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일촉즉발 정윤회 게이트> ②후폭풍 시나리오 다섯 가지

박지만 비장의 히든카드 꺼낸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이른바 '정윤회 국정농단 의혹'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매일 같이 새로운 뉴스가 쏟아져 나오면서 의혹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모든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긋고 진상규명의 책임을 모두 검찰에게 떠넘겼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수사결과에 따라 정국은 어떻게 요동치게 될까? 그 결과를 <일요시사>가 미리 예측해봤다.

이른바 ‘정윤회 국정농단 의혹’의 당사자인 정윤회씨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반격과 역습이 이어지면서 진실공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청와대 측은 모든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잠시만 눈을 떼도 이슈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언론에선 매일 같이 새로운 의혹들을 제기하고 있다. 일단 진상규명의 책임은 검찰이 모두 떠맡았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정국은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증거 나올까?
사건 덮을까?

우선 첫 번째 가능성은 검찰이 정윤회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아무런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수사를 종결시킬 경우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문건의 진상을 규명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박 대통령은 임기 초반이다. 앞으로도 검찰 인사를 최소한 두 번 이상 할 수 있다. 청와대가 이미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정한 만큼 검찰이 그 가이드라인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전례도 있다.

국정원 사건 수사를 맡았던 윤석열 수사팀장과 박형철 부팀장은 대구고검과 대전고검으로 좌천됐다. 정권에 부담을 주는 수사에 지나치게 열의를 쏟은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반대로 국정원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으로 비판을 받았던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여기자 성추행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에 발령됐다.


실제로 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방점은 이미 문건 유출자 색출에 찍혀 있는 듯 하다.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청와대 내부 자료가 외부로 무단 유출된 중대범죄”라고 지적하자 검찰은 이에 화답하듯 문건 유출 건을 특수부에 따로 배당해 수사하게 했다.

덕분에 이번 사건은 이례적으로 ‘문건 유출’과 ‘명예훼손’ 부분으로 나눠 특수부와 형사1부가 동시에 수사를 하게 됐다. 그런데 유독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쪽은 문건 유출 부분을 맡고 있는 특수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지난 3일 문건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박모 경정이 근무하는 서울 도봉경찰서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 노원구 소재 박 경정의 집, 박 경정 지인의 동대문구 소재 아파트 등 5~6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에는 검사와 수사관 30여명이 동원됐고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서류와 노트북 및 컴퓨터 하드디스크, 이동식 저장장치(USB) 등을 확보해 이미 분석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비선실세국정농단 진상조사단 단장은 “검찰 수사의 방향이 마치 정해져 있는 것처럼 ‘유출 건’에만 맞춰져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고 문건의 진위 규명은 제대로 돼가고 있지 않아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서 진위 우선?
유출 경위 우선?

만약 이런 식으로 계속 수사가 진행돼 검찰이 문건 유출자 색출에만 성공하고 문건의 진상규명에는 실패한다면 오히려 심각한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당장 야권에서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지난해 국정을 1년 가까이 마비시켰던 국정원 사태와 똑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론의 변화도 심상치 않다. 정윤회 의혹이 터진 이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다소 의혹이 남아 있어도 눈을 감아줬지만 이번 사건도 그때처럼 유야무야 넘어가려 한다면 심각한 민심이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정권 중반기에 이미 레임덕에 빠지게 되고 당에 대한 장악력도 약화돼 공무원연금개혁 등 박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해온 정국구상들은 모두 헝클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박 대통령과 정윤회씨가 정말 떳떳하다면 청와대가 오히려 적극적인 대응으로 국민들의 오해를 푸는 방법도 있다. 검찰은 조만간 청와대에 문건 생산과 보고 과정 및 출력·복사 기록, 사무실 CCTV 영상 등 관련 자료를 넘겨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측도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향을 밝혔지만 과연 청와대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검찰이 진상을 규명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확실한 수사를 위해서는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불가피 하지만 지금까지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적은 없다.

