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유승민 ‘전략적 동거’ 내막

동병상련 옛 동지 동상이몽 이유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최근 다시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원조 친박(친박근혜)으로 한때는 ‘호형호제’하며 의좋게 지냈으나 정치적 행보를 달리하며 차츰 멀어졌다. 급기야 지난 7·14전당대회에서 유 의원이 서청원 최고위원을 지지하며 확실히 갈라섰다는 것이 중론이다. 갈라졌던 옛 동지가 갑자기 화해 모드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였던 2005년,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당 핵심요직인 사무총장과 대표비서실장을 맡았다. 두 사람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박근혜 캠프를 이끌었던 원조친박 동지다. 하지만 이후 시차를 두고 박 대통령과 멀어지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도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진다.

원박에서 탈박까지

먼저 김 대표가 ‘탈박(탈박근혜)’으로 돌아섰다. 김 대표는 2008년 친이(친이명박)계에 의한 친박계 공천학살 당시 서 최고위원이 주도한 친박연대에 참여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아 박 대통령과의 신뢰에 금이 갔다. 이듬해에는 원내대표로까지 나서며 박 대통령과 멀어졌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2012년 당 운영에 대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하며 박 대통령과 멀어졌다. 최근에도 두 사람은 각각 개헌 문제와 외교 문제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원조친박→탈박’의 동병상련 처지를 겪으면서도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손잡지 않았다. 급기야 7·14전당대회에서 유 의원이 김 대표를 지원하지 않고, 서 최고위원을 밀며 확실히 갈라섰다. 전대 이후 김 대표가 유 의원에게 사무총장직을 제안하며 다시 손을 내밀었지만, 이마저도 유 의원이 받지 않으며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여권 안팎에서는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김 대표와 차기 원내대표를 노리는 유 의원이 다음 행보를 위해서라도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집권 연장을 위해 ‘보수혁신’을 내건 김 대표에게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TK(대구·경북)맹주 유 의원이 필요하고, 유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에 오르기 위해선 당을 장악한 김 대표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손잡은 PK·TK 맹주 ‘왜’
대권·원내대표 이해관계 일치?
잠재적 경쟁자…관계 지속성 의문

그러나 좀처럼 회복되지 않던 두 사람 사이는 지난달 30일 번개 형식의 점심 회동을 통해 관계 회복의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다. 두 시간 가량의 회동으로 그간의 앙금을 털어낸 이들은 이후 몇 차례 더 자리를 함께하며 화합모드로 급격히 돌아섰다.

원조친박 동지라는 옛정과 차기 대권과 원내대표라는 각자의 정치적 노림수가 맞아떨어진 ‘전략적 동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대표가 다른 원내대표 후보를 지원하면 유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기 쉽지 않다. 김 대표도 차기 대권을 노린다면 TK와 소장파의 지지를 받고 있는 유 의원과 척을 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와 유 의원이 차기 대선 고지에서 경쟁자로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김 대표가 여권의 차기 대권후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 의원도 잠재적 대권후보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 경쟁자

여권 내부에서도 김 대표가 당권 접수에 이어 사실상 대권 접수를 위한 행보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를 견제할 인물로 유 의원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청와대에서도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유 의원을 지원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특히 부산 영도가 지역구인 김 대표와 대구 동구을이 지역구인 유 의원은 동남권 싱공항 유치 등 지역 숙원사업을 놓고 각각 PK, TK 대표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변수가 많은 두 사람의 전략적 동거는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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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