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파동> 드러난 거짓말 총정리

궁지에 몰릴 때마다 거짓부렁으로 넘겼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정윤회 문건 파동’의 후폭풍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의혹의 당사자인 정윤회씨가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해 검찰조사까지 받았으나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일요시사>는 ‘정윤회 문건 파동’ 와중에 드러난 관련자들의 거짓말을 되짚어봤다. 그들의 거짓말을 좇다 보면 자연스럽게 진실에 다가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윤회씨가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로 군림해왔다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의 후폭풍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8일 <세계일보>가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문건을 공개하고 정씨를 비롯해 청와대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 이른바 십상시가 정기적으로 만나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십상시
실체는?

하지만 검찰은 십상시로 지목된 인물들의 통화기록과 그들이 주로 모였다는 강남 J중식당의 CCTV, 카드결제 내역 등을 살펴본 결과 문건 자체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미 국정개입 의혹의 실체는 없다는 결론을 내부적으로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은 정씨가 검찰에 출두하며 한 말처럼 ‘누군가의 불장난’이었을 뿐일까? <일요시사>는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정윤회 문건 파동 와중에 드러난 관련자들의 거짓말을 되짚어봤다.

우선 사건의 당사자인 정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그만 둔 뒤 야인으로 살고 있고. 그 후로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비서관들과 한 번도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청와대 접촉 안 했다더니, 통화 시인
서면 보고 없었다더니, 보고 후 묵살


하지만 정씨가 이런 입장을 밝힌 뒤 이틀 만에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정씨와 이재만 비서관이 통화를 했었다는 사실을 폭로하자 정씨는 말을 바꿨다. 정씨는 자신을 음해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화를 했을 뿐이고 사적인 모임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정씨가 정말 오래 전에 박 대통령의 곁을 떠난 사람이라면 이렇게 쉽게 청와대 비서관들과 통화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정씨가 여전히 대통령 주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씨가 박 대통령의 곁을 떠난 시점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정씨에 대해 2004년 이후 전혀 교류가 없었다고 주장해왔지만, 정작 정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2007년 대선 때 정치인 박근혜의 10년 비서실장을 그만둔 이래 7년간 야인으로 살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 정씨의 주장을 비교해보면 두 사람의 정치적 결별 시점이 무려 3년이나 차이가 난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때문에 2007년 대선경선 당시 정씨가 ‘삼성동팀’을 만들어 물밑에서 박 대통령을 도왔었다는 루머가 새삼 재조명을 받기도 했다.

삼성동팀
새삼 재조명

박 대통령과 정씨가 만났다는 시점도 두 사람 간 다소 차이가 있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98년 보궐선거 때 정씨가 돕겠다고 해서 그를 기용했다고 했고, 정씨는 지난 1997년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자신을 도와달라고 해서 도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지난 2004년 이후 정씨와 교류가 없었다고 했는데 정씨는 대선이 끝나고 박 대통령이 감사 전화를 걸어왔다고 주장했다. 정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무려 10년 전 자신의 곁을 떠난 전직 비서실장에게 대선이 끝난 후 고맙다고 전화를 한 것이 된다.

정치권 인사들은 이 또한 일반적인 정치인과 보좌진의 관계로 볼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은 이에 대해 “(대선 끝나고) 감사 전화 받은 사람이 몇 명 안 된다”며 “(정씨가) 그 안에 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이번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박관천 경정은 검찰조사에서 ‘믿을만한 제보자’의 첩보를 바탕으로 문건을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경정의 통화내역 등을 확인해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유력한 제보자로 파악하고 조사했다.