눈뜨면 새로운 의혹들 속속 부상
상황에 따라 '식물대통령' 우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특검 당시 법원은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줬지만 청와대의 거부로 영내진입에 실패하기도 했다. 이번 수사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재현된다면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고 논란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청와대가 차라리 적극적인 대응으로 스스로 떳떳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허락하고 사무실 CCTV 영상 원본과 내부 통신 기록 등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제출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사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쌓여 수사결과에 따라 정윤회씨가 국정에 관여한 바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해도 야권은 쉽사리 국정조사나 특검을 요구할 수 없게 된다. 또 만약 검찰이 수사를 통해 정윤회씨가 국정운영에 개입한 바가 없다는 결정적인 증거까지 찾게 되면 이번 사태는 완벽한 박 대통령의 승리로 끝을 맺게 된다.
 

자체 진상 조사단까지 꾸려 정윤회씨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요구했던 야권은 그야말로 머쓱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집권 중반기 박 대통령의 행보에는 더욱 탄력이 붙게 된다. 박근혜정부에서 추진해온 공무원연금 개혁 등 주요 사업들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세월호 사태, 정윤회 국정농단 의혹까지 3연패를 당한 셈이 돼 더 이상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사업들에 브레이크를 걸만한 동력이 남아 있지 않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야권이 강력하게 요구해오던 이른바 ‘사자방’ 국정조사 요구도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의외로 이번 사건이 의혹을 촉발시킨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승리로 끝날 수 있다고 예측하는 정치권 인사들도 상당히 많다. 조 전 비서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윤회 문건의 신빙성은 60% 이상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검찰 출신인 조 전 비서관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이런 자신감을 내비치진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근거 있는 자신감
숨겨둔 카드는?

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이 만들어내는 문건은 신빙성이 있지 않으면 생산될 수가 없는 구조라는 증언도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조 전 비서관이 또 다른 의혹과 증거들을 제시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최근 정윤회 문건과 관련 “아직 1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문건을 보신 분의 말씀에 의거하면 (아직도 공개되지 않은 것들 중)사생활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쪽에서도 막상 수사가 진행되면 사건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모든 언론이 해당 사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아무리 청와대가 압박을 넣는다고 해도 수사 과정에서 발견되는 증거들까지 검찰이 일방적으로 덮고 넘어가지는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일례로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의 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도 김 전 대통령은 아들의 구속을 적극적으로 반대했으나 검찰은 여론의 압박이 거세 청와대의 뜻을 거스를 수밖에 없었다. 정윤회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다.

레임덕 시작? 정국 완전장악?
검찰 수사 결과에 관심 집중

이미 급진적인 정치권 관계자들은 의혹이 사실로 들어날 경우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을 정도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폭락하고 관련자들이 줄줄이 청와대를 떠나게 되면서 대대적인 청와대 내부인사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 박근혜정부가 추진해 온 사업들도 줄줄이 위기를 맞고 흐지부지 되면서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사실상 식물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지금도 은밀하게 차기 대권을 준비하고 있는 대권 잠룡들이 이때를 틈타 우후죽순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그야말로 정국이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박 대통령의 동생이자 정씨와 권력다툼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지만 EG회장이 직접 나설 수도 있다. 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박 회장은 지인들에게 “정씨가 지난해 미행 사건에 대해 검찰에서 부인하면 내가 직접 나서서 반박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회장이 정씨와 관련해 할 말이 많다는 것이다. 박 회장이 가지고 있는 비장의 카드가 무엇이냐에 따라 수사 결과는 180도 달라질 수도 있다.


정국 대혼란?
초조한 대통령

일각에서는 조 전 비서관이 ‘정윤회 문건의 신빙성은 60% 이상’이라고 발언한 점에 착안해 검찰 수사 결과가 이도 저도 아닌 미지근한 형태로 발표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예를 들어 정윤회씨가 청와대 관계자들과 모임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기적인 모임은 아니었고 국정운영에 대한 개입도 없었다는 식이다.

검찰 수사 결과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여부가 어디까지 밝혀지느냐도 쟁점이다. 개입 정도에 따라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고,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과연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한 검찰의 수사는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검찰의 수사발표와 함께 정국은 어떻게 요동치게 될까? 온 국민의 시선이 검찰 수사에 쏠리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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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