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해’에 발목잡힌 기업들 '어디?'

한국서 독도 건들면 큰일난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아직 제대로 된 상륙도 하지 못한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가 일본해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해외 매장 안내 지도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것. 독도는 아예 표시조차 돼 있지 않다. 이케아는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 조짐까지 일고 있다. 실수인지 의도적인지 본심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독도 문제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기업들은 많았다.

다음달 18일 경기도 광명에서 개장을 앞두고 있는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가 각종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준비 단계부터 중소 가구기업 골목상권 침해, 포장·운용 비용, 온라인 병행수입 업체와의 갈등, 상대적으로 비싸게 책정된 가격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더니 이번에는 세계 지도에 '일본해' 표기를 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반감을 제대로 샀다.

일본해 표기
이케아 뭇매

이케아는 미국·영국 등 해외에서 판매 중인 장식용 벽걸이 지도에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한 사실이 알려진 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독도는 아예 표기조차 하지 않았다.

이케아 공식홈페이지 전세계 이케아 매장을 보여주는 지도에서도 독도는 표기되지 않았다.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를 최대로 확대했을 경우에만 아래에 괄호로 '동해'라고 병기되고 있었다.

일단 이케아는 고개를 숙였다.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 리테일 매니저는 "한국 소비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스웨덴 본사와 이 문제를 논의 중으로,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이미 판매된 제품의 리콜에 대해서는 "리콜은 정책상 안전성과 관련 있을 때만 할 수 있다"며 불가 입장을 밝혔다.
 

국내 여론은 등을 돌렸다. 이케아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한국시장에 진출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영유권 갈등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물건만 팔면 된다'는 무책임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는 등의 국내 소비자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그 여파가 크다. 우리나라에는 독도 문제를 논의하는 것조차 불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독도는 엄연한 우리나라 영토이기 때문. 하지만 그간 이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기업은 한 둘이 아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CJ그룹은 계열사인 CJ재팬 홈페이지 회사안내-동경본사 지도와 CJ푸드빌 뚜레주르 미국사이트 매장찾기 지도, 일본 CJ프라임쇼핑 홈페이지 지도, CJ제일제당 홈페이지 회사소개 오시는 길 지도에 ‘일본해’로 표기된 구글 지도를 사용해 왔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지적은 받은 CJ는 즉시 해당 사항을 수정, 현재는 정상적으로 표기되고 있다.
 

카페베네도 일본 공식사이트에서 '동해'를 '일본해',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지도를 사용했다가 혼쭐이 났다. 말레이시아 위치안내용 지도에서는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는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했다. 한글사이트에서만 '동해'와 '독도' 표기가 사용됐다. 카페베네도 논란 직후 홈페이지 내 표기 오류된 부분에 대해 링크를 바꿔 지금은 수정된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

반일감정 알면서…일부러 그러나?
동해 일본해로…독도 다케시마로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은 인터넷 홈페이지 기업소개에서 해외사업장을 안내하면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구글지도 서비스를 그대로 옮겨 놓아 파문이 일었다. 영문판 홈페이지에도 '동해'는 '일본해'로, '독도'는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한 구글지도를 사용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담당자 실수"라며 바로 정정조치를 취했다. 현재 지도에는 동해와 독도로 정상 표기되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도 독도 논쟁에 휩싸인 바 있다.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번역기가 지난 8월25일 전후 기준으로 독도의 영문인 'dokdo'를 '다케시마'로 번역한 것. 이 사실은 일부 누리꾼이 네이버 번역기를 사용하던 중에 발견됐다. 일부 누리꾼의 번역 오류 신고를 받은 네이버는 서둘러 오류를 수정, 현재는 정상적으로 번역되고 있다.


당시 네이버는 "네이버 번역기와 같은 기계 번역은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 정보를 추출해 결과에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한다"며 "이 과정 중 빈도가 높은 번역 결과를 미리 매칭 시켜 놓은 정답 세트 데이터를 사용한다"고 해명했다. 네이버 측은 "자동 정보 추출 정답 세트 데이터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사과했다.
 

동원F&B와 BHC치킨 등 식품 기업들도 구글이 제공한 지도를 사용하면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오류를 수정하지 않았다가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국내 기업이 일본해 지도 표기로 논란을 일으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때는 2년 전이다. 지난 2012년 세계적인 기업 삼성전자는 홈페이지에 동해가 일본해와 함께 표기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약 7시간 만에 지도를 교체하는 촌극을 벌였다.

서해는 아예 표기가 안 됐고, 독도는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됐다. 당시 삼성전자 공식 블로그 '삼성투모로우'는 '삼성전자 홈페이지 매장/서비스센터 찾기 지도 서비스에 대해 말씀드립니다'는 게시물을 올리고 "구글 지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사이트에는 일본해와 동해가 병행 표기돼 있다"며 "때문에 삼성전자 홈페이지의 구글 지도도 동해와 일본해가 병행 표기돼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일본해' 표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구글 지도'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 2012년 10월 자사의 지도서비스인 '구글 맵'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논란을 일으켰다. 과거에는 아무런 표기가 없었지만 업데이트 이후 일본해를 우선 명기한 것. '돋보기' 기능을 이용해 '일본해' 부분을 확대해야지만 동해가 병행 표기돼 보이도록 했다.

네이버도 독도 논쟁
구글지도는 핑계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구글 지도를 논란의 원인으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들 지도의 한국 계정(co.kr)에서는 일본해가 아닌 동해로 표기가 돼 있다. 기업들이 홈페이지에 사용하는 지도를 글로벌(com) 사이트가 아닌 로컬(co.kr) 사이트와 연동하는 정도의 작은 신경만 썼더라도 일본해를 동해로 표시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고의적으로 문제가 있는 지도를 사용했을리는 없지만 조금만 신경을 써준다면 논란이 되지는 않았을 일이라 씁쓸하다"며 "이제는 기업 차원을 넘어서 정부가 나서서 구글 지도 수정을 요구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