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일촉즉발 정윤회 게이트> ①정윤회vs조응천 진실게임

MB? 김기춘? 친박의원? “셋중 한명 작품”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에서 작성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감찰보고서 내용이 일부 공개돼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그간 박근혜정부의 ‘숨은 실세’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정윤회씨가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을 포함한 이른바 ‘십상시’를 통해 국정에 개입했다는 충격적이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정윤회 문건 파문’은 관련자들의 주장이 엇갈리며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정윤회씨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진실게임이 점입가경이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에서 작성한 이른바 ‘정윤회 감찰 문건’을 바탕으로 한 <세계일보>의 ‘정윤회 국정 개입은 사실이다’라는 내용의 보도가 나온 이후 문건의 작성부터 시작해 유출까지 사사건건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충돌하고 있다.

‘정윤회를 정점으로 하는 비선이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로 요약되는 문건 내용은 충격적이다. 정권 말기에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이제 집권 2년 차에 불과한 박근혜정부 청와대 공식 문서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메가톤급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정윤회 vs 조응천’의 진실게임 쟁점 세 가지를 <일요시사>가 정리했다.

쟁점1.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을 최초로 보도한 <세계일보>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문고리 권력 3인방이라고 불리는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청와대 안팎에 포진한 십상시 10인은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2회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회동을 갖고 정씨에게 청와대 내부 동향, 국정 동향을 보고했다.

십상시는 중국 후한 말 영제 때 왕의 눈을 멀게 하고 전횡을 일삼아 나라를 망치게 한 10명의 환관을 일컫는 말로, 지난 1월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경정(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 행정관)이 정씨를 따르는 10인의 청와대 안팎 인사들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동에서는 기춘대원군이라 불리는 청와대 2인자 김기춘 비서실장의 퇴진 시점 등 정부 고위공직자의 기용이나 퇴진, 향후 국정운영 방향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정씨는 잇단 총리 후보자 지명 실패로 ‘비선 인사’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7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고리 권력 3인방과의 접촉설에 대해 “접촉이 없다. 인간적으로 이들이 나에게 연락하는 게 도리인데, 섭섭하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 총무비서관도 비슷한 시기 국회 운영위원회에 나와 “정씨를 최근에 만난 적 없다. 2003년인가 2004년에 만난 적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세계일보>를 통해 ‘정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긴 청와대 문건이 공개된 이후에도 정씨는 “사실무근”이라며 문건을 보도한 기자들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등 결백을 주장했다.

청와대 문건 놓고…누가 거짓말?
유출경로 두고도 온갖 억측 난무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지난 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경정이 작문할 이유가 없다”며 “해당 문건이 맞을 가능성이 60~70%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 4월11일 퇴근길에 이 총무비서관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정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며 “정씨와 절연한 것처럼 얘기해온 이 총무비서관이 정씨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이게 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폭로했다.
 

조 전 비서관은 ‘문고리 권력의 인사 개입’에 대해서도 “어떤 때는 한창 검증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인사 발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제2부속실에서 민정수석실 소속 경찰관 10여명을 한꺼번에 내보내라는 지시가 떨어진 적이 있고, 더 기가 막힌 것은 후임들이 다 단수로 찍어서 내려왔다”고도 밝혔다.

결국 정씨의 전화를 받지 않았던 조 전 비서관은 일주일도 채 안 돼 갑자기 청와대를 떠나게 된다. 당시 그의 사퇴에 대한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의 설명은 “조 비서관이 인생의 다른 길을 걷기 원해 사표를 제출했다”이다. 그러나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정씨의 전화를 받지 않은 그 다음 주 화요일(4월15일) 홍경식 민정수석이 갑자기 불러 ‘그동안 수고했다’며 그만두라고 했다”고 자신의 사퇴가 정씨와 관련이 있음을 시사했다.

조 전 비서관 사퇴에 앞서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박 경정은 문건이 보고된 지난 2월 일선 경찰서로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이에 대해 박 경정은 지난 3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문고리 3인방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을 겪은 게 맞다”고 시인한 바 있다.


조 전 비서관의 인터뷰가 나온 직후 정씨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4월 이 총무비서관과 통화한 적이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또 안 비서관과 통화한 사실도 시인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정씨의 입장에 보조를 맞추며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입장을 번복해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 마지막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비대위원은 “공직비서관실이 루머를 모아 사실로 보고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만약 그랬다면 대통령비서실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마비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 비대위원의 주장에는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대다수 인사들도 공감대를 표하고 있다.

쟁점2. 문건 유출은 누가?

