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문재인 플랜 가동 막전막후

내년 전당대회는 사실상 '문 대표' 즉위식?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내년 전당대회는 사실상 문재인 의원의 당 대표 즉위식으로 끝날 것이다.” 차기 전당대회를 둘러싼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계파갈등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친노진영이 내년 전당대회를 사실상 문 의원의 당 대표 즉위식으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 비노진영의 불만이다. 왜 이런 불만이 나오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친노진영의 문재인 대표 옹립 플랜 막전막후를 살펴봤다.

“내년 전당대회는 무척 시시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의원의 지지도가 높은데 당 지도부를 장악한 친노(친노무현)계가 자꾸 문 의원에게 유리한 쪽으로 전당대회를 끌어가려고 한다. 전당대회가 마치 문 의원을 당 대표로 옹립하기 위한 요식행위로 변질되고 있는 듯하다.”

플랜 가동
눈 뜨고 당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꺼낸 이야기다. 내년 2월8일에 열릴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정치연합 내부의 계파갈등이 점점 더 심각해져가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의 승자는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쥐락펴락할 강력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차기 전당대회 승패는 더 나아가 차기 대권경쟁과도 직결되어 있다. 새정치연합 내 모든 의원들의 시선이 차기 전당대회로 쏠리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비노(비노무현)진영에선 이미 차기 전당대회에서 공정한 대결은 불가능해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를 장악한 친노진영이 문 의원을 당 대표로 옹립하기 위한 플랜을 가동시켰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치권의 분위기를 반증하듯 지난 18일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한 언론사 기자의 “중립이 맞느냐?”는 돌직구 질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해당 기자는 이날 문 위원장에게 “노무현정부에서 비서실장을 했는데,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은근슬쩍 친노 편을 든다는 말이 있다. 비대위원장으로서 중립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문 위원장은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정치권의 평가는 다르다. 실제로 이날 문 위원장은 ‘친노의 패권적 성향이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오히려 친노를 배제하려는 것이 또 하나의 계파주의”라며 시종일관 친노를 적극 두둔해 눈길을 끌었다.

문-문 합작, 노골적인 편들기? 
비노계, 분당까지 거론하며 반발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문 위원장의 행보는 누가 봐도 친노 편들기였다. 비대위가 출범하자마자 친노 진영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모바일 투표에 대해 “그것만큼 공정한 게 어디 있냐”며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대권 주자인 문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해선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 당의 당원이라면 누구나 (전당대회에) 나올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노골적인 문재인 편들기 행보로 눈총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문문(문희상-문재인) 합작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문 위원장의 취임 이후 친노진영은 빠르게 당을 장악해 가고 있다. 계파청산은커녕 당내 계파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부족국가냐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나름 계파 안배에 신경을 썼다는 비대위 조차 친노 일색이다. 비노그룹은 비대위의 친노 편향성 문제를 지적하며 추가 인선을 요구했지만 문 위원장은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비노계로 분류되는 정동영 상임고문은 지난 13일 친노계를 겨냥해 “특정 계파가 당을 장악하면 100% 신당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호남의 민심”이라는 폭탄 발언까지 했다.

범친노그룹이 당 지도부를 완벽하게 장악하자 문재인 옹립 플랜에는 더욱 속도가 붙었다. 문 위원장은 문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적극 옹호하며 ‘문재인 호위무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비노진영에선 “차기 대권주자가 당권을 잡을 경우 대선경선을 의식해 자파 인물들을 차기 총선에서 대거 공천하려 할 수 있다”며 문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문 위원장은 “자기가 불리하니까 누구를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것은 괜히 일을 만드는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비노계에선 ‘왜 비대위원장이 그런데 깊이 관여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골적인 편들기
“중립 맞아?”

평소 관리형 비대위원장이란 평가를 받아온 문 위원장이 당내 최대의 쟁점인 ‘대권-당권 분리론’ 논란에 대해 이처럼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당헌에는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은 대선 1년 전에 당 대표직을 사퇴하게 하는 등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게 하는 조항들이 있는데 문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해 준 셈이다.


