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후폭풍' 청와대-검찰 손익계산서

급한불 끈 '효자동' '서초동' 발등엔 불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정윤회 문건' 수사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의 잠정 결론은 한마디로 '박관천 자작극'으로 요약된다. 박관천 경정이 허위로 문건을 작성, 유출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검찰 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여론이 60%가 넘을 정도로 검찰을 믿지 않는 국민들이 많다. 수사를 의뢰한 청와대와 '하명'을 받고 이행한 검찰의 손익계산서를 따져봤다.

이른바 '정윤회 파문'의 최대 관심사는 정윤회씨가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십상시'와 함께 국정에 개입했는지 여부와 '정윤회-박지만 권력암투설'의 실존 여부를 밝히는 것이었다. 또 청와대 문건을 누가, 어떤 의도로 유출했는지를 밝히는 것도 관심사였다.

청와대가 만든 동선
따라 수사한 검찰

하지만 검찰 수사는 시작부터 길이 정해져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혹 제기 초반부터 "문건은 찌라시고, 문건 유출은 국정농단"이라고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의 초점은 유출에 맞춰졌다.

결국 청와대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수사한 검찰이 내린 잠정 결론은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박관천 경정이 허위 문건을 만들어 유출했다"이다. 

'정윤회 문건'과 별개로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이 정씨가 자신을 미행한다고 의심하는 계기가 됐던 이른바 '미행 보고서'도 박 경정이 세간의 풍문을 모은 수준에서 허위로 작성, 박 회장의 비서 출신 전모씨를 거쳐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즉, '정윤회-박지만 권력암투설'의 단초가 됐던 '정윤회, 박지만 미행설'도 박 경정이 임의로 만든 작품이라는 의미다. 이는 청와대 말단 직원에 해당하는 행정관 한 명에 의해 국정이 농락당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당사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문건 유출 공범으로 지목된 한모 경위는 "정윤회 문건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검찰이 <세계일보> 및 기업에 정보를 넘긴 당사자로 지목한 최모 경위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이드라인 충실…정치검찰 재확인
"청소부노릇 언제까지?" 부글부글

이에 따라 '정윤회 문건' 수사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고만 떠들썩하고, 실제 결과는 보잘 것 없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검찰이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우선 얻은 것은 청와대의 신임이다. 청와대의 지침을 충실히 따른 만큼 박근혜정권의 신임은 확실히 얻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권력의 시녀'임을 재확인하게 한 수사로 인해 '역시 정치검찰 답다'는 비난 여론도 만만찮다.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도 이번 수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법적 책임을 묻기 힘든 정치적 사안을 청와대가 수사 방향까지 제시해 떠넘긴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의 골치 아픈 사건을 청소하는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느냐"며 "어떤 결론을 내리든지 국민들이 믿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청와대는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그렇게 믿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여론을 살펴보면 특검, 국정조사 등을 통한 재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법조계 내에서는 "검찰이 풀 수 없는 사안을 검찰에 떠넘겨 정치적 논쟁을 가열시켰다"라며 "정치적 사건을 정치가 아닌 검찰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 청와대 덕분에 검찰은 또다시 신뢰를 잃게 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의혹 벗은 '청'
시한폭탄 '째깍'

그렇다면 청와대는 과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외형상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검찰 수사가 흘러가면서 각종 의혹에서 벗어나게 됐다. 골치 아픈 문제를 검찰의 손을 빌려 풀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풀리지 않은 의혹들이 많아 향후 청와대가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청와대가 '정윤회 파문'으로 불신과 적폐의 아이콘이 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가이드라인 제시, 민정수석실의 관련자 회유, 7인회 모임 조작 의혹 등 각종 논란의 진원지가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쟁점에 대한 현실적 판단 부재는 논란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청와대는 의혹들이 제기되면 일단 부정했다가 추가 의혹이 제기되면 말을 바꾸거나 침묵하는 식으로 '정윤회 파문'에 대응해 나갔다. 일례로 '정윤회-문고리 권력 3인방'은 오래 전에 관계가 단절됐다고 당사자들이 주장하다가, "정윤회가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지난 4월 통화했다"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증언이 나오자 별다른 해명 없이 "전화 통화만 했다"고 말을 바꿨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이번 사태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 대신 '고소'와 '입단속'으로 위기를 수습하려했던 태도도 청와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증가시키는 데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대응의 정점에는 결국 박 대통령이 있다. 박 대통령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정윤회 파문'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문건을 유출한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는 태도를 줄곧 견지했고, 의혹의 대상자인 정씨와 문고리 3인방은 끝까지 감쌌다.

특히 '국기문란'이라고 규정한 문건 유출은 근본적 책임은 청와대의 허술한 문서관리에 있지만, 이 부분은 외면했다. 문건은 지난 1월 이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까지 보고가 올라갔고, 지난 4월에는 문건이 대량 유출된 사실을 청와대가 파악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검, 골치 아픈 문제 일단 해결
청, 미완…더 깊은 수렁 위험

이 정도의 문제가 터지면 전반적인 내부 점검이 필요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은 외부 탓'을 하는 바람에 해법이 논의될 여지조차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집권 초기부터 누차 지적돼온 현 정부의 불투명한 국정운영 방식이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청와대가 최소한의 국정운영 동력은 확보하게 됐지만, 내부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여전히 안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일부에서는 '청와대 쇄신론'도 제기되고 있다.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윤회 파문'을 계기로 고강도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심재철 의원은 지난 17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이번 문건 유출 사건의 사실관계는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곧 판명날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일반 국민들이 '찌라시' 수준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심 의원은 이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국정 동력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인사 혁신, 투명한 통치 시스템 작동, 대내외적 소통 강화 등 그간 제기된 지적들을 겸허히 받아들여 과감한 국정쇄신책으로 새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검찰
참혹한 현주소

한편 '한길리서치'가 지난 12∼13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및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한 검찰 수사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63.7%로 조사됐다. 반면 검찰 수사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28.2%에 그쳤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달 대비 8.2%p 폭락한 40.7%로 나타났다. 반면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 비율은 과반이 넘는 52.3%로 지난달 대비 8.2%p 급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심지어 박 대통령 지지도가 30%대로 폭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리서치뷰'가 지난 17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 대통령 지지율은 31.3%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부정 평가는 56.3%로 조사됐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이것이 청와대와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수사에 임한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 그 참혹한 현주소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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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