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참석해 화제가 됐던 독도콘서트 주최 단체와 주관사가 최근 갑자기 모든 연락을 단절하고 잠적한 정황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포착했다. 정상적인 업체라면 회사 대표전화까지 정지시키고 갑자기 잠적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정씨를 둘러싼 주변의 의혹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참석해 화제가 됐던 ‘제3회 보고싶다 강치야! 독도 콘서트’ 주최자인 보고싶다 강치야 사랑본부 본부장 윤모씨와 주관사인 I프로덕션이 최근 갑자기 모든 연락을 단절하고 잠적한 정황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포착했다.
지난 8월 개최된 해당 콘서트에 정씨는 정윤기라는 가명을 사용해 참석했다. 그런데 해당 콘서트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팬클럽인 ‘호박가족’의 회원들과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선대위에 몸 담았던 인물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정씨의 비선실세 의혹을 더욱 키웠다.
수상한 잠적
이 행사를 지원했던 한 관계자는 “정윤회씨의 비선실세 의혹으로 정씨가 참여했던 독도콘서트에까지 관심이 쏠리니까 부담을 느낀 관계자들이 연락을 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한 의혹 때문에 회사 대표전화까지 정지시키고 갑자기 잠적했다는 설명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행동은 회사의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업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실제로 해당 콘서트를 지원했던 일부 기업에서는 내년 후원을 재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콘서트를 후원했던 관계자들은 “그동안 연락이 잘됐는데 왜 갑자기 모든 번호를 정지시키고 잠적했는지 모르겠다”며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해당 콘서트는 박 대통령의 공식 팬클럽인 ‘호박가족’의 임산 대표가 기획하고 주도해온 행사다. 임 대표는 지난 2007년부터 호박가족의 대표직을 맡아오고 있다. 성악가인 임 대표는 2000년 대 초반부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박 대통령이 주관하는 행사에서 축가를 부르는 등 재능기부 형식으로 박 대통령을 도와왔다.
임 대표는 지난 해 박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도 축가를 불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임 대표가 정치적 야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임 대표는 호박가족의 대표를 맡아온 것 외에는 별다른 정치적 활동을 하지 않았다.
대신 임 대표는 그동안 독도 관련 행사에 앞장서며 지난 2009년엔 독도아리아란 곡을 발표했고, 지난 2012년부터는 매년 독도에서 콘서트를 열고 있다. 1회부터 독도콘서트를 주관해온 I프로덕션은 임 대표가 속해 있는 회사다.
본지는 임 대표에게도 직접 연락을 해봤지만 임 대표의 전화기는 꺼져있었고, 호박가족의 대표번호도 이미 해지되어 있는 상태였다. 특히 I프로덕션과 호박가족의 대표번호는 뒷자리 번호가 똑같아 I프로덕션과 호박가족이 깊은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본지는 수소문 끝에 I프로덕션의 한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기자임을 밝히고 I프로덕션에 대한 질문을 하자마자 취재를 완강히 거부하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기도 했다.
수상한 억대 협찬, 정윤회 영향력?
업체 가보니 가정집…인기척도 없어
결국 본지는 I프로덕션을 직접 찾아가봤다. 당초 서울 서초구에 소재하고 있던 I프로덕션은 독도콘서트가 열리기 약 두 달 전인 지난 6월 용인시 수지구로 소재지를 이전했다. 이번 콘서트를 주최한 보고싶다 강치야 사랑본부는 사무실 전화번호도 따로 없이 대표가 직접 개인 휴대폰으로 후원사들과 통화를 하며 일처리를 해온 것 알려져 더 이상 취재가 불가능했다.
협찬금도 모두 I프로덕션 쪽 계좌로 입금돼 사용됐던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이번 콘서트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은 임 대표와 I프로덕션이 확실했다. 그런데 기자가 직접 찾아가본 I프로덕션의 법인상 주소지에 위치해 있는 건물은 평범한 2층 가정집이었다. 다소 고급스러워 보이기는 했지만 특이점은 없었다. 주변은 매우 한적한 시골 풍경이었다.
일반적인 공연기획사 사무실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평일 오후에 그곳을 방문해 여러 차례 초인종을 눌러봤지만 인기척조차 없었다. 한편 작년 행사 기획안을 보면 이번 콘서트에는 약 3억원 정도의 행사비용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출연료를 많이 받는 연예인이 아닌 일반 성악가 등이 출연한 단일 콘서트 행사치고는 꽤 큰 규모다.
그래서 작년 행사에는 무려 10개사가 협찬사로 동참해 행사비를 나눠 냈다. 그런데 정윤회씨가 참석한 올해 행사에는 유독 단 2개사만 협찬에 참여했다. 협찬사는 줄어들었는데 행사는 작년과 비슷한 규모로 치러졌다는 것은 그만큼 협찬사들이 통 큰 기부를 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번 콘서트를 협찬했던 A사는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콘서트에 1억원 이상의 협찬금을 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B사는 끝까지 협찬금 액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협찬사가 단 두 곳이고 행사 비용 대부분은 협찬금으로 충당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A사와 비교해 더 많거나 결코 적지 않은 협찬금을 냈을 것이란 추측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공연업계에서는 “아무리 대기업이라지만 단일 콘서트 협찬금으로는 꽤 통 큰 기부를 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해당 공연은 공연 내용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기는 했지만 방송을 통해 공연이 중계가 된 것도 아니었고 유명인이 출연한 것도 아니었다. 홍보 효과가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협찬사 측은 “워낙 좋은 취지의 행사라 참여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공연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취지의 행사라 해도 좋은 취지의 공연이 한두 개 있는 것도 아닌데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은 성악가들이 출연하는 단일 콘서트에 억대 협찬을 받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신용분석보고서에 따르면 I프로덕션의 작년 매출은 약 3억6700만원이었고 순이익은 2600만원 정도였다. 1년 총 매출이 3억원 정도인 업체가 3억원이 넘는 행사비용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큰 행사를 주관한 것도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어느 날 갑자기 회사와 연락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업체가 대기업들로부터 이런 거액의 협찬금을 얻어낸 것은 더더욱 이례적이다.
한편 정씨는 지난 2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임산이라는 사람이 옛날부터 알던 친구고, 자기가 행사하는데 가서 바람이나 쐬자고 해서 갔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임 대표가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받은 것이 정씨의 영향력 때문은 아닌지 의심이 되는 부분이다. 특히 1억원 이상의 협찬금을 냈다고 인정한 A사의 경우에는 협찬금을 냈던 당시가 구속되어 있던 자사 총수의 2심 재판을 앞둔 민감한 시기라 더욱 논란이 됐다. 해당 콘서트에는 A사 부사장까지 참석해 정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설 재조명
이로 인해 A사가 거액의 협찬금을 낸 것이 일종의 로비가 아니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A사 측은 “부사장이 현장에서 ‘정윤기’라는 명함을 건넨 사람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정윤회씨인지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만남을 가진 뒤 약 한 달 후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속된 기업총수가 경제 살리기에 헌신할 땐 다시 기회를 줄 수도 있다”며 이른바 ‘기업총수 가석방 검토론’을 촉발시킨다. 또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상태에 있던 A사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기간도 내년 3월까지 연장됐다. 과연 그날 독도콘서트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