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비선조직? '반사모' 실체 대해부

그들이 움직이면 대권이 움직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출마설이 불거지면서 반 총장의 팬클럽인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회장 임덕규)'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반사모는 반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에 선출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끈끈한 조직력과 정치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참여인사들의 면면이나 그 규모는 베일에 쌓여있어 반사모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반 총장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여야 모두 반 총장에게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새정치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은 반 총장의 측근이 찾아와 반 총장을 야당 대권 후보로 영입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반기문 영입 타진설’까지 제기해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반사모의 실체는?
모아지는 관심

상황이 이쯤 되자 반 총장의 친동생인 반기호 보성파워텍 부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반 부회장은 “형님이 한국을 떠난 지가 8년”이라며 “형님은 측근을 두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들끼리 ‘반사모’니 뭐니 만들었다는데 나는 관여해 본 적도 없고 그들의 실체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 부회장의 설명과는 달리 반 총장과 반사모의 관계는 남달라 보인다. 반 총장은 자신의 대권 출마설이 불거지자 반사모 임덕규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선 출마 의지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임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외교 전문 영문 월간지 <디플로머시>의 고위 관계자도 <일요시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임 회장님이 반 총장님과 간간히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두 사람이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반 총장의 측근은 없다던 반 부회장의 설명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단순 친목모임? 대선 비밀조직?
모임 규모나 회원 명단은 '비공개'

임 회장과 반 총장의 인연은 지난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벌써 40년이 넘은 인연이다. 임 회장은 한국·인도 친선협회 간사로, 반 총장은 인도대사관 3등 사무관으로 첫 만남을 가졌다. 이후 두 사람은 충청권 출신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더욱 끈끈한 인연을 이어왔다.

임 회장은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되는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반 총장을 유엔 사무총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당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벤치마킹해 만든 것이 바로 반사모다.

임 회장은 반 총장에게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처음으로 권유했던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임 회장은 지난 2005년 반사모를 결성한 이후 반 총장의 선거운동을 하면서 외국 대사들을 만나 인사를 할 때면 한국말로 ‘반사모!’를 복창시킬 정도로 반사모 활동에 열성적이었다.

30년 넘게 외교잡지를 발간하면서 구축한 전 세계 인적네트워크도 반 총장의 당선을 위해 모두 가동시켰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던지 임 회장은 반 총장의 당선을 확인한 후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사무총장에 당선된 바로 다음 날 임 회장을 문병하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반사모
백소회

정치권이 반사모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반사모가 사무총장 선거 당시 보여줬던 끈끈한 조직력과 정치력 때문이다. 대선후보로서 반 총장의 최대 약점은 국내에 별다른 조직이 없다는 것이 꼽힌다. 반 총장이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선거는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막상 선거가 시작되면 하부 조직의 역량에 따라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결심하기만 하면 반사모를 곧바로 대선조직화해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사모의 규모와 실체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사모의 실체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반사모는 노사모나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여느 정치인 팬클럽들과는 다르게 매우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종의 소수 엘리트 조직이다. 인터넷에 반사모 카페가 존재하지만 임 회장이 운영하는 원조 반사모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반사모 회원들은 모두 연령대가 높아서 인터넷카페 같은 것들은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사모는 철저한 오프라인 조직이다.

반사모의 핵심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원이 누구인지, 몇 명이나 되는지 어떤 것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반사모에는 (유엔 사무총장 당선을 위해 결성됐기 때문에) 한국 회원이 없다. 모두 주한 외국 대사들과 같이 외국 분들이며 외교관그룹이다. 때문에 정치세력화될 수가 없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반 총장 새정치연합 영입 타진설’의 주인공으로 지목되고 있는 성완종 전 의원에 대해서도 “반사모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일부 언론에서 성 전 의원을 반사모 회원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 일일이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하며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보가 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성 전 의원이 유엔 사무총장 선거 당시 반 총장을 도운 것은 사실이지만 성 전 의원은 애초에 반사모에 가입한 적이 없으며 충청포럼이란 다른 단체를 통해 반 총장의 당선을 도왔다는 것이다.