문건이 유출된 경로를 놓고도 관련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정씨는 문건 유출 사건의 배후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지목하고 있다.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를 나가는 과정에서 문건이 유출됐다는 얘기다.

정씨는 지난 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한두 번도 아니고 민정수석실에서 계속 이런다면 나도 이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건 유출의 배후로 민정수석실을 지목한 것이다.
 

청와대의 주장도 정씨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4월 <세계일보>가 공직기강비서실 문건을 근거로 청와대 행정관의 금품수수 등의 혐의가 적발돼 퇴출됐다는 보도를 했을 때 문건 유출 경위에 대한 조사를 벌여 박 경정을 유출자로 지목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문건의 유출도 사실상 박 경정의 범행이라고 잠정 경론을 내린 상태에서 외형상으로는 검찰 수사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 경정은 수차례 언론을 통해 “문건을 유출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복수의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도 “박 경정이 올해 초 청와대 근무 당시 상관인 조 전 비서관에게 정윤회 문건을 다른 사람들이 들고 다닌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도 “박 경정이 아닌 제3자가 범인으로 지목된 보고서가 지난 5∼6월 민정수석실에 올라갔다”며 “문건을 빨리 조사해 조치를 취하라고 건의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나중에 보고서 유출 책임을 뒤집어씌우지 말라’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아마 민정수석실은 박 경정을 범인이라고 대통령에게 이미 보고된 것을 나중에 뒤집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보이지 않는 손’ 개입 의혹
‘제3자’ 특정인 배후설 부상

박 경정과 상관없는 제3자가 유출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크게 3가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첫째, MB배후설이다. 4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 비리로 코너에 몰린 MB가 이슈 전환을 위해 ‘정윤회 카드’를 꺼냈다는 것. 실제로 4자방 국정조사 등의 주장이 이슈에서 사라졌고,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침묵을 지켜온 친이(친이명박)계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모습도 감지된다.
 


청와대가 <세계일보>를 고소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입장을 대리하고 있는 손교명 변호사가 이명박정부 인수위 자문위원을 거쳐, 정무수석 비서관을 지낸 친이계 인사라는 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둘째, 김기춘 배후설이다. 김 실장이 정씨와 박지만 EG회장 사이에 싸움을 붙여 막후 권력싸움에서 어부지리를 취하려 했다는 것. 실제로 이번 문건 파동은 ‘정윤회 vs 박지만 권력암투’의 결과라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친박계 핵심 인사였던 A의원이 김무성 대표에게 줄을 서는 과정에서 문건을 흘렸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쟁점3. 박지만 미행설 진실은?

이번 문건 파문으로 지난 3월 <시사저널>의 정씨가 박지만 회장을 미행했다는 보도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시사저널>은 정체불명의 남성에게 박 회장의 미행을 사주했던 사람이 정씨라고 복수의 여권 관계자 말을 인용해 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해 11월 수상한 오토바이 한 대가 자신의 승용차를 미행하고 있다는 낌새를 알아차리고 이 오토바이 기사를 붙잡아 ‘왜 나를 미행하느냐’고 추궁했고, 오토바이 기사로부터 ‘정씨의 지시로 미행하게 됐다’는 자술서를 받아냈다.

박 회장은 자술서를 받아낸 직후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한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도 통보해 박지만 미행 사건에 대한 내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즉 정씨에 대한 감찰 문건이 만들어진 배경이 정씨의 박 회장 미행이었다는 것. 당시 <시사저널>은 정씨와 가까운 문고리 권력 3인방과 박 회장이 갈등을 빚으며 권력암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씨는 “전혀 그런 적이 없다”며 “박 회장을 찾아가 미행한 사람의 자술서를 보여달라고 했지만 박 회장이 ‘주겠다’고 했다가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이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 수사에서 이 부분이 밝혀질지도 주목된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십상시’ 멤버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에서 작성한 ‘정윤회 감찰 문건’이 정국의 태풍의 핵으로 부상한 가운데 문건에 담긴 정씨를 따르는 십상시 면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십상시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헌신한 핵심 실무그룹을 칭하는 것으로,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대거 청와대로 입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십상시 멤버로 거론되는 인사는 박 대통령의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외에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청와대 인사들이 멤버가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고소인은 3인방 외에 김춘식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 이창근 제2부속실 행정관, 음종환 홍보수석실 행정관, 신동철 정무수석실 비서관, 조인근 연설기록비서관 등 8명이다.

이들 외에 청와대 외부 인사로 여당 실세 A의원의 J보좌관, B장관의 J정책보좌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은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십상시로 거론되는 인물을 잠정적으로 고발(공무상 비밀누설·직권남용 혐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또 “문고리 권력 3인방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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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