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호남신당론 실체 전격해부

"우리가 친노 들러리나 서는 거수기인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호남민심이 심상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 돌풍이 호남을 휩쓸었고, 7월 재보선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까지 연출됐다. 급기야 정치권에서는 ‘호남신당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호남신당론의 실체는 무엇일까?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호남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급기야 정치권에서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신당이 출현할 것이라는 이른바 ‘호남신당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호남신당론의 진앙지는 바로 비노(비노무현)계다. 최근 호남지역에서 경청투어를 진행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은 “당이 특정 계파에 의해 장악되면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호남의 여론”이라고 말했고, 광주 동구가 지역구인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도 “집권이 불가능한 사람들과 한 지붕에 살기보단 가능성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두 사람 다 작심한 듯 친노(친노무현)계를 겨냥해 분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들을 쏟아낸 것이다.

친노 겨냥
분당 협박

비노계는 호남의 민심이 술렁이고 있는 이유로 친노 좌장인 문재인 의원의 당권 장악이 가시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호남은 새정치연합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지지기반이지만 친노와는 다소 껄끄러운 관계다.

정치권에서는 친노와 호남의 관계에 대해 “남(새누리당)보다는 가깝지만 그렇다고 친자식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대북송금 특검을 밀어붙인 것이 친노와 호남의 사이가 멀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대북송금 특검으로 호남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어야만 했다.


친노진영이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도 호남인들에겐 충격적인 일이었다. 당시 호남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호남의 뒤통수를 쳤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친노가 주축이 되어 만든 열린우리당은 지난 2004년 총선에서는 탄핵역풍에 힘입어 어느 정도 선전했지만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집권여당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원내 9석에 불과하던 민주당에게 광주시장과 전남도지사 자리를 빼앗기는 굴욕을 당했다. 이때 쌓인 앙금은 아직까지도 호남인들의 가슴 한켠에 남아있다.
 

올 7월에 치러진 전남 순천 재보선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지난 1988년 소선구제 도입 이후 최초로 호남에서 당선되는 진기록을 세웠는데, 공교롭게도 상대는 친노계로 분류되는 서갑원 전 의원이었다. 물론 서 전 의원이 당시 패배했던 것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들이 있겠지만 친노인사에 대한 호남인들의 반감도 분명히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친노가 내년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을 완전히 장악하려고 하니 호남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운 친노
당 장악 반대

그러나 문 의원 측은 호남신당론에 대해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인 자신을 견제하기 위한 비노진영의 실체 없는 협박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문 의원이 호남의 상황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 ‘친노가 당권을 잡으면 당이 깨진다’는 말은 비노주자들이 지어낸 말이 아니라 호남지역에서 실제로 거론되고 있는 이야기다. 지금 새정치연합 유력 대권주자가 모두 영남 출신인데 당권까지 친노가 가져가면 호남은 친노 거수기냐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호남의 민심을 전했다.

특히 지난 2002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10년 이상 호남이 중앙정치권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호남소외론’은 호남신당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에서는 당 지도부가 호남의 여론과는 관계없이 특정인을 전략 공천해 낙하산식으로 내려 보내면서 호남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도 했다.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호남의 민심이반은 가속화됐지만 새정치연합은 흔들리는 호남민심을 효과적으로 수습하지 못했다.

비노 거물들 너도나도 호남으로
친노가 당권 잡으면 당 깨진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예산폭탄을 앞세우며 호남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호남 지지율은 어느새 새정치연합의 턱밑까지 치솟았다. 양당 간 지지율 격차가 10%p 정도밖에 나질 않는다. 역대 최저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라리 호남정치를 복원할 수 있는 새로운 세력이 필요하다는 기류가 호남 전반에 퍼지고 있고 이는 곧 호남신당론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친노진영이 당권을 잡으면 호남 의원들이 차기 총선에서 물갈이 대상 1호에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도 호남 신당론의 주요한 원동력 중 하나다. 호남에는 유독 비노계 의원들이 많은데 친노진영이 당권을 잡으면 다가오는 2016년 총선에서 공천을 보장받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텃밭 공천만큼은 쇄신을 부르짖으며 혁신 공천 경쟁을 벌여왔다. 중진의원일수록 쇄신 압박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유독 호남 중진의원들이 차기 전당대회에 대거 출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친노계가 당권을 잡고 호남 의원들을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킨다면 이들이 뭉쳐 호남신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호남신당론은 분명히 실체가 있다. 다만 시기와 규모가 문제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정치권에서는 이미 호남신당이 물밑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케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월 전남 강진이 지역구인 새정치연합 황주홍 의원이 정당 설립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정당법은 중앙당과 5개 이상의 시·도당으로 구성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중앙당과 1개 이상의 시·도당으로 구성하도록 완화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다.

황 의원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기존 정당법의 경우 수도권과 특별·광역시에 반드시 시·도 당을 두도록 하고 있어 지방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결사체가 만들어지기 어려웠다”며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정당 설립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일부 지역만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정당의 설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개정안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해당 개정안이 호남 신당 창당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의원 12명 중 6명이 호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이다.

신당 준비 시작?
사전 정지작업

호남신당론과 맞물려 비노진영 거물인사들이 부쩍 호남에서의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의심스러운 정황들이다. 새정치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은 최근 전북에서 경청투어를 진행했고, 당권 도전설이 나도는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호남 개혁정치 복원이라는 의미심장한 목표를 내세우고 광주에서 ‘호남의 희망’이라는 정치연구소를 열었다.

박주선 의원도 최근 무려 한달 동안 전남 순천과 해남, 광주, 전북 전주 등을 돌며 순회 초청 강연회를 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정계 은퇴 뒤 난데없이 전남 강진으로 내려가 은둔생활을 시작했고 비노그룹은 강진까지 찾아가 손 전 고문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던 기초의원과 지자체장들이 차일피일 복당을 늦추고 있는 것도 수상한 정황이다. 과거에는 호남에서 설사 무소속으로 당선됐더라도 복당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고, 복당하지 않으면 차기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도 없었다.

친노에 등 돌린 호남민심 "배신이야"
호남신당, 당장 교섭단체 구성도 가능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던 호남 지역 기초의원과 지자체장들이 벌써 반년 가까이 새정치연합으로의 복당을 미루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호남지역에서 약화된 새정치연합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들이 호남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복당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호남신당의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우선 호남은 타 지역과는 달리 선거에서 새정치연합과 신당 간 1대1 구조를 성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만약 수도권에서 새정치연합과 신당이 격돌한다면 새누리당만 어부지리를 얻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호남을 기반으로 한 신당이 출범할 경우에는 그런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호남에 걸려있는 의석수는 30석 정도인데 신당이 차기 총선에서 선전한다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을 충분히 넘길 수도 있다.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넘기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원내 제3당 자리는 꿰찰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소한 제3당
마지막 카드

호남신당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적 명분이다. 호남신당 출범에 대한 타당한 정치적 명분을 마련하지 못하면 신당은 당내 계파싸움의 산물로만 인식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차기 총선에서 호남인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명분을 얻지 못하면 호남인들의 선택을 받는다 해도 호남을 중앙정치에서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호남신당이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존 새정치연합과 차별화되는 정체성과 정책이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대선 경쟁력을 갖춘 대권주자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비노진영에서는 이러한 조건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신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마땅히 구심점 역할을 한 인물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호남신당론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과연 정치권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호남신당론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정치권이 호남민심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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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