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식탁을 그리는 동양화가 유진희

가지가 동동∼ 거북이가 둥둥∼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무중력 상태에 있는 야채와 과일들. 동양화를 전공한 유진희 작가는 '식탁의 꿈'이라는 주제로 일곱 번째 개인전을 준비했다. 그가 그린 식탁에는 식재료가 있고, 주방용품이 있다. 때로는 동물들이 부유하고, 소파와 같은 일상용품이 떠다닌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경험을 담은 작품이지만 관객에게는 생활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이 진한 여운으로 스민다.

유진희 작가는 식탁을 그린다. 식탁 위에 있을법한 재료와 그렇지 않은 무생물(가끔은 생물)을 함께 올려놓는다. 솜씨 좋은 요리사인 유 작가는 이들을 한데 버무린다. 가족 혹은 작가 자신이 조미료처럼 그림 속 한 요소로 불려나온다. 유 작가의 식탁은 화가의 일상과 그 주변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신선한 정물로 가득하다.

예술가의 원재료는 자기 자신

유 작가가 그리는 대상은 작가의 기억 속에서 소환되거나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형성시켜준 지층으로부터 캐낸 원재료다. 식탁 위로 펼쳐진 사물들은 현실세계와 달리 우와 열이 없고, 경과 중이 없다. 모든 사물은 똑같이 비중의 의미를 부여 받고 세심하게 그려진다. 그림의 모티브가 된 것들은 유 작가에게 하나같이 의미 있고 귀한 존재들이다.

유 작가의 정물은 평면 위에 동일한 강도와 밀도로 그려진다. 마치 무중력 상태에 있는 것처럼 화면 여기저기 배치된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와 같이 각각의 대상은 여행을 떠난 모양이다. 꿈을 안고 둥실 떠오른 채소들은 일반 관객에게도 보편적인 정서를 환기시킨다.

작가는 식탁 위에 여러 사물을 그리고 일상의 소탈한 순간을 한지에 표현했다. 생활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그리움의 편린과 이후의 소회를 푸른 바탕에 풀어냈다. '식탁의 꿈'은 보통 사람의 감정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꿈'은 유 작가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모티브다.


작가의 그림은 현실에서 못다 이룬 이상을 좇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단순히 이상을 표면화한 작업은 아니다.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꿈 자체를 그린다기보다는 생활인으로서의 소회를 그리고, 일상인으로서의 소박한 이상이며 희망을 꿈결처럼 그린다"고 했다.

'식탁의 꿈' 주제 일곱번째 개인전
패턴형태로 그려진 섬세한 문양
귀얄 이용해 쓱쓱 그은 붓 자국

고씨는 유 작가의 식탁을 생활인으로서의 여성주체와 연관시켰다. 여성주체로 본 식탁은 개인의 정체성이 처음 생성되고 형성돼나가는 장이다. 식탁은 따뜻하고 온화하며 호의적이다. 이에 반해 남성주체를 상징하는 '바둑판'은 이해 타산적이고 계산적이며, 전략적이다.

고씨는 식탁을 "생명을 품고 있는 자궁의 또 다른 형태일지도 모른다"고 풀이했다. 상을 차려내는 일은 태아를 양육하고, 사랑으로 보듬는 일과 맞닿아있다. 때문에 작가의 그림은 자궁에 담긴 생명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 또 서로 다른 차원의 세계가 하나로 모이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일상에 기반을 둔 일종의 가상현실인 셈인데 작가는 개체에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작업을 완성하고 있다.

무, 오이, 고추, 피망, 아스파라거스와 같은 야채들과 기린, 코끼리, 거북이, 낙타, 곰과 같은 동물들이 보랏빛 공간에 어울린다. 각종 주방용품과 세발자전거, 자동차, 로봇 등 장난감, 소파와 같은 일상용품이 무중력 상태로 등장한다. 이 모든 소재들은 작가가 삶을 살면서 경험해 온 친숙한 모티브다. 유 작가의 그림은 동물원인가 하면 식물원이기도 하고, 거실을 보여주다가 불현듯 물속 정경으로 시선을 옮아가기도 한다.

고씨는 "한지의 스며드는 성질 탓에 모티브가 배경화면 안쪽으로 침잠하기도 하고, 밑층에 그려진 모티브를 붓질로 덮어서 가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지에 패턴 형태로 그려진 섬세한 문양은 귀얄을 이용해 쓱쓱 그은 붓 자국과 오묘하게 조합된다. 이는 과거 분청이나 청화백자의 고급스런 색감 또는 질감을 연상시킨다.

친숙한 소재를 일상에서 찾다


유 작가는 흐릿한 화면을 구성한 다음 호분으로 붓터치를 점층적으로 쌓아나가는 방식을 이용해 서정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과거 그의 작업노트에는 "어떤 이의 아내, 어머니, 딸, 선생, 친구로서의 다양한 관계 속에 정작 '나'라는 존재의 의미는 퇴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한 적이 있었다"고 쓰여 있다. 어쩌면 개인의 삶은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들이 하나둘 덧씌워지면서 빛을 발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림을 그리며 따스한 마음을 느껴보고 싶고, 그림을 보는 사람들도 따스한 마음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하는 유 작가. 우리의 일상은 한 어머니의 따스한 그림이 있어 더욱 풍요롭다.

 

<angeli@ilyosisa.co.kr>

 

[유진희 작가는?]

▲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개인전 모로갤러리(2002) 영아트갤러리(2011) 가나인사아트센타(2013) 갤러리그림손(2014) 등 7회
▲그룹전 독일 WB갤러리(2002) 예술의전당(2003) 서울시립미술관(2009) 정동경향갤러리(2010) 두산아트스퀘어(2011) 서울여성플라자(2013) 평화화랑(2014) 등 다수
▲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상(2003) 월간 <미술과 비평> 대한민국선정작가전 선정작가상 (2009·2010) 서울시 여성가족재단(2013)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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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