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헌법기구 규제개혁위원회 대해부

‘정부 위의 위원회’ 넘어 ‘헌법 위의 위원회’로 군림?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의 권한이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소속 의원 대다수의 동의를 얻어 규개위에 힘을 더 실어주는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규개위는 권한은 막강한 반면 책임은 지지 않는 ‘숨은 권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터였다. 규개위의 권한 강화는 숨은 권력을 넘어 이제는 초헌법기구로 자리매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규개위는 정부의 규제 관련 정책을 심의·조정하고 정부의 모든 입법에 대해 규제 여부를 사전 심의하는 기구다. 사실상 정부의 규제 관련 법령을 좌지우지하는 만큼 ‘정부 위의 위원회’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규제개혁을 내세우고 있어 규개위의 비중은 더 커졌다. 그런데 가뜩이나 힘이 센 규개위에 더 큰 힘을 실어주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이 발의돼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도 쩔쩔매는
규제개혁위원회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 규제개혁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광림 의원은 지난 13일 소속의원 157명(전체 158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행복·일자리 창출·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특별법 제정안(이하 규제개혁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 전체 재적인원의 과반이 넘는 인원이 법안 발의에 참여한 만큼 법안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규제개혁특별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논란의 여지가 많다.

우선 규제개혁 적용기관과 대상을 국회·법원·감사원 등 헌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까지 확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 입법권과 지방분권 정신에 위배될 수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규제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해 야권으로부터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거센 비난을 받고 물러선 바 있다.


둘째, 규제개혁 공무원 면책 조항을 신설됐다. 공무원이 규제개혁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을 위한 업무 중 중대한 과실이 없거나, 상급 행정기관이나 규개위의 의견을 들어 처리한 경우 문제가 되더라도 해당 공무원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이다.

헌법 초월한 규제완화…권한 더 키워
국회·감사원, 지자체까도 심사 대상

이 조항은 지난 8월 ‘위헌 요소’로 인해 정부 입법안에서 삭제된 바 있다. 감사 면제는 헌법이 규정하는 감사원의 직무감찰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박 대통령이 이 조항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앞서 지난 3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공무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나중에 다소 문제가 생기더라도 감사에서 면책해 주는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 조항의 위헌적 요소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결국 박 대통령의 지시는 집권여당에 전해져 의원 입법의 형태로 되살아났다.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헌법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공무원을 규제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기 위해 위험한 발상을 한 것”이라며 “위헌적 요소를 제외하고도 권한이 있으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특별법에는 규개위의 규제개혁 추진체계를 강화하는 ▲직무감찰 요구권 부여 ▲정부업무평가에 규제개혁평가 의무 반영 ▲규개위 상설화 ▲규제비용총량제 ▲규제개선 청구제 ▲규제일몰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위헌적 요소 가득
헌법 위의 위원회?


규제개혁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정부 위의 위원회를 넘어 ‘헌법 위의 위원회’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실제로 야권에서는 지금까지도 모든 정부 부처의 규제와 관련된 법령을 심사하며 공직사회의 ‘갑중의 갑’으로 군림해 왔던 규개위에 규제개혁특별법 특혜까지 부여하면 삼권분립 위에 존재하는 초헌법기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의원은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려가 없는 초헌법적 발상의 특별법이 통과되도록 할 수는 없다”며 “정부와 여당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 추진에 적극적으로 맞대응 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일부에서도 특별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삼권분립 원칙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단체들은 규제개혁특별법 발의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환영 메시지를 내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4단체는 공동명의 논평을 통해 “규제개혁은 돈 안 드는 대표적인 경제활성화 수단”이라며 “경제활력 회복이 중요한 현 시점에 국회가 앞장서서 규제개혁을 위한 특단의 법안을 발의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호평했다.

재계의 적극적 환영은 누구를 위한 특별법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규개위는 민간 위원장을 포함한 민간위원 18명 중 기업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인사가 4명에 이르고 시민단체 인사는 한 명도 없는 등 위원구성이 지나치게 경제계 쪽에 편중돼 ‘경제계를 위한 규제완화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재계 “돈 안 드는 경제활성화 방안” 대환영
편중된 위원·불투명 운영 등 규제완화 치중

이와 관련 지난 3월 규제개혁위원장직을 중도 퇴임한 김용담 전 대법관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법률상 규개위가 규제를 강화 혹은 완화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규제 완화 여부만을 심사하는 것으로 운영돼 왔다”고 말한 바 있다.

규개위를 지원하는 총리실 산하 규제조정실 관계자도 “원안보다 강화하는 결정을 내린 사례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무조건 규제를 풀기만 하는 것을 규제개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규개위의 이러한 활동 탓에 각 정부부처의 규제 정책은 신설·강화보다는 완화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신설·강화 규제는 규개위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완화 규제는 아무런 제약 없이 국무회의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밀실 회의’도 규개위 활동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규개위 운영원칙에는 회의소집은 ‘위원장이 일시, 장소 및 부의사항을 정해 회의 개최일 7일 전까지 각 위원에게 서면으로 통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열린 44차례 회의 일정 고지를 살펴보면 회의가 열린 뒤 사후 고지 29건, 일주일 이전 고지 불이행 15건 등 한 차례도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심지어 505회 행정사회분과위원회 개최계획(5월30일)은 다섯 달 뒤인 10월21일에야 고지됐다.

게다가 규개위는 상세한 회의록도 제대로 남기지 않고 있다. ‘위원회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위원장이 공익보호나 기타 사유를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위원회 의결로써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언론의 회의 참관 요청은 기피하고, 간략한 보고서 형태로 회의록을 작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밀실 운영
의혹 키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003년 7855개였던 규제가 올해 10월말 기준 1만4987개로 급증하며 일부에서 ‘규제 공화국’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개혁이 필요한 규제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꼭 필요한 규제도 있는 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논의를 거쳐 규제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무조건 규개위의 권한만 키워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carpediem@ilyosisa.co.kr>

 

[규제개혁위 인적 구성]

▲위원장 : 정홍원 국무총리, 서동원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경제분과 위원장 :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경제분과 위원 : 김종일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원장
                         손원익 안진회계법인 R&D센터원장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조신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장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한경희 한경희 생활과학 대표이사
▲행정사회분과 위원장 : 전의찬 세종대 환경에너지융합과 교수
▲행정사회분과 위원 :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 교수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영수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 교수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손현덕 매일경제신문사 편집국 차장
                               이원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
▲당연직 정부위원 :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정종섭 행정자치부(구 안전행정부)장관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공정거래위원장(12월4일 정재찬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예정)
                            제정부 법제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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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