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일촉즉발 정윤회 게이트> ④<단독> 독도콘서트 주관사 미스터리

3억 프로젝트 끝나자마자 잠수 탔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참석해 화제가 됐던 독도콘서트 주최 단체와 주관사가 최근 갑자기 모든 연락을 단절하고 잠적한 정황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포착했다. 정상적인 업체라면 회사 대표전화까지 정지시키고 갑자기 잠적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정씨를 둘러싼 주변의 의혹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참석해 화제가 됐던 ‘제3회 보고싶다 강치야! 독도 콘서트’ 주최자인 보고싶다 강치야 사랑본부 본부장 윤모씨와 주관사인 I프로덕션이 최근 갑자기 모든 연락을 단절하고 잠적한 정황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포착했다.

지난 8월 개최된 해당 콘서트에 정씨는 정윤기라는 가명을 사용해 참석했다. 그런데 해당 콘서트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팬클럽인 ‘호박가족’의 회원들과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선대위에 몸 담았던 인물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정씨의 비선실세 의혹을 더욱 키웠다.

수상한 잠적

이 행사를 지원했던 한 관계자는 “정윤회씨의 비선실세 의혹으로 정씨가 참여했던 독도콘서트에까지 관심이 쏠리니까 부담을 느낀 관계자들이 연락을 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한 의혹 때문에 회사 대표전화까지 정지시키고 갑자기 잠적했다는 설명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행동은 회사의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업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실제로 해당 콘서트를 지원했던 일부 기업에서는 내년 후원을 재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콘서트를 후원했던 관계자들은 “그동안 연락이 잘됐는데 왜 갑자기 모든 번호를 정지시키고 잠적했는지 모르겠다”며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해당 콘서트는 박 대통령의 공식 팬클럽인 ‘호박가족’의 임산 대표가 기획하고 주도해온 행사다. 임 대표는 지난 2007년부터 호박가족의 대표직을 맡아오고 있다. 성악가인 임 대표는 2000년 대 초반부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박 대통령이 주관하는 행사에서 축가를 부르는 등 재능기부 형식으로 박 대통령을 도와왔다.

임 대표는 지난 해 박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도 축가를 불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임 대표가 정치적 야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임 대표는 호박가족의 대표를 맡아온 것 외에는 별다른 정치적 활동을 하지 않았다.

대신 임 대표는 그동안 독도 관련 행사에 앞장서며 지난 2009년엔 독도아리아란 곡을 발표했고, 지난 2012년부터는 매년 독도에서 콘서트를 열고 있다. 1회부터 독도콘서트를 주관해온 I프로덕션은 임 대표가 속해 있는 회사다.

본지는 임 대표에게도 직접 연락을 해봤지만 임 대표의 전화기는 꺼져있었고, 호박가족의 대표번호도 이미 해지되어 있는 상태였다. 특히 I프로덕션과 호박가족의 대표번호는 뒷자리 번호가 똑같아 I프로덕션과 호박가족이 깊은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본지는 수소문 끝에 I프로덕션의 한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기자임을 밝히고 I프로덕션에 대한 질문을 하자마자 취재를 완강히 거부하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기도 했다.

수상한 억대 협찬, 정윤회 영향력?
업체 가보니 가정집…인기척도 없어


결국 본지는 I프로덕션을 직접 찾아가봤다. 당초 서울 서초구에 소재하고 있던 I프로덕션은 독도콘서트가 열리기 약 두 달 전인 지난 6월 용인시 수지구로 소재지를 이전했다. 이번 콘서트를 주최한 보고싶다 강치야 사랑본부는 사무실 전화번호도 따로 없이 대표가 직접 개인 휴대폰으로 후원사들과 통화를 하며 일처리를 해온 것 알려져 더 이상 취재가 불가능했다.

협찬금도 모두 I프로덕션 쪽 계좌로 입금돼 사용됐던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이번 콘서트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은 임 대표와 I프로덕션이 확실했다. 그런데 기자가 직접 찾아가본 I프로덕션의 법인상 주소지에 위치해 있는 건물은 평범한 2층 가정집이었다. 다소 고급스러워 보이기는 했지만 특이점은 없었다. 주변은 매우 한적한 시골 풍경이었다. 
 

일반적인 공연기획사 사무실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평일 오후에 그곳을 방문해 여러 차례 초인종을 눌러봤지만 인기척조차 없었다. 한편 작년 행사 기획안을 보면 이번 콘서트에는 약 3억원 정도의 행사비용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출연료를 많이 받는 연예인이 아닌 일반 성악가 등이 출연한 단일 콘서트 행사치고는 꽤 큰 규모다.

그래서 작년 행사에는 무려 10개사가 협찬사로 동참해 행사비를 나눠 냈다. 그런데 정윤회씨가 참석한 올해 행사에는 유독 단 2개사만 협찬에 참여했다. 협찬사는 줄어들었는데 행사는 작년과 비슷한 규모로 치러졌다는 것은 그만큼 협찬사들이 통 큰 기부를 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번 콘서트를 협찬했던 A사는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콘서트에 1억원 이상의 협찬금을 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B사는 끝까지 협찬금 액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협찬사가 단 두 곳이고 행사 비용 대부분은 협찬금으로 충당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A사와 비교해 더 많거나 결코 적지 않은 협찬금을 냈을 것이란 추측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공연업계에서는 “아무리 대기업이라지만 단일 콘서트 협찬금으로는 꽤 통 큰 기부를 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해당 공연은 공연 내용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기는 했지만 방송을 통해 공연이 중계가 된 것도 아니었고 유명인이 출연한 것도 아니었다. 홍보 효과가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협찬사 측은 “워낙 좋은 취지의 행사라 참여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공연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취지의 행사라 해도 좋은 취지의 공연이 한두 개 있는 것도 아닌데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은 성악가들이 출연하는 단일 콘서트에 억대 협찬을 받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신용분석보고서에 따르면 I프로덕션의 작년 매출은 약 3억6700만원이었고 순이익은 2600만원 정도였다. 1년 총 매출이 3억원 정도인 업체가 3억원이 넘는 행사비용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큰 행사를 주관한 것도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어느 날 갑자기 회사와 연락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업체가 대기업들로부터 이런 거액의 협찬금을 얻어낸 것은 더더욱 이례적이다.

한편 정씨는 지난 2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임산이라는 사람이 옛날부터 알던 친구고, 자기가 행사하는데 가서 바람이나 쐬자고 해서 갔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임 대표가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받은 것이 정씨의 영향력 때문은 아닌지 의심이 되는 부분이다. 특히 1억원 이상의 협찬금을 냈다고 인정한 A사의 경우에는 협찬금을 냈던 당시가 구속되어 있던 자사 총수의 2심 재판을 앞둔 민감한 시기라 더욱 논란이 됐다. 해당 콘서트에는 A사 부사장까지 참석해 정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설 재조명


이로 인해 A사가 거액의 협찬금을 낸 것이 일종의 로비가 아니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A사 측은 “부사장이 현장에서 ‘정윤기’라는 명함을 건넨 사람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정윤회씨인지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만남을 가진 뒤 약 한 달 후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속된 기업총수가 경제 살리기에 헌신할 땐 다시 기회를 줄 수도 있다”며 이른바 ‘기업총수 가석방 검토론’을 촉발시킨다. 또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상태에 있던 A사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기간도 내년 3월까지 연장됐다. 과연 그날 독도콘서트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