그런데 박 전 청장은 당초 자신이 박 경정에게 이러한 내용을 제보해줬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박 경정에게 그런 제보를 한 적이 없다며 말을 바꿨다. 이외에도 박 경정은 자신의 상사인 조 전 비서관에게 박 전 청장이 ‘십상시’ 모임에도 참석했던 인물이라고 보고했지만 박 전 청장은 “그 모임에 참석한 적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검찰에 따르면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은 검찰조사에서 ‘박 전 청장이 비밀회동의 스폰서처럼 식사비를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박 전 청장이 이번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키맨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박 전 청장은 검찰 조사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박 전 청장은 조사 때마다 진술을 매번 바꾸면서 그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당초 ‘정윤회 동향 문건’과 구두보고만 받았다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실제로는 문건도 함께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 전 비서관은 검찰수사에서 “홍경식 민정수석이 ‘김 실장과 관련된 얘기니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해 직접 보고도 하고 보고서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조 전 비서관이 정윤회 문건을 직접 들고 대면보고를 했다는 뜻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이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찌라시 수준의 정보라서 묵살했다’는 청와대의 입장은 앞뒤가 맞지 않게 된다. 서면보고까지 받았다면 문건의 내용으로 볼 때 당연히 후속조사가 이뤄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검찰조사에서 “김기춘 실장이 수고했다면서 자신은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진술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김 실장이 정씨의 국정개입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방관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승마 국가대표 선발 논란’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와 뒤이은 담당공무원의 교체에 정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한 진실공방도 치열하다. 지난해 이 같은 논란이 벌어졌을 때 청와대와 정부는 전혀 사실무근의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지만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장관은 최근 언론을 통해 박 대통령이 당시 자신을 직접 불러 국·과장의 교체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대통령과 유 전 장관 중 한 사람은 반드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유 전 장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청와대 집무실로 유 전 장관을 불러 문체부 노 아무개 국장과 진 아무개 과장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교체를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교체된 두 사람은 승마선수인 정씨의 딸과 관련해 승마협회 비리 의혹 감사를 실시했던 인물들이다.

인사개입?
정당한 인사?

검찰의 거짓말도 눈에 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른바 십상시로 지목된 인물들의 통신기록을 최근 1년치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법상 통신사업자들은 통상적으로 최근 1년치의 기록만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1월부터 청와대에서 정씨의 동향보고 문건이 보고 돼 문제가 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이후로 서로 통화를 하거나 만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기록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고작 지난해 12월 한 달치 기록뿐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역시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아 청와대와 정부에 비상이 걸렸던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중간에 모임을 가질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검찰이 확보한 통신기록은 십상시의 무죄를 밝혀줄 결정적 증거라고 보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적인 소견이다.


비서실장 그만 둔 시점도 주장 달라
섣불리 사건 묻으려다 간 역풍 불 것


검찰 또한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그동안 여러 차례 통신기록이 이번 사건의 가장 객관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라며, 통신기록에서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으니 문건의 신빙성도 떨어진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해왔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의도적인 언론플레이가 아니었냐는 의혹이다.

상황이 이쯤 되니 정윤회씨가 지난 8월 독도에서 열린 음악회에 참석했던 정황도 의심스럽다. 정씨는 해당 콘서트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 “임산이라는 사람이 옛날부터 알던 친구고, 자기가 행사 하는 데 가서 바람이나 쐬자고 해서 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정적 증거
믿을 수 있을까?

그런데 임산씨는 지난 2007년부터 호박가족의 대표로 활동해왔던 인물이고 해당 콘서트엔 매년 호박가족 회원들이 참여해왔다. 정씨는 이날 행사에 참석하면서 정윤기라는 가명을 썼는데 가명을 쓴 것도 모자라 정윤기라는 이름의 명함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람이나 쐬자는 취지로 음악회에 참석하면서 가명의 명함까지 준비한 것은 다소 이상해 보인다.

정윤회 문건 파동과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예상대로 문건 진위에 대한 검찰 수사는 신빙성 없음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사건이 진행되면서 드러난 수많은 거짓말로 청와대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바닥에 떨어졌다. 검찰이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해서 섣불리 문건을 허위로 단정하고 파문을 봉합하려고 하다가는 더 큰 국민적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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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