한편 임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디플로머시>의 고위관계자는 <일요시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반사모는 정치와는 관련이 없는 사적인 모임”이라며 “다만 (임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모임인) 백소회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으며 전직 국회의원과 같은 인물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백소회는 매달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으며 한번 모임을 가질 때마다 대략 30~40명의 회원이 모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소회의 사무실은 따로 없지만 임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디플로머시>가 위치한 무교동 근처에서 주로 모임을 갖고 있다고 한다.


백소회 회원들은 주로 충청권 인사들로, 그중에는 외교관도 있고 정치인도 있으며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모임은 아니고 사랑방처럼 모여서 누가 좋은 일 있으면 축하해주는 그런 사적인 모임으로 안다고 고위관계자는 설명했다.

임 회장은 지난 1992년부터 ‘백소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이 모임의 위세가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권력의지 부족?
권력의지 충만?

백소회는 ‘백제의 미소’ ‘100번 웃자’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충청권 사람들이 모여 후배를 돕고 지역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현재 백소회에는 전현직 장·차관, 국회의원, 법조인, 금융인 등 충청권 출신의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송인준 전 헌법재판관 등은 직접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나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서청원 의원 등 충청권 출신 유력 정치인들도 모두 백소회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강 전 의장은 충청권 최초의 국회의장으로 당선된 이후 백소회 회원 수십명을 초청해 만찬을 가지기도 했다.

특히 백소회는 ‘충청권 사람들이 모여 후배를 돕고 지역발전을 도모하자’는 창립 취지처럼 모임 때마다 충청권 인재육성에 주력하자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출마 가능성 제로, 정치는 NO?
'충청대망론' 충청이 부르면 출마?

반 총장 역시 충북 음성 출신으로 충청권 인사다. 백소회는 지난 1992년 만들어졌기 때문에 물론 반 총장을 염두에 두고 결성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기만 한다면 반사모는 물론이고 백소회도 임 회장의 주도하에 반 총장의 대선 조직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반 총장이 만약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후 대선플랜을 가동시킨다면 성공을 좌우할 핵심인물은 바로 임 회장이 될 것이란 평가다. 임 회장이 그동안 국내에서 갈고 닦아 놓은 조직을 제대로 활용만 한다면 반 총장의 대권행보에 더 이상 걸림돌이 될 것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반 총장의 권력의지다. 반 총장은 대권 도전설이 불거지자 자신은 국내정치에 관심 없고, 대선 출마설로 유엔 사무총장 업무에 지장을 준다며 공식적인 보도자제까지 요청하고 나섰다. 반 총장은 이미 여러 차례 대선 불출마 입장을 밝혔고 주변 인물들도 반 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0(제로)라며 호언장담하고 있다.

충청 홀대론
충청 대망론

그런데 임 회장은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키맨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충청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충청 홀대론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특히 충청권 인사들은 충청권의 인구가 이미 호남을 추월한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충청권 출신 대통령이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심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충남 아산 출신의 윤보선 대통령이 있지만 4·19혁명으로 이승만의 자유당정권이 붕괴된 이후 내각책임제하에서 선출됐고 재임기간도 2년이 채 안됐다.)

임 회장이 이끌고 있는 백소회도 이런 충청인들의 콤플렉스가 어느 정도 반영된 단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면 충청권 관련 행사에 반드시 참석할 정도로 충청권에 대한 애향심이 깊은 반 총장에게 임 회장이 충청 홀대론을 앞세워 설득하면 먹혀들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

과연 베일에 가려져 있는 반사모의 실체는 무엇일까? 단순한 친목도모 단체일 뿐일지, 아니면 반 총장의 차기 대권 도전을 함께할 비밀 조직일지 그 실체는 반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2016년 이후에나 밝혀질 전망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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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