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 계급도’ 집중해부

“줄을 서시오~!” 청와대와 친밀도가 곧 서열?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친박(친박근혜)계에도 계급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누구나 친박을 자처할 수는 있지만, 다 같은 친박은 아니라는 얘기다. 친박 계급이 노출된 계기는 최근 누리과정(만 3~5세 보육지원) 예산 논의 과정에서 재선의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당대표를(5선 의원) 지낸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들이받는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나면서다. 김 수석부대표가 황 부총리에게 앞서는 것은 청와대와 더 가깝다는 것 하나뿐이다. 상식적 위계질서보다 청와대와의 거리가 친박계 서열에 우선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독특한 ‘친박 계급도’를 집중 해부했다.

“친박 계급에 의해 당 서열과 국무위원의 위계질서가 무시되고 있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이하 수석부대표)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여야 상임위 간사 간 누리과정 예산 지원 관련 합의를 파기한 것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김경협 의원의 평가다. 김 의원은 또 “당 내의 친박 카스트제도가 정부조직까지 확장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친박 계급제도가 국정을 망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5선 위에
나는 재선

앞서 김 수석부대표는 지난달 20일 황 부총리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여야 간사와 ‘누리과정 예산 5600억원을 국고로 지원한다’고 합의한 것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관련 보도가 나온 지 30분 만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의견이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당 지도부와 협의한 사실도 없고, 우리당은 그런 (내용의) 합의를 할 의사도 없다”며 “황 부총리가 합의를 해줬다면 ‘월권’을 한 것”이라고 황 부총리를 비판했다.


‘김재원-황우여’의 정치경력은 하늘과 땅 차이다. 김 수석부대표는 이제 고작 재선의원에 불과한 반면, 황 부총리는 5선의원, 새누리당 원내대표·당대표, 경제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 화려한 정치이력을 갖고 있다.

정치에 입문하기 이전 경력을 봐도 김 수석부대표(사법시험 36회)는 서울대 출신의 검사로 재직, 같은 대학 출신의 판사를 역임한 황 부총리(사법시험 10회)보다 한참 후배다. 심지어 한국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나이도 황 부총리가 17살 더 많다.

누리예산 논의과정서 서열 노출
실세·추종·범친박 등 계급 존재

그러나 황 부총리는 김 수석부대표의 발언에 대해 “법 해석의 문제 때문에 원칙 문제가 걸려서 그렇다… 내가 뭐라고 얘기하면 또 복잡해지니까”라고 말을 아꼈다.

이처럼 정치·사회 통념상 한참 아래인 김 수석부대표가 황 부총리를 공개적으로 들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황 부총리가 오히려 꼬리를 내린 것은 친박계가 정상적 위계질서가 아닌 다른 기준으로 서열이 정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김 수석부대표가 앞서는 것이 청와대와 더 가깝다는 것 하나뿐이어서 ‘청와대와의 거리가 곧 서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교문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일개 원내수석부대표가 자당의 대표까지 지내신 분이 책임 있는 주무부처장관으로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합의한 것에 대해 그렇게 한 칼에 잘라버리고 뒤엎어버리는 경우는 한 번도 못 본 것 같다”며 “황당하다. ‘친박도 계급이 있나’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고 꼬집었다.


친박 카스트제도
정부조직까지 확장?

하지만 황 부총리는 지난달 24일 당대표 시절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정치후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또 다시 뒤통수를 맞았다. 최 부총리가 이날 근로자 해고절차와 요건을 완화하는 일명 ‘정규직 개혁법’을 사회부총리를 맡고 있는 황 부총리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경협 의원은 “도대체 왜 사회부총리 자리를 뒀는지 의문이다. 기재부의 월권이고, 이것이 실세친박과 허세친박의 차이인가”라고 꼬집으며 “당 내의 ‘친박 카스트제도’가 정부조직까지 확장되지 않기 바란다. 친박 계급제도가 국정을 망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새누리당 내 친박계는 크게 세 가지 계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제1계급은 청와대와 가까운 ‘실세 친박’이다. 최경환 부총리, 김재원 수석부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홍문종·윤상현 전 사무총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부와 여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부대표 밑 부총리…황우여 위 나는 김재원
상식적 위계질서 무시 독특한 친박 구분법

제2계급은 박 대통령 ‘추종 친박’이다.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김진태·이학재·서상기·한선교 의원 등 대다수의 친박계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박 대통령과 이심전심 통하며 청와대의 행보에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실세 친박 만큼의 대우는 받지 못하고 있다.
 

제3계급은 계파색이 짙지 않은 ‘범친박’이다. 황우여 부총리,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청와대와 친박계의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실제 발언권이나 영향력은 미미하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친박계에 속하지 않는 이들은 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된다. 이재오·나경원·조해진 의원 등 친이(친이명박)계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김무성 대표, 유승민·진영 의원 등 탈박(탈박근혜)계 인사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비박계 인사들 중 일부는 친박을 자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제 청와대의 시선은 그들을 친박계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친박계 서열
공공연한 비밀

사실 청와대와의 거리, 박 대통령과의 친밀도에 따라 친박계 내부에도 서열이 존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김 수석부대표의 황 부총리 비판 사건은 장막 뒤에 가려졌던 친박계의 실상이 살짝 드러난 정도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한 야권 관계자는 “친박계 자체가 박 대통령을 따르는 이들이 모인 계파인 만큼 충성도, 친밀도가 곧 서열이 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선수나 경력 등 통상적 위계질서를 무시하는 것이 정상적 정치집단의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성범, 교문위 여당 간사 사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졌나?

국회 교문위 여당 간사를 맡았던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이 지난달 20일 간사 직을 내려놨다. 신 의원과 교문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이날 오전 회동을 갖고 쟁점이었던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구두 합의를 했으나,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여야 간사 간 구두 합의를) 문서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보도되고 당 지도부의 추인을 받지 않아 혼선을 빚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간사 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사고를 친 사람과 책임지는 사람이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구두 합의는 황 부총리가 김 의원과 미리 만나 큰 틀에서의 합의를 이룬 가운데 신 의원은 숟가락을 얹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 의원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오늘 아침 황 부총리가 전화로 김 의원 방에 있으니 오라고 했다. 두 분 간 합의가 큰 틀에서 짜여 있어 두 분이 이 정도 협의를 한 것이라면 여당 간사로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표시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친박 서열이 높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치 서열이 높은 황우여 부총리 간 기싸움에 애꿎은 신 의원이 피해를 본 셈이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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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