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상품의 비밀> 발열효과 의심받는 유니클로 ‘히트텍’

내복보다 따뜻하긴 한거야?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일본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가 ‘히트텍’으로 한국에서 말 그대로 ‘히트’를 쳤다. 매년 유니클로 매장에서는 ‘히트텍 대란’이 일어날 정도다. 그런데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니클로 히트텍의 발열효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히트텍의 보온 기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내복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성능을 입증할 객관적 기준조차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추위를 잘 타는 직장인 A씨는 지난달 유니클로에서 히트텍을 구입했다. 히트텍을 입으면 올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히트텍을 입고 출근한 A씨는 금세 실망했다. 막상 입어보니 얇은 내의를 입었을 때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내복이 더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 규모 1조원

이처럼 유니클로 히트텍에 대해 기존 내의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은 일반 내의보다 2배 가량 비싼데 비해 발열기능이 사실과 다르게 크게 부풀려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섬유 스스로 열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 ‘발열내의’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설 기세다.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내의 시장은 2008년 일본 유니클로가 히트텍을 출시하면서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내의는 옷맵시를 망친다는 이유로 20∼30대 젊은 층들 사이에서 입기를 꺼려했던 아이템이었다. 유니클로는 종전 내의와는 다른 세련된 디자인과 기능성을 갖춘 ‘히트텍’으로 젊은 층의 인식을 변화 시켰다. 젊은 층을 소비의 주체로 끌어들인 것이다.

지난 2012년에는 전국의 유니클로 매장 앞에 히트텍을 구매하려는 고객들로 수십미터의 줄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후 ‘히트텍 대란’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히트텍은 2011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3억장 이상이 판매된 유니클로의 겨울 시즌 핵심 아이템이다. 일본 도레이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극세사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히트텍을 2008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국내 출시 첫해에만 18만장을 판매했다. 2009년 75만장, 2010년 110만장, 2011년 300만장, 2012년 500만장 이상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700여만장이 판매됐다. 올해도 최소 800만장 이상이 판매될 전망이다. 1장당 정가 1만9900원이므로 16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성장세를 타고 유니클로는 히트텍 소재에 대한 대대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내의 외에도 레깅스, 티셔츠, 스웨터 등 다양한 아이템에 걸쳐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도 유니클로는 ‘히트텍 라인업’을 선보였다. 겉감을 기모 처리한 ‘엑스트라 웜’은 기존 히트텍에 비해 보온성을 향상시켰다.


유니클로에 따르면 히트텍은 수분의 열 환원 방식으로 온도를 높여 발열 기능을 한다. 땀이 섬유에 흡수돼야 열에너지가 발생한다. 원적외선 방사섬유는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열을 축적했다가 기온이 내려가면 체온을 적절히 유지한다.

2배가량 비싼데…기존 내의와 뭐가 달라?
성능 입증 객관적 기준 없어 실효성 논란

하지만 이를 입증할만한 객관적인 검증 기준은 없는 상태다. 발열섬유 온도가 다른 섬유보다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섬유의 보온 기능에 가깝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반 섬유와 비교했을 때 온도 상승효과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반 대중이 납득할 만한 설명은 부족한 상태다. 회사 자체적으로 실시한 시험 결과를 믿고 제품을 살 수 밖에 없다.

섬유를 제품으로 가공했을 때 변수에 따라 효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옷을 밀착되게 입었는지, 옷과 피부의 공기층은 어느 정도인지 등 변수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량적으로 몇 도가 오른다고 단언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한국소비자, 소비자단체 등에서도 발열내의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한 내복 광고에 대해 허위·과장 광고라며 시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유니클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화학작용을 통해 열에너지가 발생한다는 것이 업체 측 주장이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내부적인 실험을 통해 발열 기능을 입증한 바 있다”며 “성능이나 인증 절차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발열) 기능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학적 처리와 가공을 거친 발열섬유와 관련한 연구는 최소 5년 이상 이뤄지고 있고 소재만 봐서는 충분히 효과를 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수치나 결과에 대해서는 글로벌 방침이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며 “최근에 출시한 엑스트라 웜의 경우 기존 히트텍보다 1.5배 더 따뜻하다는 수치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자체실험으로 증명”

유니클로가 이같이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발열 기능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발열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없다보니 업체의 자체기준만으로도 보온 기능을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발열 의류를 평가하는 기준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류시험연구원 관계자는 “발열내의의 발열에 대한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이나 표준 기준안은 없는 상태”라면서 “제재할 수 있는 법은 없지만 ‘발열섬유’ 자체는 정식명칭이 아닌데,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히트텍이)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기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섬유의 보온 기능에 가깝다”며 “‘발열’이라는 단어 그대로 온도 상승효과가 어느 정도 있는지 납득할만한 설명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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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