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헌법기구 규제개혁위원회 대해부

‘정부 위의 위원회’ 넘어 ‘헌법 위의 위원회’로 군림?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의 권한이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소속 의원 대다수의 동의를 얻어 규개위에 힘을 더 실어주는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규개위는 권한은 막강한 반면 책임은 지지 않는 ‘숨은 권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터였다. 규개위의 권한 강화는 숨은 권력을 넘어 이제는 초헌법기구로 자리매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규개위는 정부의 규제 관련 정책을 심의·조정하고 정부의 모든 입법에 대해 규제 여부를 사전 심의하는 기구다. 사실상 정부의 규제 관련 법령을 좌지우지하는 만큼 ‘정부 위의 위원회’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규제개혁을 내세우고 있어 규개위의 비중은 더 커졌다. 그런데 가뜩이나 힘이 센 규개위에 더 큰 힘을 실어주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이 발의돼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도 쩔쩔매는
규제개혁위원회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 규제개혁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광림 의원은 지난 13일 소속의원 157명(전체 158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행복·일자리 창출·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특별법 제정안(이하 규제개혁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 전체 재적인원의 과반이 넘는 인원이 법안 발의에 참여한 만큼 법안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규제개혁특별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논란의 여지가 많다.

우선 규제개혁 적용기관과 대상을 국회·법원·감사원 등 헌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까지 확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 입법권과 지방분권 정신에 위배될 수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규제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해 야권으로부터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거센 비난을 받고 물러선 바 있다.


둘째, 규제개혁 공무원 면책 조항을 신설됐다. 공무원이 규제개혁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을 위한 업무 중 중대한 과실이 없거나, 상급 행정기관이나 규개위의 의견을 들어 처리한 경우 문제가 되더라도 해당 공무원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이다.

헌법 초월한 규제완화…권한 더 키워
국회·감사원, 지자체까도 심사 대상

이 조항은 지난 8월 ‘위헌 요소’로 인해 정부 입법안에서 삭제된 바 있다. 감사 면제는 헌법이 규정하는 감사원의 직무감찰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박 대통령이 이 조항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앞서 지난 3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공무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나중에 다소 문제가 생기더라도 감사에서 면책해 주는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 조항의 위헌적 요소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결국 박 대통령의 지시는 집권여당에 전해져 의원 입법의 형태로 되살아났다.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헌법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공무원을 규제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기 위해 위험한 발상을 한 것”이라며 “위헌적 요소를 제외하고도 권한이 있으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특별법에는 규개위의 규제개혁 추진체계를 강화하는 ▲직무감찰 요구권 부여 ▲정부업무평가에 규제개혁평가 의무 반영 ▲규개위 상설화 ▲규제비용총량제 ▲규제개선 청구제 ▲규제일몰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위헌적 요소 가득
헌법 위의 위원회?


규제개혁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정부 위의 위원회를 넘어 ‘헌법 위의 위원회’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실제로 야권에서는 지금까지도 모든 정부 부처의 규제와 관련된 법령을 심사하며 공직사회의 ‘갑중의 갑’으로 군림해 왔던 규개위에 규제개혁특별법 특혜까지 부여하면 삼권분립 위에 존재하는 초헌법기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의원은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려가 없는 초헌법적 발상의 특별법이 통과되도록 할 수는 없다”며 “정부와 여당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 추진에 적극적으로 맞대응 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일부에서도 특별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삼권분립 원칙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단체들은 규제개혁특별법 발의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환영 메시지를 내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4단체는 공동명의 논평을 통해 “규제개혁은 돈 안 드는 대표적인 경제활성화 수단”이라며 “경제활력 회복이 중요한 현 시점에 국회가 앞장서서 규제개혁을 위한 특단의 법안을 발의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호평했다.

재계의 적극적 환영은 누구를 위한 특별법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규개위는 민간 위원장을 포함한 민간위원 18명 중 기업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인사가 4명에 이르고 시민단체 인사는 한 명도 없는 등 위원구성이 지나치게 경제계 쪽에 편중돼 ‘경제계를 위한 규제완화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재계 “돈 안 드는 경제활성화 방안” 대환영
편중된 위원·불투명 운영 등 규제완화 치중

이와 관련 지난 3월 규제개혁위원장직을 중도 퇴임한 김용담 전 대법관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법률상 규개위가 규제를 강화 혹은 완화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규제 완화 여부만을 심사하는 것으로 운영돼 왔다”고 말한 바 있다.

규개위를 지원하는 총리실 산하 규제조정실 관계자도 “원안보다 강화하는 결정을 내린 사례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무조건 규제를 풀기만 하는 것을 규제개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규개위의 이러한 활동 탓에 각 정부부처의 규제 정책은 신설·강화보다는 완화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신설·강화 규제는 규개위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완화 규제는 아무런 제약 없이 국무회의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밀실 회의’도 규개위 활동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규개위 운영원칙에는 회의소집은 ‘위원장이 일시, 장소 및 부의사항을 정해 회의 개최일 7일 전까지 각 위원에게 서면으로 통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열린 44차례 회의 일정 고지를 살펴보면 회의가 열린 뒤 사후 고지 29건, 일주일 이전 고지 불이행 15건 등 한 차례도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심지어 505회 행정사회분과위원회 개최계획(5월30일)은 다섯 달 뒤인 10월21일에야 고지됐다.

게다가 규개위는 상세한 회의록도 제대로 남기지 않고 있다. ‘위원회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위원장이 공익보호나 기타 사유를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위원회 의결로써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언론의 회의 참관 요청은 기피하고, 간략한 보고서 형태로 회의록을 작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밀실 운영
의혹 키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003년 7855개였던 규제가 올해 10월말 기준 1만4987개로 급증하며 일부에서 ‘규제 공화국’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개혁이 필요한 규제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꼭 필요한 규제도 있는 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논의를 거쳐 규제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무조건 규개위의 권한만 키워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carpediem@ilyosisa.co.kr>

 

[규제개혁위 인적 구성]

▲위원장 : 정홍원 국무총리, 서동원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경제분과 위원장 :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경제분과 위원 : 김종일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원장
                         손원익 안진회계법인 R&D센터원장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조신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장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한경희 한경희 생활과학 대표이사
▲행정사회분과 위원장 : 전의찬 세종대 환경에너지융합과 교수
▲행정사회분과 위원 :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 교수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영수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 교수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손현덕 매일경제신문사 편집국 차장
                               이원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
▲당연직 정부위원 :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정종섭 행정자치부(구 안전행정부)장관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공정거래위원장(12월4일 정재찬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예정)
                            제정부 법제처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