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인 1호’ 공학박사 정국용의 작심토로

“10년간의 피와 땀 강탈당했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자유'를 꿈꾸며 대한민국에 온 탈북인 출신 1호 공학박사가 있다. 그는 탈북인들의 대한민국 정착을 위해 국내 유일한 직업학교를 세우고 지난 5년간 지원해왔다. 절반이 넘는 시간을 무급으로 일했고, 국군포로 보상으로 나온 부친의 집마저 담보로 잡히는 등 자신을 내놓고 일했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직업학교마저 뺏길 지경에 처해있다.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정국용 한국입체교육정보원장. 6·25전쟁 때 부친이 포로로 잡히면서 원치 않게 북한에서 태어난 그는 '남조선괴뢰군포로의 자녀'라 불리며 갖은 차별 속에서도 청신광산금속대학에서 컴퓨터이론을 전공할 정도로 배움과 재능의 꿈을 키웠다. 그런 그가 '자유'를 위해 한국에 온 건 지난 2000년이다.

3년 급여 2700만원

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정착지원 기관인 '하나원'에서 한국의 IT 기술에 놀란 정 원장은 야간에는 폴리텍1대학 자동차시스템학과에서 학문을 이어갔고, 주간에는 백석대학원 목회학과에서 신학석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서울과학기술대 대학원에 입학에 공학석사학위를 받았고 한세대학교에서 공학박사과정을 이수하며 북한이탈주민 1호 공학 박사 타이틀을 획득했다. 2000년 입국부터 2009년 박사논문까지 정 원장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은 '언어장벽'이었다. 북한에서 똑같은 과정을 5년간 배우고 왔음에도 쓰는 언어가 달라 소용 없었기 때문. 그래서 그는 북한이탈주민만을 위한 전문교육기관을 만들기로 다짐했다.

정 원장이 노동부 직업훈련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인의 회사에서 일 하던 2009년 5월 T세무법인 소속의 한국인 S모씨가 찾아와 '직업학교를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이미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인맥이 넓어 대기업이나 지자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3D활용 교육을 하면 연수익 몇십 억대를 벌 수 있다는 말과 함께였다. 제안을 받아들인 정 원장은 북한이탈주민 직업능력개발교육 약정을 체결, 서울 응암에 '한국입체교육정보원'을 설립하고 노동부 지정 승인을 받게 됐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 수익은 발생되지 않았다. S씨는 폐업을 선언했고, 정 원장은 서울 구로로 한국입체교육정보원을 이동하여 다시 노동부로부터 직업학교로 승인받아 운영을 시작했다. 정 원장은 일체의 자금관리와 노무관리를, S씨는 세무회계업무를 담당키로 했다.

운영은 어려워져만 갔다. 북한이탈주민만을 위한 직업학교가 선례가 없었던 터라 노동부 예산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 원장의 무료 봉사는 2009년 8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이어졌다. 이 기간 북한이탈주민에게 무료로 강의 해주고, 컴퓨터를 구매해줬다. 지금까지 정 원장이 무료로 수리해준 컴퓨터만 600대에 이른다.

2010년 4월, 앞선 2009년 7월 설립한 '새터민 직업능력 개발원'이라는 비영리법인이 통일부 산하 교육기간으로 인정받으면서 통일부로부터 예산 1700만원을 지원받았다. 급한 불은 껐지만 역부족이었다. 1년 뒤인 2011년 6월이 돼서야 통일부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승인 허가되면서 1억600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지원금은 건물보증금 6000만원, 1년간 월세 월 275만원씩 리스장비구입자금 7700만원으로 구성됐다. 건물보증금과 월세는 통일부에서 바로 건물주에게 전달되고 리스장비구입자금은 7달에 걸쳐 매달 1100만원씩 정 원장을 거쳐 리스업체에 전달되는 식이다.

북한이탈주민 위한 직업학교 분해 위기
정부 지원금 증발…소송 피의자로 몰려

S씨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T세무법인 모 지사 내에 리스업체를 설립하고 정 원장의 한국입체교육정보원에 장비 리스를 담당하기로 했다.

"일단 컴퓨터 70대, 빔프로젝트 3대, 서버 1대, 노트북 10대 등 7700만원어치의 장비를 구입하고 세팅을 해놓으면 실사 후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통일부 측의 말을 듣고 정 원장은 S씨에게 리스장비구입을 요청했다.

정 원장에 따르면 S씨는 정 원장이 기존 보유하던 22대의 컴퓨터를 새것처럼 만들라고 지시하는 한편 키보드·마우스가 없는 저가사양의 컴퓨터 30대와 본체 빈케이스 18개, 중고 빔프로젝트 3대를 보내면서 통일부의 실사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정 원장은 '통일부의 예산이 들어오면 새것으로 사주겠지'라는 생각에 시키는 대로 했다. 그렇게 통일부의 실사가 끝났다.
 


7개월 뒤 7700만원의 통일부 지원자금이 정 원장을 거쳐 S씨 소유 리스업체에 넘겨졌다. 하지만 새 장비 구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직업학교는 입소문을 타면서 학생들이 끊임없이 늘어났고, 후원금만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정 원장은 국군 포로였던 부친이 보상금으로 구입한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기에 이르렀다. 정 원장은 그 돈으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북한이탈주민들의 교육을 이어나갔다. 지방에서 찾아오는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운영했고, 점심 식사까지 제공했다. 그뿐이었다. 수입은 여전히 없었고 직업학교는 다시 재정난에 빠졌다.

결국 정 원장은 S씨와 T세무법인의 횡포를 통일부에 보고하고 직업학교의 상위 법인인 '한민족문화복지진흥원' 이사에게도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통일부와 한민족문화복지진흥원의 감사가 시작됐지만 정 원장의 편은 어디에도 없었다. S씨가 횡령을 한 것은 맞지만 통일부는 정 원장과 약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책임은 정 원장이 져야한다는 게 통일부의 감사결과였다. S씨는 정 원장을 "무급으로 일하기로 했는데 급여를 가져갔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정 원장과 S씨가 체결한 약정서 어디에도 무급으로 일하겠다는 문구는 그 어디에도 없다. 정 원장이 지난 3년간 받은 급여는 2700만원. 연봉이 900만원이었다는 얘기다.

S씨가 정 원장을 횡령으로 고발하게 된 배경에는 규칙적이지 않은 급여 수급에 있다. 정 원장은 그간 직원 월급과 관리 운영비용을 지불하고 남은 금액을 자신의 급여로 챙겼다. 어떤 날은 20만원, 또 어떤 날은 70만원이었다. 남은 돈이 없어 급여를 가져가지 못한 달도 부지기수였다.

무료봉사의 대가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심과 2심에서 정 원장의 횡령혐의가 인정됐고, 현재 상고 중이다. 이밖에도 정 원장은 명예훼손, 모욕,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정 원장은 "나만 없으면 통일부 지원을 받는 직업학교가 T세무법인 소유가 된다"며 "S씨와 T세무법인이 북한이탈주민이 세무회계와 법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직업학교를 뺏으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원장이 운영하는 직업학교인 한국입체교육정보원은 사단법인 한민족문화복지진흥원 산하기관으로 한민족문화복지진흥원 회장이 T세무법인 모 지점장이다. 북한이탈주민이 북한이탈주민을 위해 세운 직업학교가 북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세무법인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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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