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MB ‘물귀신작전’ 막전막후

쥐도 궁지 몰리면 고양이 문다?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사상초유의 국부유출 사건이라 불리는 ‘사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위사업)’ 비리 혐의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양한 반격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야권과 시민단체의 국정조사 등을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 요구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응할 조짐을 보이자,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의 반격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야권에 따르면 지난 국정감사에서 실체가 드러난 사자방 비리로 증발한 국민혈세는 무려 100조원에 이른다. 사상초유의 국부유출사건인 만큼 야권에서는 국정조사 등을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시민단체들도 가세하며 국민여론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침묵하던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도 “이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정권실세 넘어
MB 직접 겨냥

당장 야권에서는 이명박정권의 실세들을 넘어 이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해외자원개발 국부유출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영민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총리실 문서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자원외교 전반을 조직적으로 주도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명박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에너지협력외교지원협의회’를 설치해 자원외교를 주관했다”고 폭로했다.

노 의원은 이어 “이 협의회는 2008~2012년까지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총리실 차장과 각 부처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18차례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VIP 자원외교 사전조사와 후속조치, 신규사업 발굴, UAE 원전수출, 셰일가스 개발 등 굵직한 자원정책 전반을 기획했다. 실질적 총책임자는 이 전 대통령으로, 필요하다면 국정조사에 당연히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정권의 핵심 국책사업인 사자방은 예산낭비와 투자실패, 부정·비리 등 의혹으로 얼룩져 있다”며 “철저하고 성역 없는 국조와 검찰 조사를 실시하고 책임자는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MB, ‘사자방 비리’ 국조 수용 기류에 분노
잦은 회동으로 결속력 강화…친박과 일전?

이처럼 사자방 비리를 규탄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박 대통령도 침묵을 깨고 이 전 대통령 압박에 나서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말 청와대에서 개최한 국무회의에서 “과거부터 내려온 방위사업 비리 문제, 국민혈세를 낭비해온 문제들에 대해서 과감하고 단호하게 가려내서 국민 앞에 밝혀내야 할 것”이라며 “이것은 타협이 될 수 없다. 반드시 밝혀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사자방 비리 중 직접 거론한 것은 방위사업뿐이지만, ‘국민혈세를 낭비해온 문제들’이 4대강사업과 자원외교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사자방 비리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을 주문한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이 이미 4대강사업·자원외교 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또 방위사업 비리에 대해서는 지난달 21일 검찰, 국방부,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7곳의 사정기관에서 105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정부합동수사단이 출범해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전방위적 압박에
반격카드 만지작

이처럼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도 여러 대응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먼저 이 전 대통령이 ‘자서전’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측근들을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당초 자서전에는 동반성장, 저탄소 녹색성장, G20 정상회의·핵안보정상회의 개최, 한·미, 한·EU FTA 등 스스로 치적으로 꼽는 부분들에 대한 경험과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사업과 자원외교 추진에 대한 당위성 등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친박계에서 사자방 국조를 수용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친이계에서는 “이명박·박근혜 관계에 대한 비화는 없다”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하지 않겠다” “과거 수집했던 박근혜 X파일 활용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 등 상반된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사자방 조사 및 수사의 키를 쥔 청와대를 향한 친이계의 고도의 심리전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은 친이계 결속력 강화를 위한 행보에도 나서고 있다. 친이계 인사들과 잦은 만찬회동을 가지는 한편, 회동에서 사자방 비리에 대해 언급한 “사자방 비리라는 것은 정쟁에 불과하다” “문제없다” 등의 발언을 일부 언론을 통해 흘리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오는 19일에 열기로 한 만찬에는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이군현 사무총장, 주호영 정책위의장, 김영우 대변인, 김용태·조해진 의원, 김기현 울산시장,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친이계 거물급 인사가 대거 참석해 세를 과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B자서전 출간 예고로 ‘경고장’
고도 심리전 구사…‘X파일’ 거론

이처럼 이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이계가 결속력을 강화하며 목소리를 높여나갈 경우 정치적 앙숙인 친박계와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일부 친이계 강경파들은 친박계와의 전면전도 불사할 태세다. 한 친이계 의원은 한 매체를 통해 “2007년 대선후보 경선과정과 지난 정부에서 모았던 ‘박근혜 X파일’ 활용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간 정치권에 소문이 무성했던 박근혜 X파일의 실체가 드러난 적은 없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이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국가정보원 등을 동원한 불법사찰로 박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수집했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김무성 대표 선출 이후 당내 친박계 영향력이 정권 초보다 많이 쇠퇴한 상황에서 친이계가 조직적 행동에 나설 경우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한 친이계 인사는 “4대강은 성공한 사업이고, 자원외교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사업”이라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국조를 받아들인다면 당의 분란이 클 수밖에 없다.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친이계의 거센 반발로 야권의 3대 국조 요구 중 정치적 부담이 비교적 적은 방위사업 비리 국조를 수용하는 선에서 협의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방위사업 비리에 대해서만 대규모 정부합동수사단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전 대통령이 <중앙일보>를 통해 4대강사업과 자원외교에 대해 “자원외교의 경우 투자가 성과로 돌아오려면 5~10년 정도는 지켜봐야 하고, 4대강 주변에 실제로 거주하는 일반 국민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 특히 호남지역 야당 지자체장들조차 잘된 사업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점을 직접 강조하기도 했다.

죽은 권력 vs
살아있는 권력

친이계의 강한 반발에 박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이정현 최고위원이 사자방 국조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또 다른 핵심 친박인사인 홍문종 의원이 “지금 단계에서 국조를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대조적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친박계 내부가 혼선을 보이며 이명박정권을 계속 감싸다가는 이 전 대통령을 향한 국민적 분노가 박 대통령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권 출범 3년 차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지금 선긋기를 하지 않을 경우 ‘이명박근혜’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권말기까지 끌려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죽은 권력’인 이 전 대통령의 도발에 ‘살아있는 권력’인 박 대통령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고 끌려갈 경우 ‘약점이 잡힌 것 아닌가’라는 세간의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통령의 반격에 박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된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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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