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무상급식 중단 선언' 홍준표 경남도지사

"진보 좌파의 무상파티, 경남에선 종식돼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전국 최초로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선언하며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지난해 강성노조의 비효율적 경영을 이유로 진주의료원을 폐원한데 이어 두 번째 벌어진 무상복지와의 전쟁이다. 이 과정에서 홍 지사는 '무상 저격수'란 별명까지 얻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홍 지사의 지지율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전국 최초로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달 경남도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에 대한 감사를 거부하자 홍 지사는 “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며 내년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홍 지사는 여세를 몰아 “교육청이 감사를 받아들인다 해도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보 좌파의 무상파티는 이제 경남에선 종식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한편 홍 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선언을 시발점으로 다른 지자체들에서도 무상급식을 놓고 치열한 진영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홍 지사의 선언이 우리나라 전체를 단숨에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갈림길에 서게 한 것이다. 홍 지사는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홍 지사의 선택에 문제는 없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홍 지사를 만나봤다. 다음은 홍 지사와의 일문일답.

- 경상남도의 무상급식 갈등이 전국적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그런데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선언한 이후 홍 지사의 지지율이 오히려 크게 올랐다. 의외로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많았던 것 같다.
▲ 지난 2011년 전국적인 복지 포퓰리즘 광풍으로 시작된 무상급식 지원사업은 북유럽 등 담세율이 50%가 넘는 선진 복지국가의 정책이다. 그런데 국민 담세율이 20%에도 못 미치는 우리나라가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 무상급식은 매년 2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임에도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충분한 재정여건의 검토 없이 추진해 여러 가지 부작용이 표출되고 있다. 한정된 재원으로 재산과 소득에 관계없이 일률적, 획일적으로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맞춤형 복지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 ‘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며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선언하셨다. 하지만 경남교육청은 경남도와 경남교육청이 동등한 기관으로 상호간 감사권이 없다고 주장한다.
▲ 우리 도가 실시하려고한 감사의 범위는 도, 시·군에서 지난 4년간 교육청에 지원한 3040억원의 학교급식 보조금 집행실태였다. 교육청의 고유권한인 학사와 학예에 대한 감사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 근거로는 지방자치법 제167조가 있다. 경상남도 보조금 관리 조례 및 경상남도 학교급식 지원조례에 따라 도지사는 지원된 급식비가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지도·감독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복지 인색은 오해, 선택적 복지일 뿐"

- 감사권이 있다고 해도 경남교육청은 무상급식 집행에 대해 이미 해마다 감사를 받아왔고 그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왜 갑자기 감사를 하겠다는 것인가?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기 위한 트집 잡기는 아닌가?
▲ 교육청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경상남도는 2013년과 2014년 무상급식비 지원학교를 표본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식자재 불법구매 등 많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고, 2013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계약법령 위배를 다수 적발한 바 있다. 경찰청 수사에서도 학교관계자들이 급식업체로부터 뇌물수수 등 불법행위를 했던 사례가 다수 적발되었다. 금번 경상남도의 감사실시는 우리 도의 모니터링 결과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고, 식자재 구매와 관련해 끊임없이 발생하는 부조리의 근원을 파악해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 만약 경남교육청이 감사를 받겠다고 하면 무상급식 지원은 정상적으로 되는 것인가?
▲ 무상급식비 지원과 감사수용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감사를 받는다 하더라도 우리 도는 앞으로 학교급식비를 지원하지 않을 계획이다. 무상복지의 부작용을 우리는 남미와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이미 목격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이상 보편적 복지의 논리에 함몰되어 학교무상급식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 도에서는 무상급식예산 지원을 중단하되 그 예산으로 서민과 저소득층의 교육사업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무상급식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졌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나?
▲ 전국적으로 무상급식 재정부담(지자체 부담분 제외)은 3년 사이 3배나 증가했다. 반면 교육환경개선사업 예산은 3년 간 33%나 감소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초·중·고등학교 시설에 대한 일제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총 104개의 학교 건물이 위험등급인 D등급(미흡)과 E등급(불량) 판정을 받았다. 전국 지자체들이 무상급식 사업에만 매달리면서 교육환경개선이나 교원처우개선 등의 예산이 줄어들어 교육서비스의 질이 전체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보편적 복지의 확대는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복지예산이 줄어들게 하는 결과도 초래하고 있다.

-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면 경남도민들은 다른 지자체 주민들과 비교해 복지혜택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당장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지원 대책은 있나?
▲ 저소득층을 포함해 차상위계층 130%까지는 도, 시·군에서 무상급식비를 지원하지 않더라도 국가에서 급식비를 지원하므로 종전과 같이 급식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저소득층 가구 학생에 대해서는 고교학비, 방과 후 자유수강권, 교육정보화지원 등 교육비를 지원토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 도에서는 소득상위층 자녀들의 급식비 지원은 중단하되, 저소득층과 서민층 자녀들의 교육사업 등 자립기반에 많은 예산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공부하러 학교 가지 밥 먹으러 가나?"

- 지금은 무상급식이지만 경남도가 재정악화를 이유로 다른 복지사업 예산도 점차 줄여나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
▲ 그건 기우에 불과하다. 우리 도의 복지예산 규모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재정이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서민과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예산은 절대로 줄이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도는 사회적 약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실현에 최선을 다하고 이를 위한 복지정책을 적극 추진하되 소중한 세금이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 홍 지사께선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들과 비교해 복지수준이 매우 낮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에는 찬성하나? 어떤 방식의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 복지천국이라 불리는 북유럽 국가의 경우 조세 부담률이 40~50% 정도고 소득 수준도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다. 이런 나라들에서 시행하는 무상복지 정책을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현 시점에서 무리다. 만약 북유럽 국가들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조세 부담률을 올리고자 한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따라서 한정된 재원 속에서 복지정책을 시행하려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복지재원의 누수를 막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 도에서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사회복지분야 보조금 집행실태’를 감사해 14명을 수사의뢰했고 70억8500만원의 보조금을 회수하기도 했다. 진정한 복지는 ‘부자에게는 자유를, 서민에게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세금으로 급식하는 데도 무상이라고 거짓 선전한 진보 좌파의 무상파티는 이제 경남에서 종식되어야 한다. 학교에 가는 목적은 공부하러 가는 것이지 밥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경남교육청은 경남의 교육 수준이 왜 전국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지 분석해 적극 대처해야지 무상급식에 목맬 때가 아니다.


<mi737@ilyosisa.co.kr>


<홍준표 경남도지사 프로필>

▲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 제15~18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 원내대표
▲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 제35~36대 경상남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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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