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헌법기구 규제개혁위원회 대해부

‘정부 위의 위원회’ 넘어 ‘헌법 위의 위원회’로 군림?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의 권한이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소속 의원 대다수의 동의를 얻어 규개위에 힘을 더 실어주는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규개위는 권한은 막강한 반면 책임은 지지 않는 ‘숨은 권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터였다. 규개위의 권한 강화는 숨은 권력을 넘어 이제는 초헌법기구로 자리매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규개위는 정부의 규제 관련 정책을 심의·조정하고 정부의 모든 입법에 대해 규제 여부를 사전 심의하는 기구다. 사실상 정부의 규제 관련 법령을 좌지우지하는 만큼 ‘정부 위의 위원회’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규제개혁을 내세우고 있어 규개위의 비중은 더 커졌다. 그런데 가뜩이나 힘이 센 규개위에 더 큰 힘을 실어주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이 발의돼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도 쩔쩔매는
규제개혁위원회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 규제개혁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광림 의원은 지난 13일 소속의원 157명(전체 158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행복·일자리 창출·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특별법 제정안(이하 규제개혁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 전체 재적인원의 과반이 넘는 인원이 법안 발의에 참여한 만큼 법안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규제개혁특별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논란의 여지가 많다.

우선 규제개혁 적용기관과 대상을 국회·법원·감사원 등 헌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까지 확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 입법권과 지방분권 정신에 위배될 수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규제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해 야권으로부터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거센 비난을 받고 물러선 바 있다.


둘째, 규제개혁 공무원 면책 조항을 신설됐다. 공무원이 규제개혁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을 위한 업무 중 중대한 과실이 없거나, 상급 행정기관이나 규개위의 의견을 들어 처리한 경우 문제가 되더라도 해당 공무원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이다.

헌법 초월한 규제완화…권한 더 키워
국회·감사원, 지자체까도 심사 대상

이 조항은 지난 8월 ‘위헌 요소’로 인해 정부 입법안에서 삭제된 바 있다. 감사 면제는 헌법이 규정하는 감사원의 직무감찰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박 대통령이 이 조항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앞서 지난 3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공무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나중에 다소 문제가 생기더라도 감사에서 면책해 주는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 조항의 위헌적 요소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결국 박 대통령의 지시는 집권여당에 전해져 의원 입법의 형태로 되살아났다.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헌법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공무원을 규제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기 위해 위험한 발상을 한 것”이라며 “위헌적 요소를 제외하고도 권한이 있으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특별법에는 규개위의 규제개혁 추진체계를 강화하는 ▲직무감찰 요구권 부여 ▲정부업무평가에 규제개혁평가 의무 반영 ▲규개위 상설화 ▲규제비용총량제 ▲규제개선 청구제 ▲규제일몰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위헌적 요소 가득
헌법 위의 위원회?


규제개혁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정부 위의 위원회를 넘어 ‘헌법 위의 위원회’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실제로 야권에서는 지금까지도 모든 정부 부처의 규제와 관련된 법령을 심사하며 공직사회의 ‘갑중의 갑’으로 군림해 왔던 규개위에 규제개혁특별법 특혜까지 부여하면 삼권분립 위에 존재하는 초헌법기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의원은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려가 없는 초헌법적 발상의 특별법이 통과되도록 할 수는 없다”며 “정부와 여당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 추진에 적극적으로 맞대응 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일부에서도 특별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삼권분립 원칙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단체들은 규제개혁특별법 발의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환영 메시지를 내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4단체는 공동명의 논평을 통해 “규제개혁은 돈 안 드는 대표적인 경제활성화 수단”이라며 “경제활력 회복이 중요한 현 시점에 국회가 앞장서서 규제개혁을 위한 특단의 법안을 발의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호평했다.

재계의 적극적 환영은 누구를 위한 특별법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규개위는 민간 위원장을 포함한 민간위원 18명 중 기업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인사가 4명에 이르고 시민단체 인사는 한 명도 없는 등 위원구성이 지나치게 경제계 쪽에 편중돼 ‘경제계를 위한 규제완화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재계 “돈 안 드는 경제활성화 방안” 대환영
편중된 위원·불투명 운영 등 규제완화 치중

이와 관련 지난 3월 규제개혁위원장직을 중도 퇴임한 김용담 전 대법관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법률상 규개위가 규제를 강화 혹은 완화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규제 완화 여부만을 심사하는 것으로 운영돼 왔다”고 말한 바 있다.

규개위를 지원하는 총리실 산하 규제조정실 관계자도 “원안보다 강화하는 결정을 내린 사례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무조건 규제를 풀기만 하는 것을 규제개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규개위의 이러한 활동 탓에 각 정부부처의 규제 정책은 신설·강화보다는 완화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신설·강화 규제는 규개위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완화 규제는 아무런 제약 없이 국무회의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밀실 회의’도 규개위 활동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규개위 운영원칙에는 회의소집은 ‘위원장이 일시, 장소 및 부의사항을 정해 회의 개최일 7일 전까지 각 위원에게 서면으로 통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열린 44차례 회의 일정 고지를 살펴보면 회의가 열린 뒤 사후 고지 29건, 일주일 이전 고지 불이행 15건 등 한 차례도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심지어 505회 행정사회분과위원회 개최계획(5월30일)은 다섯 달 뒤인 10월21일에야 고지됐다.

게다가 규개위는 상세한 회의록도 제대로 남기지 않고 있다. ‘위원회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위원장이 공익보호나 기타 사유를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위원회 의결로써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언론의 회의 참관 요청은 기피하고, 간략한 보고서 형태로 회의록을 작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밀실 운영
의혹 키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003년 7855개였던 규제가 올해 10월말 기준 1만4987개로 급증하며 일부에서 ‘규제 공화국’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개혁이 필요한 규제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꼭 필요한 규제도 있는 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논의를 거쳐 규제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무조건 규개위의 권한만 키워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carpediem@ilyosisa.co.kr>

 

[규제개혁위 인적 구성]

▲위원장 : 정홍원 국무총리, 서동원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경제분과 위원장 :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경제분과 위원 : 김종일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원장
                         손원익 안진회계법인 R&D센터원장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조신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장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한경희 한경희 생활과학 대표이사
▲행정사회분과 위원장 : 전의찬 세종대 환경에너지융합과 교수
▲행정사회분과 위원 :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 교수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영수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 교수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손현덕 매일경제신문사 편집국 차장
                               이원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
▲당연직 정부위원 :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정종섭 행정자치부(구 안전행정부)장관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공정거래위원장(12월4일 정재찬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예정)
                            제정부 법제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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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