쇄신은 물 건너가고 대권 또한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 의원이 당권 도전을 철회할 경우 친노계에서 문 의원을 대신할 인물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더욱 고심이 깊다. 친노 역시 당권을 비노에게 넘겨준다면 내후년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도 위태롭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친노 대 비노 구도로 굳어져 이미 지역 조직에서부터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그나마 약간 상승한 지지율을 다시 까먹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내년 전당대회는 큰 이변 없이 문 의원의 승리로 끝날 수 있을까? 아니면 비노계의 문재인 고사 연합작전이 효과를 발휘할까? 정치권의 이목이 벌써 내년 전당대회로 쏠리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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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