새정치연합 내부 경선 때마다 문제가 됐던 모바일투표제 도입 논란에 불을 붙인 것도 문 위원장이었다. 문 위원장은 지난 9월 비대위가 출범하자마자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바일투표제 재도입 가능성을 시사해 논란을 일으켰다.

모바일투표는 대리투표 등 각종 잡음을 일으키면서 지난해 초 문 위원장의 비대위 1기 시절 당헌·당규에서 삭제됐었다. 본인이 이끌던 비대위에서 없애버렸던 모바일투표제를 차기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다시 들고 나왔으니 비노진영에선 문 위원장의 친노 편들기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모바일투표는 일반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친노진영 후보들에게 유리하고, 당내 기반이 탄탄한 호남계 인사들에게 불리하다. 모바일투표는 지난 2012년 민주당 6·9전당대회 때 도입됐는데, 당시 김한길 의원은 대의원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모바일투표에서 친노계 이해찬 의원에게 져 전당대회에서 패했다. 

비노진영의 반발이 거세지자 문 위원장이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친노진영에선 여전히 모바일투표제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향후 전당대회 룰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정면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문 위원장이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추진하고 있는 ‘온·오프라인 전당원배가운동’에 대한 뒷말도 무성하다. 기본적인 권리당원 확보는 정당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비노진영에서도 표면적으로는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비노진영에서는 모바일투표 도입이 어려워지자 친노진영이 모바일투표를 포기하고 전당원배가운동을 통해 조직에서 우위를 점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문 위원장의 전당원배가운동 언급 이후 대표적인 친노인사인 문성근 국민의명령 상임운영위원장이 당원 가입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기울어진 운동장
해보나 마나?

문성근 위원장은 국민의명령 홈페이지에 차기 전당대회를 겨냥해 “‘시민참여형 네트워크 정당으로의 진화’를 주장하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며 “투표권을 가지려면 입당하라”고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권리당원의 의결권이 일반당원보다 클 테니 당비를 내면 더 좋다. 권리당원 자격은 대개 ‘3개월 이상 당비를 낸 당원’이었다”고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문 의원은 지난 9월 국회에서 문성근 위원장과 ‘튼튼한 당, 국민네트워크정당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었다.

비노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전당대회를 겨냥한 ‘당원 급조하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노계에선 벌써부터 이번에 모집되는 권리당원에게는 전당대회 투표권을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관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권 차지해야 대선경선까지 유리 
친노-범친노 연대 가능성도 부상

또 문희상 위원장은 비노계가 요구하고 있는 원트랙 경선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당대회 경선 방식은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한 번에 뽑는 원트랙 방식과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나뉜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투트랙 경선 방식을 택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원트랙 경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한꺼번에 뽑는 원트랙 방식은 계파 간 이합집산이 상대적으로 쉬워져 비주류들이 힘을 모아 최대 계파를 견제하는데 좀 더 유리하다. 비노계가 원트랙 경선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문 위원장은 “대체로 한번 만들어진 룰은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원트랙 방식을 반대하고 있다. 비노계 입장에선 문 위원장의 친노 편들기는 아닌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대표
이미 대세?

게다가 최근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문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친노계와 범친노계가 연대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어 비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당권주자 빅3 중 두 사람인 친노계 문 의원과 범친노계 정세균 의원이 연대한다면 문 의원의 전당대회 승리는 거의 확실시 된다.

정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당의장, 산업자원부장관을 지낸 인사다. 당권 도전론 부각 이후 문 의원의 지지율은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다보니 최근 새정치연합 내에선 막상 전당대회가 시작되면 비노계 의원들이 모두 후보직을 사퇴해 문 의원 혼자 출마할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질 것이 뻔한 승부에 누가 나서려고 하겠냐”며 “불공정한 전당대회 과정에 불만을 품고 출마하지 않을 수도 있고 총선을 1년 남짓 남겨두고 친노계에 밉보일까 봐 다들 안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문 위원장이 취임할 때부터 이미 문재인 당대표 만들기 작전은 시작됐던 셈”이라며 “전당대회에서 친노진영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물밑에서 야금야금 준비하고 있었는데 비노진영이 이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다. 이미 대세를 돌이키기엔 늦었다. 분당론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