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일촉즉발 정윤회 게이트> ③대통령도 모르는 청와대 권력서열

정윤회 아래 문고리, 그 아래 김기춘?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연말 정국의 태풍의 핵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박근혜정권의 청와대 실제 권력서열이 노출됐다. 공식적으로 청와대 2인자인 김기춘 비서실장이 실제로는 비선실세보다 아래라는 정황이 드러난 것. 상식을 벗어난 청와대 실제 권력서열을 들여다봤다.

청와대는 대통령을 도와 국정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 권력의 심장부다. 내부는 크게 대통령경호실과 대통령비서실로 구분된다. 경호실은 경호 업무만을 전담하는 특수조직으로, 실제 업무는 비서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비서실의 정점에는 비서실장이 있다. 현재 공식적인 청와대 2인자는 김기춘 비서실장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지며 실제 청와대 권력서열은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질적 2인자
‘정윤회의 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에서 올 초 작성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감찰보고서에 따르면 청와대의 진짜 실세는 정윤회씨다. 정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청와대 안팎에 포진한 십상시로부터 매달 두 차례 청와대 내부 동향과 현 정부 동향을 보고 받고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특히 정씨는 지난해 이들과의 송년 모임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퇴 시점에 대해 “2014년 초·중순으로 잡고 있다”며 참석자들에게 정보지 관계자들을 만나 사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유포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부터 정가에는 ‘김기춘 사퇴설’이 꾸준히 오르내렸다.

공식 직함이 없는 정씨가 공식적인 청와대의 2인자 김 비서실장의 사퇴 시점을 조율할 정도로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세간에 떠돌던 ‘정윤회 숨은 실세’ 의혹이 사실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심지어 정씨가 사적인 일로 박근혜 대통령까지 움직였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야당의 주장에 따르면 승마선수인 정씨의 딸이 국가대표가 되는 과정에서 최종전에서 탈락하자 정씨가 영향력을 행사에 심판 판정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뤄졌고, 결국 판정이 번복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승마협회 감사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뛰는 김기춘 위에 나는 정윤회 사단
BH 쥐고 흔드는 진짜 실세 존재하나

그런데 문체부 감사를 주도한 A체육국장과, B체육과장이 정씨 의도와 다르게 ‘협회와 정씨 측 양쪽에 다 문제가 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자, A·B 두 간부는 갑작스럽게 각각 한국예술종합학교 총무과장과 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좌천됐다. 특히 해당 간부의 인사조치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유진룡 문제부장관을 불러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유 전 장관은 지난 4일 <조선일보>를 통해 “대충 정확한 정황”이라며 “그래서 청와대에서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확인까지 해줬다. 심지어 그는 “문체부 감사 결과 정씨 쪽이나 그에 맞섰던 쪽이나 다 나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모두 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올렸는데 정씨 입장에서 상대방만 처리해 달라고 요구한 것을 문체부가 안 들어줘 괘씸한 담당자들의 처벌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감사 담당자들이 좌천성 인사조치를 당했으니 정씨의 요구는 이뤄진 셈이다.

‘정윤회 감찰 문건’에 따르면 문고리 권력 3인방은 십상시 중에서도 실세로 박 대통령과 정씨를 함께 모시며 김 비서실장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1988년부터 보좌진으로 활약한 문고리 권력 3인방에 대한 인선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용한 김기춘
밀려난 박지만?

김 비서실장의 영향력은 이른바 ‘정윤회 사단’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박지만 EG회장은 지난 5월 정호선 제2부속비서관을 통해 김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청와대 내부 문건이 유출되고 있다고 제보했다.


박 회장은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실 명의로 작성된 문건을 입수했으며 여기에는 박 회장 주변 인물에 대한 비리 의혹 등이 있었고, 박 회장은 김 실장에게 대통령 특별지시를 받아 국정원 인력이 들어가 대대적 점검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까지 보고가 올라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김 비서실장이 정씨와 박 회장의 비선 간 권력암투가 밖으로 드러날 경우 박 대통령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덮으려 했거나, 아니면 정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비서실장이 정씨와 박 회장의 권력투쟁을 방치해 어부지리를 얻으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윤회 문건’에 따르면 검찰 장악이라는 난제를 해결한 김 비서실장은 정씨에게 토사구팽을 당할 운명인데, 이를 막기 위해 비선 실세간 싸움을 조장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박 회장이 제보했다는 정 비서관과 남 국정원장은 해당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박 회장은 한 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권력암투에서 패해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정권 초반만 해도 박 회장 주변 인사들이 대거 군 요직을 장악하며 ‘누나회’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혈육 박지만은 권력암투서 밀린 듯
학계비선 최외출 영향력 무시 못해

실제로 박 회장의 육사 동기인 37기에서는 보통의 기수보다 2배나 많은 8명이 중장에 올랐다. 특히 박 회장과 중앙고-육사 동기인 이재수씨는 지난해 중장 진급 6개월 만에 군 정보를 총괄하는 기무사령관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회장 라인의 부상은 태생적으로 관계가 좋지 않은 정씨와의 권력투쟁 빌미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 회장은 1990년 당시 둘째 누나인 박근령 육영재단 이사장과 함께 노태우 대통령에게 “최태민에 속고 있는 박근혜가 불쌍하니, 박근혜가 최태민을 옹호하는 부탁을 거절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낸 바 있다.
 

오래전부터 박 대통령과 함께 구국여성봉사단, 근화봉사단, 영남재단, 육영재단에서 함께 활동하며 부와 권력을 취했던 최태민씨를 못마땅해 했던 것이다. 즉, 최씨의 사위인 정씨와 박 회장의 충돌은 예견된 일인 셈이다. 1년 만에 경질된 이 기무사령관, ‘정윤회 문건’ 작성 직후 청와대서 내쳐진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전 공직기강비서실 행정관)의 사례 등은 박 회장이 권력암투서 밀린 결과로 해석된다. 

최외출도
숨은 실세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도 또 다른 ‘숨은 실세’로 거론된다. 오랜 기간 드러나지 않고 박 대통령을 보좌해온 최 부총장은 영남대 새마을장학생 1기로,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박 대통령의 기획조정특보를 맡았다.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할 당시부터 함께 했던 그는 박 대통령의 가정교사 5인방(최외출 영남대 부총장,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영세 연세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중에서도 핵심인사로 꼽힌다.

최 부총장은 지난 대선 후 “박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를 받을 것이다. 박 대통령을 잘 도와 달라”는 말을 남기고 대구로 내려가 권력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권 안팎에서는 최 부총장이 숨은 실세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carpediem@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