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해외자원개발 통계조작 의혹

'최경환-윤상직'이 자료 왜곡 주도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MB(이명박)정부의 해외자원개발 관련 통계가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야가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한 후 당·정 일각에서 교묘하게 통계수치가 조작된 자료를 흘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야권에서는 국조가 MB정부 해외자원개발로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주도로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 속사정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를 앞두고 여야가 역대 정부의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한 제각각 통계를 근거로 상이한 주장을 펼치며 충돌하고 있다. 가뜩이나 상대국과의 외교문제, 현지조사에 대한 어려움 등으로 해외자원개발 국조가 실효적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통계 혼란은 국조가 정쟁에 그치기를 희망하는 쪽에서 의도한 작품 아니냐는 의혹까지 낳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옛 통계 혼란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에서는 몇몇 실패사례를 두고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정책 실패를 이야기하고 있으나, 실제로 향후 발생할 이익을 고려하면 MB정부에서의 성과가 (참여정부보다) 더 나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공기업을 기준으로 참여정부에서는 총 53건 3.6조원의 투자를 해 28건(7000억원)의 사업에 실패했고, MB정부에서는 총 62건 26조원을 투자해 11건(1.7조원)이 실패했다. 투자한 비용대비 실패율이 참여정부(19.5%)가 MB정부(6.5%)보다 더 높은 것이다.

심지어 투자 회수 전망도 참여정부(103%)보다 MB정부(115%)가 12% 더 높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여야, 제각각 통계로 상이한 주장 내놔
한쪽이 교묘하게 통계수치 조작해 공표

그런데 같은 당 이노근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김 의원의 자료와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참여정부에서는 55개 사업에 투자해 28건(1조2815억원)이 실패했다. 반면 MB정부에서는 62개 사업에 투자해 10건(2783억원)이 실패했다.

또 투자 비용대비 회수율은 참여정부가 102.7%, MB정부는 114.8%다. 김 의원의 자료와 비교하면 투자 비용대비 회수율은 같지만, 참여정부의 손실 폭이 더 커지고 MB정부의 손실 폭은 줄어든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지난 15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산업부에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앞서 언급한 같은당의 두 의원들과 유사한 'MB정부에 비해 참여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성적표가 더 나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장밋빛 전망
회수율 반영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새정치연합 'MB정부 국부유출 자원외교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영민 의원은 산업부에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참여정부 시절 참여한 사업의 투자 회수율은 현재 85.8%에 이르는 반면, 이명박정부 시절 투자한 사업의 현재 회수율은 13.2%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이 참여정부와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실태를 조목조목 비교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두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관련 총 신규투자액은 참여정부의 경우 22억8700만달러, MB정부의 경우 313억4500만달러로 참여정부의 총투자는 MB정부의 7.3%에 불과하다.


특히 참여정부는 장기적이고 성공률이 떨어지는 탐사개발사업 위주였고, MB정부는 성공이 보장된 개발생산 위주의 인수였다는 점에서 자원개발 성격도 다르다. 당연히 탐사개발사업 성공률이 낮을 수밖에 없지만, 실제 회수율은 역전이 일어났다는 것이 노 의원의 설명이다.

여야 모두 산업부에서 자료를 받았지만 제시한 통계는 제각각인 셈이다. 이러한 통계 격차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 부총리와 여당 의원들의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답이 숨어 있다. 노 의원이 지난 17일 당 의원총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가 최 부총리와 여당 의원들에게 제공한 자료는 지난 11일 작성된 '해외자원개발 현황 및 주요쟁점'이다.

여, 개발 성적표 '참여정부 < MB정부'
야 "산업부가 통계자료 인위적 가공"

해당 자료를 살펴보면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 공기업 투자 회수율은 이미 회수한 36억달러(4조원)에 회수 예상액 243억 달러(26조원)를 합친 것이 표기돼 있다. 즉, 최 부총리 등이 회수율이라고 주장한 것은 장밋빛 전망을 담은 '예상치'에 불과한 셈이다.

하지만 자료에는 예상치를 산정한 근거가 없다. 더욱이 에너지 관련 공기업 관계자들은 "정확한 회수율은 예상하기 힘들고, 그런 수치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노 의원은 "최 부총리가 가진 자료에 대해 정부 측 인사들은 '내부적으로 만들어 본 것'이다. 즉 '찌라시'라고 주장했다"며 "특히 회수율이 참여정부보다 MB정부가 더 높은 것은 참여정부 것은 기회수율이었고, MB정부 것은 예상수익률이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또 "최 부총리가 왜 이런 자료를 안 만들어 주냐고 (산업부에) 화를 냈다고 한다"며 "그래서 '최경환용'으로 딱 한 부 나간 것이라고 한다"고 폭로했다. 최 부총리의 요구에 의해 산업부에서 조작한 통계자료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최경환·윤상직
사퇴 촉구

노 의원은 "긴급현안질문에서 사용된 최 부총리의 자료는 산업부가 통계를 인위적으로 가공 한 것으로 보인다"며 "MB정부 해외자원개발 당사자인 최 부총리와 윤 장관이 자료왜곡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최 부총리와 윤 장관이 박근혜정부의 국무위원으로 있는 한 제대로 진실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자료를 은폐하고 왜곡할 것이다. 통계수치를 조작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이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야권 안팎에서는 지금처럼 최 부총리와 윤 장관이 MB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요직을 계속 맡는다면 해외자원개발 비리 불씨가 MB정권을 넘어 현 정부로 옮겨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에는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손실규모가 너무 커 보인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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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