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강한 야당론’ 집중 해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야당다운 야당만이 살길”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의 ‘강한 야당론’이 주목받고 있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정국을 강타한 가운데 탁월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대청·대여 공세의 전면에 나서며 당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새정치연합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유력 당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의 몸값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내년 2월8일로 예정된 새정치연합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비상대책위원인 박지원 의원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당권·대권 분리론’을 주장하며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문재인 의원의 불출마를 종용하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강한 야당’을 표방하며 야당다운 모습을 회복시킬 적임자임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대표 공격수
박지원 부각

특히 정권 말기에나 나올법한 비선실세(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박근혜정권 2년차에 불거지며 박 의원에 대한 주목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탁월한 정보력을 가진 야당의 대표 공격수인 ‘박지원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집권 2년차에 벌써부터 비선실세와 관련한 얘기가 흘러나온다는 것은 레임덕의 시작을 알리는 전조라는 분석이 많다. 야당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에 따라 조기에 정국 주도권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는 ‘정치9단’ 박 의원은 실제로 ‘정윤회 정국’에서 대청·대여 공세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당 차원에서 꾸린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조차 별다른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채 박 의원의 정보력을 기대하며 그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 의원은 정윤회 국정개입 관련 문건이 공개되기 이전인 지난 6월 이미 “‘만만회’가 청와대 인사를 하고 있다”라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그는 만만회 멤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만만회 멤버를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박지만 EG 회장, 정윤회씨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사안은 민간단체 고발로 검찰 수사대상에 올라, 결국 박 의원은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까지 됐다. 그런데 유사한 내용이 담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에서 작성한 정윤회 문건이 나오며 박 의원의 정보력이 뛰어나다는 것만 재차 확인됐다.

할 말 하는 야당…대표 공격수로 활약
악재·호재 뒤섞인 정국서 존재감 부각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까지 증거가 없으면 발언을 안했고 제가 의혹을 제기해서 틀린 사실이 없다고 자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윤회 문건이 공개된 이후 연일 날카로운 의혹 제기와 비판을 이어온 그는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정윤회 문건은 내용이 핵심 ▲문건 유출 수사는 꼬리 자르기 ▲원활한 조사 위해 김기춘 비서실장 및 문고리 권력들(이재만·정호성·안봉근) 사퇴 ▲박 대통령 사과 등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박 의원은 정윤회 파동이 일어나기 전부터 강한 야당을 강조해왔다. 대표적인 예로 그는 가까이는 최근 야당의원 28명이 수사선상에 오르며 유독 야당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사정기관의 입법로비 수사에 대해 지난달 말 기자들과 만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저쪽(여당)에서 걸린 것을 우리도 고발해야 한다. 만만하니까 당하는 것이고 당하니까 국민에게 존재감이 없는 것”이라고 강경한 대응을 주문해왔다.

또 멀리는 지난 2010년 5월 당시 재선의원으로서 이례적으로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될 때에도 강한 야당을 내세워 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했고, 거대 여당에 일방적으로 야당이 끌려다니고 있던 상황을 타개하고 야당의 위상을 재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강연정치로
전대 준비

이런 가운데 박 의원은 전국을 도는 ‘강연정치’로 사실상의 전대 준비를 시작했다. 친노(친노무현)진영의 표가 문재인·정세균 의원 쪽으로 몰릴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주로 비노진영 인사들과의 접촉면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박 의원의) 강력한 경쟁자인 문재인·정세균 의원이 동반 출마할 경우 친노 진영의 표가 갈릴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단일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박 의원 입장에서는 비노진영의 표를 최대한 공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의원이 대표에 오르기 위해서는 지역구가 있는 곳이자 야당의 성지인 호남에서의 절대적 지지가 전제돼야 한다. 그가 ‘호남정치 복원’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그러나 호남정치권 인사 중 상당수 비노인사들이 박 의원에게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한 야당’ 내세워 차기 당권 접수?
야당다운 모습 회복시킬 적임자 자처

특히 김동철 의원은 박 의원을 겨냥해 “이제는 후배를 양성하는 존경받는 훌륭한 원로로 남으시라고 용퇴를 촉구한다”며 물러날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호남에서도 다선의원이 많이 나와야 한다”며 자신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정윤회 파동에 파묻혀 전대 시계가 일시적으로 멈춘 듯 보이지만 물밑에선 전대를 대비한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전대 일정상 늦어도 오는 22일까지는 전대 준비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빅3’ 주자들은 그 기간 안에 비대위원직을 동시에 내려놓고 본격적인 전대 체제로 돌입할 것으로 알려진다.

강한 야당 표방
야성 회복 적임자?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2월8일 한 달 전쯤부터 연설을 다녀야 하고 보름 전에는 컷오프 신청을 받아야 한다. 때문에 나갈 분이 있다면 22일 전까지는 그만둬야 된다”며 “(당권도전에 나서는 비대위원들이) 15일~22일 사이 어느 날짜를 잡아주면 같은날 동반사퇴하겠다는 의사가 합의됐다”고 말했다.

결국 박 의원의 ‘강한 야당론’이 통할지 여부는 다른 유력주자들이 당권경쟁에 가세한 이후 이들과의 경쟁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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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