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세무당국과 벌인 법적공방에서 쓴잔을 들이켰던 LS일가가 항소심에서는 웃었다. 42억원의 증여세 부과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온 것. 그렇다고 마냥 기뻐하기는 이르다. 세무당국이 항고를 검토 중인 데다가 이번 승소 소식이 알려지면서 과거 '꼼수 거래'가 다시금 주목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구자엽 LS전선 회장 일가가 세무당국과 증여세 부과를 놓고 벌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8부(장석조 부장판사)는 지난 1일, 구자엽 회장 일가가 서울 강남세무서장과 성북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취소 항소심에서 원고들에 대한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관건은 '신계약비'
항소심 판결은 1심에서 이들에게 부과된 세금 117억4000여만원 가운데 91억4000만원을 정당한 것으로 보고 사실상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준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구자엽 회장은 42억4000만원,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은 33억7000만원,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은 41억7000만원의 증여세를 면할 수 있게 됐다. 구자훈 LIG손해보험 회장과 고 구자성 전 LG건설 사장의 처 이갑희씨, 자녀 본희·본주·본욱씨 등 가족은 25억8000만원의 양도세를 면하게 됐다.
하지만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항소심 결과가 전해지면서 이들의 과거 '꼼수 거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건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3월 구자엽 회장과 구자용 회장, 허남각 회장은 구자훈 회장과 고 구자성 전 사장의 가족 등이 보유하던 럭키생명보험 주식을 헐값에 넘겨받았다.
사고판 주식은 약 550여만주, 주당 매입 가격은 단돈 '10원'이다. 실제 주가는 2000원대 후반이었다. 럭키생명보험은 당시 자본잠식에 빠져있었다.
세무당국은 "1주당 2898원의 실제 주식 가치를 가치고 있는 주식을 10원에 거래한 것은 증여나 다름없다"며 증여세와 양도세를 부과했다. 대주주였던 구자엽 회장과 구자용 회장은 30% 할증된 가격인 1주당 3143원에 대한 세금을 부과받았다.
구자엽 회장 일가는 "럭키생명보험이 자본잠식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당 10원이 적당하다. 거래 당사자들 역시 8∼9촌으로 특수관계가 아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0년 전 주식 매매 논란 재조명
친척끼리 헐값에 사고팔아 소송
1심은 세무당국의, 2심은 구자엽 회장 일가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이 갈린 이유는 '신계약비'에서 찾을 수 있다. 신계약비는 보험에서 신규계약을 획득하기 위해 소요되는 경비로 영업보혐료 안에 일정의 경비가 미리 책정돼 있다. 보험모집인의 경비, 영업소의 인건비, 물건비, 진단비, 계약조달비 등이 이에 해당된다.
앞서 구자엽 회장 측은 신계약비를 당해 사업연도 손금으로 처리해 주식가치가 0원이라고 주장했으며 세무당국은 신계약비를 보험계약 기간에 나눠, 주당 평가액을 2898원으로 산정하며 맞섰다.
1심은 신계약비가 자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계약비를 지출한 연도에는 거액의 손금이 발생하기에 이를 국세기본법에서 자산화해서 일정한 기간 동안 나눠서 비용으로 처리한다"며 "럭키생명보험의 주가가 10원이었다고 볼 수 없고 그 차액만큼의 이익을 증여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정당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1심은 "양도인들은 LIG그룹의 지배주주 일가이고 허남각 회장은 GS그룹의 지배주주 일가로서 양도인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구자엽 회장은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2남이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고 구인회 LG 공동창업주의 셋째 동생이다. 구자용 회장은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이며 구평회 명예회장은 구인회 공동창업주의 넷째 동생이다.
구자성 전 사장과 구자훈 회장은 고 구철회 전 LIG그룹 회장의 둘째, 셋째 아들이다. 구철회 전 회장은 구인회 공동창업주의 첫째 동생이다. '자엽-자용-자성-자훈'은 서로 사촌지간인 셈. 허남각 회장은 이들의 사돈친척 정도다.
현행법상 친족 기타 특수관계에 있는 자는 6촌 이내의 부계혈족과 4촌 이내의 부계혈족의 처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1심은 이들이 4∼5촌 지간으로 양도인들과 특수관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또한 거래 관행상 정당한 사유 없이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양수했다고 판단했다.
어쨌든 '대박'
재판부는 또 "다만 과세당국이 1주당 가격을 2898원으로 매겼지만 당시 주식 가치를 고려할 때 주가는 주당 2415원이 적정하므로 이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2심은 달랐다. 재판부는 "국제회계기준은 이를 자산으로 보지 않는다. 신계약비를 자산으로 볼 경우 외형적으로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는 착시현상이 발생하는 데 이 사건 당사자들이 우연한 사정으로 이 시기에 주식을 거래해 순손익가치가 높게 평가된다면 착시현상이 사라진 후 주식을 거래한 경우와 형평에도 어긋난다"며 증여세 부과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의 판단이 엇갈렸지만 당시 주식 거래로 구자엽 회장과 구자용 회장 등이 막대한 이익을 본 것은 사실이다. 주식을 10원에 사들이고 3년 뒤인 2008년 럭키생명보험이 LIG생명보험으로 이름을 바꾼 뒤 우리금융지주-아비바 컨소시엄에 팔리면서 해당 주식을 주당 2만4700원에 처분했다. 550여만주를 5500여만원에 사서 1235억여원에 판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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